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인트 적립 애플리케이션 'dodo'를 개발한 spoqa(스포카) 손성훈 부사장
- 맥킨지(McKinsey)를 버리고 IT 창업을 시작한 청년
"이거예요! 첫 사랑과 결혼한 거! 다른 연애도 안해보고 첫 사랑과 결혼한 것과 마찬가지에요. 세계가 얼마나 크고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요. 더 재밌는 세계가 눈에 보였어요. 그래서 그렇게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스탠포드를 졸업하고 맥킨지(McKinsey)에 입사하게 된 청년에게 퇴직 결정은 그리 어려운 선택이 아니었다. 맥킨지와의 인연을 첫 사랑과 결혼에 비유한 그의 말에서 더 넓은 세계로 나가고 싶어 하는 열정이 느껴졌다.
MBA 스폰 제의까지 받은 맥킨지 회사라는 복덩이를 차버리고, 두번째 사랑을 찾기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 매력적인 한국 시장에서 그는 IT 창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지하철 2호선에서 왠지 모를 안정감을 느낀다는 그에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영향을 미친 것인지도 모르겠다.
포인트 적립 애플리케이션 'dodo'를 개발한 그의 이름은 Grant Sohn 손성훈. 지금은 직원 50명이 근무하는 회사 Spoqa(스포카)의 부사장(CSO)이다. 지난 25일 그를 만나기 위해 강남으로 발거음을 옮겼다.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반갑게 맞이해주는 그의 모습에서 원래 알고 있었던 형처럼 친근함이 느껴졌다. 때로는 한국말이 서툴렀지만, 차분하면서도 말끝에 무언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듯 한 힘이 있었다. 회사의 비전에 대해서 말할 때 사뭇 진지한 모습과 눈빛은 열정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아! 이 사람 IT맨 맞구나.
Spoqa(스포카) 손성훈 CSO.
Q. 최고의 대학으로 손꼽히는 스탠포드 대학을 나왔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미국 학교들은 점수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특별함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점수 좋은 사람들은 많잖아요. 그래서 '이 사람은 다른 지원자들과는 다르다.' '뭔가 스페셜하다'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요. 리더십을 강조하는데, 고등학생 때 학생회장을 한 것이 도움이 되었죠. 그런데 학교마다 학생회장들은 다 있잖아요.
좋은 고등학교에는 특별한 수업들이 있는데, 그 당시 우리 학교는 좋은 고등학교가 아니어서 그런 수업들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런 수업을 듣는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밤에는 전문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었어요. 낮에는 고등학교 수업을 듣고, 밤에는 대학교 수업을 들었죠. 그 부분을 대학교에서 좋게 봐준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포장했죠. 그리고 그게 먹혔던 것 같아요. 하하
Q.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하고, 맥킨지라는 회사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 당시 맥킨지를 들어가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나요?
저는 이왕 하는 거 홈런을 치고 싶었어요. '취직할거면 제일 좋은 곳에 취직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었어요. 그 당시 맥킨지는 대학생들도 전부 최고라고 인정하는 그런 회사였거든요. 3, 4학년 때 친한 선배님들이 맥킨지에 취직이 된 거예요. 그 모습을 보고 저도 용기가 생겼고, 욕심이 생겼죠. 그래서 맥킨지 회사에 대해서 조사하면서 '이 회사가 나에게 잘 맞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준비를 해서 들어가게 되었죠.
Q. 맥킨지에서 2년 동안 생활을 하면서 실적도 굉장히 좋았고, 그 덕분에 MBA스폰 제의까지 받았다고 하는데요. 퇴직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 당시 오히려 결정하기가 쉬웠어요. 이거예요! 첫 사랑이랑 결혼 한 거! 다른 연애는 안하고 첫 여자친구하고 결혼까지 한 거랑 마찬가지였어요. 세계가 얼마나 크고,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 더 재미있는 세계가 눈에 보였어요. 그래서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어요.하하:D
Q. 그런데 굳이 한국에서 IT 창업을 한 이유가 있나요?
한국은 좁은 곳에 인구가 집중되어 있어요. 그리고 어느 곳에서나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인프라가 굉장히 잘 구축되어 있어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스마트 폰이라는 굉장히 좋은 하드웨어들을 대부분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유행이 생기면 빨리 퍼져요. 바이럴 요소가 많은 거죠. 그런 면에서 IT 창업을 하기에 정말 좋은 시장인 거죠. 학생이든 아저씨든 IT관련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실험을 할 수 있는 시장이에요.
