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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랩컬처

면접관이 알려준 면접 시 해야 할 것 하지 말 것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우리. 취직을 위해 토익을 보고 재수강을 전전하는 지금이 그리 달갑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거슨 사회 구조의 문제”라며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래서 실전 면접 경험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안철수연구소 사보 대학생기자로서 누릴 수 있는 모의 면접의 기회가 분발하는 계기가 됐다. 

백지에 커서만 깜박이는 입사지원서를 앞에 두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빈 칸을 채워나갔다. 드디어 모의 면접 날, 여러 모로 부족해 보이는 지원서를 읽으며 여의도로 향했다.
면접장으로 향하는 동안 모의 면접인데도 떨리는 심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면접장 안에는 면접관 세 분이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컵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를 이용해서 자신을 소개해 보세요.”

처음부터 만만치 않았다. 앞 사람이 자기 소개를 하는 동안 머릿속은 백지장처럼 하얘지고 어떤 단어로 소개를 시작할까 어떤 키워드가 나를 가장 잘 대변해 줄까, 하는 소리없는 아우성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저는 제가 탄소 같은 여자라고 생각합니다. 탄소라는 분자는 그 배열에 따라 흑연도 되고 다이아몬드도 되지요. 흑연은 연필의 원료로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아름다우면서도 강하고 희소성이 있어 가치가 높은 광물입니다. 때로는 흑연처럼 때로는 다이아몬드처럼 유용하면서도 희소성 있는 제가 되고 싶습니다.”

휴우...그런 대로 자기 소개는 잘 끝낸 것 같은데 갑자기 맨 왼쪽에 있는 면접관이 이것을 영어로 소개해보라고 했다. 올해 안철수연구소는 글로벌 인재에 역점을 두고 영어 자기 소개를 하게 했다는 취지를 밝혔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서로 주춤하는 사이 다른 사람이 운을 떼었고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왔다. 웅얼웅얼...머릿속으로는 하고픈 말이 떠오르는데 입술에서는 주어와 서술어, 목적어가 갈 곳을 잃은 채 우왕좌왕했다. 그러는 사이 그나마 남은 자신감과 평정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후에 갑자기 이어진 주문은 앞에 놓인 컵을 가지고 이 면접장 안에서 가장 높이 쌓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옆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이 앉았던 의자를 발판 삼아 면접장 책상에 오르더니 천장과 그곳에 설치된 프로젝터 사이의 공간에 종이컵을 쌓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도 덩달아 따라서 일어났고 일대 난투극이 벌어졌다.

다음으로 자신의 전공 분야 및 지원 분야에 얼마만큼의 배경 지식과 사전 지식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개발 직군 지원자와 재무/회계 직군 지원자는 면접관이 묻는 질문에 나름대로의 지식과 논리를 세워 질문에 착착 대답해 나갔다. 하지만 나는 구체적인 지원 부서를 생각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면접 직전 인사총무 직군을 지원한 터라 결국 그와 관련한 전문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말았다.

결국 즉석에서 커뮤니케이션팀을 지원하는 것으로 바꾸어 질문을 받았다. 면접관의 질문은 “우리 기업을 효과적으로 IR(투자자관계)해 보라.” “자신이 커뮤니테이션팀에서 훌륭하게 대내외적 홍보 업무를 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을 어필해보라.”는 것이었다.

IR의 개념조차 몰랐던 나는 첫 질문은 포기하고 둘째 질문에 대답했다. 지난 1학기 때 교내토론대회에서 수상한 전적을 얘기하며 대화로써 상대를 설득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하지만 바로 면접관의 반격이 이어졌다. “토론을 할 때 단순히 상대를 설득하는 것만이 중요하냐?”는 물음에 “설득 못지않게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 원하는 지점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하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면접관의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는 표정에 또 한번 주눅이 들고 말았다.

"면접이 끝났다”는 인사팀장의 말과 함께 “혹시 안철수연구소에 추가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는 질문이 덧붙었다. 한 사람은 안랩의 주가에 관심을 드러냈고 다른 한 사람은 안랩에 꼭 들어오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나는 컴퓨터 외의 전공인 경우 혹은 문과일지라도 경영 전공이 아닌 경우 안철수연구소에서 일할 수 있는 분야엔 무엇이 있는지 질문했다.

이상으로 안랩의 압박 면접은 끝이 났다.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리기가 무섭게 면접관은 각 면접자에 대한 피드백과, 질문에 숨겨진 의도를 차례차례 설명해주었다.

1. 면접 시에 너무 솔직해서도 그렇다고 거짓말로 일관해서도 안 된다.

면접을 볼 때는 어느 정도의 연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고 단점조차 자신의 장점이 되도록 포장하는 스킬이 필요하다. 면접은 단시간 내에 자신이 왜 이 회사에 필요한 존재인지 어필하는 자리이다. 따라서 너무 솔직하게 자신의 안 좋은 습관이나 평소 들었던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

2. 일관성 있는 태도를 유지하라.

