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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여행

KTX 업그레이드판 KTX-산천 직접 타보니

KTX는 개통되자마자 항공편에 치중되어 있던 서울-부산 구간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다. 대부분의 공항이 도시 외곽에 위치하는 데 반해 KTX는 도시 중심가에 있고, 기존 열차보다 시간을 더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직장인이 선호하는 교통수단이 되었다. 하지만 KTX가 선보인 이후부터 지금까지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좁은 좌석, 역방향 구조 등이 가장 큰 불편함으로 매번 언급되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KTX, KTX-산천이 최근 등장했다.

 더욱 깔끔해진 외관

KTX-산천은 도입된 지 3달도 채 안 되어 운행 편수가 아주 적다. 부산행 운행 시각은 매일 오전 7시 30분. 서울행은 매일 오전 11시 정각이다. 이처럼 하루에 하행선 1편, 상행성 1편으로 딱 2편만 운행되기 때문에 KTX-산천을 타려면 조금 서둘러야 한다. 
왼쪽 사진에서 보다시피 아직까지도 광택 때문에 빛이 날 정도의 외관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의 KTX 색보다는 약간 진한 군청색과 흰색의 조합이 KTX-산천을 더 돋보이게 한다. 창을 더 크게 만들어 풍경을 좀더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으며, 기존 KTX 창은 약간 검은색 썬팅이 되어있는 반면에 KTX-산천은 완전 투명하기 때문에 시야가 훨씬 깨끗하다.

 KTX-산천에서 부활한 식당 칸

KTX가 없던 시절, 가장 빠른 기차인 새마을호에는 따로 식당 칸이 있었다. KTX에서는 식당 칸이 사라지고 대신 카트 형식으로 이동 판매를 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기존 KTX는 좌석 간 거리가 좁아 피곤한 직장인들이 잘 때는 발이 조금씩 통로 쪽으로 튀어나오기가 부지기수이고, 어쩔 수 없이 음료판매 카트가 지나갈 때마다 곤히 자고 있는 직장인들을 깨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KTX-산천은 열차 내에서 복잡한 이동을 줄여 승객의 편안함을 높이기 위해 옛 새마을호의 것과 비슷한 컨셉의 식당 칸을 부활해 승객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다만 유의할 점은 의자가 없는 스탠딩 형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장시간 이용하기엔 무리가 있으니 참고하자.

 더 넓어진 실내 공간

모든 승객에게, 특히 아침에 이동하고 낮엔 업무를 보며 저녁엔 또 다시 이동을 해야 하는 출장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좌석 공간이다. 기존 KTX는 열차의 수송 효율만 생각한 나머지 승객의 불편함은 고려하지 않아 앞뒤 좌석 간격이 너무 좁다. 따라서 조금만 덩치가 큰 승객이 옆자리에 앉으면 승객은 다리를 펼 수조차 없다.

과연 KTX-산천은 얼마나 넓어졌을까?  왼쪽 사진은 일반실의 가장 첫 열 좌석이다. 비행기를 탈 때도 비상구 열과 첫 열이 앞 공간이 제일 넓듯이 KTX-산천 역시 첫 열이 가장 넓다. 따라서 KTX-산천을 이용할 일이 있다면 이 좌석을 노려보자. 다른 좌석 역
시 기존 KTX보다는 조금 더 넓은 것이 확실하다. 3시간 동안 앉아있어 보니 이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부산역에 내릴 때 몸소 느꼈다.

특실은 어떨까? 비록 필자는 일반석 표를 가지고 있지만 특실도 가서 살펴보았다. 운이 좋게도 빈 좌석이 있어 사진까지 찍었다. 아래에서 보듯이 특실은 확연히 좋아진 것이 눈에 뚜렷이 보인다. 우선 목 받침대가 좌석마다 있어 마치 비행기의 비지니스석 같으며, 앞뒤 좌석 공간은 당연히 일반석보다 넓기 때문에 충분히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해놓았다.


