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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에세이

SF소설이 현실이 될 때 인간에게 필요한 것

"진짜가 아니라 미안해요. 엄마 날 제발 버리지 말아요..."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고 놀라실 분들이 계실 것 같다. 이 말은 영화 <A.I.>의 주인공인 로봇 데이빗이 자기를 버리는 엄마에게 하는 말이다.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치료약이 개발될 때까지 냉동시켜 놓고 감정을 지닌 로봇이 아들 역할을 대신하기를 바라며 입양한 이 부부는 아들이 완치되자 데이빗을 버린다.

간절한 호소에도 버림받은 데이빗은 피노키오에 나오는 푸른 요정이 자기를 사람으로 만들어 주면 엄마가 다시 자기를 사랑해 줄 것이라 믿으며 푸른 요정을 찾아 나선다. 사람보다 더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보다 더 정이 많은 이 로봇.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로봇과 너무나도 다르다. 영화 속에만 존재할 것 같지만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발전 속도를 보면 이러한 로봇이 세상에 나올 날도 멀지 않을 것 같다.


컴퓨터(Computer)는 그냥 그 말을 그대로 분석해보면 Compute+-er으로 계산하는 기계를 뜻한다. 계산을 빠르게 하도록 도와주는 주산이 컴퓨터의 시조라고 한다. 사칙연산을 도와주는 수준에만 머물렀던 컴퓨터는 연립방정식을 풀도록 도와주는 ABC컴퓨터와 미사일 탄도 계산기격인 애니악(1964년)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일부 기관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고 스티븐 잡스가 CEO로 있었던 애플 사에서 Apple 2 Computer를 개발(1977년)하면서 컴퓨터의 대중화가 실현된다.

컴퓨터는 점점 발달해서 오늘날에는 사람과 체스 게임을 하는 Deep Blue, 퀴즈 쇼에도 나가 우승도 하고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기도 하는 Watson까지 나왔다. 인간의 자연어는 이해하지 못하는 Deep Blue와는 다르게 Watson의 경우엔 사람의 어조, 문화, 생활습관까지 이해하여 '인공지능'을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컴퓨터가 인공지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컴퓨터는 컴퓨터다. 사람처럼 생긴 것도 아니고 크기도 크며 사람이 물리적인 힘을 가해주지 않으면 이동할 수도 없다. 로봇은 아무래도 컴퓨터의 발전 속도보단 좀 더디게 발전하고 있지 않을까?

현재 로봇은 컴퓨터만큼은 아니지만 하루가 다르게 빨리 발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로봇은 스스로 판단하여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조종을 해주어야 했다. 그리하여 로봇은 심해나 우주에서 사람 대신 위험한 일을 대신한다던가 배터리를 탑재한 정찰용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볼 로봇은 이들과는 조금 다를 지도 모른다.

미국은 작년에 개최된 Robot fair 2011에서 "Charlie"라는 지능형 humanoid robot을 선보였다. 또 일본의 혼다 사에서 개발한 ASIMO라는 로봇은 학습 추론 능력을 갖추어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의 방향 예측이 가능하며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따라하기도 한다. 인공지능(A.I.)과 지능 증강(I.A.)를 구분하는 기준이 학습 능력, 추론 능력, 그리고 자연어 이해 여부라는 점을 생각하면 ASIMO는 인공지능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 A.I. 포스터>

컴퓨터와 로봇. 둘 다 이제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물건들이지만 '인공지능'을 갖춘 컴퓨터나 로봇을 주변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기에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많이 들어도 먼 훗날 일어날 우리와는 별 관련없는 이야기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대신 우리는 인공지능을 다른 곳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바로 요즘 널리 보급된 "스마트폰"에서다.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가계부 어플 Money viewer가 나 대신 내 돈을 관리해준다던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어플 'Siri'를 이용해서 스마트폰과 대화를 나누는 행위를 할 때 피부에 와닿게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컴퓨터로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면 못 알아듣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혹시 응답이 온다 하더라도 그 답변이 동문서답이었는데 이젠 꽤 능숙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한 행동들을 분석하여 나의 미래 행동도 예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렇게 굳이 멀리 찾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을 갖춘 기기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나의 대화 상대가 되어주는 핸드폰, 나의 게임 상대가 되어주는 컴퓨터, 내가 슬플 때 날 위로해주고 집안일로 지쳤을 때 도와주는 로봇. 어릴 적에 항상 꿈꿔왔던 것들이라 현실 속에서 만나면 너무 반가울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컴퓨터가 사람의 지시에 불응하고 반란을 일으킨다는 영화의 이야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와 너무 비슷하게 생긴 무생물에 대해 거부감이 생기기 때문일까?

예전에는 과학 공상 소설이나 영화에나 나왔을 법한 일들이 이제는 책 속에서 걸어나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더 뛰어난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젠 이 로봇들과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지 고민도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 Ahn

대학생기자
임성현 / 서울대 공학계열
Sing, like nobody's listening
Dance, like nobody's watching you
Love, like you've never been hurt
항상 그 순간에 최선을 다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