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안철수연구소가 9번째 V스쿨을 열었다. 120여 명의 중고생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내용이 알차고 참가자의 열기가 뜨거웠다. http://blogsabo.ahnlab.com/495
본 행사 시작 전, 10개로 나누어진 조 별로 인사를 나누고 조 이름과 조장을 정하며 어색함을 없애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서 안철수연구소 김홍선 대표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김원 실장, 그리고 안철수 KAIST 석좌교수가 청소년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특히 안철수 교수는 참가자들이 사전에 V스쿨 카페에 올린 질문 중 8개를 선별해 즉석에서 답을 해주었다. 다음은 요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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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선 대표 "보안전문가의 경험을 나누어 가지세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변화 속도가 정말 빠릅니다. 인터넷은 이미 누구나 쓸 수 있게 됐고, 스마트폰도 가격이 더 떨어지면서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다닐 것입니다. 이에 따라서 바이러스도 빠르게 생겨나고 있습니다. 처음 안철수연구소가 만들어졌을 때는 바이러스가 1주일에 몇 개 정도 생겼지만, 지금은 예측할 수 없이 많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지난 6개월 간 백신 업데이트의 양은 안연구소가 10년 동안 업데이트한 양과 비슷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보안이란 같이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살다보면 강도나 소매치기 같은 범죄를 법으로 막아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보안 분야에서 안연구소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안연구소의 경험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련한 이 자리에서 여러분이 보안전문가들과 함께 좋은 시간 보내길 바랍니다.
지금은 산골에 들어가서 혼자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여러분 옆에 있는 친구들과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인터넷으로 공부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여러분의 목표는 각자 다르겠지만, 각자의 롤 모델도 만들고 보람찬 인생을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무엇보다 즐겁게 보내시고 주변 친구들과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KISA 김원 실장 "공학 외 사회학에서도 인터넷 연구하기 시작"
제가 어렸을 때는 전화기 한 대가 300~400만원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지금은 누구나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에 하버드 버크만 센터에서는 인터넷 참여 개방성을 연구했습니다. 이제 인터넷은 사회와 매우 밀접히 관련이 있기 때문에 공학을 연구하는 사람 외에도 사회학을 공부한 사람이 같이 연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구름이나 거미줄 같은 넓은 인터넷에서 여러분의 큰 꿈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안철수 교수 "지금은 과학고, 공대 안 가도 IT 보안 할 수 있는 시대"
-어떻게 의사라는 좋은 직업을 놔두고 당시 수익도 안 되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뛰어들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느 분야를 도전하든 그 분야가 나와 안 맞으면 남들은 성공해도 나는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남의 말을 듣고 선택하기보단 내가 어떤 분야에 잘 맞고, 재미와 의미를 느낄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했어요. 의사라는 직업은 의미도 있고 제가 잘할 수 있다고는 생각을 했지만, 의사는 저 말고도 많지만 컴퓨터 백신은 당시 저밖에 없었으니까 더 의미가 있었어요. 또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 매일 새벽 3~6시까지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고, 나머지 시간은 의사 일을 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7년 동안 새벽 3시에 일어나는데도 일어날 때마다 힘들었죠. 그런데도 백신을 만들다 보면 재미있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어요. 전망이나 안정보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재미있는 일을 선택했어요.
-컴퓨터 보안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꼭 과학고나 공대를 가야 합니까?
예전에는 컴퓨터 관련 일을 하려면 전산학과를 나와야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문과 쪽도 컴퓨터를 못 쓰면 자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물론 컴퓨터 자체를 연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여전히 전산학 관련 학과로 가는 것이 좋아요. 그러나 만약 컴퓨터를 활용해서 무언가를 하는 데 더 재미를 느낀다면 전공은 다른 것을 선택하고 컴퓨터는 그 일을 잘하는 데 이용할 수도 있어요. 또 장기적으로 보면 컴퓨터나 보안이 모두 수학을 기초로 하는 응용 학문이니까 수학이 바탕에 깔려있으면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대학교는 수학과를 택하고 대학 졸업 후에 석사나 박사는 전산학에 간다. 이런 것도 가능합니다. 꼭 어떤 길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어떤 진로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지 생각하고 선택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컴퓨터나 TV에 대한 유혹을 어떻게 이겨내시나요?
저는 영화나 소설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제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항상 그것만 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저는 할 일을 하고 난 후 저 자신에게 주는 포상 형식으로 영화나 소설을 봅니다. 예를 들어 이번 한 주 동안 할 공부를 다 했으면 보고 싶은 영화를 보러 간다든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는다든지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양쪽 다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여러 컴퓨터 언어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언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떤 언어든지 무언가를 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가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기계어, 어셈블리어를 좋아합니다. 22년 전에는 바이러스가 100% 기계어로 나왔기 때문에 기계어를 모르면 아무리 C언어를 잘해도 바이러스 분석을 할 수 없었어요. 바이러스를 들여다보면 만든 사람이 설명을 하나도 안 해 놓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아마 이런 기능을 할 것이라고 추리하면서 분석을 합니다. 자기가 추리를 제대로 했으면 마지막에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요. 하지만 중간에 실수를 하면 마지막에 뭐가 뭔지 전혀 알 수가 없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아주 재미있었어요.
-살아오면서 실패를 겪어본 적이 없으신가요?
