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은 조직 구성원이 리더에게 부여해주는 것이다.”
카이스트에서 기업가정신을 강의하는 안철수 석좌교수는 21세기 리더십의 특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20세기에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대세였지만 탈권위주의 시대인 21세기에는 수평적 리더십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20세기에는 한 분야 사람이 지식 파워를 갖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지식을 전달했지만 웹 2.0시대는 대중이 그런 파워와 지식을 갖고 직접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공유하는 시대라는 것. 이제는 조직원들이 리더에게 리더십을 부여해준다고 강조한다.
피터 드러커도 일찍이 제조 중심에서 지식 정보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바뀐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나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리더십을 기르기 위해 자발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바로 이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안철수연구소는 차장(책임연구원), 과장(선임연구원)의 셀프 리더십을 높이기 위해 지난 4월 3회에 걸쳐 ‘리더웨이-성공적인 삶을 스스로 디자인하라!’라는 제목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을 진행한 송영수 교수는 삼성그룹에서 23년 간 리더십 및 인력 개발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고, 미국 플로리다대학교에서 교육공학 박사 학위를 받아 풍부한 현장 경험에 학문적 성과를 겸비한 전문가이다. 현재 한양대 리더십센터장 겸 교육공학과 교수를 맡고 있다. 직장뿐 아니라 인생의 리더가 되고자 하는 모든 이를 위해 교육 내용을 간추려 온라인 중계한다.
흔히 인생을 은퇴 전 1막과 은퇴 후 2막으로 나눈다. 그러나 나는 태어나서 학창 시절을 거쳐 사회에 나와 취직을 하고, 자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시기를 1막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리더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도와줌으로써 성과를 창출해내는 활동기를 2막이라 말하고 싶다. 1막이 자기 잘난 멋에 사는 자기 중심적 활동이라면 2막은 다른 사람을 격려하고, 코칭하며, 그들의 성공을 돕는, 즉 타인 중심으로 살아가는 활동을 의미한다.
인생의 성공과 행복은 1막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인생 1막은 성공적으로 살았지만 2막에서 실패하는 사람도 많고, 비록 인생 1막이 성공적이지 못했다 하더라도 인생 2막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나이가 어리고 직급이 낮아도 이미 인생 2막을 살아가는 리더가 있고(셀프 리더 포함), 경력도 있고 직위도 갖췄지만 자기 중심적인 1막으로 살아가며 존경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리더십이란 타인에 대한 영향력, 목표 달성을 위한 종합 역량을 말한다. 경영 능력이자 지속적 성장을 지향하는 개념이다. 성공하는 리더가 되려면 다섯 가지가 달라야 한다.
첫째, 보는 눈, 즉 시각, 시야, 관점, 비전이 달라야 한다. 나보다 두 단계 위의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둘째, 듣는 귀가 달라야 한다. 경청할 줄 알아야 하고 사내외 네트워킹으로 정보력을 가져야 한다. 단적으로 점심 시간, 저녁 시간에 누구를 만나느냐로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있다.
셋째, 말하는 입이 달라야 한다. “해보자.” “성과 내보자.”라고 긍정적으로 말하고,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일단 결정된 일을 흔쾌히 따르고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리더이다. 넷째 실천하는 팔다리가 달라야 한다. 아는 것(knowing)과 행하는 것(doing)의 간극을 줄이는 게 리더십이다. 마지막으로 뛰는 가슴이 달라야 한다.
성공하려면 가치관을 점검해야 한다. 핵심 가치란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해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며 하고 안 하고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안철수연구소에는 고유한 핵심가치가 있다. 안랩의 구성원이라면 이것을 진심으로 믿고 실천해야 한다.
핵심가치는 조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운동선수인 추성훈은 경기복 양쪽 팔에 태극기와 일장기를 하나씩 달고 나온다. 본인이 한국과 일본을 가까워지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다.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추성훈 같은 철학이 필요하다.
자기 관리도 성공의 요소이다. 타인을 배려하되 자신은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리더십 못지않게 팔로워십(follwership)도 중요하다. 팔로워십은 리더에게 최선책을 제시하고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며 리더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자세이다.
자기 관리 중 핵심은 시간 관리이다. 평소 약속 시간 15분 전에 어디에 있는가. 15분 전에 나타나는 사람 중 인생이 안 풀리는 사람은 없다. 처음에는 내가 습관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좋은 습관이 나를 만든다.
조직의 창의성이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조직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동시에 개인의 꿈을 존중해야 한다. 믿고 맡기고 올바로 평가하고 보상해야 하며, 실패를 인정하고 열린 토론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관성을 타파하는 극적 계기는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만들어진다.
Leader가 되려면 Reader가 되자. 이는 단순히 독서만이 아니라 훈련을 의미한다. 유명한 연설가이자 작가인 찰리 트리멘더스 존스 “지금의 당신과 5년 뒤 당신의 차이는 그 기간에 당신이 만나는 사람과 당신이 읽은 책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출간된 ‘아웃라이어’에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언급돼 있다. 탁월한 성과를 내려면 최소한 1만 시간은 훈련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리더는 ‘미인대칭’을 잘해야 한다. 즉, 미소를 짓고, 인사를 먼저 하고, 대화를 찾아가서 하고, 칭찬 먼저 꾸중 나중에 하자. 칭찬할 때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칭찬해야 한다. 상대가 행복해야 내가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지식 정보 사회에서는 티칭(teaching)이 아니라 코칭(coaching)이 필요하다. 코칭의 핵심은 듣기, 말하기, 태도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적극적 경청. 후배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경청의 리더십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자신의 말로 요약한 후 한 박자 쉬고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둘째가 열려 있고 미래지향적인 질문이다. 질문을 잘하면 핵심을 찌르고 스스로 깨우치게 하고 도전하게 할 수 있다. 셋째가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피드백이다. 상대가 아닌 나를 주어로 하고, 사람 자체가 아닌 그의 행위에 초점을 맞춰 말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끝으로 무엇을 못하나보다 무엇을 잘하나를 찾는 태도가 중요하다.
