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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전문가 초대석

구글에 소송한 웃대 대표 만나 세 번 배반당하다

'웃긴대학 사무처장, 얼라이언스인터넷 대표이사,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장'

이렇게 번듯한 직함을 세 개나 가진 이라면 나이도 지긋하고 위엄이 넘칠 거라는 생각으로 이정민씨를 만났다. 그와 약속한 장소는 대학교 캠퍼스였는데, 정말 여차하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기존 인터뷰 사진을 몇 번이나 머릿속에 되새기고 갔는데도, 가죽 점퍼를 입고 대학생 사이에서 동안 포스를 뽐내는 그를 누가 대표 직함 세 개나 있는 사람으로 알겠는가. 이름보다 웃긴대학(이하 웃대) 사무처장으로 더 많이 알려진 그에게서 그만의 인생 철학과 최강 동안 비법을 들어보았다. 인터뷰하는 동안 그는 내 선입견을 세 번이나 배반했다.

돈벌이 안 되는 웃대를 선택한 이유

웃대가 만들어진 지도 벌써 13년이 흘렀다. 2002년 웃대 총장(설립자 김상유)으로부터 웃대를 이어받아 운영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웃대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메신저 친구로만 알고 지내던 웃대 총장이 갑자기 쪽지를 보냈어요. 운영 문제로 다음 날 웃대 서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딱 그 한 마디 듣고 새벽에 대구로 바로 내려갔습니다."

당시 국내 대기업에 다니다가 쇼핑몰 유통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런 그에게 웃대가 더 돈벌이가 될 것 같았던 것일까?
"돈을 벌기 위함이었다면, 조그만 벤처 회사 서버에 얹혀있는 4개의 유머 게시판을 선택했을까요? 아직도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웃대 자체가 정말 흥미로웠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만약 그가 돈을 벌고자 했다면 웃대를 이용하든지, 아니면 구글 대상 소송으로 충분히 벌 수 있었을 것이다.
"구글과의 소송을 3년 준비하면서, 소송 비용도 안 나오는 싸움을 했던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국내의 조그마한 유머 사이트이지만, 강자의 횡포에 싸워 이길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기(知己)라는 단어는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를 의미한다. 용기 없던 자신을 구글에 맞서 싸우는 수퍼맨으로 만들어주고, 타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준 곳이 웃대라는 얘기를 들으니 이들의 사이가 진정한 ‘지기’가 아닌가 싶다.

창대하지 않았던 웃대의 시작

"각 대학마다 지향하는 교육관이 있듯이, 웃대에도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웃긴대학에 오셨습니다."라는 슬로건이 있습니다. 누구나 쉽고 빠른 방법으로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떠오른 것이 유머였습니다."

무언가 엄청 심오하고 고귀한 철학으로부터 웃대가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나의 두 번째 착각 역시 무참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선 국어를 파괴하는 행위나 서로에게 상처 주는 욕설, 성인 글들은 올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금지어들이 엄격히 정해져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웃대 방침과는 달리 금지어를 피하기 위한 시도는 곳곳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만들어진 신조어가 ‘-하삼’이 있는데, 이는 웃대의 금지어 ‘-하셈’을 피하려다가 유행한 신조어이다.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금지어를 정해놓았는데, 새로운 신조어로 모두가 행복하다면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요?"
라는 질문을 던지는 그에게 나는 소신 있게 "잘 모르겠삼"을 외쳤다.

촛불시위 때, 웃대 역시 대학교 동맹휴업에 동참한 바 있다. 하나의 유머 커뮤니티로서 동참했던 것이 아닌 우리도 대학이라는 사명감으로부터 시작한 발걸음이었다.
"앞으로도 대학생들이 다 같이 염원하여 힘을 발휘하는 자리가 있다면 웃대 역시 ‘대학’의 자격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습니다."
국내 최고 유머 대학으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의식을 다하려는 이러한 모습이 진정한 1위다웠다.

