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고 싶을 때가 있다. 복잡한 서울에도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과거의 사진첩을 보는듯한 아련함을 주는 북촌 한옥마을을 찾았다.
북촌은 창덕궁, 경복궁, 종묘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옛 서울의 대표적 주거지였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곳인 만큼 문화재와 유적이 있는 곳이다.
한옥마을을 걷는 동안, 과거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 했다. 시끌벅적한 도시와 반대로 고요하고 편안함을 주며 특히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래 되어 보이는 기와집이 있는가 하면, 기와집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조화롭게 보여주는 곳도 있었다. 북촌 한옥마을 꼭대기로 올라가면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의 모습과 한옥마을의 모습이 어우러져 멋진 경치를 보여준다. 계단을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삼청동의 모습은 고요해 보인다. 북촌 거리는 70, 80년대의 모습을 한 건물들과 현대식 카페와 공방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안국역에서 2번 출구로 나와 길을 따라 걷다보면 주민사랑방이 있다. 그곳에서 관광지도를 얻으면 북촌 한옥마을의 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도에 소개되어 있는 북촌 한옥 마을의 8경외에 안랩 기자 6인이 각각 다른 색깔로 북촌의 숨은 명소 6경을 선정해보았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다양한 모습을 가진 북촌 한옥 마을을 소개한다.
< 제 1경, 돌담 속 북악산 >_ 이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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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과 눈높이를 맞추고 굽어보는 돌담 사이의 풍경” 좌우로 쌓인 돌담은 시선을 앞으로 향하게 한다. 시선은 내리막길을 따라가고 이내 가지각색의 한옥 지붕과 함께 그 너머를 감싸는 북악산이 보인다. 돌담은 액자가 된 듯, 눈앞의 풍경을 가운데로 몰아 견고하게 받친다. 바위가 두드러지고 경사가 완만한 북악산의 모습은 차가운 분위기를 준다. 이런 북악산의 느낌과 한옥이 주는 따뜻한 분위기가 대비를 이루며 색다른 조화를 만들어 낸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좁은 비탈길이지만 골목 사이사이를 훑어보는 여행자에게는 확실히 눈에 밟힐 풍경이다. 산을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니 산이 더 높아지고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내리막길에서 내려가지 않고 산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감상 포인트이다. |
< 제 2경, 창덕궁 가기 10미터 전 >_ 윤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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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차이, 북촌에서 바라 본 창덕궁의 새로운 모습” 북촌언덕을 오르고 나면,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민 듯 창덕궁의 기와들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창덕궁은 전쟁 등으로 공식 궁궐을 사용하지 못 할 경우를 대비하여 이궁으로 지어진 궁궐이다. 그래서인지 정문인 돈화문을 통하여 창덕궁을 바라보면, 왕실의 우아함과 건축물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평온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북촌에서 창덕궁을 바라보면, 앞서 느꼈던 아름다움의 뒷면에 있는 애틋한 느낌이 든다. 북촌에서 보이는 창덕궁은 정식 입구가 아니기 때문에 관료들의 비밀스럽고도 슬픈 사연을 많이 담고 있다. 한 가지 시각에서 창덕궁의 화려한 면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면 북촌에서 느낀 것처럼 창덕궁의 색다른 면을 보게 될 것이다. |
< 제3경, 과거 속에서 본 현재 >_ 채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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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어떠한가? 뒤돌아보며, 과거 북촌 한옥 마을에서.” 북촌한옥마을을 쭉 걸어가다 보니 제법 높은 곳 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내려가는 길을 찾다가 발견한 이곳은 길을 따라 줄지어진 한옥마을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시선을 가까운 데부터 먼 곳까지 이어가면 저 멀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 보인다. 이 모습을 보고 내가 서있는 북촌 한옥마을은 과거, 저 멀리 보이는 높은 빌딩은 현재라고 느껴졌다. 과거에 시선에서 저 현재의 빌딩들은 화려하고 높이 솟아있지만, 더 정감 있고 더 있고 싶게 만드는 곳은 바로 과거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북촌이었다. 북촌 한옥마을은 복잡한 도시 속에서 옛 모습과 자연을 간직하고 있어 현대인들이 잠시 쉼표를 찍어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