인턴 면접이 아닌 정직원을 뽑기 위한 압박 면접은 보통 한 조 당 약 1시간이 소요된다. 면접 시간이 긴 만큼 지원자의 태도가 조금씩 흐트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면접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의 문제이며 나아가 마인드의 문제이다. 면접관에게 신뢰 있는 모습, 믿음직스러운 자신을 드러내고 싶다면 일관성 있는 태도를 유지하라. 특히 면접이 끝났다는 말에 바로 자세가 풀어지는 지원자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런 지원자는 그다지 인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단정한 자세를 한 시간 이상 유지하는 것은 고되지만 그만큼 얼마나 지원한 회사에 들어오고 싶어하는지를 볼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말뿐 아니라 행동도 염두에 둔다는 점을 명심하자.

3. 영어로 하는 자기 소개를 준비하자.

현대 사회는 글로벌 사회이다. 따라서 기업마다 제각기 어느 정도 영어 구사력을 필수로 본다. 안랩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올해부터 글로벌 인재 육성을 모토로 영어 자기 소개가 도입되었다. 기본적으로 면접을 보기 전 모국어 자기 소개와 영어 자기 소개를 준비해 두자. 어느 자리, 어느 상황에서도 바로 튀어나올 수 있게끔 준비하자.

4. 종이컵 미션을 요구한 이유

지원자의 앞에 놓인 5개의 종이컵으로 면접 장소의 공간 내에서 가장 높이 쌓아보라는 미션은 지원자의 창의력과 적극성, 민첩성을 평가할 수 있는 의도로 주어진다. 이번 모의 면접의 경우 가장 먼저 일어나 천장에 붙은 프로젝터를 이용, 종이컵을 쌓기 시작한 사람에게 가장 적극적이며 용기가 있으므로 가장 큰 점수를 줄 수 있다. 그 다음이 바로 창의력이 발휘되는 대목이다. 만약 김혜수씨가 “여자로서 불리하다.”라는 선입견을 깨고 이 사무실을 뛰쳐나가 이 건물 옥상으로 달려갔다면 나는 면접관으로서 만점을 주었을 것이다. 애초에 전제했던 “면접 장소의 공간 내에서”라는 점을 깨는 용기와 창의력을 보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런 미션이 주어질 때는 대담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라. 대신 면접관에게 미션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 것은 실례이다.

5. 면접관이 말꼬리를 잡는 질문을 하는 이유와 대처 방법

압박 면접 중 면접관이 집요하게 지원자의 대답에 꼬투리를 잡아 묻고 또 물을 때가 있다. 그것은 지원자가 면접관의 질문을 받아 대답할 때 꼬투리를 잡힐 만한 대답을 했다는 증거이다. 이때 집요한 부가 질문을 함으로써 지원자가 얼마나 압박적인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하여 문제를 판단하고 이를 해결하는지를 보려는 의도가 들어있다. 짧은 시간 내에, 그것도 긴장된 상황에서 하는 대답에는 논리적 오류나 허점이 드러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자신이 한 발언을 책임감 있게 끝까지 자신의 논리를 피력하거나 아니다 싶을 때는 그에 대한 대안을 세우는 가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압박적인 질문이 들어올 출구를 차단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불가피했을 경우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근거를 들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거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6. 자신의 고집을 지나치게 내세우지 말자.

면접은 지원자 자신이 이 회사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어필하는 자리임과 동시에 자신이 뽑힐 수밖에 없도록 면접관을 설득하는 자리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인상적인 어필은 좋다. 하지만 옳지 않은 견해를 끝까지 고수하거나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 지원자가 종종 보인다. 이럴 때 지원자가 독선과 아집이 있는 인물로 오히려 곡해되어 자칫 면접관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풍길 수 있다. (나의 경우 면접관을 질문에 “상대를 설득하겠다.”는 논조로 의견을 피력하자. “그렇다면 상대의 의견을 듣지도 묻지도 않고 자신의 의견만 피력하겠느냐?”는 질문이 들어왔다.) 이렇듯 너무 강경하거나 유연하지 못한 태도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7. 자기소개서 쓸 때는 포인트를 주자.

하루에 몇 백 통의 자기소개서를 읽어야 하는 면접관에게 중구난방 만연체 문장으로 쓴 자기소개서는 지루한 하품만 나오게 할 뿐이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길지 않아도 좋으니 문단을 나눠 자신이 명확하게 어필하고자 하는 부분을 강조해 서술하자. 이 때 각 문단마다 소제목을 달아서 애초에 자신의 어떤 장점을 알리고자 하는지를 명확하게 하는 방법도 좋다. 자기소개서는 면접관에게 자신의 내면적 얼굴을 알리는 것과도 같다. 깔끔하면서도 일목요연한 자기소개서는 같은 내용의 글이라도 호감을 줄 수 있다.

8. 끝까지 긴장을 풀지 말라.

"이상 면접은 끝이 났습니다. 덧붙여 본 회사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까?"라는 인사팀장의 질문에 "야근은 많나요?" "퇴근 시간이 고정되어 있지 않나요?" 등 궁금한 점을 너무 거침없이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질문은 성실함이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물론 궁금한 점이 있겠지만 면접이 끝났다고 해서 긴장을 풀면 안 된다. 끝까지 자신이 해당 회사의 지원자이며 어떠한 조건에서라도 성실히 회사에 임할 것임을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Ahn

 

대학생기자 김혜수 / 숙명여대 경제학과

소통과 공감이 부족한 이 시대에
이렇게 먼저 손 내밀어 악수를 청합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 부디 제 손을 맞잡아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