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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랩!안랩인!

직장인 9년차, 첫 직장은 이래서 친정이더라

[V3 개발 22주년] 전 안랩인의 '그땐 그랬지' (3)


안녕하세요. 전략제품개발팀에 근무했던 김순근입니다.

저는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붉게 물들었던 2002년 3월에 안철수연구소에 입사했습니다. 당시 박희안 책임과 함께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광화문에 포루투갈전 응원하러 갔었는데 첫 16강 진출이 확정된 순간 태극기 들고 정신없이 뛰다보니 세운상가까지 달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지난 2002년의 기억이 많이 떠오르더군요. 그땐 풋풋하게 젊은 개발자였는데 지금은 어느덧 뱃살이 넉넉한 애 아빠가 되었습니다.

안철수연구소에서는 2007년까지 5년 간 근무를 했습니다. 아직도 가끔 여의도를 지날 때면 엊그제까지 동료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곳 같은데 제가 5년 근속 감사패를 받고 2007년 4월에 퇴사했으니 어느덧 안랩을 떠난 지 3년이 시간이 지났네요. 군 복무 시절에는 시간이 멈춘 것 같더니 그 이후로는 점점 더 가속도가 붙어서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2002년에 처음 연구소의 보안2실에 입사해서 앤디 프로(EnDe Pro), 안랩 클라이언트 시큐리티(ACS), 데이터블락(DataBlock) 등을 개발했고(지금은 모두 단종된 제품이네요.), 2005년부터 퇴직 전까지 2년 간 핵쉴드(HackShield Pro)를 개발했습니다. 입사부터 퇴직까지 이호웅 책임, 박희안 선임, 노인걸 책임과는 끊으려야 끊어지지 않는 묘한 인연으로 5년 간 함께 일했지요.

아래 사진은 아마도 EnDe Pro 2002의 빌드를 마치고 RTM을 릴리즈하면서 새벽녘에 찍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풋풋했던 이 분들이 보고 싶습니다. 다들 잘 지내시죠?

EnDe팀@수서역 사무실, 2002년

제가 연구소에서 개발을 맡은 제품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단종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기존 제품을 잘 마무리하는, 연구소의 진공청소기 역할을 맡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분들은 누가 원흉인지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안랩을 떠난 지금 계속 성장하는 것을 보니 그 원흉이 저였나 봅니다. -_-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를 돌이켜 보면, 예전에 연구소에 스킬풀(Skill Pool)이라는 제도가 잠깐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정통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프로젝트 마감일 하루 전에 RTM을 만들었습니다. 개발 프로젝트에서 마감일을 지키기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데 무려 하루 전에 완료하였습니다. 그리고 개발했던 동료들과 1달에 걸친 정통부 설치 작업을 무사히 마무리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무런 외부 간섭(?)을 받지 않고 진행된 실험적인 프로젝트였는데 돌이켜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성공적인 프로젝트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사실 좋은 추억만 남아 있습니다만 힘들었던 기억을 되살려보니, 제가 입사했던 2002년부터 약 3년 간은 연구소가 격동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함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위기감, 그리고 계속 요구되는 경비 절감. 직원들 간에 비공식 커뮤니케이션도 참 많았던 시기였고 회사를 떠난 분도 많았던 시기로 기억됩니다. 다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역시 2004년 연말 종무식 때 있었던 올스타즈 밴드의 깜짝 공연입니다. 중학교 때 무작정 음악이 좋아 배우기 시작한 기타였는데, 한 음악 한다는 분들이 모여서 급결성된 올스타즈 밴드. 악기를 연주하면서 다른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풍요로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무한한 행복을 느꼈습니다. 함께 공연을 준비했던 멤버들과 야광봉을 흔들면서 환호해주신 직원분들.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고 김철수 전 대표와 함께 공연한 안랩 올스타즈 밴드


안랩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일단 친정집과 같은 포근함, 친근함이 느껴집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제가 기술, 지식, 인성 면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곳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나무의 나이테가 지내온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기록하고 있듯이 안랩에서 체득한 것들이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제가 살아가는 데 큰 원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안랩을 떠나고 나서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안철수 의장님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던 '무릎팍 도사'가 방영된 이후 주변에서 감동을 받았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제 아내도 그랬구요. 그런데 시청자들에게 줄 수 있었던 감동을 저는 재직 중에 느끼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가끔은 직원들이 뿌듯함을 감추려야 감출 수 없을 정도의 깜짝쇼(?)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2010년 현재 안랩을 이끌어주고 계신 여러분께!
V3 22주년 축하 드리고, 제 컴퓨터를 안전하게 지켜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판교 사옥이 완공되면 꼭 놀러 가고 싶습니다. 초대해 주실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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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근 / 한국마이크로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