살면서 있었던 실패는 매우 많아요.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의사라는 직업을 버리고 사업을 하면서 겪었던 하루하루가 몹시 힘들었습니다. 다른 동창들은 사회에서 대접받으며 잘사는데, 일 끝나고 결산할 때 10원이라도 계산이 틀렸는지 확인하고 있는 제가 좀 처량하게 느껴졌어요.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잘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습니다. 어떤 분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제가 살아온 삶에 대해서 코멘트한 것을 봤습니다. 그분은 제가 엘리트 코스를 밟아서 성공을 했으니까 저는 서울에서 잘사는 아이들의 성공 모델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기득권을 버리고 밑바닥에서 시작하는 것은 처음부터 밑바닥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해요.
또 남과 비교할 때 무척 힘들었어요. 동창들은 저렇게 잘사는데 '나는 도대체 뭐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힘들었어요. 그때마다 마음을 붙잡는 생각은 스톡데일 패러독스, 현실은 냉정하게 보지만, 마음 속엔 자신과 미래에 대해 희망과 열정을 간직하는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나쁜 상황을 무조건 낙관적으로 보면 나중에 실망이 커요. 정말로 냉정히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보면 지금 상황이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나라는 사람은 이렇게 쓰러질 사람이 아니다. 과정은 힘들겠지만 나에게 기회가 올 것이다.'라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책을 얼마나 읽으시나요? 도움이 되는 책을 한 권 추천해 주시다면요?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책을 읽기 때문에 읽는 양이 들쑥날쑥해요. 대전에서 서울을 오가는 자투리 시간이나 점심 먹으러 가는 시간 같은 때 책을 읽어요. 항상 읽을 것을 가지고 다녀서 5분이라도 시간이 나면 읽는 편이에요. 최근에 읽은 책은 '로마인 이야기'인데 총 15권이에요. 자투리 시간만 이용하니 다 읽는 데 3달이 걸렸어요. 올 들어서 대충 40~50권 사이 봤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책 하나를 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요. 사람마다 지금 처한 상황이 달라서 느끼는 것이 다를 수 있어요. 자기에게 필요한 책은 자기가 아는 것 같아요. 추천되는 책은 많으니까 그 중에 가장 맘에 드는 책을 고르면 그게 가장 좋은 책이에요.
-다시 청소년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길을 선택하실 건가요?
저는 뒤돌아서서 후회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선택이 옳았다는 게 절대 아니에요. 틀린 선택이 무척 많았어요. 그렇지만 뒤돌아서 후회하고 감정 소비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더라고요. 그러니까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선택, 판단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해요. 초등학교 땐 과학자가 되려고 공부했고 의대에서는 컴퓨터 공부를 했어요. 의과 공부가 아닌 것에 한눈 팔려고 컴퓨터를 한 것이 아니고 제가 하는 의사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컴퓨터 공부를 했어요. 근데 두 가지를 같이 하다보니까 하나를 택해야 하는 때가 와서 치열하게 고민해서 보안 쪽을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한참 CEO로 열심히 살다보니 우리 회사는 잘되는데 주위 회사는 잘 안되는 것을 발견했어요. 과연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나 혼자 잘사는 것이 정말 잘사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사임하고 업계 전반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했습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판단을 한 것이고 틀릴 수도 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교수님께 영향을 준 사람이나 사건이 있나요?
저에게 영향을 준 사람은 여러 사람이 있어요. 또 책을 많이 보니까 책에서 영향을 받아요. 책 한 권을 보면 좋아서 흡수하는 부분이 있고 내버리는 부분이 있어요. 또 다른 책을 보고 나면 흡수한 생각이 원래 있던 생각들과 합쳐져요. 독일의 문호 마틴 발저는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고 했어요. 인터넷 댓글 이런 건 아무 소용 없고요(웃음). 진지하게 쓴 글을 읽거나 서로 진지하게 이야기하면서 많이 배워요. 대화, 책을 통해서 남들의 생각을 듣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영향을 준 한 사람만을 고르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또 허구의 사람도 있어요. 전 소설을 읽을 때 스토리보다 거기 나오는 주인공이 왜 지금 기분이 나빠질까 혹은 왜 저런 바보 같은 선택을 할까 궁금해하면서 책을 봤어요. 왜 저 사람은 저 상황에서 저렇게 했을까 생각을 하다 보니 그 허구의 사람을 이해하기도 하고 영향도 받더라고요. 이렇게 살아있는 사람 외에도 소설에 나오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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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각 조에는 안철수연구소 보안전문가들이 자리를 함께 해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안철수연구소에 대한 질문은 물론, 보안 관련 난이도 높은 질문도 있었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 벌써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아 V스쿨에 참여하는 것이 놀랍고 또 부럽기까지 했다. 더욱이 매 순서마다 관심 가득한 눈빛으로 경청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참여하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열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격언을 들지 않더라도 명사나 보안전문가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V스쿨은 보안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참가할 만한 자리이다. 10번째 V스쿨은 겨울에 열릴 예정이다. 참가 신청은 일자가 공지된 후 V스쿨 카페(http://cafe.naver.com/vgeneration)에서 하면 된다. Ahn
학창시절 때 녹화된 나의 연기와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내가 쓴 일기장은 누구에게도 공개할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자료다. 하지만 그 자료에 대한 부끄러움이 나의 발전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쌓아갈 미흡한 자료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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