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가을 밤, 기분따라 골라 읽는 문학 작품

문화산책/서평 2013.10.19 07:00

우리에게는 여러 개의 밤이 있다. 추수의 계절인 가을에 나는 무엇을 걷어들여야 할지 마음이 복잡해 지는 밤, 하루종일 열심히 달렸다는 뿌듯함에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밤, 사랑과 우정에 가슴 아파 잠 못 이루는 밤. 오늘 밤은 치킨 대신 책 한권을 사서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하며, 기분 따라 골라 읽을 수 있는 세 권의 책을 추천해본다.


가을 날씨만큼 쿨해지고 싶은 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찬차키스]


<출처: 다음 책>

생각과 고민이 많아지는 밤이 있다. 하찮은 상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떠오르는 생각들에 괴로워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만나보길 권한다. 쿨해지고 싶은 날에 추천하는 도서로 골랐지만 사실 책 속의 조르바는 쿨하다기 보다는 핫한 사람이다. 뜨겁게 살아가는 조르바의 이야기, 그리고 조르바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화자 오그레. 그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니코스 카찬차키스의 거침없는 표현력에 자잘한 스트레스쯤은 모두 날아갈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니코스 카찬차키스의 대표작이며 노벨문학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올랐다. 작품성은 이미 검증 받았다고 볼 수 있으며 여러 대학이 필독서로 권하는 도서이기도 하다. 책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없다. 그러나 조르바의 호쾌한 언행과 오그레의 사색을 통해 해결보다 더 좋은 묘안이 떠오를 수 있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 다녔으나 만날 수 없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 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었다. (p.22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사람에 힘들고 사랑에 아픈 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요한 볼프 강 폰 괴테]


<출처: 다음 책>

'베르테르 효과'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한 용어로,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미 자살이라는 키워드로 스포일러가 된 것 같지만, 작품의 주축이 되는 소재는 죽음이 아닌 사랑이다. 베르테르라는 젊은 청년은 로테라는 여인을 사랑하면서 겪는 심리상태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고백한다. 누구나 짝사랑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고백을 할까말까 고민하는 짝사랑은 두근두근 하지만, 고백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짝사랑은 참 가슴 아프다. 베르테르의 짝사랑은 후자였다. 로테에게는 약혼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베르테르는 로테와 가까이 붙어 있어보기도, 멀리 떨어져 있어보기도 하지만 어떻게 하든 마음은 더욱 커져간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땐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서 기분 전환을 하는 것도 좋지만, 내일 슬플 거 오늘 다 슬퍼버리자는 마음으로 슬픈 노래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 베르테르는 자신의 감정을 다른 감정으로 덮지 않고 마주본다. 베르테르와 함께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 보고 싶은 밤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권총은 당신의 손을 거쳐서 왔습니다. 당신이 권총의 먼지를 털어주셨다고요. 당신이 직접 손을 대고 만졌던 권총이기에 나는 천 번이나 그것에다 키스를 했답니다. 그대, 하늘의 정령이시여! 당신은 나의 결심을 확고하게 해줍니다. 로테! 당신이 내게 무기를 내주었습니다. 나는 당신 손에서 죽음을 받기가 소원이었는데, 아아, 이제 이렇게 받게 되었습니다. (p.205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잠을 포기하고 이야기를 택하고 싶은 밤 [고백 - 미나토 가나에]


<출처: 다음 책>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라는 강렬한 문장으로 책 날개를 장식한 [고백]은 살인, 추리, 복수, 교차서술 등의 태그를 달고 소개되는 도서이다. 사건의 진행 속도가 빠르고, 한 가지 사건을 다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전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백]은 일본에서 영화화 되어, 영화를 통해 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만나볼 수도 있다.

겉표지 뒤쪽의 한 줄평 중 '이 책은 절대 자기 전에 읽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라는 평이 있다. 이런 평을 한 이유가 뭘까 궁금해 하며 공포물일까봐 가슴 졸였으나, 다 읽고 나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중간에 책을 덮을 수 없을 정도로 재밌기 때문에 밤에 읽기 시작하면 잠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늦잠을 예약할 수 있는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에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선생님은 공기를 의식하시나요? 괴어 있거나, 맑거나, 막혀 있거나, 흐르고 있는... 공기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기운이 모인 집합체라고 생각해요. 그 공기를 매일 답답할 정도로 의식하고 마는 것은 제가 집합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어쨌든 봄인데도 B반 교실 안에 감도는 공기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p.60 /고백/ 비채)


가을을 왜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것일까. 네이버 지식인만 봐도 음양오행부터 농사주기까지 그럴듯한 근거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독서와 잘 맞아떨어지는 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기분 좋은 시원한 날씨가 아닐까 한다. 밤이든 낮이든, 책과 스스로를 들여다 볼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가을을 더 넉넉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Ahn

 대학생기자 이혜림 /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나를 바로 세우고, 타인을 존중하는 삶.

오늘도 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