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에 대한 추모 열기가 전세계적으로 뜨겁다. 드라마 같은 인생, 열정으로 무장한 명연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를 사는 누구나 하나씩은 갖고 있을 그가 만든 작품들로 그는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안철수 교수의 말처럼 우리가 에디슨을 기억하듯이 100년 후에도 사람들은 그를 기억할 것이다.
한글날을 맞아 세종대왕을 떠올리며 문득 스티브 잡스가 조선 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인물이었을까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잡스나 세종대왕의 공통점 중 하나는 바로 '융합'이 아닐까 생각한다.
올해 안랩 스쿨의 키워드도 '융합'이었다. 여러 명사 중 가장 연로했지만 80을 바라보는신봉승 작가는 강연 중 한 번도 쉬지 않고 바른 자세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인문학적 사고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신 작가를 만나면서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안철수연구소는 아직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자부할 만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니 핵심가치를 지켜내고 기술력을 널리 펼치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다음은 강연 주요 내용.
14~16세기에 서유럽에서 일어난 문화운동, 또는 그 시기를 르네상스라고 한다. 르네상스 운동의 힘이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예술, 과학적 업적 등 다양한 방면에 연구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태어나기 6년 전 세종대왕이 이보다 더 위대한 업적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하고 한국사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눈뜨지 못 했기 때문에 그의 업적이 세계로 널리 알려지지 않을 것일 뿐, 조선의 모든 악기, 한글, 과학 등의 업적들이 레오나르도보다 절대 못 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자부심을 갖고, 세계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세종대왕으로부터 우리나라의 르네상스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 능력있고 어진 신하를 가까이 두어라
- 백성이 내는 세금을 낮춰서 내게 하라
-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라
- 나라가 위태롭기 전에 보호하라
- 혼란이 있기 전에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관대함과 엄격함의 조화가 있어야 한다
모든 기업은 핵심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종은 핵심가치를 지켜냈고 이는 중국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강희제의 고별상유(유서)에서 말한 위의 이념들이 200년이나 앞선 세종시대의 정치에서 드러난다.
# 능력있고 어진 신하를 가까이 두어라.
우선, 세종은 신숙주, 성삼문, 이순지, 장영실 등 어진 신하들을 가까이 두었기 때문에 정치, 경제, 과학, 문화 모든 방면에서 커다란 발전을 이루어냈다.
# 백성이 내는 세금을 낮춰서 내게 하라, 그리고 민본정치의 실현
그리고 세금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KTX가 없는 그 시대에 모든 가구를 방문해서 묻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겠지만, 세종대왕은 12년 3월에 토지세를 개편하면서 300여명을 전국 가가호호를 방문하게 하여 세금을 낼지 말지 여부를 물었다. 투표 결과 찬성이 9만명, 반대가 7만명 정도였다. 하지만 경상도는 99%가 찬성한 반편 평안도는 4.4%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지역마다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세종은 이 법안을 폐기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민본정치를 실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영어로 번역하면,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이다. 링컨보다 400년 전에 이미 세종은 백성을 위한 정치했다.
#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라, 삼강행실도
[그림] 삼강행실도 (출처 : http://www.korearoot.net)
세종대왕은 '5천만 국민이 한 덩어리가 되는 것보다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라는 생각과 도의를 회복시키기 위해 삼강행실도를 편찬하였다. 국민의 80%가 한자뿐만 아니라 한글을 못 읽었기 때문에 그림과 문자를 같이 한 이 책은 21세기 콘텐츠에 뒤지지 않는다.
또한 조선왕조를 반대한 정몽주와 길재 등에 대해서는, “나라를 창업할 때에는 따르는 자에겐 상을 주되 이를 어기는 자에겐 죄를 주는 게 마땅하지만, 수성할 때에는 전 시기에 절의를 다한 신하를 상 주어 신하들의 절의를 장려해야 한다" 면서, 정몽주를 비롯해 길재의 절의를 표창하자고 하였다. 이로 인해 정몽주는 조선조 사회에서 절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추앙되었으며, 그의 가문 역시 충절 가문으로 치켜세워졌다.
※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는 조선 세종 13년 때인 서기 1431년 왕명으로 편찬된 책으로, 총 3권이 1책이다. 책의 내용은 조선과 중국의 책에서 3강으로 일컬어지는 군신·부자·부부의 모범이 될만한 충신·효자·열녀 각 35명씩 총 105명의 이야기와 그림을 기록한 책이다. (위키백과)
# 위태로움이 생기기 전에 제거하라, 대마도 정벌
조선의 대마도 정벌은 군사전략 측면에서 실패한 전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요즘 일본사람들이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완전하게 정벌한 대마도에 이종무 장군이 군사의 일부만 대마도에 남겨놓고 돌아왔더라면, 대마도는 우리 땅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답답해서 죽은 지 500년이 된 이장군에게 왜 그냥 돌아오셨냐고 E-Mail을 보냈다. 그랬더니 이장군 한테 회신이 왔는데, "우리 한민족은 예전부터 평화를 사랑한 민족이었다"라고 하더라. (정말 극작가다운 재미있는 해석이다 :)
또한 세종은 경회루 옆에 초가집을 지어 2년 4개월 동안 살며 백성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이 외에도 칠정산내외편을 통해 당대 과학자들이 1년을 365로 계산할 수 있었다. 세종대왕이 작곡한 종묘제례약은 현재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훈민정음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한국의 정신적, 문화적 자부심이다.
세종은 독서광이었다. 우리가 그를 본받으려면 인문학 도서를 비롯하여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그리고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태종태세 문단세~"만 외울 것이 아니라 행간으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 행간으로 읽는다는 것은 글의 줄과 줄 사이, 행과 행 사이로 글에 직접적으로 나타나 있진 않지만 이 글을 통해 나타내려고 하는 뜻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행간으로 역사를 읽자면, 세종의 아버지 태종이 두 번에 걸친 왕자의 난은 세종 시대의 비전을 설정하기 위한 "결단의 리더십"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대사를 드라마에 썼다.
"천하의 모든 악명은 이 아비가 짊어지고 갈 것이니, 주상은 만세에 성군의 이름을 남기도록 하라" Ahn
사내기자 박정우 / ASEC A-FIRST
사람이지만 주로 '개구리'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재밌고 따뜻한 보안세상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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