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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서평

미녀를 사랑하는 추남, 그에게 필요한 것은?

프랑스의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의 '공격'에는 추남인 에피판과 미녀 에텔이 등장한다. 에피판은 에텔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그녀에게 빠져든다. 그러나 아름다운 그녀는 에피판이 아닌 젊고 멋진 화가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에피판은 자신의 흉측한 겉모습을 인정하며, 스킨십조차도 상대를 위해서 삼갔다. 에텔이 자신을 쳐다봐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겼으며,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황홀함을 느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주기만 하던 에피판은 점점 사랑 받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된다. 에피판은 에텔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이렇게 생각한다.

정신주의자를 자처해왔던 나로서는 정신에 대한 물질의 우위를 입증하는 눈부신 증거와 마주하게 될까봐 겁이 났다. (p.44~45 / 공격) 


미녀를 마음에 품으면서 겪는 잠깐의 내적 갈등. 외모 수준이 극과 극인 상황에서 추남이 미녀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노력할 것은 무엇일까?


<출처: 다음 책>

캐서린 하킴의 '매력 자본'에서 저자는 매력 자본을 경제 자본, 문화 자본, 사회 자본에 이어 현대 사회를 규정하는 제 4의 자산이라고 말한다. 이 매력 자본에는 신체적·사회적 매력의 6가지 요소가 있으며, 아름다운 외모, 성적 매력, 활력, 사교술, 성적 능력, 자기표현 기술이 결합되어 있다고 한다.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내용 중 하나는 돈을 더 벌고 싶거나, 구혼에 성공하려면 매력 자본을 얻는 데 힘쓰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보통 매력 자본에 관대하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사람들은 매력적인 사람들이 얻는 이익이 부당하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아름다움이나 매력을 그냥 무시하지 못 하는 걸까? (p.133 /매력자본)


우리는 아름다움에 끌리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아름다움만을 탐닉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도덕률'을 적용하여 온당치 못 한 생각이라 판단한다. 저자는 매력 자본이 무시되어온 이유가 그 자본을 독점할 수 없는 엘리트 층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매력 자본을 열외로 취급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매력 자본이 지금에서야 대두된 것은 여태까지의 연구자와 지식인 대부분이 남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기들과 어린 아이들은 잘생긴 얼굴과 못생긴 얼굴, 뚱뚱한 사람과 날씬한 사람, 유치원의 매력적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무의식적으로 구별해 낸다. 날씬하고 매력적인 사람에게 끌리는 성향은 아주 어릴 때부터 나타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배우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다들 동의한다. (p.141 /매력자본)


이렇게 어린 아이들조차도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외모 외에도 다양한 매력 자본을 발견할 수 있게 되며, 개발시킬 여지가 많아진다.

'공격'에서 에피판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비록 추물이긴 했지만 균형잡힌 추물이었다.' 슬픈 것은, 얼굴뿐 아니라 몸까지 추하기 때문에 '균형'이라는 단어를 갖다 썼다는 사실이다. 에피판은 자신의 외모를  바꿔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저 가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흉측하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에피판은 에텔에게 좋은 친구였지만 그녀로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 자신의 매력을 높이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에텔은 매력 자본이 넘치는 상대일진데, 에피판은 스스로를 추하다고 인정했던 추남치고 너무 준비없이 다가갔다

물론 에피판이 외모를 제외한 모든 매력 자본의 수치를 끌어올리고 에텔에게 다시 고백했다 한들, 에텔이 받아들이리란 확신을 할 순 없다. 그러나 매력 자본이 중요한 조건으로 자리잡은 구혼 시장이 작용하는 원리에 따르면, 이는 생긴 여자 대신 엄청나게 아름다운 여자를 선택한 에피판이 감수해야 할 문제이다. 

에텔: 아름다운 건 사랑받지 못해.

에피판: 그럼 추한 건? 추한 건 사랑 받는다고 생각해?

에텔: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 아니, 사람들은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은 것만 좋아하는 것 같아.

(p.41/ 공격)


이는 매력 자본에 대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시선을 나타내는 듯하다. 매력 자본을 갖춘 사람이 승승장구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으나 본능만은 아름다움을 따른다. 

에피판은 자신이 아닌 젊고 멋진 화가와 사랑에 빠진 에텔로부터 분한 마음을 느낄 자격이 있을까. 미녀를 사랑한 추남 에피판,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이해였을 것이다. Ahn   

 대학생기자 이혜림 /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나를 바로 세우고, 타인을 존중하는 삶.

오늘도 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