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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랩팀워크

추석도 없이 사이버 세상 지키는 아름다운 이들

추석 연휴를 만끽하고자 떠나는 사람이 많아 국내 여행사의 예약률이 90%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허나 이렇게 모든이들이 달콤한 휴식을 꿈꾸는 때에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24시간 365일 사이버 세상을 지키는 파수꾼들이다.

안전한 사이버 환경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시시각각 진화하는 해킹 방법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람들..

언제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침해사고에 한발 앞서 대응하는 사람들.

안철수연구소의 CERT(침해사고대응센터), ASEC(시큐리티대응센터)대응팀이다.


일전에 안랩 사이버 관제탑의 임무와 업무 과정을 한차례 소개한 바 있었으나, (http://blogsabo.ahnlab.com/246 '보안 전문가'라는 이름 뒤에 있을 그들의 삶과, 그들이 보낼 일상의 이면에는 여전히 궁금증이 남았다.  그래서 오늘, 안랩의 CERT팀을 전격 방문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았던 보안전문가들의 이미지가 뇌리에 박혀서였을까처음에는 긴장감 내지는 냉철함만이 그들의 이미지일 것이라 생각했었다허나 직접 만나본 그들의 첫인상은 매우 소탈했다먼저 악수를 청해주더니 이내 사람 좋은 웃음까지 지어 보인다'이사람들, 정말 내가 기다리던 사람들이 맞나?'



예상 외의 편안한 분위기에, 슬쩍 긴장을 풀어놓으며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DDoS 대란 1년 만인 지난 7 7일의 관제 상황은 어땠나요?" 

 

업무에 관한 질문을 던지자
이 사람들좀 전의 편안한 모습은 어디가고 금세 진지해지고 말았다역시나 생활이 곧 긴장의 연속인, 보안 전문가들이 맞다.


 

-안랩의 보안 24시를 책임지는 분들을 직접 만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CERT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저희 팀은 보안관제와 보안 컨설팅이 주 업무입니다. 기업의 서버를 원격으로 관리해주고, 기업 자산을 내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일을 하지요. 때문에 각종 보안 사고의 발생을 사전에 막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고객사에서 보안 사항에 대해 문의가 오면 고객의 요청에 1차 답변까지 해드리는 헬프 데스크(Help Desk)의 역할 또한 수행합니다.

 

-언제 발생할지 알 수가 없다는 보안 사고의 특성상, 늘 긴장 속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업무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크게 보면 특정 이벤트의 원인을 분석하고, 고객사에 그 결과와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위험 요소는 날로 변화무쌍해집니다. 끊임없이 살펴보고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때문에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것이 ‘모니터링’입니다. CERT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네트워크 단위의 이슈’입니다. 고객사에 설치된 각종 장비를 24시간 감시하지요. 특정 이벤트가 발생하면 그것을 분석해 공격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경로 및 내용을 분석합니다. 공격 여부를 정확히 판단한 후에는 네트워크 방화벽으로 공격자의 IP를 차단하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공격자는 일단 차단이 된다 하더라도 IP를 바꿔서 재차 공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쉽게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24시간 모니터링이라. 업무 강도가 상당할 것 같습니다. 근무 교대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이에 따른 애로사항은 없나요?

저희 팀은 365일 24시간 대응하기 위해서 3조 2교대 근무를 합니다. 주간 1개 조와 야간 2개 조가 운영되지요. 아무래도 주간 조로 일하다 야간 조로 바뀔 때 힘이 듭니다. 이제는 익숙할 법도 한데, 아직까지 야간 근무에 들어갈 때에는 적응하는 데 열흘이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근무 적응도는 작업 능률과 직결되기에,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하지요.


-이번 7월 7일은 DDoS 공격에 의한 사이버 테러가 일어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상황은 어떠했나요?

작년의 상황을 감안해서, 정부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또 발생할지 모르는 공격에 민감하게 준비해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소수의 트래픽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작년에 비해서는 상당히 적은 양이었습니다. 저희 팀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밤 12시까지는 비상 대기 상태로 근무를 했습니다. 결국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중요한 일을 하는 만큼 보람도 클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을까요?

다양한 케이스가 많다보니 특정 사례를 꼽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분명한 한 가지를 계속 안고 갑니다. ‘기본이 지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랄까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것이 고객의 안전이다 보니, 어떤 상황에서든 그것이 지켜졌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힘들게 밤을 새며 분석한 결과가 고객사의 안전으로 돌아올 때처럼 말이죠. 반대로 저희가 제시한 권고사항이 잘 지켜지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할 때는 안타까움도 많이 느낍니다.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선 안 되겠죠.

 

-오늘 보니까 팀원 간의 사이가 매우 돈독해 보이네요. 평소 팀워크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저희가 하는 일이 장시간 집중을 요하는 일이다보니, 함께 하는 팀원과의 팀워크가 정말 중요합니다. 저희 팀의 유대는 끈끈하다고 생각해요. 평소에도 짬을 내서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그런데 꼭 단단히 마음을 먹고 단합대회라도 계획을 하면 해킹사고가 터지곤 합니다. 일종의 징크스랄까요? 하지만, 워낙 단합이 잘 되다보니 서로서로 시간을 맞춰서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팀 특성상 모든 인원이 모일 수는 없기에, 갈 수 있는 팀원끼리 웨이크보드를 타러 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번 다녀오면 팀의 전반적인 사기 진작이나 유대에 큰 도움이 됩니다.

