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교육방송(FM 104.5 MHz)와 TBS 교통방송(FM 95.1 MHz)에서는 서울시 교육청이 제작하는 청소년을 위한 방송 '마음의 문을 열고'가 방송된다. 지난 3월 15일부터 4월 10일까지는 안철수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의 메시지 열두 가지가 전파를 탔다. 그 중 여섯 개의 메시지를 활자로 옮긴다.
저는 ‘21세기를 빛낼 기업인’ ‘한국에 필요한 CE0’로 선정되는 등
제가 살아온 삶보다 과분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직 인생의 과정에 있기에 제 삶이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실패하지는 않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저이지만 우리사회에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은
원칙과 정도를 걷고도 실패하지 않는 남과 다른 역할 모델을 제시한 점인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터인가 ‘성공은 편법과 술수의 결과’로
인식되고 ‘편법과 술수를 쓰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잘못된 학습의식이 확산 강화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저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보상이 있든 없든, 세상이 어떻게 평가하건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믿고 그 점을 묵묵히 수행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며 이로 인해 많은 손해도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태도가 오늘의 저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우리사회에서 안철수와 같은 삶의 방식도 가능하다는 인식이
조금씩 퍼져 나가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청소년 여러분!
원칙과 정도를 걷고도 성공했다는 역할 모델을 만드는 여러분이 되시기 바랍니다.
또한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 전망과 안정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기 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전망과 안정만큼 판단하기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저의 미국 유학 시절 많은 동기들이 앞으로의 전망과
좋은 조건을 찾아 금융 계통으로 진출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진출하고 나서 반년이 되기도 전에
사상 최악의 금융 위기가 터지며 그들 대부분이 해고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것을 보았습니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이 시대에서 전망이란 틀리기 쉽고 안정은 흔들리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의 진로를 선택해야 할까요?
자신만의 성공 기준을 가져야 합니다.
어떤 일을 선택할 때는 가장 먼저,
그 일을 하면 나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 다음에, 우리가 하려는 일이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지,
해를 입히지 않는지를 짚어보아야지요.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도 타인에게 또는 사회에
해가 되는 일을 선택해서는 곤란합니다.
청소년 여러분!
그렇게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선택해서 열심히 하면 인정받고
그러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것입니다.
그보다 더 좋은 전망과 안정을 갖춘 일자리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처음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할 때
저는 본업인 의사 일을 하면서 매일 새벽 3시간 정도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컴퓨터 바이러스가 계속 생기면서
잠깐 짬을 내는 것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고
의사의 길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의사의 길과 ‘백신 프로그래머’ 중 하나의 삶을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선 것이지요.
14년 간 해온 의사로서의 삶은 제가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만큼 자부심이나 사명감을 느낄 수 없었기에
저는 의사의 길을 포기했습니다.
살아갈 시간이 더 많았던 저였기에 지금껏 쌓아온 것보다는
현재 보람을 느끼고 앞으로 해나갈 것이
많은 일을 선택하는 것이 절실했던 거지요.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하고 아주 어려웠던 시절
미국 보안 회사로부터 1,000만 불에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우리 회사를 인수하려는 목적이 경쟁 제품을 제거해서
시장을 독점하려는 것임을 간파했기 때문입니다.
회사를 넘겨준다면 얻는 것은 단지 제 개인의 부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더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한순간의 망설임도 후회도 없이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 여러분!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선택의 기준이
남의 눈이나 부와 명예가 아닌 그보다 더 소중한 가치에 둔다면
선택은 차라리 쉬워질 것입니다.
오늘의 저를 있게 한 것은 컴퓨터 바이러스입니다.
제가 처음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나 것은
우연히 제 전공을 더 잘하기 위해 컴퓨터 공부를 마친 때였습니다.
그때 컴퓨터의 기계어 공부를 마치지 않았다면 그 기회는 다른 사람의 것이 되었겠지요.
또 그때보다 몇 살 어렸거나 몇 살 더 많았다면 저에게 그 기회는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안철수연구소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는
1999년의 CIH 바이러스 대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30만대의 컴퓨터를 파괴하며 막대한 피해를 준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언론, 소비자들도 컴퓨터 보안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국내 백신 시장이 4배 이상 커지고
회사도 처음으로 100억대 매출을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사건을 행운이라고 말하지만
이 상황이 우리 회사에 결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제품, 회사의 시스템이 이미 다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는 행운의 모습을 한 기회가 오더라도
그것을 잡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서양 속담에 ‘운이란 기회와 준비의 만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의 기회란 오히려 불행에 가깝지요.
청소년 여러분!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오지만 준비된 사람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곧 다가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준비하는 여러분이 되시기 바랍니다.
저는 14년간 의사로서의 삶을 살아왔고
그 뒤로 컴퓨터 프로그래머, 경영자로 살아왔습니다.
의사 경력이 프로그래머로서의 삶에 도움이 되지 못했고
프로그래머의 삶이 경영자로서의 역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기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효율적 삶을 살아왔고
효율성의 측면에서만 보면 가장 실패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효율성만이 삶을 측정하는 잣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기에게 맞는 분야를 찾기 위해 쓰여지는 시간은 낭비가 아니라 가장 값진 투자입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에서 보람과 흥미를
느낄 수 있는지를 알아나가는 그 기회를 주는 것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청소년 여러분!
사람은 누구나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탁월한 영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자신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다 쏟아부을 수 있는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사회에서 부여하는, 혹은 유행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성공 기준을 가지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도전해서 성취하는 것,
사람들과 나누고 다른 삶을 위해 또 다시 도전하는 인생이야말로
멋진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이 어제보다 나은 여러분이 되시기 바랍니다.
저는 회사를 경영하기 전까지 제 자신에 대한 편견이 있었습니다.
회사 경영이 저와는 맞지 않으며 만약 사업을 한다면 99%는 망할 것이라는 거였지요.
‘나는 100% 학자 스타일이야’ 하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잘못 판단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잘 모르는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타인은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데 스스로는 편견과 자기애에 사로잡혀
제대로 자신을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때 자기 선입견과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는데
자기인식의 벽 때문에 자신감을 미리 꺾는 경우 말입니다.
일단 시도해보십시오.
그냥 시도하지만 말고 열심히 해보십시오.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가운데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의 교육환경에서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런 기회를
찾기 어렵겠지만 그 이후에는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부단히 시도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만이 자신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에 빠지지 않아
더 큰 인생의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와 선택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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