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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라이프/이슈&이슈

유령, 드라마 속 사이버 범죄는 100% 리얼?

2012년 5월 30일 수요일부터 시작된 SBS 드라마 '유령'은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배경으로 사이버 범죄를 다루고 있다. 특히 경찰과 보안 업체 등에서 기술 자문을 받아 현실성을 높였다. 하지만,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허구이기 때문에 기술 자문을 받아 제작되어도 극적 재미, 시간적 제약, 시청자 이해 등의 이유로 과장되거나 생략되기도 한다.

 

드라마 '유령'에 나온 내용 중 일부에 대해 실현 가능성을 알아보자. 관련 내용을 알고 다시 본다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현실 위험도는 별 1~5개로 구분했다. 현실 위험이 높을수록 별이 많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현재 기준이며,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앞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메일을 이용한 악성코드 감염(제3화, 제4화)

• 현실 위험도: ★★★★★

 

'유령'에서는 메일의 첨부 파일을 통해 상대방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감염시키는 방법이 여러 차례 나온다. 제3화에서는 악성코드가 첨부된 메일을 발송하는 장면이 나오고 제4화에서도 악플을 단 사람들에게 ‘마술사의꿈 무료초대권.jpg’라는 파일이 첨부된 메일이 발송된다. 


[그림 1] 메일의 첨부 파일을 이용한 악성코드 감염

 

일반적으로 사용자 컴퓨터에 대한 악성코드 감염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뤄지지만 드라마처럼 특정인에 대한 공격은 타깃 공격(Targeted attack) 혹은 스피어 피싱(Spear Phishing)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에는 해킹할 대상을 미리 정해 놓고 공격하기 때문에 메일을 보낼 때는 주변 사람 혹은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으로 메일이 작성된다.

 

실제 타깃 공격 대상에 보내지는 첨부 파일은 실행 파일보다는 변조된 문서 파일일 가능성이 높다. 사용자가 문서를 열어볼 경우 취약점을 이용해 사용자 모르게 악성코드를 감염시킬 수 있다. 메일을 통한 악성코드 감염은 매우 흔하므로 현실 위험은 별 5개이다. 

 

야동에 악성코드가?(제5화)

• 현실 위험도: ★★

 

제5화에서는 연예인 K양 비디오에 악성코드가 포함되어 유행한다는 내용이 방송됐다. 동영상 파일 자체에 악성코드를 포함하는 건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어려운 일이므로 일반적이지는 않다. 대부분 동영상 파일로 위장한 실행 파일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대형’이라는 해커 그룹에서 만들었다는 설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 경우, 동영상 파일을 변조한 후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는 동영상 플레이어의 취약점을 이용해 악성코드를 퍼뜨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공격자 입장에서 동영상 파일 자체에 악성코드를 넣는 건 쉽지 않으므로 현실 위험은 별 2개이다. 

 

엑셀 파일에 악성코드를?(제5화)

• 현실 위험도: ★★★

 

친구 김우현(소지섭 분)으로 살고 있는 박기영(최다니엘 분)은 제5화에서 K양 동영상 업로드 아르바이트생으로 가장해 하나의 엑셀 파일을 보낸다. 엑셀을 열어본 사람의 컴퓨터가 악성코드에 감염되어 노트북 카메라로 조직의 아지트 내부가 촬영된다.

 


[그림 2] 엑셀 파일을 이용한 악성코드 전파

 

박기영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엑셀 프로그램의 취약점을 이용한 걸로 보인다. 대형의 멤버라면 프로그램의 취약점을 해결해 주는 보안 업데이트를 항상 최신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프로그램 취약점을 해결하는 보안 업데이트가 나오지 않은 취약점 공격은 막을 방법이 많지 않다. 이런 해결되지 않은 취약점을 이용한 공격을 제로데이 공격(zero-day attack)이라고 한다. 박기영은 다수의 제로데이 취약점을 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제로데이 공격에 사용되는 취약점 중 일부는 암시장에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제로데이 공격이 그리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일 년에 몇 번씩 실제 공격에 사용되므로 현실 위험은 보통으로 별 3개이다. 

