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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여행

가을 품은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생각에 빠지다

가 내린다는 소식에 가을을 마지막으로 느끼고 싶어, 가을하면 은행나무. 은행나무하면 덕수궁 돌담길.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사실 덕수궁 돌담길을 몇 번 가보았지만 가을에 간 적은 한 번도 없어서 이번에 꼭 가보고 싶었다. 몸은 이미 지하철 속에서 시청역을 향하고 있다.

청역에 도착하여 처음 나를 반긴 것은 시청 광장에 써져 있는 글귀였다. ‘괜찮아. 바람이 싸늘해도 사람 따스하니’. 춥고 힘든 세상이라도 따뜻한 정이 있으니 괜찮다는 위로의 말로 들렸다. 한참이나 그 글귀를 보며, 시청 앞에 바쁘게 움직이는 차들이 앞만 바라보고 조급해하는 나와 닮은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씁쓸했다.

청을 뒤로 하고, 대한문 앞으로 걸어 왔다. 덕수궁 안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매표소 앞에서 길게 줄서있었다. 덕수궁 안도 좋지만 덕수궁 돌담길과 그냥 지나치기 쉬운 덕수궁 둘레를 걸어보기 위해 대한문 옆으로 발을 옮겼다.

을의 명소답게 덕수궁 돌담길에는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가을의 덕수궁을 담기 위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가족들, 연인들, 친구들끼리 저마다 덕수궁 돌담길의 매력에 빠져 평소에 걸음걸이 보다는 훨씬 느리게 걷고 있었다. 나 또한 느리게 걸으며 덕수궁 돌담길 이곳, 저곳 빠짐없이 느낄 수 있었다. 바닥에는 주변 명소나 대표하는 것들이 담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옛 덕수궁 지도와 대한문, 구세군 교회 그리고 은행잎까지 덕수궁 길의 가이드 블록이 덕수궁 돌담길을 꾸며주고 있다.

날은 마침 이중섭 화가의 그림이 돌담에 벽에 기대어 거리의 미술관으로 꾸며져 있었다. 멋진 그림과 그림의 뒤에 돌담은 너무나 잘 어울렸다. 돌담길을 걷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볼거리가 많았다. 돌담길 풍경 그리고 그림들. 걷는 내내 눈은 행복해하고 있다. 

수궁 뒷문으로 걸어가니 오르막길로 돌담의 기와가 계단식으로 길의 높이를 어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돌담 안으로 쭉 뻗어있는 은행나무들이 이 자리를 얼마나 오랫동안 지켜왔는지 알 수 있었다. 돌담길이 끝나고 덕수궁 돌담길 가이드 블록에 그려져 있던 구세군이라 쓰여 있는 서울 제일 교회를 보며 곧 다가올 구세군의 종소리가 벌써부터 기다려졌다. 빨간 자선냄비가 올해에도 따뜻한 정으로 가득 차길 바라며 덕수궁 둘레를 모두 걸었다.

딩 숲속에서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이 때로는 느리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서 자신이 주위 사람들에게 차갑게 대한 것은 아닌지? 시청 앞 글귀 ‘괜찮아, 바람이 싸늘해도 사람이 따스하니.’처럼. 가을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 올해 겨울은 얼마나 더 추울지는 모르겠지만, 힘들고 고된 시련들을 따뜻한 정으로 녹이며 이겨내면 어떨까? 하며, 나는 가을을 품은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중에서 Ahn



대학생기자 김재현 / 충남대 전자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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