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하는 만화가 하일권 직접 만나보니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 들어가기 전 삼봉이발소에 처음 발을 들이기 시작한 장미(웹툰 삼봉이발소내 여자주인공)’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안나라수마나라를 외치며 꿈이란 것에 회의감을 갖는 청소년에게 희망을 불어넣었고, 집단 따돌림과 어려운 집안으로 항상 위축되어 살아가야 했던 호구(웹툰 '3단합체 김창남'의 남자주인공)’에게는 로봇 시보레와의 사랑으로 잔잔하게 가슴을 축였다. 억압된 집안 분위기 아래 항상 1등만을 강요당한 배수구(웹툰 '두근두근거려'의 남자주인공)에겐 수영복에 대한 페티시즘이란 독특한 특징을 엮어 학업에 숨 막히고 억눌린 청소년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외모 콤플렉스에 대한 사회 분위기를 비판하기보다는 
나는 못생겼다고 스스로 단정하고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불만만 늘어놓는 사람을 비판함으로써 그들 마음을 치유하는 삼봉이. 하일권 만화가는 삼봉이와 참 닮았다.
차이라면 그 치유 수단이 삼봉이는 엄청나게 큰 가위였다면 하일권 만화가는 웹툰이라는 것. 현실 속의 삼봉이, 하일권(29) 웹툰 작가를 만나봤다. 

두근두근거려
...웹툰 작가에 입문하기까지


<출처: 네이버 N스토어>

여느 만화가라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일권 만화가는 학창 시절 틈만 나면 그림을 그리거나 낙서를 끼적이는 학생이었다. 자연스레 이는 미대 입시로 이어졌고, 그는 최종적으로 애니메이션 관련 전공으로 발을 들였다. 지금은 만화를 그리지만 애초에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에 입학한 2000년에는 국산 애니메이션 시장이 꽤 활황이었어요. 그래서 이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계속 공부하려고 했으나 군대에 갔다 오니 국산 애니메이션 시장이 많이 죽어 있었죠.”

 

원하던 애니메이션 공부에 다소 좌절을 겪었으나 그는 곧바로 새로운 곳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파란닷컴에서 웹툰이란 장르가 개척되고 있었던 것이다. 다소 초기 시장이라 걱정스러웠지만 '학생 신분으로 무엇을 못 하겠나?'라는 생각에 용감하게 뛰어들었다.

동경이었어요. 새로운 만화 장르잖아요? 웹툰이란 개념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은 불안정한 상태였어요. 하지만 학생이었으니 큰 부담 없이 도전을 해봤죠. 처음부터 아예 '이 길을 가야겠다!'라는 구체적인 생각은 없었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뛰어들었던 웹툰데뷔작인 삼봉이발소의 성공에서 그는 희망을 읽었다. 그리고 꾸준히 퀄리티 높은 그림과 탄탄한 스토리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했다.최근에는 만화 영상 인플루언스 제작해잠시 접어두었던 애니메이션에 대한 꿈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웹툰만 하지만 언젠가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게 목표입니다. 장르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그저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근 강풀 만화가의 작품을 비롯해 많은 웹툰이 영화화하는 분위기이다. 웹툰의 영화화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수줍게 답했다.

만들면 좋죠. 제의는 많이 들어오는데 아직 구체적인 진행 사항은 없습니다.”  

다양한 독자들‘3단합체 김창남처럼

여타 만화보다 웹툰은 독자의 반응이 직접적이다. 실시간이다. 그로 인해 때로는 상처를 받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독자의 냉철한 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 파기도 한다. 그러다 힘내라고 응원하는 독자의 리플이나 메일 등을 받으면 힘이 나기도 한다. ‘이란 공간에 오픈되어있는 그의 만화에 대한 반응은 새로운 것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과 닮았다. 마치 3단합체 김창남처럼 말이다.

 

정말 단기간 내에 불안할 정도로 커진 웹툰 시장만큼 네티즌의 리플, 반응 등의 가짓수가 많아지면서 본격 인기를 실감하게 됐다는 그 역시 다른 만화가들처럼 반응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혹시 만화에 대해 제발 이러이러하게 해주세요라거나 독자들의 결말 요구관련 반응에 스토리 변경 등을 고려한 적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일단 단호하게 대답했다. “스토리는 절대 바뀌지 않아요하지만 이어 조용하게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신경은 쓰이죠. ? 정말 이러한 스토리가 더 좋을까?”

건설적인 악플은 좋다정말 만화에 도움이 되고 밑바탕이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요즘 들어 웹툰 하단에 달린 리플을 보면 죄다 광고성 리플이나 ‘~1, 이어라등의 리플로 도배되어 있다.

리플이 많이 늘어난 것은 관심의 상징이기 때문에 감사하지만 요즘은 도배성 리플이 상당히 많더라고요만화의 내용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죠. 예를 들면 오늘 모의고사 보고 온 1, 이어라등이요과거에는 리플이 별로 없더라도 독자의 진중한 리플 하나하나 곱씹어보는 맛이 있었는데 지금은 리플을 살펴볼 의욕도 안 나요. 만화가에 대한 독자들의 존중이 필요하다고 봐요. 열심히 작업해서 결과물을 냈는데 반응이 실로 엉뚱하면 작업한 사람이 얼마나 맥이 빠지겠어요.

