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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랩!안랩인!

안랩에는 제품을 ‘작곡’하는 기획가가 있다!

영혼이 있는 기업 안철수연구소. 안철수연구소는 그가 가지고 있는 가지각색의 빛을 내는 ‘영혼’들에 의해 밝고 희게 빛나고 있다. 안랩을 밝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입사 전 남들과는 조금 다른 직업을 가졌던, 독특한 색으로 빛나는 사람을 만나봤다. 주인공은 바로 서비스개발팀의 임주영 과장.

밝은 미소를 띠며 들어선 임주영 과장은 굉장히 친숙한 인상이었다. 박종필 사내 기자와 웃으며 가벼운 담소를 나누던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서비스개발팀 임주영 과장, 작곡가에서 기획자로

학창 시절 그녀의 꿈은 의대생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 수능에서 몇 점 차이로 의대를 포기해야만 했고, 대신 특차로 임상병리학과에 합격해 대학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학교 공부 외 분야에도 관심이 많던 그녀는 우연찮게 컴퓨터 음악을 접했다.

“원래 컴퓨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어요. 왜 관심이 많은지는 모르겠는데, 그 분야에 점점 빠져들게 되더라구요. 공부를 하기 싫었나 봐요.”

컴퓨터 음악과의 인연으로 그녀는 작곡을 시작하게 되었고, 스무 살부터 약 8년 동안 작곡가를 직업으로 삼았다. 대중가요 작곡은 물론이고, 가수 매니지먼트도 했으며, 유명 기획사에서도 일을 했다.

“일을 즐겼어요. 일하는 게 즐거웠죠. 음반 작업 들어가면 시간 지나는 줄도 모르고 ‘방 귀신’처럼 일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열정적으로 일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마치 안랩 프로그래머들 같다고 할까요. 일에 집중했을 때 그 흐름을 끊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모든 것은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는 법. 그녀는 작곡을 사랑했고, 음악을 만드는 일은 즐거웠지만 행복했던 만큼 힘든 일도 많았다고.
 
“여자가 하기에 힘든 일이었던 것 같아요. 작곡도 연예계랑 똑같아요.”
임주영 과장은 당시 그 일을 할 때 자신의 이름 뒤에 늘 ‘연예인 지망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괴로웠다. 자신은 뮤지션이고 프로듀서인데, 연예인과 가까운 위치에서 일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그렇게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인생 한방’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 자신과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일하는 것이 꽤나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연예계 못지않은 엄격한 위계질서 또한 그녀가 작곡 업계에서 견디기 힘들었던 것들 중 하나다.


그렇게 ‘연예계 아닌 연예계‘에서 지쳐가던 그녀는 작곡가의 길을 접고 다른 일을 시작했다. 노래방 음원을 만드는 일부터 모바일 벨 소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업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IT 회사에는 지인의 소개로 입사했는데, 그녀의 서비스 아이디어 기획력이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 IT 모바일 서비스 팀장이 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회사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 등을 기획하면서 기획 분야에 눈을 뜬 그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길러온 탄탄한 기획력과 창의력을 토대로 안랩에 입사하게 되었다.

안랩에 입사하는 데는 이전의 경험들이 역시나 큰 도움이 되었다. 모바일 회사를 떠나 두 달 간 안철수연구소의 모바일 서비스를 가이드하며 안랩과의 인연을 만들었던 그녀는 당시 애플리케이션 유닛 팀장의 추천을 받아 입사 지원을 했고, 면접까지 보게 되었다. 그녀가 면접을 볼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녀의 입사를 반기지 않았으나, 면접관 중 한 명이 유독 그녀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그녀의 작곡 경력을 ‘특이하게’가 아니라 ‘특별하게’ 여겼고, 삶의 이정표를 담은 자기소개서에 적힌 ‘실패한 경험’들의 가치도 크게 샀다. 그는 여러 분야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그녀에겐 남들과는 다른 창조적 마인드가 있을 거라며 단번에 그녀의 입사를 결정했다. 그렇게 그녀는 2007년 1월 최종 입사 통보를 받았고, 그 다음 달인 2월 입사했다.

입사 이전 그녀의 경험들이 지금의 그녀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고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일단 ‘트렌드’에 민감한 자신의 버릇이 기획 업무에 큰 힘을 실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가요 작곡만 8년 했으니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요. 음악뿐 아니라 패션, 게임 등 다 의식하게 돼요. 음반 업계는 시대 아이콘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따라 가수 및 음반의 컨셉을 잡거든요.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시대의 큰 흐름에서 빗겨나 있으면 주목 받지 못하죠. 이런 생활을 근 10년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사소한 것에 민감해졌어요. 시대 흐름에 민감하고 항상 열려있는 귀, 이런 것들이 예전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큰 재산이 아닐까요. 지금 하는 기획 일에도 이런 제 습관들이 큰 도움이 돼요.”

