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KBS 생생정보통에서는 '대한민국에서 IT인으로 산다는 것은' 편이 방영되었다. 안철수연구소 시큐리티대응센터, 품질보증팀, 그리고 소셜 게임 선두주자인 노리타운스튜디오 직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많은 IT인의 공감을 샀다. 즉시 해결해야 하는 비상 사태가 많아 퇴근 시각이 자정을 넘기기 일쑤이지만, 자신의 아이디어가 반영되고 결과가 바로바로 나오기 때문에 재미와 보람도 크다는 그들. 특히 여성 개발자로서 느끼는 장점을 듣고자 노리타운스튜디오 여성 멤버 5인이 한 자리에 모이기도 했다. 미방송 분량까지 남김없이 정리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왼쪽부터 개발 이아름, 유주민, 기획 강현진, 개발 변소영.
김정은 : 아무래도 여성 사용자가 많으니 게임을 만드는 데 같은 여성의 더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인 것 같다.
-일해 보니 어떤가?
유주민 : 다른 IT 업계에 비해 여성, 젊은 분이 많아서인지 회사 분위기가 자유롭고 경직되지 않아 일하기 즐겁다.
-젊은 분이 많다는 것을 거꾸로 생각해보면, IT 업계는 젊었을 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강현진 : 어떤 회사에 가도 다양한 연령층이 있잖나. 우리는 경력자는 나이 어린 사람을 다스린다기보다는 격려를 하면서, 더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어린 사람이 열정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면, 연륜 있는 분들이 그것을 취합해 추진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IT(게임) 업계는 3D라고 할 정도로 어렵고 야근도 많다던데, 여성으로서 느끼는 힘든 부분은?
이아름 : 컴퓨터 업계에 일하면서 야근이 없는 회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소셜게임은 유저의 피드백이 빨라서 힘이 되고, 일 자체도 활기차서 야근을 해도 잘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다른 친구들을 봤을 때 힘들지는 않은지?
강현진 : 정시 퇴하는 친구도 많은데, 보통 그런 경우는 할 일이 없거나, 그날 할 일을 정해 놓은 경우인 듯하다. 우리는 누가 야근을 하라고 해서 하는 건 아니다. 조금 더 빨리 뭔가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는 거기 때문에, 오히려 할 일 없이 주어진 단순한 일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 같다.
이아름 : 야근이 많지만, 그만큼 나이 어린 사람에게 많은 걸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런 회사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나이에 비해 여러 가지를 해볼 기회가 많으니 경력이 쌓이고 일을 잘하게 되면 야근을 안 하게 되지 않을까.
-누구나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은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
이아름 : 소셜게임 업계가 아직은 국내에서 충분히 크지 않아서 열심히 한 것에 비해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간혹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인데, 불안감은 없나?
이아름 : 아직 소셜게임 시장 자체가 덜 성장하고, 회사도 성장하는 과정이라서 그런 게 있을 수 있다. 더 크면 더 떵떵거리고 다닐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
강현진 : 회사와 내가 같이 커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가 잘되고 안되고는 우리 하기에 달린 거니까. 우리가 안된다고 해서 떠나면 우리 못 했다는 소리밖에 안되잖나. 각자 열심히 만들고 회사도 키우고 나도 크고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디자이너 김정은
-게임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
강현진 : 원래 기획자가 아이디어를 내고 어떤 게임을 만들어보자, 하고 얘기하는데, 우리는 개발자, 디자이너도 같이 얘기를 한다. 브레인 스토밍을 할 때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 그걸 취합해서 다들 좋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한다.
-어떻게 생각해서 의견을 제시하는지? 자기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다면?
이아름 : 보통은 트렌드를 잘 읽는 송교석 대표가 "지금 트렌드에 이런 주제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주제를 던진다. 그러면 아무래도 그냥 앉아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게 아니니 관련된 리서치도 하고 영화도 본다.
-트렌드는 어떻게 잡나? 트렌드를 잡기 위해 따로 노력하는 것도 있나?
이아름 : 평소에 다같이 얘기할 때 트렌드를 아는 사람은 얘기하고, 모르는 사람은 지금 트렌드가 아니어도 게임 해본 사람이 많으니 '이런 게 좋더라'라고 공유한다.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해보고.
-게임을 많이 해 보는 게 노하우인가?
강현진 : 여기저기 앱이 많이 있다. 징가(Zinga)나 큰 회사가 올리는 게임도 있고. 소셜게임 관련 기사를 메일로 전 사원이 공유하고, 새로 나온 게임이나 트렌드를 대략적으로 파악한다. 게임이 나오면 일단 찾아서 해본다. 아이디어는 여기저기서 많이 나온다. 온라인 게임에서 나오기도 하고, 걸어다니다가, 혹은 TV 프로그램에서 나올 수도 있고.
이아름 : '해피아이돌'을 예로 들면, 그 전에는 그런 종류의 게임이 없었다. 여자들은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지 않나. 캐릭터를 '나'라고 생각하고,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예쁜 옷을 사서 입혀보고 하는 꾸미는 재미가 많다.
강현진 : 소셜게임을 보면, 그게 답이라는 건 아닌데, 보통 꾸미기 요소가 굉장히 많다. 방금 얘기가 나왔던 것처럼 여성은 자신을 꾸미는 걸 굉장히 좋아하고, 자신에게 투자하기를 즐긴다. 거기에 더해 친구를 많이 사귀어서 자랑을 할 수 있으면 더 좋아한다. '해피아이돌'과 '해피타운'에도 그런 요소가 많이 반영됐다. 꾸미는 게 끝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게 핵심이다.
-게임을 하는 것은 쉽지만, 개발은 어려울 텐데, 대한민국에서 게임 개발자라는 건 뭐고, 개발자의 삶이란 무엇일까?
변소영 : 코드를 만들었을 때 생각했던 게 눈앞에 바로바로 나온다. 그런 성취감이 좋아서 개발을 하는 사람이 많다.
김정은 : 디자이너로서 나는 아기자기한 것,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정적이지 않고 동적으로 친구들과 같이 하는 게임을 만들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나 자신이 캐릭터와 하나가 된 느낌으로 게임을 개발하기도 한다.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 디자인을 하면 잘 맞을 듯하다.
이아름 : 나는 원래 게임을 잘 몰랐는데 개발을 하면서 게임을 좋아하게 된 경우이다. 하다보니 재밌게 할 수 있고, 남들이 그걸 재밌다고 하는 게 즐겁다. 게임 개발자로 사는 건 사실 서로 다른 분야일 뿐이지 어떤 분야의 일을 하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물론 깊게 들어가면 어렵겠지만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주민 : 게임 개발이 특별할 건 없다. 사실 옷 만드는 거랑 비슷하다. 옷 하나 만들 때도 바느질을 늦게까지 해야 하고 노력도 많이 든다. 그렇지만, 작품을 하나 만들어냈을 때 본인이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게임도 개발 과정은 길고, 야근도 있어서 힘들지만 그걸 만들어냈을 때 성취감이 매우 크다. 작은 부분이지만 내 아이디어가 들어가는 것이 재미있다.
강현진 : 나는 게임을 좋아하고 또 많이 한 경우이다. 우리나라는 온라인 게임이나 어떤 장르의 게임도 사용자가 불만을 무척 쉽게 표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기획이나 개발을 할 때 사용자와 밀접하게 얘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게임을 계속 발전시켜가는 기회를 더 쉽게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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