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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명사 인터뷰

시골의사 박경철이 들려준 사람 이야기

911일 청주교육대학교에서는 '자기 혁명을 이끄는 공감의 힘'이라는 주제로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특강이 열렸다. 박경철(이하 강연자), 시골 의사이면서 경제 전문가이자 작가이기도 한 그는 여러 얼굴을 가진 인물이다. 필자는 강연자의 이러한 능력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참 궁금했다. 강연을 통해 필자는 강연자의 뒤에는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는 거인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존경하는 그의 아버지와 중요한 깨우침을 주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한 작가이다. 강연자는 20대 후반에 카잔차키스의 그리스도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다를 읽고 마음에 불이 붙는 것 같았다고 했다. 강연자는 그 이후에 카잔차키스의 작품을 읽으며 카잔차키스의 사상을 내면화했다. 그리고 올해는 그리스 곳곳에 있는 카잔차키스의 흔적을 찾아가는 쉽지 않은 시도를 했다.

카잔차키스, 사상의 스승

강연자가 카잔차키스의 묘지가 있는 크레타 섬에 갔을 때의 일이다. 카잔차키스의 묘비에는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강연자는 카잔차키스의 묘에 술을 올려놓고 절을 두 번 했다. 강연자의 독특한 행동에 주변에 있던 현지인 한 사람이 다가와서 방금 한 행동의 의미를 물었다. 강연자는 이것이 상대에게 가장 큰 경의를 표하는 방법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현지인이 강연자가 왜 이곳에 왔는지 물어보았다. 강연자는 무의식적으로 “He’s my hero.”라고 답했다. 그 말을 듣고 현지인은 무료로 카잔차키스의 흔적을 하루 종일 보여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택시기사였다.

강연자는 하루 종일 카잔차키스의 흔적을 둘러보고 택시기사의 집에서 저녁 초대까지 받았다. 그리고 매우 귀한 포도주까지 대접받았다. 강연자는 현지인의 호의에 답례를 하고자 택시비용과 포도주값을 어림하여 350유로를 현지인에게 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완강히 거절했다. 강연자는 처음 만난 현지인이 왜 이런 친절을 베푸는지 의아했다. 그래서 자신에게 왜 이런 친절을 베푸는지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 때 현지인은 그는 나에게도 역시 영웅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필자는 첫째 이야기에서 공감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강연자는 현지인과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영웅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그렇기에 현지인은 상대방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해 주었고 둘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 아버지

강연자의 다음 이야기에는 그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강연자는 대학 원서를 쓸 때 아버지와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강연자는 처음에 법학이나 문학과 같은 문과 계통의 공부를 하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그러자 강연자의 아버지는 너 이과잖아!”라고 말을 하면서도 아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잘 들어 주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자신의 삶도 이야기했다. "인생이 대청봉의 붉은 단풍 같은 인생도 있고 빛이 바랜 단풍 같은 인생도 있다. 그러나 바람에 날리는 것은 매한가지 나는 잡초일지라도 땅에 뿌리박는 인생을 살고 싶다."라고 했다. 강연자는 이때 아버지와의 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아버지를 꼽는다.

강연자는 인간이 사회적 존재라고 말했다

"사회적 존재라는 것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것을 뜻한다. 인간은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에 맞게 살아갈 때 사회는 유지된다. 그러나 인간은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진실하지 못할 때가 참 많다. 특히 부모와 자식은 진실하기 참 어려운 것 같다. 왜냐하면 아무리 나쁜 부모일지라도 자식에게는 올바른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강연자의 아버지는 다른 사람과 달랐다. 자신이 추구했던 삶을 아들에게 진실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아들과의 보이지 않는 벽이 무너졌고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수련의 시절에 만난 남매

마지막으로 강연자는 수련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암환자가 있었는데 두 아이의 어머니였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없고 아이들 중 오빠는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수련의들은 두 아이가 가여워서 종종 회진이 끝나면 데리고 와서 같이 라면을 먹었다. 그러면서 아이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말을 해 주었다.

그 환자에게 임종의 순간이 왔을 때의 일이다. 환자의 심전도는 정지했다. 심전도가 정지했지만 여전히 아이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었다. 잠시 후 의사는 아이에게 어머니의 임종을 알렸다. 그제서야 아이는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 때 아이의 초록색 셔츠는 온통 눈물로 젖어 있었다. 아이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모른 것이 아니었다. 다만 조용히 울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는 엄마를 안아주고 엄마의 귓가에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데 어떤 신부님이 강연자를 찾아왔다. 강연자는 신부님이 항문 질환으로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체면 때문에 약속이 있는 척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강연자는 손님을 만나러 가려다 자신을 찾아온 젊은 신부님에게서 아우라가 느껴지는 것 같아 순간 멈칫 했다. 그는 강연자에게 자신을 모르겠냐고 물었다. 그는 바로 강연자가 수련의 때 병원에 같이 있었던 그 암환자의 아들이었다

신부님은 강연자를 찾아온 이유를 말해 주었다강연자는 수련의 때 아이들과 라면을 먹으면서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신의 관점이 아니라 어머니의 관점에서 보라. 아이들을 남겨두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어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생각해보라."라고 말했다

강연자는 특별히 의도를 가지고 그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이는 그 말을 마음에 새겼다. 그래서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었다. 어머니를 안아주고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했던 것은 자신의 관점을 넘어선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와 동생은 여기서 자신이 주저앉으면 어머니가 얼마나 슬퍼할지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할 것을 동생과 다짐했다. 그 결과 오빠는 신부가 되었고 동생은 교사가 되었다. 잠시 나누었던 대화가 한 사람의 일생을 바꾼 것이다. 강연자는 이 일을 통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현대인은 늘 지금보다 큰 영향력을 꿈꾼다. 그러나 그 이전에 어떻게 건강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연자는 강조했다. 위의 세 가지 이야기를 통해 강연자는 공감의 핵심이 진실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었다. 이야기책을 읽어 주는 것처럼 편안한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 흐르고 있었던 잔잔한 감동은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필자에게 남아 있다. 그 감동을 이 글을 읽는 여러분과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다Ahn


대학생기자 장윤석 / 청주교대 초등교육(음악심화)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늘빛의 포근함을 수면에 간직한
맑고 차가운 호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