 

국가 기반 시설 공격 가능성(제5화, 제6화)

•현실 위험도: ★

 

대한전력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매우 흥미롭게 진행됐다. 드라마를 보고 많은 문의가 있었는지 제6화에서는 드라마 시작 전에 픽션(Fiction)이라는 자막이 포함되었다. 지식경제부에서도 이례적으로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언론도 관심을 갖고 보도했다. 

- 지경부 발끈 “드라마 ‘유령’ 같은 일 없다” (조선비즈, 2012년 6월 20일)

 

- ‘유령’ 사이버테러 해킹 장면의 진실과 거짓~! (한국일보, 2012년 6월 20일)

- 드라마 나온 전력해킹 정부가 해명한 이유는 (국민일보, 2012년 6월 20일)

- SBS 드라마 ‘유령’ 진실 혹은 거짓은 (세계일보, 2012년 6월 20일)

드라마에서 대한전력으로 설정한 기간 시설 공격에는 크게 두 가지가 현실성 논란이 있었다.

 

첫째, USB 메모리 반입

 

현재 주요 기간망뿐만 아니라 보안이 필요한 기업에서는 USB 메모리 등의 저장 매체 반입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드라마처럼 집에서 가져온 USB 메모리가 내부 시스템에 연결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두 보안 규정을 철저하게 지킬 때 이야기이다.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USB 메모리에 업무용 자료를 담아 집에서 작업하기 위해 몰래 들고 갔을 수도 있고, 등록된 USB 메모리를 사용하다가 깜박하고 들고 갔을 수도 있다. 2008년 미국 국방부 시스템에 유입된 악성코드가 2011년까지 해결되지 않았다는 기사가 있다.  해당 악성코드는 USB 메모리로 전파되는 악성코드로,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미국 역시 외부 저장 매체를 몰래 반입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내부 시스템의 USB가 봉인되어 있다고 해도 업데이트, 시스템 유지 보수 등의 이유로 외부에서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을 반입해야 한다. 만약 콤팩트디스크(CD)에 프로그램을 담아 반입하려 했다면 극중 재희가 관련 업체에 침입해 CD를 바꿀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둘째, 외부와 통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것 중 하나가 망이 분리되어 있는데 외부에서 내부 시스템을 원격 제어하는 내용이다. 드라마에서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내부망과 인터넷망이 물리적으로 완전히 단절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부 시스템이 외부와 연결되어 있고 방화벽으로 차단되어 있을 수 있다. 악성코드가 내부 시스템을 감염시키면서 이런 방화벽 설정을 무력화시켰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한전력 정도라면 이렇게 허술하게(?) 네트워크를 구성하지는 않았을 듯하다.

 

내부망이 물리적으로 아예 단절돼 있다면 악성코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박기영의 대사처럼 소설을 써보자면, 공격자가 경찰이나 백신 업체로 위장한 후 전화 통화로 내부에서 인터넷을 연결하게 만드는 건 어떨까? 일반적으로 해킹이라고 할 때 디지털적 요소만 생각하기 쉽지만 전화를 통해 사람을 속이는 아날로그적 해킹도 여전히 존재한다.

 

외부와 통신 부분은 악당과의 대결이라는 극적 재미가 가미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리 내부 시스템을 파악해서 프로그램에 넣어두었다면 외부 통신과 상관없이 내부 시스템 제어를 통해 악의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간 시설 시스템 공격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다. 드라마상 허구가 가미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다수의 인원이 충분한 자본과 시간이 있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실제 스턱스넷 웜은 국가가 지원했다는 의혹이 있어 망이 분리되어 있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다양한 유형의 침입에 대비하고 내부에 침입했을 때 빨리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간 시설 공격에는 많은 자본과 시간과 인력이 필요해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별 1개를 줬다. 하지만, 실제로 발생했을 때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지금까지 드라마 '유령'에 나온 보안 위협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드라마는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극적인 요소가 포함되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실 위험에 대한 별점은 어디까지나 현재 기준이며,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드라마를 통해 보안 위협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것이 아니라 보안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이 높아지기를 기대해본다. Ahn

 

차민석 / 안랩 시큐리티대응센터(ASEC)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