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아하시나요?
누구나 독서의 장점을 이야기하곤 하지만, 그 누구나가 다 책을 읽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여유가 없어서, 너무 바빠서... 대부분의 사람에게 독서는, 마음은 있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운 ‘과제’인 듯합니다. 하지만 꼭 대단한 결심으로 어려운 책을 섭렵하는 것만이 좋은 독서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득 집어든 손때 묻은 책이 그 어떤 베스트셀러보다 더 큰 교훈을 주기도 하고, 삐뚤빼뚤 손글씨로 눌러 쓴 어느 주부의 수필이 이름 높은 대작보다 더 큰 감동을 주기도 하니까요.
안철수연구소 인트라넷 ‘안방’의 독서 게시판인 ‘책마루’는 2010년 7월 13일, 책을 사랑하는 안랩인이 자발적으로 만든 사내 독서 커뮤니티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고, 함께 공유하며 그 감상이나 소회를 나누기 위해 시작되었지요.
‘책마루’에서는 누구나, 어떤 책이든 자유롭게 소개할 수 있습니다. 책 좋아하기로 소문난 모 과장이 좋은 글귀를 추천하기도 하고, 동고동락하는 팀 단위로 양서를 정해 읽고 그 책을 소개하기도 하지요. ‘누구든지’, '어떤 책이든’ 함께 공유할 수 있다니, 얼마나 다양한 주제와 단상이 오갈까요? 책의 향기에 푹 빠져버린 안랩인의 이야기를 살짝 엿보기로 합니다.
정상미 주임 / 품질보증팀
여행의 기술(The art of travel) -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의 시선으로 본다면, 여행을 출발하는 공항, 고속도로 휴게소, 가는 동안의 지루함, 스치는 자연과 호기심 같은 모든 것이 다 여행의 일부나 다름없다. 여행의 첫 걸음부터 풍경, 예술, 기대, 호기심, 습관 등을 솔직담백하게 말하고 있다. 이 말하는 방법이 바로 '여행' 인 것이다.
런던, 암스테르담, 마드리드 등을 여행하면서 그곳을 여행했던 작가의 작품과 대화하는 형식은 무척이나 색다르다. 풍경을 이야기할 때는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여행하면서 윌리엄 워즈워스가 쓴 시를 인용하며 그 감동을 다시 체험하기도 하고, 프로방스 지역을 여행할 때는 고흐의 그림을 가지고 이곳 저곳을 알아가기도 한다.
여행의 동기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일상의 탈출이나 호기심, 스치듯 본 잡지의 사진 한 장에서도 그곳을 직접 보고 싶다는 욕구로 가방을 싸고, 일정을 잡고, 티켓을 끊을 수 있다. 보들레르처럼 세계의 모든 배가 보고 싶을 수 있고, 워즈워스처럼 자연 속에서 도시의 소음을 피하고 싶을 수 있다. 여행 중에는 러스킨이 추천하는 스케치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욱 느낄 수도 있다.
때로는 여행을 떠날 때의 기대와 달리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라는 통속적인 말을 무심코 내뱉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은 그 자체가 인생에 행복을 주고 추억을 주는 도구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함으로써 낯선 곳에서 나를 발견하고 몰랐던 상대방의 장점을 알게 되고, 집의 소중함이나 그리움도 느낄 수 있으니.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그 마음가짐에 변화를 주는 요소로서 가치가 있다. 낯선 곳에 가면 닫혔던 마음이 호기심으로 변하고, 자신의 갇힌 생각에서 벗어나 그곳에 문화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 책을 덮으면서 여행 가고 싶다고 느껴지지 않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
우승현 / 보안관제팀
사소한 차이 - 연준혁
작은 차이 하나가 성공적인 삶을 이끈다고 한다는데. 간절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간 몇 번 책을 읽었지만 이 글을 위해 다시금 들춰본 첫 장의 첫 마디.
마감 시한 이틀 앞당기기.
흠... 처음부터 어긋나 버렸군.