리더는 변화하고 도전해야 한다. 10~20년 뒤에 당신은 아마 하지 말아야 했을 것보다 도전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더 많이 할 것이다. 열정과 헌신도 잊지 말자. 언젠가 해야 할 일이면 지금 하자. 누군가 해야 할 일이면 내가 하자. 이왕 해야 할 일이면 기쁘게 하자.
헌신은 이양연의 시를 되뇌어보자.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송영수 교수 미니 인터뷰>
Q. 20년 넘게 매우 성공적인 조직 생활을 하다가 스스로 조직을 나와 학교로 가신 이유가 궁금하다.
A. 삼성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가진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내 생각을 정리해 후학을 키워보고 싶었다. 심사숙고하는 과정에서 우선 내가 누구인가를 정리하고자 나만의 핵심가치를 ▲최고를 지향하자 ▲명예와 자부심을 갖자 ▲실사구시하자 ▲봉사하고 실천하자로 정리했다. 그리고 미션을 생각했다. 그간의 경력과, 교회에서도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것을 보면 주위 사람의 성공을 돕는 것이 미션이고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핵심가치와 미션을 통해 사회를 밝게 하는 존경받는 컨설턴트가 되자고 비전을 세웠다.
Q. 20년 넘게 대기업에서 사원부터 임원을 지내셨는데, 가장 힘든 상사, 가장 힘든 부하는 어떤 유형이었는지.
A. 힘든 상사는 한 마디로 원칙이 없는 상사다. 원칙이 없이 그때그때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어렵다. 돌출 행동이 많은 상사와는 일하기 어렵다. 그리고 부하를 신뢰하지 않는 상사도 힘들다. 하나하나 물어봐야 하기 때문에 그가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간다. 그리고 힘든 부하는 자기 것만 챙기는 사람이다. 조직은 팀워크가 중요한데 자기 것만 챙기면 협업하기 힘들다.
Q. 직장 생활 동안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 들어주시면 후배 직장인이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A.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것은 내가 만난 좋은 사람들이다. 멘토라 할 수 있는 좋은 상사가 인생 2막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주었다. 우선 현 삼성물산 이상대 부회장께서는 내가 미국 유학을 갈 수 있게 기회를 주고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도록 도와주셨다. 부족한 나에게 잘할 수 있다는 상사의 끝없는 격려와 배려는 내가 정말 잘하지 않으면 면목이 서지 않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다가왔다. 그런 신뢰와 높은 기대는 종종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낸다.
나는 회사에서 석사 학위를 마치라고 부여한 기간에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는 성과를 냈다. 어렵고 힘든 순간마다 신뢰를 보여준 상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기념 논문을 들고 그 상사를 찾아갔다. 논문 첫 장에 “삼성에서 키워주신 부하로 인정받고 싶다”고 감사의 글을 적으며 눈시울을 적셨다. 리더의 역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리더는 부하를 키우는 사람’이라는 키워드를 가슴에 새길 수 있었다.
삼성디자인아트센터 학장인 김수근 부사장님과는 신뢰로 다져진 관계라 할 수 있다. 항상 어려울 때도 “너를 믿는다.”라고 말해주었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상사는 본인도 성장하지만 부하를 키워낸다. 미국 유학 시절 나의 지도교수와 삼성그룹을 만난 것도 내겐 행운이었다.
Q. 안철수연구소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의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A. IT 분야의 기업이므로 우선 디지털 리터러시(지식)가 중요하다. IT 분야의 변화를 읽고 따라야 한다. 하드웨어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소트프웨어적인 것, 의식에서도 앞서가야 한다. 바이러스나 해킹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윤리 교육으로 보안 의식과 도덕성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려면 구성원도 투명하고 윤리적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필요한 리더십은 인터넷, 지식정보 시대에는 못 갈 곳이 없는 만큼 글로벌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셋째로 창의력이 중요하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보는 시각이 있어야 지속 성장할 수 있다. 망해가는 조직은 서서히 성장하는 조직이다. 그런 조직은 더 센 경쟁자가 나오면 금세 무너진다. 끝으로 도덕성, 윤리성이 필요하다. 어디를 가나 상품도 존경 받아야 하지만 사람도 존경 받아야 한다.
Q. 안랩의 팀장, 차장, 과장과 만나셨는데 다른 기업에서 교육할 때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A. 엔지니어가 많아서인지 순수하고 밝고 반응이 빠르다. 반면, 엔지니어의 속성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 안 주고 내 일만 잘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다. 이 두 측면을 조직 차원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한다면 미래는 그 힘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핵심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견고히 하여 구성원 각자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이유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것을 토대로 가치 창조자(Value Creator)가 나오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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