아침 7시 30분 열차임에도, 게다가 일반석보다 더 비싼 점을 감안하여 특실은 다 안 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KTX-산천의 특실은 만원이었다. 기존 특실과 서비스 측면에서 다른 점이 있다면 기존에는 특실 앞에서 과자와 물, 그리고 숙면용 눈가리개, 이어폰, 신문 등을 가져갈 수 있지만, KTX-산천에서는 이 모든 것을 식당 칸에서 받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식당 칸이 바로 옆이니 불편해진 것은 없다.


 장애우 배려 돋보이는 1호차

기존 KTX가 보통 16호차까지 그리고 주말에 18, 19호차까지 있는 반면에 KTX-산천은 1호차부터 8호차까지 총 8칸으로 되어있는 아주 짧은 열차이다. 하지만 이 8칸 중에서도 1호차가 가장 특별한 곳인데 바로 그 이유가 장애우들을 위해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보면 일반석의 제일 앞좌석 1열보다 더 넓은 좌석이 있다. 이는 장애우를 위한 좌석이다. 이러한 넓은 공간 때문에 1호차의 실내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조금 더 넓다는 느낌을 준다. 장애우가 아니더라도 운이 좋아 앉게 된다면 목적지까지 편안한 여행은 보장된 셈이다.


화장실은 어떠할까? 왼쪽 사진에 보이는 원통형 공간이 바로 1호차의 화장실이다. 세면대와 변기가 있는 공간을 제외하고도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넉넉했다.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저 노란색 버튼이다.
KTX-산천의 모든 출입구 버튼은 저 노란색 터치 패드로 되어 있다. 손잡이를 젖혀야 하는 기존 방식에서 손가락만 대면 되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바뀐 것이다.

또한 1호차의 장애우와 유아용 화장실 외의 화장실의 문 여는 방법도 약간 달라졌다. 기존 KTX는 비행기처럼 접히는 문이다. 어떻게 여는지 알면서도 가끔씩 안과 밖에서 한두 번은 문을 이리저리 흔들어야 열리는, 병풍 모양으로 열리는 그 방식 말이다.
하지만 KTX-산천의 화장실은 더 쉬운 미닫이 문으로 바뀌었다. 사진에 보이는 은색 손잡이를 그냥 왼쪽으로 밀면 열린다. KTX-산천을 둘러보며 느낀 것은 하나부터 열까지 승객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비효율적인 동반석의 문제를 해결하다

없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많이 만들자니 평소엔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골칫덩어리였던 동반석의 문제를 KTX-산천이 아주 현명하게 해결했다. 기존 KTX에는 한 칸 당 2세트의 동반석이 있다. 평일에는 동반석이 텅텅 비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렇게 골칫덩어리였던 동반석을 한 칸에 모으고 한 칸의 반만 동반석으로 할당한 것. 덕분에 평일 오전 시간대에도 동반석이 매진되어 수송 효율이 더 높아졌다. 

하지만 만약 명절이나 주말에 동반석의 수요가 많아지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아직 문제점으로 남아있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KTX-산천은 아직까지 하루에 2편밖에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KTX만으로도 동반석에 대한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나의 관광 요소로 자리잡아가다

우연히 같은 칸에 앉게 된 말레이시아 보루네오에서 오신 승객에게 KTX-산천을 타본 소감을 물었다. 그들은 깨끗하고, 빠르고, 생각보다 넓어서 KTX 자체가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주었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버스를 타고 이동했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며 호텔에서 아침도 못 먹고 나와 이렇게 KTX 안에서 한국식 도시락을 먹고 있지만 이것 역시 새로운 경험이라며 담당 가이드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KTX가 도시 간 이동수단일 뿐 아니라 새로운 관광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KTX-산천을 타보지 않았거나 이른 아침부터 출장이 있다면 조금만 서둘러서 KTX-산천을 이용해보자. 피곤할 수 있는 출장이 새로운 KTX에 대한 호기심과 편안함으로 즐겁게 시작될 것이다.
 Ahn

대학생기자 최시준 / KAIST Mangement Science

안철수연구소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이라는 길을 향해 가고 있듯이,
저, 최시준은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이름'이라는 길을 향해 걸어갑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어떤 길을 향해 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