인터넷 광고 시장 생태계 복원 위해 사회적 기업 창업

국내 인터넷 사업 전체 수익의 90%를 포털 3사가 가져가는 상황이니, 인터넷 생태계가 몇몇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 이를 막고자 대형 포털들로부터 중소 인터넷 기업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상생 협력 문화를 만들기 위해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가 발족되었다. 현재 이 협회장을 이정민 웃대 사무처장이 맡고 있는데, 이번엔 한 발 더 나아가 인터넷 광고시장의 생태계 복원을 위해 ‘얼라이언스인터넷’이란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다.

"현재 인터넷 광고 시장은 중소 사이트에서 광고가 될 수 없는 환경입니다. 그나마 크다는 언론사 사이트들마저 성인 광고, 병원 광고가 전부인 것을 보면 중소 사이트들은 아예 광고다운 광고를 할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아주 조그마한 사이트들도 배너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인터넷 광고 시장의 생태계가 복원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얼라이언스인터넷은 NHN의 온라인 광고 자회사인 NHN비즈니스플랫폼(NBP)의 광고 플랫폼과 중소 인터넷 미디어 네트워크 간의 제휴로 광고 수익을 공유하는 생태계 모델을 제시한다.
"중소 사이트들이 생태계에서 멸종해 버린다면, 대형 포털들은 무엇을 검색하고 제공해줄 것입니까? 이제는 중소 사이트들과 상생을 하지 않고 대형 포털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바쁜 이에 힘 주는 국밥 장사가 꿈

누구나 은퇴 후 꿈꾸는 자신의 모습이 있다. 시골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꿈꾸는 자도 있으며 여유로운 노후를 꿈꾸는 사람도 많다. 이정민씨는 과연 은퇴 후 어떠한 삶을 꿈꿀까? IT 업계에 몸담았으니 후배 양성을 위해 힘쓴다거나 국가의 IT 발전을 위해 대단한 일을 할 거라 생각했던 나는, 이번에도 역시 충격을 받았다.

"대학 다닐 때 학교 앞에 제가 좋아하던 국밥집이 있었습니다. 참 저렴한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그곳 국밥은 사람들에게 많은 힘을 주었어요. 정말 가진 게 없던 대학생 시절, 학교 앞 그 국밥집을 갈 때면 벌써 마음만은 부자가 된 듯했어요. 그래서 언젠가 제가 업계를 떠나면 바쁜 직장인, 학생을 위해 따뜻한 국밥을 대접할 수 있는 국밥 장사꾼을 꿈꿔봅니다. 이 업계에서 은퇴하는 날이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날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로 되돌아가면 휴학에 목숨 건다? 

대학생 때로 다시 돌아가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겠냐는 물음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휴학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간과 횟수를 알아보겠다고 대답했다. 사회에 나오면 앞만 보고 달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으로 뛰어가기 위해선 많은 시행착오들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사회가 규정한 범죄라 하더라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 역시 해볼 만한 경험 아닐까요? 오늘도 열렬히 사랑하시고, 열렬히 도전하시고, 열렬히 깨져보시길 바랍니다."
 

처음 이정민씨를 만났을 때 최강 동안 유지 비법이 매우 궁금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그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동안 비법을 터득한 것 같다. 11년 전 웃대 사무처장이 될 때의 그 마음가짐대로 자신이 즐겁고 좋아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다보니 자연스레 행복한 미소가 지어지고, 이 미소가 동안을 만들어준 최고의 비법이 아닐까?

의미 있는 일에 즐겁게 몰입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연구 발표처럼, 이정민씨는 오늘도 매우 행복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의 미소를 보니, 중소 사이트의 앞날도 행복한 미소로 가득할 것만 같은 기분 좋은 확신이 들었다. Ahn

대학생기자 최동은 / 인하대 경영학과



젊은이만이 범할 수 있는 가장 큰 죄악은 평범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