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이고 특별한 Physical Computing 전시에 가다

문화산책/컬처리뷰 2014. 3. 10. 07:10

산업디자인이라는 말은 "공업 생산품의 장식적 고안이나 설계"(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라는 뜻으로 어떤 제품을 만드는 데에 사용되는 디자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산업디자인학과에서는 학과 이름에 맞게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보통 많은 산업디자인학과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졸업전시를 통해 학생들의 그러한 활동을 대중에게 선보이곤 한다.


mind dimension 포스터 / 전시장 입구 모습 / 사진: 방기수


그런데 이러한 생각을 넘어선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KAIST 산업디자인학과에 있는 '디자인 특전사'들이다. '디자인 특전사'는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의 대학원생들이 주축으로 2011년 처음 창설되어 physical computing 작업을 하고 있는 단체로 센서 기술과 프로그래밍, 디자인을 결합한 프로젝트, 워크샵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매년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말하면 위와 같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비공식적으론 평소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하고 있는 연구와는 관련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재미있는 활동을 추구하는 단체라고 한다. 하지만 재미를 추구한다고 전시가 가볍지만은 않다. 전시에 활용되는 원리들은 각종 과학적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는 등 논문에 나오는 어려울 것만 같은 내용을 전시를 통해 재미있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mind dimension 전시장 모습 / 사진: 디자인 특전사 제공


이번 2014년 봄 전시는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동 1층 전시실에서 'mind dimension'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빛, 그림자, 반사를 활용하여 시각적 환상을 다룬 세 작품을 선보였는데 빛과 그림자, 반사를 이용한다는 특성 때문인지 전시장은 검은색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암적응을 해야하는건가' 라는 생각과 '과연 이 안에서 어떻게 작품이 표현되었을까?'하며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회생탄, Reviving shot'(박형근, 허희정 작) / 사진: 방기수 및 디자인 특전사 제공


먼저 전시장에 들어서면 왼쪽에 '회생탄, Reviving shot'(박형근, 허희정 작)이라는 작품이 보인다. 바로 앞에는 두 개의 BB탄 총이 놓여져 있고, 저 멀리에는 사슴 모양과 토끼 모양을 하고 있는 과녁과 그 뒤에는 벽이 위치하고 있다. 벽 앞에 있는 과녁은 위에서 보았을 때 사슴 모양과 토끼 모양이 수직으로 되어 있고, 가운데를 중심으로 회전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빛을 통해 벽에 비치는 모습이 온전한 사슴, 토끼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런데 총으로 과녁을 맞추어 벽에 비치는 그림자가 온전한 모습이 되도록, 벽과 사슴, 토끼 모양의 방향이 일치하도록 만들게 되면 순간 벽에 나오는 화면이 변하게 된다. 한낱 검은 그림자의 모습을 하고 있던 동물이 알록달록한 빛으로 변하고, 자연 위로 돌아가 되살아나는 형상으로 바뀌게 된다.

이처럼 회생탄이라는 작품은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는 개념을 뒤집어 생각하게 한다. 어느 누군가에게 총을 쏘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명에 위협을 주거나, 빼앗아가는 행위인데, 과녁에 있는 동물에게 총을 쏘아 오히려 생명을 불어넣는다. 작가는 총이라는 매개가 가진 기존의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이미지와 다시 생명을 갖게 된 동물이 보여주는 다채롭고 화려한 삶의 이미지를 대비시켜서 생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고 했다.

사실 처음 전시를 보러 왔을 땐 조금 정신없고, 시간에 쫓겨서 보러와서 별다른 생각 없이 이 전시물을 체험했었다. 그래서 미처 제대로 깨닫지 못했지만, 총쏘는 행위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긴 했었다. 그런데 여유를 두고 다시 찾아와서 생각을 해보니 총이 가지고 있는 어떤 잔인함과 작품에서 동물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것이 매우 비교되면서 생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환상의 진자, Phantom of the pendulum'(박철우, 우종범 작) / 사진: 방기수 및 디자인 특전사 제공


두번째로는 '환상의 진자, Phantom of the pendulum'(박철우, 우종범 작)이라는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작품에서는 앞이 뚫려있는 어떤 긴 상자가 놓여져 있었고, 상자 안에 있는 여러 개의 불빛이 상자의 뚫려있는 부분을 비추고 있었다. 멀리서 봤을 땐 '대체 이게 뭐지?' 싶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 의문은 곧 풀렸다. 가까이 가니 그저 앞을 비추고만 있다고 생각했던 불빛들이 허공 위에 떠 있는 공으로 변했다. (안타깝게도 사진으로는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 그리고 앞뒤로 움직이면서 실제로 공이 허공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 모습을 하였다. 게다가 사람이 좌우로 움직이니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허공에 있는 공 역시 따라 움직였다.