33개의 ‘사소한 차이’ 중에 내가 현재 지키는 ‘사소한 차이’는 예닐곱 개. 분명 제목으론 쉬워 보이는 일이 실제로는 힘든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어쩌면 할 수 있는 일을 그간 회피해왔던 지난날이 생각나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일주일 안에 이메일 보내기’
‘매일 다른 사람과 점심 먹기’
이런 것들은 영업직이 아닌 나로선 해야 할 당위성도 부족할 뿐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날 기회조차 없기 때문이다. ‘별 거 아니네’ 혹은 ‘이게 나랑 맞는 코드인가’ 이 혼동 사이에서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물론 저자의 생각에 다 따르는 것도 무리인 줄 알고 꼭 그런 모습이 아니라도 괜찮다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런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 꼭 이 모든 걸 다 이루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건 단지 이 책이 독자에게 주려는 응원 때문만은 아니리라.
그래도 내 삶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 누르지 않기, 모르는 척 해주기. 이런 모습이 은연중에 내 머릿속을 맴돌며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됐다는 것이다. 버튼을 누르지 않음으로 마음의 여유를 늘려보려 애쓰게 됐고, 지적해주고 싶은 것이 있어도 그 전에 상대방을 더 배려하게 된 모습들. 조금의 긍정적인 모습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잘 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3초 기다린 후에 대답하기. 참으로 공감되는 주제였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물어보는 것에 곧바로 답변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내 언어를 자꾸 꼬이게 만들었다. 어떤 상대와 대화를 할 때, 항상 머릿속에 담아두고는 있지만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는 모습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자기계발에 관한 것이다 보니 책의 내용이 주가 아닌, 내 삶에 적용이 되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여전히 적용 여부는 진행형이다. 자신 없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얼마만큼의 변화가 생기는지 믿고 싶어졌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변화는 언젠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고, 대처 능력에 따라 개인적인 몸값이 달라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서서이다. 성공은 왠지 장기 적금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야 크게 누릴 수 있고 맛 볼 수 있는 달콤하고 커다란 열매란 생각이 들기 때문에...
김종현 / 기반기술팀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언제부터인가...
아마 고등학교 입학과 함께 '엄마'를 '어머니'로 고쳐 부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렇게 부르면 왠지 내가 다 자라 어른이 된거 같은 느낌이랄까. 또 이제 나도 다 자랐으니 엄마도 나를 어른 대접해달라는 생각에서였을까. 그땐, 이제 나도 다 컸으니 어리광은 그만 부리고, 효도 좀 해보자는 마음가짐이었는데...
작가는 반대로 '어머니'에서 '엄마'를 찾아냈다. 이 책을 읽다 가끔씩 나도 모르게 '울컥' 하는 감정 때문에 곤혹스러운 적이 몇 번 있었다.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얼마나 민망하던지... 다행히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타인에 그리 관심을 갖지 않더군.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엄마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엄마의 10대, 20대, 30대의 삶은 어땠을까?
간혹 이모나 외삼촌으로부터 들었던 엄마의 처녀 시절 이야기는, 진짜 우리 엄마가 아닌, 옛날 어느 드라마의 줄거리인 양 '오~' 하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지금 30~40대인 대부분의 아들 딸은 이 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데 한 표를 던지며, 이 책을 추천한다. 아직도 남아있는 그 때의 가슴 쓰라림이 기억난다.
독서광으로 유명한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의 독서법은 상당히 독특합니다. 그의 말을 잠시 빌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릴 적부터 소설을 읽을 때면 줄거리에는 통 관심이 가지 않았다. 대신 주인공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에 관심이 갔다. 왜 저런 상황에서 저런 고민을 할까? 주인공의 판단과 선택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실제로 안철수 교수가 CEO로 일할 당시, 책을 통해 고민해 본 문제들이 조직 생활을 이해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이 시대의 가장 존경 받는 CEO로 꼽히게 된 데에는, 그의 손때 가득한 책들도 분명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해는 공감으로부터 출발하게 마련입니다. 책에서 느낀 고민과 공감이 더 깊이 사고하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든 것일 테지요.
지금 우리는 얼마나 책을 읽고 있나요?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도 합니다. 오늘, 오래 내버려만 뒀던 마음에 ‘공감과 이해’가 가득 담긴 양식을 주는 건 어떨까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안철수연구소의 책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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