덧붙여 그녀는 자신은 보안을 잘 모른 채 제품 기획을 하지만, 백신 프로그램의 사용자였던 경험은 제품을 기획하는 데 사용자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성향을 읽으면서 그에 맞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그녀의 기획 비결. 요즘 백신 사용자들의 성향은 어떤가 물었더니 그녀는 사람들이 점점 경량화된 저가의 백신을 선호한다며, 안철수연구소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시대 흐름에 맞고, 이용이 편리하며 적정한 가격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안랩에서 맡은 일을 묻자 그녀는 웃으며
“V3 Lite, V3 Zip 등 모험성 가득한 일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
라고 답했다. 그녀는 안랩에서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들을 펼치고 있었다. V3 Lite의 경우에는 다소 보수적인 안철수연구소의 이미지를 친근하고 가까운 기업 이미지로 전환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접근하기 어려웠던 ‘백신’이라는 서비스를 무료 서비스화하면서 사용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늘렸고, 이는 동시에 회사 매출의 증가로 이어졌다. V3 Zip은 새로운 압축 유틸리티다.

“맨땅에 헤딩을 많이 하시네요.”
라며 박종필 사내 기자가 농담을 건네자 주변사람으로부터 가끔 ‘돈 안 받는 거 계속 할래?’라는 핀잔을 듣는다며 웃었다.

“혼자서 하는 느낌이 들어 외로울 때도 있어요. ‘저거 왜 하지?’ 이런 부분이 있거든요. 다른 분들은 그 일을 함으로써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많이 내려요. 성공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해야 할까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녀는 실패는 나아갈 옳은 길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자꾸 엉뚱한 길로 가봐야 그 길이 뭐가 잘못됐는지 알 수 있어요. 실패를 하더라도 결국엔 그를 통해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단순히 실패하기가 두렵고, 손해 보기가 싫어 이를 피해간다는 건 큰 배움을 얻을 기회를 놓치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또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은 없냐고.
“의학 공부를 계속 하고 싶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늘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원래 의사가 꿈이라는 임 과장은 지금이라도 공부를 시작하고 싶다고. 작곡은 어떠냐는 기자의 말에 다시 태어난다면 음악을 또 하고 싶다는 그녀.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어 작곡의 욕구가 요즘도 많이 든다며 웃었다.

혹시 그렇다면 음악 공부를 그만둔 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닌가? 임주영 과장의 대답은 NO다.

“아직 작곡을 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죠. 한 바닥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적어도 10년을 종사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전 2 년을 더 못 채우고 그만뒀으니까요. 업계에서 인정받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가 있어요. 하지만 지금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작곡가로서의 삶을 계속 살았으면 지금 또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전 저의 길을 전환할 기회들을 얻었죠. 이런 저를 친구들이 부러워하기도 해요.”


사회로 나갈 졸업생들을 격려하는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포드대학교 졸업식 축사를 당신은 아는가? 이는 그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로 많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데, 그 긴 연설 가운데에서도, 임주영 과장과 똑 떨어지는 문구가 있다. 그것은 바로 “Connecting The Dots". ‘점들을 잇다’라는 뜻으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 현재의 요소들이 먼, 혹은 가까운 미래에 서로 연결되어 결국은 나에게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담은 문구다.

전공인 임상병리학과는 꽤나 동떨어져 보이는 작곡의 길은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길을 걸으며 쌓았던 창의성과,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지식 및 삶의 지혜는 안랩에서 ‘기획’이라는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그녀에게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돌아왔다.

Connecting The Dots와 더불어 ‘열정으로 미치다’를 여실히 보여준 임주영 과장은 기자에게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자극을 준다. 지금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좋아하는 일에 충실히, 열정을 다해 임한다면 그 ‘점’은 더 또렷하고 더 진해져 불안감으로 한 미래를 환하게 밝혀줄 한 줄기 빛이 되지 않을까.

‘현재’(Present)는 ‘선물’(Present)과 같다. 그녀와 같이 현재를 즐기고 사랑할 수 있다면, 당신의 불확실한 미래도 어느 순간 즐겁고 사랑스러운 모습의 선물로 다가올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Ahn


사내 기자 박종필 / 서비스개발팀

언젠간 안랩을 이끄는 "No.1 Guard"가 되고 싶다. (될 수 있을까.. -.-a ) 그리고, 내가 하는 작은 일들로 세상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는 싫어요 ^^


 

대학생
기자 최수빈 /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취미와 특기를 '공상'으로 꼽을 만큼 생각이 많다. 이에 가끔은 엉뚱한 글과 말로 사람들을 당혹시킬 때가 있지만, 이사람,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mp3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만 있다면 어디에 처하든 지루하지 않다는 그녀. 오늘도 색다르고 독특하며 그녀만의 색이 있는 행복한 상상은 멈추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