이 작품의 경우 허공에 한 움큼의 빛을 띄우고, 한 줄로 그 빛이 쭉 서 있으며, 각각 직선운동을 한다. 이때 앞과 뒤로 움직이는 빛은 전시에 참여하는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속도를 다르게 하여 허공 위에 공간을 재구성한다. 이처럼 작가는 눈 앞의 환상과 허영을 신비로운 이야기로 풀고자 하였다고 한다.

이 전시 역시 처음 두 번 관람하러 왔을 때만 해도 '어라 그냥 신기하네'라고만 생각했다. 허공에 있는 공을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고 그저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그런 것일 뿐이었다. 물론 빛으로만 나오던 것이 실제로 손에 잡히면 어떨까 라는 상상을 하긴 했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보고 나니 작품에 대한 많은 상상력이 생겼다. 우리는 눈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있지만, 그저 환상일 뿐인 것들이 많이 있는데 마치 그런 우리의 모습을 나타낸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 말이다. 게다가 그 구현이라는 것이 그저 센서가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그에 따라 빛이 띄워지는 것을 움직이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허공에 빛을 띄운다는 것조차도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알고보니 물리학과 콜로퀴움에서 관련 내용을 듣게 되었고, 관련 논문을 찾아서 구현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요지경, Peep Show'(김주환, 차세진 작) / 사진: 디자인 특전사 제공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지경, Peep Show'(김주환, 차세진 작)라는 작품이다. 여기서 요지경이란 "확대경을 장치하여 놓고 그 속의 여러 가지 재미있는 그림을 돌리면서 구경하는 장치나 장난감"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그런 요지경을 꽤 큰 크기로 만들어놓은 모습이었다. 밖에서 보았을 때 어떤 큰 상자가 있었고, 그 안에 들어가서 머리를 내밀 수 있는 구멍에 머리를 내밀면 그동안 보지 못한 모습이 펼쳐졌다. 나무나 꽃 같은 모습으로 광섬유가 펼쳐져 있었고, 네 방향에 거울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면서 보면 마치 반짝반짝 빛나는 나무가 사방에 있는 듯 했다. 그러던 중 거위 한 마리가 마치 산책을 나온 듯 잠깐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의 경우 일반적인 요지경의 특성을 뛰어넘는다. 요지경은 일반적으로 관람객이 구멍을 통해 다른 세상을 들여다 보는 시각 경험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들여다 보는 것 대신 관람객이 직접 구멍 속으로 들어가서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공간 경험을 유발한다. 내부는 비좁지만 무한하고,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진다. 벚꽃 가로수 사이를 거니는 거위에서 시각적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작가는 각자의 꿈 같은 봄날을 낯선 세계에서 마주하게 된다고 이야기 한다.

처음 이 전시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요지경이라는 단어에 대해 어떤 의미인지 헷갈렸다. 요지경이라는 단어는 보통 "세상이 요지경이다"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되곤 하는데, 여기서의 요지경은 대체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단순히 그 장난감을 뜻하는 말이었고, 그때 작품의 제목과 특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전시는 어두운 가운데 거울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광섬유가 주는 느낌이 신비로웠다. 그 공간에 머리를 집어넣고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도는데, 평소 보던 세상과 느낌이 달라서인지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다. 관객의 시야가 모두 요지경 안으로 한정되도록 되어 있고, 외부와 차단되어 있어서인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을 갖게 했다. 그리고 그런 사이에서 거위가 뿅하고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마치 거위가 학교 캠퍼스를 거니는듯한 모습과 여유로움을 볼 수 있었다.


사진: 디자인 특전사 제공


이렇게 '디자인 특전사'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반사를 이용한 독특한 전시를 마주할 수 있었다. 생명에 대한 생각이나, 인간이 가진 환상과 허영 그리고 꿈 같은 봄날이라는 이렇게 각각 다른 메시지를 신선하고 재밌는 방법으로 구현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직 대학원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할 디자이너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소소한 즐거움을 확인할 수 있었던 디자인 특전사의 전시. 앞으로도 많은 기대를 갖고 지켜보기를 추천한다.



대학생기자 방기수 / KAIST 항공우주공학전공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gisu.bang@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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