< 제4경, 북촌의 반전매력 중앙고등학교 >_ 임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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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도 퓨전 음식이 있듯이 북촌에도 퓨전이 녹아있다.” 북촌 안에 있는 한옥마을을 구경하다보면,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고등학교를 발견할 수가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이 느껴지는 한옥과 반대로 이국적인 건축물로 북촌의 반전매력을 주는 느낌이 좋아 안랩 기자단의 4번째 추천 장소로 정했다. 중앙고는 개교한지 100년이 넘은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동안 민족교육의 나아갈 바를 제시한 요람으로서, 수많은 민족 지도자를 배출한 유서 깊은 곳이다. 처음 중앙고에 들어왔을 때에는 마치 대학교 캠퍼스 안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일반적인 고등학교와 달리 고딕 성당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이용시간은 학생들이 등교하는 주중에는 개방하지 않고 주말에만 개방한다고 하니 북촌한옥마을을 찾게 된다면 중앙고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
< 제5경. 북촌, 기와에 빠지다. >_ 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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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의 언덕은 조금 오르다 잠시 뒤를 돌아보자.” 기와가 구름에 닿을 듯, 새가 쉬어갈 수 있듯 북촌의 언덕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기와가 빼곡하다. 그냥 골목을 걸어 다니고 주변 상가들을 지나 설 때는 잘 몰랐지만, 언덕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비로소 내가 한옥 마을에 왔다는 것을 진정으로 느끼게 해준다. 북촌 한옥 마을은 예로부터 북촌이라 하여 양반 동네로 알려졌다. 이곳의 주택은 모두 조선 시대의 기와집으로서 상류층의 구조 형태를 간직하며 지금까지 보존되어 오고 있다. 원래 북촌 한옥 마을에는 솟을 대문이 있는 큰 집 몇 채와 30여 호의 한옥밖에 없었다. 이 후에 일제 말기와 6.25 수복 직후 지금의 상태로 늘어나면서 지금의 아름다운 북촌 한옥 마을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
< 제6경, 북촌 한옥마을 돌로 수놓다. >_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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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기 다르게 생긴 돌 하나하나로 북촌을 하나의 마을로 이루다.” 내가 선정한 제6경은 북촌 한옥 마을 골목길에서 북악산이 보이는 곳이다. 원래 산이었던 곳인지 언덕이 참 많다. 산을 오를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좋은 경치를 보기 위해서는 오르고 또 올라야한다. 몇 개의 언덕을 올라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고즈넉한 옛 양반이 살 것 같은 집 대문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한참을 쳐다보았다. 돌로 가득한 이 공간을 주시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벽을 쌓을 때, 돌을 차례차례 한 개씩, 쌓아 올라가서 비로소 꼭대기까지 완성이 된다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과연 오른쪽 벽의 돌이 왼쪽 벽의 돌보다 오랫동안 이 마을을 지켜왔을까? ‘이 돌들은 마을 사람들의 슬픔과 기쁨을 모두 보았겠지?’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이 마을을 지킬지는 모르겠지만, 저기 북악산에서 서울을 지키며 내려다보는 바위들만큼 오래오래 남기를 바라면서, 촘촘히 돌로 수놓은 듯, 돌담이 많은 북촌 한옥마을을 조원들과 함께 걸었다. |
북촌 한옥마을에는 비탈길이 꽤 많다. 북촌을 돌아보며 숨차지 않을 방법은 조금 더 천천히 걷고 천천히 보는 것이다. 북촌에서 찍은 사진을 한데 모아보며 가장 먼저 든 느낌은 ‘따뜻함’이다. 한옥들이 주는 선과 색감 때문일 수도, 한옥으로부터 느끼는 한국인의 정서일 수도 있다. 공기는 차가웠지만 빛은 따뜻했던 날에 둘러본 북촌 마을은, 꽃이 피기도 전에 봄처럼 따뜻한 기운을 얻을 수 있는 곳이었다.
서울시에서는 북촌 한옥마을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지점 8곳을 지정하여 북촌 8경으로 선정하고 포토 스팟을 설치하였다. 이 북촌 8경의 포토 스팟을 하나씩 찾아가며 풍경을 즐겨보는 것도 의미 있는 탐방이 될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맘에 쏙 드는 1경을 더하여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둘러본다면 더 기억에 남는 나만의 북촌이야기로 쓰여 질 것이다. Ahn
대학생 기자 / 세종대학교 이혜림
대학생 기자 / 동덕여자대학교 윤현정
대학생 기자 / 중앙대학교 채유빈
대학생 기자 / 덕성여자대학교 임지연
대학생 기자 / 동국대학교 백종수
대학생 기자 / 충남대학교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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