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문화산책/컬처리뷰 2014. 5. 14. 00:06

 


<출처: http://newsculture.heraldcorp.com/sub_read.html?uid=44384&section=sc158>

  올해로 4년째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연극 <푸르른 날에>가 지난 426일 남산예술센터에서 막을 열었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배경으로 하여 청춘 남녀의 사랑과 비극을 다룬 이 연극은 2012, 2013년 공연 전회 매진을 기록하면서 '5월이면 생각나는 연극'으로 자리 잡고 있다.

  5.18민주 항쟁은 신군부를 중심으로 한 집권세력이 국민을 억압하려 했고 이에 분노한 광주 시민들이 무력 저항을 하여 한국의 민주주의를 되찾은 운동이다. 당시 시위대와 군견이 접전하다 군이 시위 군중을 향해 집단 발포하며 6.25이후 최다 사상자를 낸 역사적 비극이었다.

  오민호(남주인공)는 그 비극 위에 있었다. 전남대를 다니는 야학 선생이었던 민호는 전통찻집 아르바이트생 윤정혜(여주인공)와 사랑에 빠진다. 518일 광주민주화항쟁이 터지고 민호는 정혜의 동생 기준과 함께 군부에 저항하며 도청을 사수한다. 총격으로 인해 기준을 포함한 동료들이 모두 죽자 민호는 죽음의 두려움에 무릎을 꿇고 투항한다. 이 장면에선 그 모습이 비겁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오히려 지극히 순수한 인간의 본성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투항 후, 군부에 끌려간 민호는 수많은 고문을 당하게 되고, 고문의 후유증으로 정신이상을 겪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물리적으로 상처를 준다. 그런 민호의 모습에도 여주인공 정혜는 묵묵히 그의 옆을 지킨다. 민호의 정신착란은 고문의 후유증보다는 자신의 비겁했던 모습에 대한 자책감과 사랑하는 사람을 비롯해 다른 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던 중 스님을 만나 정신이 든 민호는 모든 걸 버리고 속세를 떠나 불가에 귀의한다. 피 흘리던 투쟁 역사와 그럴법한 사랑 이야기는 많은 관객이 눈물을 쏟게 했다.

 

  격동의 시대에도 사랑은 있었다. 그리고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그리움으로 길이 남는다.

  <푸르른 날에>는 단순히 5.18의 아픔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인생의 푸르른 날을 역사적 비극에 빼앗긴 사람들이 잃어버린 푸르른 날을 그리워할 수 없었던 한 시대를 돌아보며 우리가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감사한 사람들, 뼈아픈 실패, 그리고 지금의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역사 또한 그 중 하나이다. 눈부시게 푸르른 5,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푸르른 날에>를 관람하고 그리운 사람, 그리운 것들을 마음껏 그리워해보는 것은 어떨까.

 

연극 <푸르른 날에> 공연정보

● 주최: 서울특별시

주관: 서울문화재단, 신시컴퍼니

제작: 서울시창작공간 남산예술센터, 신시컴퍼니

공연장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공연기간: 426~ 68(*월요일 휴무)   

공연시간: 평일(오후 8) / 토요일(오후 3, 7) / 일요일(오후 3)

러닝타임: 110

티켓가격: 일반 25000/ 학생(···) 18000

● 티켓예매: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 (http://www.nsartscenter.or.kr/)

문의: 02-758-2150

 

대학생기자 이수정 / 숙명여대 멀티미디어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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