 

-CERT에서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저희 팀 특성상 ‘대기’는 생활과도 같습니다. ‘대기’에 늘 따라붙는 사항이 전화 응대지요. 평소에도 새벽 2시, 4시를 불문하고 전화가 걸려오곤 합니다. 예전에는 잠에 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아무리 한밤중이라도 전화벨 소리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듣습니다. 가족도 깜짝 놀라곤 해요. 하루는 집에서 편하게 쉬고 있다가 지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어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수화기에 대고 한다는 말이, ‘안철수연구소 OOO입니다.’였어요. 참 머쓱하더군요.(웃음) 이제는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일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나 봅니다. 늘 대비하고 대응하는 업무를 하다 보니, 일상 생활에서도 버릇이 됐나 봐요.


 -보안 전문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보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전산학과 출신으로 처음에는 웹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을 했습니다. 프로그램에 관련된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보안 쪽에 관심이 생기더군요. 누군가가 타인의 PC를 훔쳐보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 또 누군가가 타인의 소중한 정보를 빼가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자연스레 보안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관련 서적과 보안 기술의 흐름 등 보안 관련 사항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었지요.

 

 

-과거에 비해 보안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보안 업계로 진출하려는 학생도 많습니다. 보안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보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관심이 있어야 애정이 생기고 애정이 있어야 사명감도 생긴다고 보거든요. 이 점은 어떤 일을 하든지 적용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가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관심과 의지는 어디까지나 전제 조건이지요. 직종만 정해놓고 막연히 꿈만 꾸는 것은 그리 효율적인 방법일 수 없을 테니까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실 보안 분야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컴퓨터 전문가’도 알고 보면 수없이 세분화한 일을 합니다. 때문에, 막연히 ‘보안 쪽 일을 하고 싶다.’보다는, ‘나는 네트워크 해킹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든지, ‘시스템 OS 분석을 하고 싶다.’든지 하는, 자신만의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선택’과 ‘집중’은 본인이 전문성을 기르는 데 상당히 효과적이니까요.

 

 

-보안 전문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은 전공 선택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보안관제 분야는 특정 학과 출신이 유리한가요?

특정 학과 출신이 특별히 유리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지금 보고 계시는 저부터가 비전공자이니까요. 제 주위에는 안철수 박사님처럼 의사일을 하다가 보안 업계로 온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들, 예를 들면 네트워크 및 OS에 대한 기본 지식은 철저히 마스터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초가 탄탄해야 훌륭한 집을 지을 수 있듯이, 기본적인 제반 사항을 충실히 학습해둬야 관련 분야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겠지요. 또 이런 학습 과정을 거치면서 개인이 집중할 수 있는 세부 분야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물론 컴퓨터 관련 학문 전공자가 유리한 점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필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얼마든지 전문성을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비전공자라고 해서 지레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전공 및 기본적인 지식 외에 보안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요?

넓은 시야와 종합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요즘에는 바이러스 분석 직종을 희망한다 하더라도, 분석만 할 줄 알아서는 지속적인 전문성을 키워나가기 어렵습니다. 보안 분야는 새로운 기술, 새로운 흐름에 따라 매우 민감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늘 공부가 필요합니다. 변화의 흐름을 좇아가지 못하면 퇴보할 수밖에 없지요. 이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넓은 시야로 바라보는 능력’ ‘좁은 사고에 갇히지 않는 것’입니다. 세부 분야의 전문지식을 키우는 한편, 산업 전반의 흐름을 아우를 수 있는 사고방식을 기른다면 훌륭한 보안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안철수연구소 CERT의 강점과, 팀이 추구하는 계획 또는 비전을 말씀해주세요.

일반적인 관제센터와 달리 안철수연구소는 네트워크 단위이냐 PC 단위이냐에 따라 CERT와 ASEC대응팀으로 일이 나눠집니다. 해킹 발생 시 CERT가 신속히 분석과 대응을 하려면 ASEC의 분석 자료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 두 조직 간의 원활한 정보 공유는 지금까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왔습니다. 이런 조직력을 토대로 일본 등 외국 관제센터와 연동한 관제망을 구축한다면, 외부의 각종 위험 요소에 더욱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언젠가는 전세계 관제센터와 연동해 관제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리 긴 시간을 함께 보낸 것도 아니었건만, 왠지 CERT 사람들과 한층 가까워진 듯 느낀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그만큼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솔직하면서도 소탈했다. 전문적인 부분에 대해 재차 물음을 던질 때면, 몇 번이고 쉬운 예를 들어주며 이해를 도왔고, 인터뷰 중에도 팀원들 서로를 배려하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우리가 흔히 떠올리던 보안 전문가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생각해본다. 혹 멋들어진 배경 속에서 순식간에 해커를 잡아내는 극적인 장면만 기억하고 있지는 않았던가? 직접 만나본 그들은 ‘파수꾼’이었다. 끊임없이 관찰하고 지켜내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과중한 업무도, 지난한 생활 패턴도 견뎌내고야 만다. 남들이 모두 잠든 밤을 하얗게 지새고, 한 달이 멀다 하고 바뀌는 밤낮에는 아직도 적응이 어렵다. 며칠을 고민했던 프로젝트는 권고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현실의 CERT 사람들은 늘 긴장의 연장선상에서 살아간다. ‘고객의 안전’이라는, 어찌보면 당위적인 사명을 위해 지금 이순간에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해커와의 전쟁은 안철수연구소 사이버 관제탑에 맡겨라!" 
오늘도 대한민국의 보안 24시를 책임지는 그들에게진심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본다. Ahn

    

사내기자 이동현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