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파는 PC 주치의’ 누구의 생각일까? 할인 마트 하면 넓은 매장에 가득 들어차 있는 생필품들이 먼저 생각난다. 마트와 보안 제품?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이것은 좀더 넓은 층의 사람들에게 안철수연구소의 보안 제품을 소개하고 싶은 마케팅팀의 전략(?)이다. IT 보안 회사에서 마케팅팀은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안철수연구소 제품마케팅팀을 만났다.
- 팀의 구성은?
V3, 사이트가드, 안랩 온라인 시큐리티, 핵쉴드 등을 담당하는 시스템 파트와, 트러스가드 및 트러스가드 DPX 등의 제품을 담당하는 네트워크 파트, 다른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파트로 구성된다.
- 하루 일과는?
팀원들은 각자 몇 가지의 제품을 담당한다. 한 가지 제품을 맡기도 하지만, 많게는 3~4개 제품을 맡기도 한다. 따라서 서로의 역할이 다 다르다. 또 프러덕트 매니저들은 팀 내에서 같이 일하는 때보다 다른 팀의 구성원들과 협업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제품 리뷰나 제품 기획, 마케팅 계획을 세울 때는 다 모여서 의견을 주고 받는다.
- 의견이 잘 안 맞는 경우가 있을 땐 어떻게 풀어가나?
리뷰하고 피드백을 받다보면 자연스레 의견이 정리가 된다. 1:1이 아닌 다수 간의 피드백을 받기 때문에 충돌하는 일은 거의 없다. 여기서 지적된 내용은 보완을 해서 다시 리뷰를 한다. 직접 지적을 받아 처음엔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분위기에 익숙해지면 괜찮아지는 편이다.
- 'V3 365 클리닉 PC주치의' 마케팅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백신 제품은 방어나 치료가 목적이다. 그러나 PC의 전반적 관리를 못한 상태에서 악성코드를 치료하면 오히려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우리가 PC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의 PC를 직접 보고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다. 때문에 보안전문가가 직접 치료해준다는 데 가장 중점을 둔다.
- 마트에서 판매하는 이유는?
사실 마트에서 소프트웨어를 팔아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PC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시작했다. PC주치의가 단순히 악성코드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PC를 직접 관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판촉 활동을 했다.
- 'V3 365 클리닉 PC주치의' 출시 관련한 에피소드는?
홈플러스에서 제품을 광고할 때 일이다. 제품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하러 갔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 구석진 곳에 있었다. 일단 마트에서 소프트웨어를 판다는 발상이 너무 생소했기 때문이다. 판매사원들도 소프트웨어에 대한 판매 의지가 별로 없어 보였다. 제품을 사면 다른 어떤 제품을 끼워주는지에 관심을 더 보이는 소비자도 있었다. 이 일로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확실히 깨달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V3 365 클리닉 PC주치의'이 의외로 많이 팔리고 있어서 다행이다.
- 마케팅했던 제품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애정 깊은 제품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내놓은 제품인 V3 Lite이다. 현재 2천만 명 가까운 사람이 쓰고 있다. 많은 사람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하는 내용을 바로 서비스할 수 있어서 신경도 많이 쓰이지만, 그만큼 애정도 많이 간다. 물론 많은 목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도 있긴 하다.
- 주로 어떤 내용의 피드백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가끔씩 V3가 바이러스 진단을 제대로 못 한다거나 다른 보안 제품보다 악성코드를 못 잡는다는 의견이 올라온다. 이런 의견에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 예를 들어 압축파일 안에 다섯 개의 악성코드가 있을 때 V3는 압축 파일 하나가 이상이 있다고 나오는데 타사의 보안 제품에는 5개라고 표시할 때가 있다. 이것을 보고 사용자들이 V3가 악성코드를 잘 잡아내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조금 억울하고 서운하다.
- 마케팅 담당자로서 소비자에게 바라는 점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숫자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단순히 진단율, 진단개수 등 숫자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100점 만점에 몇 점인지보다 내가 정말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인지, 위험한 상황이 왔을 때 적절한 대응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또 그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를 보고 제품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보안 소프트웨어는 겉으로 보이는 기능보다 뒤에서 하는 기능이 사실 더 크고 중요하다. 소프트웨어의 최적화 기능, 치료 기능 등은 하루에 많게는 열 번, 최소 4번 이상 업데이트를 한다. 때문에 기능이 많은 것에서 끝나지 않고 서비스, 인프라, 노하우가 같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또 보안은 대문을 막는 수문장 역할이다. 때문에 소명의식도 필요하다.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은 실력 외에도 소명의식도 지니고 있다. 나 역시 같은 일원으로 자부심을 갖고 있다.
- 마케팅팀은 정말 바쁜 것 같다. 서로 얼굴 보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는데 그럼 팀워크를 위해 주기적으로 하는 행사가 있나?
주로 리뷰를 하면서 팀워크를 다진다. 개인이 맡은 일이 많아 주간 업무 회의 외에는 모일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다. 그래서 팀워크를 위해서 회식을 한다. 단, 아무 때나 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기획서가 통과되거나 제품이 출시되면 담당 기획자를 축하해주기 위해 회식을 한다. 또 종종 외부 강연을 하는데 강연료로 회식을 한다.
- 팀 내에서 고쳐야 할 점과 좋은 점
주어진 업무상 만나서 얘기하는 자리가 별로 없다. 그래서 일에 대해서 얘기하거나 모일 시간이 많이 없다. 업무에 관련해서 조언을 받을 시간도 부족하고 서로 잘 못 챙겨주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은 시간을 늘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팀 사람들에게 배울 점이 참 많다. 지식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자기 관리 능력들이 다들 탁월한 것 같다.
또한 팀워크 관리를 위한 팀장의 노력이 눈물겹다. 얼핏 보기엔 따로 일하는 모래알 조직 같아 보이는데 팀원 사이를 서로 연결해주고 항상 편안하게 얘기를 잘 들어준다. 팀장이 조직을 융합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
- 입사한 후 가장 보람되거나 기억에 남았던 일은?
자기가 맡은 제품이, 자기가 생각했던 제품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때 가장 큰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다. 아마 그것이 마케팅팀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재작년에 큰 오진 사고가 있었다. 그래서 복구 CD를 들고 개인 고객 집에 일일이 방문했다. 그 때 시각장애인의 집에 방문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나올 때 ‘이 회사 정말 대단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다른 일을 모두 제쳐두고 오진 사고에만 열중했다. PC를 고치기 위해 힘들게 일하던 모습이 인상 깊고 뿌듯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사람들이 제품마케팅팀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할 수도 있다. 가격 할인, 프로모션 등 기본적인 것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내가 생각하기에 제품마케팅이 해야 할 일은 고객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각 팀은 모두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더 확산돼서 일은 좀 고되더라도 성과를 몸으로 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Ahn
대학생기자 김준일 / 국민대 신소재공학부
사내기자 정윤수 / 안철수연구소 고슴도치플러스 선임연구원
사진. 사내기자 황미경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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