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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서평

사막에 절 짓는 파란 눈의 스님이 묻는다 '왜 사는가'

세상에 60억의 사람이 있다면 그 말은 곧 60억 개의 삶과 60억 개의 삶의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나는 왜 사는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가장 근본적이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물음. 이런 종류의 고민이 단지 나에게만 적용되는 일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많은 청년이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다. 나의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즐기고 미래를 설계하기 이전에 이 근본적 질문에 답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사는가>는 이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추천해줄 만한 책이다.


<출처: 다음 책>

캘리포니아 사막 한가운데에서 10년째 태고사를 직접 짓고 있는 일명 ‘일하는 스님’ 무량 스님, 먼 미국 땅 에서 출가하여 스님이 된 파란 눈 의 스님.

그는 '내가 원한 것은 죽은 지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지혜였다.’ 라는 생각으로 출가를 결심하였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가정에서 생각이 많은 아이가 되었고, 예일대학교에서 공부를 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다. 출가를 하여 숭산 스님을 만나 캘리포니아 사막 한가운데서 태고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무량 스님의 수행기.

나와 결코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온 이 사람(에릭 베렐)에게 어떤 생각의 변화가 있어서 낯선 문화를 받아들여가면서까지 출가를 하고 미국 땅에서 절을 지으려 했을까. 책을 읽는 내내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다. 무엇이 무량스님을 속세로부터 떠나도록 했을까? <왜 사는가> 를 읽으며 내가 느낀 것들을 적어 보았다.

‘도대체 이 많은 생각들이 어디서 오는 걸까. 지금까지 받았던 비싼 교육은 대체 내게 무슨 도움을 준 것일까. 침대 정리를 하고 먹을 것을 만드는 사소한 일 하나에도 보탬이 못 되고 있지 않은가’ (본문 중에서)

대학에 다니던 20대 젊은 청년 에릭 버렐은 위와 같은 생각을 했다. 과연 지금의 우리가 받는 비싼 교육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우리는 단지 사회와 부모님이 정해놓은 규격에 맞춰가며 남들 하는 대로 대학에 입학하여 다니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들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의구심까지 갖게 했고, 찝찝한 마음으로 책을 계속해서 읽던 도중 이런 구절이 나왔다.

나는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젊은이들이나 방향을 잃어 혼란스럽다는 사람들이 오면 지금도 이렇게 물어본다. “당신은 무엇입니까?" 그들은 이름과 사회적 지위, 관계, 경력 등으로 자신을 설명하려고 애 쓰지만 곧 그것이 자신의 본질이 아님을 알아차리고 ’모른다‘고 대답한다. (중략) 그때 나는 ’오직 모를 뿐‘ 의 마음으로 절이나 염불 , 참선을 하고 나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이, 내가 고통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거울을 보듯 명쾌하게 떠오른다.’

생각해보았다. 꼭 나의 주관과 가치관이 가미된 선택이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아직 가치관과 주관에 대하여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은 내가 내린 선택이 옳은 것인지 그릇된 것인지도 모른 채 마냥 주관 없이 흘러온 것 자체를 문제 삼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책에 나온 구절대로 ‘오직 모를 뿐’의 마음가짐으로 돌이켜 보았다. 내가 고민하고 걱정했던 지금까지의 내 삶에 대한 회의감 자체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온 걱정인지, 아니면 주관이 뚜렷해야 하고 가치관이 확립돼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따른 고민인지. 온전히 순수하지 못한 고민이었다. 이것마저도 내 것이 아니었다. 나의 고민이 아니었다.

책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이런 해답을 제시해 주었다.

진리는 생각 이전이다. 어떤 개념적인 생각으로 포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름을 붙이거나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그것은 본질을 벗어나 설명이 되고 만다. 그것은 하늘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찍은 사진을 내보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남의 말과 경전, 수많은 설명보다 내가 직접 그것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중국의 동산 스님이 삼베의 무게를 달고 있었다. 저울이 딱 서 근을 가리켰다. 그는 그 순간 어떠한 생각도 관념도 없었다. 그의 마음은 우주처럼, 거울처럼 맑고 삼베 서 근이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때 어떤 스님이 그에게 와서 물었다.

“스님, 부처가 무엇입니까?"

“삼베 서 근이다.”

깨달은 마음은 붉은 것이 오면 붉은 것을 비추고 흰 것이 오면 흰 것을 비추는 것이며, 그것이 부처이기 때문이다. 동산 스님에게 그 순간 진리는 ‘삼베 서 근’ 이었다.‘

일단 경험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대학을 다니고 공부를 하는 그 순간엔 다른 어떤 잡념도 없이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어야 한다. 여기까지 읽으며 내린 결론이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왜 사는가’ 의 해답을 얻기 위한 내 행동에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조금씩 분명해졌다. 분명해진 생각은 그대로 책 뒷부분에 녹아 있었다. 무량스님이 출가를 한 후 그의 아버지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해 시켜드리기 위해 쓴 편지 내용의 일부분이다.

‘우리는 분명한 방향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그것은 위대한 의문, ’나는 무엇인가‘ 를 묻고 깨어나 우리의 참된 인간성을 찾고 올바른 길, 진리, 올바른 삶을 얻을 수 있도록 함께 수행한다는 뜻이에요. 이 의문을 가지고 순간순간 ;오직 할 뿐' 이라는 마음을 통해 지혜, 사랑과 자비를 얻을 수 있어요, 그러면 이 세게를 구하는 것이 가능해지죠.’

마음 속에 온갖 잡념을 없애고 '지금 이 순간 오직 할 뿐'의 마음가짐으로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근본적 물음 ‘왜 사는가’의 해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청년이 궁금해한다. 왜 사는가, 난 왜 이곳에 왔고, 지금까지 흘러왔는가? 뚜렷한 주관이나 가치관의 확립보다 입시를 우선시하며 대학에 입학해서 학점, 스펙, 취업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나는 이 근본적 물음 앞에서 항상 초라하고 부끄러웠다. 나의 결심, 나의 결정 자체에 의구심을 갖고 나 자신을 믿지 못했다. ‘왜 사는가' 라는 근본적 물음을 묻기 이전에 '오직 모를 뿐 , 오직 할 뿐'의 마음가짐으로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근본적 물음 '왜 사는가'의 해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Ahn

 

대학생 기자 임지연 / 덕성여대 컴퓨터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