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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여행

봄이 왔음을 알리는 카이스트의 딸기파티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평년보다 따뜻해진 요즘, 완연한 봄이 되었다. 봄을 맞아 전국적으로 꽃이 만개하고, 나들이 가기 좋은 날이다. 이러한 날에 카이스트에서는 조금 특별하게 봄을 맞이한다. 거창한 행사는 아니지만, '딸기파티'라는 카이스트만의 독특한 행사가 있다.



딸기파티는 지난 1995년 대전 인근 지역인 논산에 있는 딸기 농가를 돕기 위해 시작되었다. 당시 딸기 값이 폭락하여 어려움을 겪는 딸기 농가를 위해 카이스트 학생들이 판매행사를 마련하였고, 19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딸기파티에서는 친구들끼리 모이거나, 학과나 동아리, 연구실의 구성원들이 학교 곳곳에 있는 잔디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같이 딸기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특히 평소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도 딸기파티를 통해 오랜만에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가 된다. 그래서인지 학교를 떠난 사람들도 다른 학교에서 혹은 외국에서 친구들과 함께 딸기를 먹으며 모이는 자리에서도 같이 '딸파(딸기파티)'를 한다고 얘기하곤 한다.



딸기파티라고 해서 다 함께 딸기만 먹진 않는다. 주로 딸기와 김밥을 먹는데, 생크림, 초코시럽, 막걸리 등 다양한 음식들이 딸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딸기가 많이 남게 되는데 밥 대신 딸기로 배를 채우기도 한다. 이 밖에도 다함께 먹은 딸기를 소화시키기 위해 다함께 게임을 즐기며 친목을 도모하기도 하고, 벚꽃을 비롯하여 봄이 왔음을 알리는 모습이 캠퍼스 곳곳에 있어서 함께 꽃놀이를 하기도 한다.



올해의 딸기파티에는 무인비행기를 이용하여 딸기를 즐기는 조금 특별한 방법이 소개되었다. KAIST 항공우주공학과의 심현철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구현한 것으로 무인자동차와 무인비행기를 이용한 딸기 배달을 시연하였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여 딸기 배달 주문을 하면 무인자동차가 사용자가 위치한 곳과 가장 가까운 도로변까지 이동하게 된다. 무인자동차를 통한 이동이 끝나면 그때부터 무인비행기가 이륙하여 사용자의 위치까지 배달을 하게 된다.


딸기 배달에 사용된 무인비행기(옥토(Octo)USRG)와 무인자동차(EureCar Turbo)


이것은 얼마 전 아마존에서 선보인 'Prime Air', 드론을 이용한 30분 배송 시스템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번 시연에서는 무인자동차를 함께 이용하였고, DGPS 시스템을 주변 옥상에 구축하여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위치 정확도를 높였다. 특히 딸기파티와 함께 시연되어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어떤 교수님께서는 "현재 카이스트에서는 야식 배달 차량의 교내 통행이 금지되어 있는데, 이러한 야식배달을 드론으로 하면 어떻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현실적으로 법의 규제나 기술적인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점이 많아서 당장은 힘들겠지만 언젠가 먼 미래에는 사용자들을 더 편리하게 할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카이스트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내려오는 딸기파티와 더불어 올해 처음으로 벚꽃축제를 열었다. 이전에도 학교에 있는 벚꽃들은 장관을 이루었지만, 벚꽃을 좀 더 잘 즐길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 여러가지 이벤트를 추가한 것이다. 먼저 산업디자인학과 석박사그룹 동아리 '디자인 특전사'에서는 '환상벚꽃'과 '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라는 설치형 체험 작품과 공중 영사 작품을 비롯하여 벚꽃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를 선보였다. 또한 밤에도 조명을 두어서 평소 바쁘게 생활하는 학생들이 기숙사에 들어가는 길에 벚꽃을 좀 더 잘 즐길 수 있게 하기도 했다.



봄이 온 지금, 친구들, 가족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소풍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대학생기자 방기수 / KAIST 항공우주공학전공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gisu.bang@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