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장에서 인터넷을 이용하시려면 여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아가셔서 접속하시면 됩니다."
"여기에서도 eduroam이 사용 가능한가요?"
지난 7월에 독일 뮌헨에서 열린 C&T(Communities & Technologies) 2013이라는 학회에 참가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에 자원봉사자로 등록데스크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참가자가 eduroam으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냐고 물었고, 그 사람 말고도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은 무선인터넷 사용에 대해서 별도로 물어보지 않고도 사용하고 있었다.
요즘 우리는 많은 곳에서 무선랜을 이용할 수 있다. 학교부터 자주 찾는 카페나 식당은 물론 심지어 이동하는 버스나 전철, 기차, 비행기에서도 무선랜의 사용이 가능해진 시대가 되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었지만, 이제는 우리의 일상 생활의 일부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는 한정되어 있다. 이것은 장비 운용 등의 비용을 생각하면 매우 당연한 것이지만,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이나 연구기관을 생각해보면 의문이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대학교들은 각자의 무선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무선랜에 연결하면 내부인 인증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곳도 있지만, 반면 처음부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접속할 수 없는 그런 ‘불친절’한 무선랜 시스템을 운용하는 곳도 있다.
시간과 돈 절약되는 연구기관용 무선 인터넷
그래서 만약 출장이나 학회 등으로 다른 학교에 방문을 하게 될 때 무선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게 된다. 초청하는 쪽에서는 사전에 미리 외부인을 위한 무선랜 접속 권한을 얻어두어야 하고, 방문하는 쪽에서는 접속을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계속 숙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기관이나 연구기관은 기본적으로 비영리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상호 교류가 많다는 점에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외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바로 eduroam(에듀롬)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이러한 불편함을 줄이고 있다.
eduroam은 education과 roaming을 합친 말로 전세계의 학생, 교육자, 연구자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무선랜 로밍 서비스이다. 유럽 지역에서 처음 시작되어 전 세계의 교육/연구 기관으로 확장되어, 2013년 10월 현재 전세계 66개국 1만 곳 이상의 교육/연구 기관에서 eduroam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일부 국가에서는 교육/연구 기관이 아닌 공공장소나 기차역 등에서도 eduroam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실제로 독일 뮌헨의 U6 Garching-Forschungszentrum (Garching Research Center) 전철역에서는 역 구내에서 eduroam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한국에 있는 KAIST(좌)와 독일의 TUM(우)에서 eduroam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eduroam 사용자는 전세계 어디를 가거나 추가 인증 절차가 없이 바로 다른 기관의 무선랜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해당 기관에 원래 소속된 사용자도 반드시 eduroam을 이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 사진에 있는 두 기관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각 기관에서 원래 사용되고 있는 무선랜(KAIST : Welcome_KAIST / TUM : lrz)에 eduroam은 multiple SSID로 작동하고 있다.
전세계 어디서든 편리하게 인터넷을
그렇다면 eduroam 서비스는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eduroam 기술은 802.1x EAP(Extensible Authentication Protocol) (WPA2-Enterprise) 방식과 RADIUS(Remote Authentication Dial-in User Services) 서버를 통해 구현되고 있다. 사용자가 접속하는 기관이 원 소속 기관과 다른 경우 크게 두 가지 과정을 거치게 된다. 먼저 사용자의 인증 요청이 RADIUS 서버를 통해 사용자의 원 소속 기관으로 보내진다. 이 과정에서 NTLR(National Top-Level RADIUS) 서버를 거치게 된다. 그러고 나서 원 소속 기관에서 해당 사용자의 정보를 확인하고 RADIUS 서버를 통해 방문 기관으로 인증 결과를 보내게 된다. 그 결과에 따라 eduroam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eduroam 서비스는 최신의 가장 안전한 보안/인증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방문 기관의 보안 설정에 따라 방화벽 등의 설정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eduroam 서비스는 소속 기관과 방문 기관 모두 서비스에 가입되어 있다면, 전세계 어느 기관을 가든지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없이 무선 네트워크를 안전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장점이 있다. 해외에서는 비용 문제 때문에 데이터 네트워크에 쉽게 접속하지 못한다는 상황을 생각하면, 해외에 나갔을 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확실한 곳이 된다. 또한 비상시에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확실한 장소가 된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위치에 대한 개념이 없을 때 eduroam이 사용 가능한 기관을 찾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스위스의 로잔에서 친구와 연락이 되지 않았을 때 EPFL(로잔연방공과대학교)에 가서 인터넷에 접속하여 연락을 할 수 있었고,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에서도 에딘버러 대학교에 설치된 eduroam 서비스를 길 가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어 사용할 수 있었으며, 체코의 프라하에서는 중앙역 근처에서 우연히 eduroam 무선랜을 접속할 수 있어서 꽤나 유용하게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주도 하에 2013년 7월부터 GIST(광주과학기술원), KAIST(한국과학기술원), KISTI에서만 eduroam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1월 국공립대학정보기관협의회와 전남대학교의 주도로 우리나라에 있는 국공립대학교에 keduroam 서비스를 구축하여 현재 시범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해당 국공립대학교에 소속된 구성원은 keduroam 서비스가 구축된 곳에서 무선랜 자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추후에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eduroam에도 연동시킬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의 보다 많은 학생들이 전세계의 eduroam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세상의 변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많은 경계들이 사라지고 있다. eduroam 서비스는 빨리 변화하는 세상에서 매우 작은 변화일 뿐이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통해 전세계의 많은 교육/연구 기관의 사람들이 서로 방문하게 될 때 추가로 번거로운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많은 교육/연구 기관에서 이러한 장점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모바일 네트워크 환경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활용도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 곳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고 보다 많은 사용자들이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움직임이 더 확대된다면 작은 변화이지만 조금 더 편리한 환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Ahn
* 2015년 4월 15일 추가 내용
KISTI "연구자 위한 글로벌무선로밍서비스 활성화"
15일 KISTI-전남대, '에듀롬 활용 확대 MOU'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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