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무명 연예인이 첫 번째 팬레터를 받았을 때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2001년 8월 17일 1호를 발행하기 시작해 올해로 만 10년을 맞이한 시큐리티 레터 앞으로 편지가 한 통 도착했다. 그것도 아름다운 글 꽃인 캘리그래피와 함께.
편지의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상수동에 위치한 캘리그래피연구소 ‘술통’ 사무실을 찾았다. 문을 연 순간 그윽하게 퍼지는 묵향. 시간마저 그 향기에 취해 천천히 흐르는 것만 같은 공간이다. 묵향이 그대로 살아나 향기를 뿜어내는 글 꽃들이 기자 일행을 가장 먼저 반긴다. 잠시 후 한글에 생명과 아름다움을 불어넣는 강병인 작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병인 작가는 ‘엄마가 뿔났다’, ‘세종대왕’, ‘내 남자의 여자’, ‘인생은 아름다워’ 등 인기드라마 타이틀 작업을 한 한국의 대표적인 캘리그래퍼.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진로 참이슬 Fresh, 보해 잎새주, 산사춘, 풀무원, 아침햇살 상품에서 볼 수 있는 손글씨도 그의 손길이 닿은 작품이다. 이 밖에도 ‘김대중 잠언집_배움’, 박지성의 자서전 ‘나를 버리다’를 비롯해 300여 권의 책 타이틀을 작업한 베테랑이기도 하다.
붓을 잡는 순간, 운명이 되었다
“서예를 접하고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글씨에 심취하면서 제 운명은 결정이 난 듯합니다. 기존의 정형화된 글씨와 달리 추사체는 글귀마다 글이 다릅니다. 글씨에 글의 느낌이 살아있죠. 선생이 한문 서예로 큰 발자취를 남기셨다면 저는 한글 서예에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강병인 작가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캘리그래피.
“캘리그래피는 전통 서예와 디자인을 접목한 아름다운 글씨를 쓰는 일이죠. 정보를 전달하는 문자의 기능을 뛰어넘어 다양한 이야기와 감성까지 전달할 수 있어 한글의 아름다움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아름다운 서체'란 뜻을 지닌 그리스어 '칼리그라피아(Kalligraphia)'에서 비롯된 말이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순수 서예는 말 그대로 ‘서예(書藝)’, 상업적인 서예를 캘리그래피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캘리그래피를 멋짓글씨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지독한 한글 사랑에 빠져 버리다
“글 모르는 백성을 위한 세종대왕의 지극한 사랑이 담겨 있는 한글,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문자입니다.”
강병인 작가는 한글과 훈민정음의 예찬론자이다. 한글의 모음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 자음에는 과학적이면서 체계적인 원리가 담겨 있다. 또 세계에서 가장 역동성 있는 아름다운 글이라며 한글에 대한 지식과 사랑이 끝이 없다. 그는 많은 이들이 훈민정음을 서문만 읽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V3를 제대로 쓰려면 매뉴얼을 읽어야 하듯 훈민정음을 읽어야 한글을 더 잘 알고 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꽃, 봄, 술, 꿈, 춤 등 순 우리말은 말의 뜻과 소리가 너무도 곱고 정겨움이 가득합니다. 한글의 고운 자태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고 어떤 아름다움이 있는지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초성 자음 ‘ㅂ’은 꽃 봉우리나 활짝 핀 꽃으로, 중성 ‘ㅗ’는 나뭇가지로,
종성 ‘ㅁ’은 화분 혹은 뿌리가 자라는 땅으로 표현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화분에서 땅에서 나무가 자라 마침내 꽃이 피는 형상입니다.
한글 ‘봄’이 가지고 있는 조형성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아름답습니다.
- 강병인 저, 글꽃 하나 피었네 中에서
안철수연구소에 감성을 선물하다
“V3 고객이 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안철수 의장과 안철수연구소에 애정이 깊었죠.”
강병인 작가는 특히 안철수 의장이 바이러스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V3를 개발했고, 그 창업자의 뜻을 이어 받아 무료 백신인 V3 Lite를 제공하는 안철수연구소에도 고마움을 전했다.
“V3 Lite를 무료로 사용하는 고객으로서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매주 목요일 받아보는 시큐리티 레터를 보다가 ‘추천하기’ 버튼에 제 글씨체인 봄날체가 쓰인 걸 봤습니다. 그걸 보고 안철수연구소에 감성적인 캘리그래피를 선물해보자고 용기를 냈습니다.”
강병인 작가는 자신의 손글씨를 바탕으로 한 한글폰트인 봄날체와 상쾌한 아침체, 수풀잎체를 출시했으며, 시큐리티 레터 ‘추천하기’에 쓰인 글씨체가 그의 작품인 봄날체였던 것이다.
“시큐리티 레터는 붓이 아닌 펜으로 작업했죠. 펜은 감성과 이성 사이의 중간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안철수연구소가 그런 느낌입니다. 어렵고 딱딱한 이성적인 보안을 다루지만 고객을 감성을 터치하는 따뜻함이 있죠. 이윤을 추구하는 이성적인 기업이지만 개인에게는 무료 백신을 제공하는 감성을 잃지 않는 기업이라는 생각을 반영한 것입니다.”
매주 목요일 시큐리티 레터를 챙겨보다
강병인 작가는 매주 목요일 웹 메일로 받아보는 시큐리티 레터 애독자이다.
“솔직히 PC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읽기 쉬운 내용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큐리티 레터를 통해 주요 보안 위험에 대한 이슈도 살펴보고, PC 활용 팁도 챙겨 봅니다. 최근에 다룬 DDoS 관련된 내용은 매우 유용했습니다.”
그는 PC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안철수연구소가 많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큐리티 레터에서도 독자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소개해 달라고 강조했다.
강병인 작가는 마지막으로 많은 이들이 캘리그래피를 통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한글이 더 넓은 세상 속으로 나갈 수 있기를 응원해달라고 부탁했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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