회사 입구에 보이는 도도 로고. 지금은 멸종 된 걸어다니는 '도도새'를 귀엽게 표현했다. '도도하다'라는 단어의 도도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Q. 스포카라는 회사를 창업하게 되었고, 도도(dodo)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그 당시 소셜커머스가 한창 뜨고 있었어요. 그 당시 '소셜커머스가 정말 점주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줄까?'하고 의심했어요. 한국에서 친해진 점주님들이 있어서 얘기를 들었는데, 반값으로 음식을 먹고 다음부터 오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거에요. 그래서 '단골고객들에게 맞는 서비스는 없을까?'하고 생각을 했어요.
소셜커머스가 한 번에 고객들을 당겨오는 거라면, 저희 회사는 그 이후의 방안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자주 오는 고객들에게 어떻게 잘해줄 수 있는지 말이죠. 스탬프 카드가 있는 이유도 단골고객에게 기억하게끔하고 더 자주오게끔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서비스를 수월하게 만들어보자고 했죠.
Q. 이미 멤버쉽 카드나 스탬프 카드로 고객관리를 하고 있는데, 도도(dodo)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있나요?
카드에 단점이 있어요. 고객 입장에서는 카드가 많을수록 지갑이 두꺼워지고 잊어버리기 쉬어요. 점주 입장에서는 카드가 얼마나 나가 있는지, 어떤 고객이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 문제점들을 보완했어요.
프로세스가 간편해요. 어플을 따로 다운 받을 필요가 없고, 스탬프를 받을 필요도 없이 번호만 입력하면 3초 만에 적립할 수 있어요. 점주 입장에서는 고객들의 흐름이나 정보들을 알 수 있고, 그 데이터를 통해 고객 성향에 맞게 마케팅도 할 수 있게 되었죠.
Q. 많은 고객 정보들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개인 정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Spoqa(스포카)에게 정보 보안은 굉장히 민감한 문제예요. 최근 정보 유출 사건을 보면 Security 문화가 처음부터 잘 정착되어 있지 않아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부터 Security 문화를 잘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먼저 특별한 관리자만이 데이터에 접속을 할 수 있고, 관리자가 접속하게 되면 기록이 남게끔 했어요. 또 개발자들이 유명한 해커 출신이라 해킹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장치들을 마련해놨어요. 신생 회사라서 실수가 있으면 회사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보안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스포카의 사무실 내부. 직원들이 대부분 2,30대로 젊다. 열정적인 회의에서 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Q. 앞으로 스포카의 계획이나 비젼은 무엇인가요?
스포카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계속 점주님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추가적인 아이디어가 몇 개 있어요. 다 얘기할 수는 없지만, 스포카를 통해서 점주님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획을 마련하고 싶어요.
Q. 현재 창업을 준비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시작을 할때 자신만의 어떤 이유가 하나씩 있잖아요. '시장이 매력적이다' 혹은 '아이디어 좋다.' 등등. 그런데 창업을 하게 되면서 힘든 순간에 이런 것들을 잊어버릴 때가 있어요. 그때 그 초심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첫 걸음을 왜 했는지 이유가 있었을텐데, 그것을 계속 생각하면서 견뎠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Q. 취업을 위해서 공부하는 많은 대학생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잖아요. 충분히 이해하는 경우가 있어요. 바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분들에게는 최대한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회사에 들어갔으면 좋겠고요. 꿈에서 창업이 나타나고, 정말 안하면 후회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알바하면서 조금 모은 돈이 있거나 같이 할 친구들이 있는 그런 분들에게는 대학생일 때 한번이라도 꼭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대학생 기자 김수형 / 경희대학교 경영학부
ksh50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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