 

독자에게서 메일도 쏟아져온다. 그 수가 실로 엄청나기 때문에 모든 메일에 일일이 답을 못하는 실정이지만 항상 감사하다고.

초등학생, 중학생에게 인터뷰 관련 메일이 정말 메일이 자주 와요. 요새 학교 과제로 어떠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 인터뷰를 하는 게 많나 봐요. 초등학생 독자도 있어 신기했는데 매번 비슷한 질문으로 메일을 보내오니 난처하더라고요. 답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과제인데. 

웹툰으로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다면
안나라수마나라


<출처: 네이버 N스토어>

하일권이란 이름으로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하면 눈에 띄는 연관 검색어가 있다. ‘하일권 변태’. 무슨 연유인가 해서 클릭해보면 수영복에 대한 페티시즘을 다룬 만화인 두근두근거려와 연관되어 있다. 이 이야기를 언급하니 하일권 만화가는 빵 터졌다.

 

안 그래도 정말 많이 듣는 질문이에요. 주변 지인 만화가들도 저를 변태(두근두근거려), 왕따(3단합체 김창남), 외모 콤플렉스(삼봉이발소) 등이 있다고 놀리는데 그건 아니에요.

보통 모든 작품에는 그 작가의 경험이 무의식적으로나마 반영되게 마련이다. 이에 그는 반은 경험이고 반은 픽션이라는 답을 했다오직 경험만으로는 만화를 그릴 순 없으며, 원래 판타지를 좋아해 현실적인 배경에 비현실적인 요소를 결합하곤 한다고. '삼봉이발소'의 외모 바이러스나 '안나라수마나라'의 진짜 마술사, '3단합체 김창남'의 인공지능 로봇들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었다.

허무맹랑한 판타지보다는 현실에 기반한 판타지가 독자들의 공감을 더 잘 얻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판타지 요소가 강한 만화지만 여전히 사회비판적인 메시지가 강하다는 평을 종종 받는 그의 만화다. 사회비판적인 요소를 약간은 의도한 것이냐는 말에 의외의 대답을 꺼냈다.

애초에 의도한 건 아니에요. 그저 주인공 대부분이 외모 콤플렉스를 가졌거나, 집단 따돌림을 당하거나, 가난한 계층이거나 등 소외 계층이다 보니 독자들이 그렇게 보는 거 같아요. '난 이런 것으로 사회를 비판하고 싶다' 이런 목적으로 만화를 그리진 않아요. 주인공들이 일반적이지 않잖아요? 그래서 독자들이 더 독특하게 바라봐주고 그들을 통한 메시지가 사회비판이라고 답을 내린 것 같아요."

유독 그의 만화는 학생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학교가 배경이고.

하하...그것 때문에 또 지인들이 하일권은 교복을 좋아하는 변태다! 이러고 놀리더라고요. 그런데......저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의도한 건 아닌데 그리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어떻게 보면 제 학창 시절에 대한 보상 심리인 거 같아요. 대부분의 학생들도 그럴 테지만 전 제 학창 시절이 참 재미가 없었어요. 매번 일상의 반복이었고 특별한 일도 없었죠. 그에 대한 후회가 담겼던 거 같아요. 학창 시절에 특별한 일을 했다면, 추억이 될 만한 요소가 많았다면 좋았을 걸 하고 말이죠.”  

나에게 만화란...?

 

이날 방문한 날 역시 하일권 만화가는 여전히 분주했다. 6월에 나올 차기작을 위해 눈 코뜰새 없이 바쁠 수밖에 없었다. 왜 만화가는 밤에 만화를 그리냐는 질문에 웃으며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그저... 밤에는 조금 감성적이니깐?”이라고 답했다. 만화가는 트레이닝복 입고 담배는 물고 머리를 박박 긁으며 '마감마감마감!'을 외치며 골방에서 작업을 하지 않을까란 이미지를 단번에 깨버릴 만큼 깔끔하고 정돈된 그의 작업실은 의외였다.

, 어제 대청소를 하긴 했어요.

웹툰의 원로라고 하면 원로라고 할 수 있음에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구체적으로 이러이러한 작품을 하고 싶다는 것보단 재미가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며 겸손하게 답하는 그는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만화를 그리며 독자들의 울적한 마음을 치유하는삼봉이였다.

참고로 6월에는 기존 만화와는 분위기가 살짝 다른, 어쩌면 약간 가벼운 개그 소재 만화입니다.

"하일권 만화가에게 만화란?"이라고 묻는 순간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라며 겸손한 답을 하는 그가 보여줄 개그란 어떤 것일까. 차기작이 괜스레 기대된다Ahn

대학생기자 김마야 / 아주대 경제학과


'삐뚤어질 수 있으니 청춘이지'라고 항상 스스로 되새기고 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어른'이란 인식이 사회에 맞춰가는 바른 상(像)이라면
저는 아직까지는 사회를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청춘'이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도 제 청춘을 버라이어티하게 디자인하는 기자입니다.  
 

 

사진. 사내기자 황미경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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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근윤 2011.05.31 12:28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참 기~~~일지만 재밌게 잘봤어요^^

  2. 쀼쀼 2011.06.26 15:04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잘보구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