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열풍이 한창이다. 부모의 치마폭에 싸여 아이들은 학원과 과외를 전전한다. 이미 우리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전혀 다른 조류(潮流)를 타고 아이들을 성공적으로 키워낸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메모지 교육’의 주인공, 삼성동 무역센터의 구두닦이 김봉희씨. 지난 5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미니 인터뷰 코너에 출연한 이후 그의 독특한 자녀 교육법이 세간의 화제다.
그는 19년째 구두 닦는 일을 한다. 무역센터 36층 구석진 자리가 변함 없는 그의 일터이다. 월 180만원으로 아들 4형제를 키우는 그는 학원 한 번 보내지 않고 번듯한 직장과 대학에 보냈다. 큰아들은 한전에 입사했고, 둘째는 경희대 경영학과 전액 장학생이다. 너무나 소박한 벌이와 짧은 배움이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남다른 '사교육'을 10년 가까이 해온 덕분이다. 그만의 독특한 과외 교육을 들어보았다.
-김봉희씨의 ‘메모지 교육',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저는 중학교만 졸업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에는 역부족이었지요. 그렇다고 돈이 많아서 사교육을 시킬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요. 중학교 때까지는 어느 정도 제가 아이들 질문에 답변이 가능합디다. 그런데 어느 날 고등학생이 된 아들 녀석이 방에서 열심히 공부하다가 질문을 하러 온 거에요. 앞이 캄캄했죠. 그래서 하룻밤을 고심하다 메모지에 질문할 것을 적으라고 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이 우리나라 전국에서 똑똑한 분들만 모이는 곳이잖습니까? 그래서 제 고객들께 일일이 찾아가 메모지를 건넸습니다. 다들 친절하게 답변을 해 주시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죠. 그동안 쌓은 친분이 십분 발휘된 것입니다. 그 이후로도 줄곧 그런 식으로 아이들의 질문을 받아주었습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주변의 도움으로만 공부를 시킨 것이지요.
-아들들을 좋은 직장이나 대학에 보낼 수 있게 된 원동력은?
첫째로는 아이들 스스로의 노력이고, 둘째로는 메모지 교육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아이들 스스로가 노력하도록 교육을 해왔습니다. 그 최고의 방법은 당근과 채찍입니다. 아이들이 잘하지 못 하면 바로 딱 잘라 혼을 냅니다. 정말 눈물 쏙 빠지도록 혼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잘할 경우, 그때는 직접 말과 행동으로 아이를 칭찬해줍니다. 말로만 “잘했다”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꼭 안아주고 볼에 뽀뽀를 해주며 “아이고 장한 우리아들” 이렇게 다소 격한 표현을 합니다.
메모지 교육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이를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절대로 할 수 없는 교육이지요. 아이의 질문을 메모지에 받고, 이를 잘 알 만한 분을 찾아가 사정 설명을 한 뒤 답변을 받아옵니다. 내가 아이의 질문에 답변을 해줄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다른 훌륭하신 분들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때로는 아이들을 직접 전문가와 만나게 해줍니다. 모두 제 19년 단골이지요. 메모지만으로 설명이 부족해 직접 설명을 듣고자 할 때 그러한 자리를 마련합니다.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한 분들이지요.
-교육에 있어서 가치관이나 소신이 있으시다면.
아이들 보기에 못 볼 행동을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단 한 차례의 부부싸움도 없었어요. 술은 물론 안 먹고요. 대신, 일주일에 1시간 정도 가족 회의를 합니다. 절대 예외는 없습니다. 가족이 모두 모여 서로 얼굴 보고, 하고 싶은 말 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자리니까요. 이 기회로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지요. 이런 자리에서는 한 치의 숨김도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가정 형편이 어렵다고 이야기해주고, 그것을 아이들이 피하거나 하지 않고 직관하도록 했지요. 이렇게 부모가 먼저 모범이 되고, 가족이 서로 간의 대화를 터놓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 그것이 저의 소신이라면 소신이겠습니다.
-분명 쉽지 않을 텐데, 그렇게 먼저 모범이 되고, 가족 회의를 철저하게 진행하는 것은 천성인지요?
아닙니다. 분명 천성은 아닙니다. 나도 내 마음대로 행동하고 싶은 욕구가 있고, 내 시간을 갖고자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식을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응당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은 아이들을 잘 키우고자 하는 의지이며, 노력인 것입니다. 분명, 매주 모이는 것은 힘듭니다. 그러나 서로 노력하고, 조정을 잘 해서 만나는 것이지요.
-19년 간 일을 하시면서 좋은 점 혹은 힘든 점이 있으시다면.
오래 있다 보니까 많은 사람을 알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한국무역센터에는 정말 훌륭한 분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중학교밖에 안 다닌 제가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신나고 굉장한 일입니다. 또한, 그 분들과 수 년 간 친분을 쌓으면서 여러 문제에 대한 자문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법적 문제 등은 웬만큼 해결이 되지요. 또한, 이 분들은 서로 아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제가 어떤 문제를 부탁하면 행동해 주는 분들입니다. 사람이 말은 쉽게 하고 행동으로는 잘 안 도와주거든요. 일하면서 아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움직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많이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에서 힘든 점은 없습니다. 다만, 관절염도 있고 삭신이 많이 아픕니다. 이 몸으로 여섯 식구를 거느려야 하니, 더욱 노력해야겠지요.
-다른 학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자식 교육에는 돈이 필요 없습니다. 평소 아이들을 사랑으로 지켜보며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습관을 길러주세요. 많은 학부모가 아이 가르치는 것은 과외 교사에게 맡기고 자신의 일을 봅니다. 그러나 자기 일 보는 시간을 줄여서 아이들에게 더욱 관심을 주고, 가족 회의를 열어보세요.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세요. 부끄럽다는 생각을 버리시고요. 잘 찾아보면 주변에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많습니다. 그러한 인적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보세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중고등학생을 위해 멘토 등으로 봉사하며 정말 건설적인 삶을 사는 대학생이 많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낭비하면서 사는 학생도 많이 봐왔습니다. 우리 집이 대학교 인근이다 보니 그런 모습을 수도 없이 봅니다. 학생 본분을 망각하지 않고 건전한 정신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에 상응하는 상이 꼭 따를 것입니다. 스스로 노력하고 더 물어보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주변의 도움이 많이 닿을 것입니다. 부모가 실망하고 마음 아파할 만한 일들 대신에, 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누리길 바랍니다. Ahn
시간만이 올바른 사람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안랩인이 되겠습니다 ^^
'KBS 일대백 퀴즈'에 나간 적이 있습니다. 세상을 나름 안다고 자부했는데, 사실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음을 알게 된 계기였습니다. 세상은 직접 눈으로 보고 발로 뛰며 배울 것들로 가득차 있음을 깨달았지요. 그리고, 안랩 기자단에 들어왔습니다. 이 세상을 직접 보고, 듣고, 두드려보고, 써보고 싶어서요. 안랩과 함께 배우고 알아가는 세상 일들 함께하지 않으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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