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은 안철수연구소 14기 연수생(인턴)의 교육이 있던 날이다. 2월 21일 월요일 긴장과 기대를 안고 첫 출근한 지 삼일 째가 됐다. 눈치 빠른 이는 이미 적응(?)했겠지만, 회사 생활이 처음인 학생들은 출근부터 퇴근까지 어쩔 줄 모르며 긴장감 속에 삼일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안철수연구소의 인턴십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 대학생에게 사원과 동등하게 직장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2004년 처음 시작해 일 년에 두 기수씩 진행된다. 학생입장에서는 스스로의 확실성을 높이고 회사는 추후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나눔의 차원에서 마련되었다. 때문에 졸업생은 지원이 불가능하다. 인턴들 중에는 TV에서 안랩 인턴십을 소개한 프로그램을 보고 찾아온 친구와 평소 관심을 갖고 있다 인터넷 카페에서 모집 공고를 보고 냉큼 지원한 친구, 또 지난해 낙방했다가 재수로 합격한 재수생까지 다양한 지원 동기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 강당을 가득 채웠다. 안 그래도 젊은 회사지만 이렇게 대학생들만을 모여있으니 사뭇 파릇파릇하게 느껴진다.1교시는 안철수연구소의 CEO, 김홍선 대표님의 특강이, 2교시는 성백민 인사팀장님의 '직장 예절교육'으로 구성되어 진행됬다. 인턴들도 대표님을 보는 일은 처음이다. 어디서나 그렇겠지만 특히 학생에게는 회사의 대장인 CEO를 만나는 일은 긴장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꽁꽁 얼어서 쭈뼛쭈뼛 일어나 인사한다. 한 학생은 안랩의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이미 파악했는지 이전에 한번 뵈었다며 넉살좋게 인사하기도 한다.
"자택에 수도꼭지가 몇 개 있습니까?"
대표님은 65년도의 삽화를 PT창에 띄워놓고 '자택에 수도꼭지가 몇 개 있습니까?라고 물어보았다. 우리집 수도꼭지는 몇 개일까? 굳이 세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물을 사용하는 것은 공기를 마시는 것 만큼이나 쉽고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부엌에 씽크대도 있고 베란다엔 화분에 물 주는 수도꼭지도 있고, 뒷베란다엔 세탁기가, 심지어 욕실도 이젠 두개 씩 딸려 있다. 하나하나 세다보니 수도꼭지가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콘센트가 몇 개인지 안물어보셔서 다행이다.
아프리카의 우간다보다 못살던 1960년대 땐, 한우물을 여러집이 사용했다고 한다. 국민소득 2만불에 가까운 지금과 달리 소득이 130-150불에 불과하던 50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수도꼭지의 수가 거의 가족 수 보다 더 많다. 수도꼭지 뿐만이 아니다. 전화기대수도 사람 수 만큼 있고, 차량 보유도 사람 수 만큼이나 늘어났다. PC도 빼놓을 수 없다. 인터넷 선 하나로 형동생이 아웅다웅 하던게 몇 년 전의 일 같은데, 이제는 무선인터넷 공유기로 사람 수 만큼 사용할 수 있다.
2010 What Happened?
아이폰 100만대가 28일 만에 팔렸다.
60억 인구 중 50억 명이 핸드폰을 보유했다.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PC 출하량을 초월했다.
"수의 변화가 일어나면 문명의 변화가 일어나고, 문병이 바뀌면 사고가 변하고, 사고가 바뀌면 업무의 방식도 변합니다"
무엇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들이 커다란 파도처럼 숨차게 밀려들어왔다. 다음 날을 위해 전날 자정 기사를 써놓고 퇴근하면, 다음 날 오전에 이미 '뒷북기사'가 되어버린다. 지난 달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는 유수의 IT전문가들이 결코 성공할 리 없다고 장담했던 태블릿을 활용한 제품이 대거 등장했다. 아시아에선 소녀시대를 모르는 청소년들이 없고, 2NE1은 U tube에 올린 영상이 호응을 얻어 한번도 본적없는 해외의 유명 프로듀서에게 제작 제의를 받았다.
중세시대엔 '땅덩어리가 돈이 될까' 라고 생각했었지만, 처음 토지를 빌려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자 부동산이 돈이 되는 시대가 왔다. 그렇게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사람, 지식, 기술과 창의력이 비지니스의 원천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보안 산업의 전망이 좋을지에 대해 물으면, 50%는 Yes라고 하지만, 나머지는 50%는 No라고 말합니다"
대표님의 말인즉슨,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안산업은 인터넷이 개발되던 95년도에 함께 시작 되었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발달과 함께 앞으로 보안의 필요성도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지만, 아이폰과 같은 혁신기술이 등장하면 또 어떤 전환이 일어날 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인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진다. 지금 무엇이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 이러한 흐름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대학생들에게 있어서도 기회이자 위협일 것이다.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지만, 안정적 직업이란 있을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Unstable but Opportunity Job career"
어떤 직업이 안정적일까?에 대한 질문에 김 대표님은 "세상에 안정적인 직업은 없습니다"라고, 매듭 지으며 지난번 청소년 보안교실에서 안철수 의장님의 말씀을 인용하였다.
'사회가 사람들이 안전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끔 밀어 붙이고 있는 게 안타까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리고 싶은 말씀은 원래 사는 거 자체가 안정과는 거리가 멀어요.
세포를 예로 들어보죠. 세포가 왜 살아있느냐면, 세포 바깥에 소금이 많거든요. 그런데 세포 속은 소금이 적어요. 농도는 높은 데서 낮은데로 저절로 흘러가는데 그러다보면 세포가 가만히 있으면 세포 속으로 소금기가 밀려들어와 세포가 죽어버려요. 세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에너지를 세포 바깥으로 소금을 퍼내는 거에요. 그렇게 불균형 상태를 유지하는게 세포가 살아있는 거거든요.
세포도, 사람도, 인생도 결국은 불균형이 살아있는 거에요. 안정이나 균형은 죽음 다음에 찾아오는 거지요. 그러니 세포가 살아있는 것처럼 사람이 생명을 가진 것,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 모두가 원래 불안정한거야 라고 생각하셔야 해요. 그 나름대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도전'한다는게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한번 돌이켜 보면 좋겠어요' - V스쿨에서 안철수 의장님이
"안랩에서 어쩌면 허드렛일을 많이 할지도 모르지만, 잡스가 컬리지에서 배운 서체수업을 통해 폰트를 개발했듯이,이 곳에서 배운 하루하루가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확실하고 안정적인 것은 없지만, 도처에 도전이 존재하는 시대. 어쩌면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아예 안정적인 직업이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사회 생활에 발도 들여놓지 못한 대학생들에게 참 혹독한 시대일 수 있으나, 생각하기에 따라 재미있는 시대가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6개월 간의 짧지 않은 연수생 생활을 마치면 인턴들은 학교로 돌아가거나 졸업한다. 물론, 이 사람들 중에서는 안랩에 더 남아있거나, 안랩 인턴의 프리미엄을 갖고 더 좋은 회사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6개월 후 나의 미래가 밝을 지 어떨지 예상해 본다. 확실성은 50%에 불과하다. 나 하기 나름에 달렸을 것이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암울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일 없길 바란다 ㅎㅎ) 겨우 6개월 후의 내 모습도 잘 상상되지 않는데 더 먼 미래의 내 모습은 어떻게 확답할 수 있을까? 오늘 모두 비슷한 새내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오늘의 특강을 통해 6개월 후 각자 다른 모습을 갖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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