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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랩!안랩인!

기업체 현직 인턴들이 말하는 합격 비결

기업에서 가장 선호하는 인재는 실무 경험이 있는 지원자라고 한다. 안철수연구소도 현재 산학 협동의 한 형태로 연 2회 연수생(인턴)을 선발해 컴퓨터 또는 소프트웨어 공학 전공자에게 실제 개발 현장을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의 인턴들은 지금 무엇을 느끼고 경험하고 있을까? 인턴들을 만나며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다양함이었다. 인턴십을 통해 지금까지 알던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만났고, 누군가는 새로운 가족을 만났으며, 누군가는 사는 목적을 알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단지 한 줄의 스펙으로 설명하기에는 아깝다. 안철수연구소 인턴들에게 인턴십 경험에 대해 들어보았다.




대부분의 전공은 컴퓨터공학과


80%의 인턴들이 컴퓨터공학, 정보보호학 등 전공과 직무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반면, 디지털컨텐츠, 멀티미디어, 사이버수사경찰학부, 지구정보공학 등의 인턴도 있다. 지구정보공학을 전공하는 장새로미(ASEC대응팀 인턴)씨는 비전공자다. 본인의 전공이 GIS, 빅뱅이론, 원격탐사 등을 배우는 특수학과이다보니 취업 선택의 폭이 좁아 인턴 지원서를 넣기까지 방황이 심했다고 한다. 
 
내가 왜 뽑혔을까?

전공이 다르다보니 기술 면접이 있다는 얘기에 잔뜩 긴장했다. 관련 내용을 달달 외우고 들어갔지만 옆 자리의 지원자가 술술 답변하는 것을 듣고 머리가 새하얘져 정작 자기의 답변은 까먹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때 면접관이던 연구원들이 웃으면서 편하게 분위기를 조성해 주었어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정보나(분석1팀 인턴)씨도 첫면접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대학을 다니면서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머릿속이 새하얘졌다고 한다. 전공 공부는 어려웠고, 대외 활동도 따로 한 일이 없어 대답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 합격 할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인턴으로 선발됐다. 이후 궁금하여 자신이 선발된 이유를 물어보았는데, 분석1팀의 이상철 팀장은 “다른 연구원들도 보안에 대해 학교에서 배워 온 사람은 없다. 가능성을 보고 이것저것 배우라고 뽑은 것이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았는데 귀찮아한다면 우리 회사와 맞지 않는 사람일 것”이라고 위로해줬다고.

한편 강민철씨(ASEC대응팀 인턴)는 공모전 수상, 대외 해킹동아리 활동도 했던 능력의 보유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것도 많고 수월하지는 않아 질문할 거리도 공부할 거리도 많다고 말한다. 같은 팀 인턴인 장새로미씨와 전공이 판이한 것 만큼이나 두 사람은 성격도 다른데, 진지한 민철씨와 달리 새로미씨는 통통 튀는 팀내 분위기 메이커라고 한다. 일부러 서로 다른 두 사람을 뽑았나 생각한다고 한다.

그 외 대답으로는 열정, 자신감, 해당 업무와 밀접한 전공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 항상 웃는 얼굴 때문에 뽑힌 것 같다는 응답이 있었다.


합격 전에 기대했던 것은?



70%의 인턴이 인턴십에 기대한 것은 '실무경험' 이었다. 두번 째로 진로에 대해 탐색을 하고 싶어서 였다는 의견도 많았다.

인턴 생활 중 어려웠던 점?

대부분 회사생활을 처음 해보는 대학생 신분이었기에, 낯선 환경에 첫 날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안절부절 못했다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출근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중간에 화장실은 갈 수 있는지, 퇴근은 언제 해야하는지 등 딱히 물어보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 고민들이다.

허진씨와 유지선씨가 있는 CERT팀은 46명으로 규모가 큰 팀이다. 홍일점 연구원을 제외하면 모두 남자 직원들이라 첫 날에는 말도 못 붙였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데다 워낙 숱기가 없어서, 하루에 말이라곤 출퇴근 시“안녕하세요”하는 인사 뿐이었다. 지금은 김창엽 주임과 소재현 연구원을 엄마와 아빠라고 부른다. 회사 생활 하면서 갑자기 터진 집안일부터 갖가 곤혹스러운 일이 생길 때 마다 배려해주고 조언해주었다고 한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길 6개월 동안 방황이 찾아온 적도 있다. 박아름(기반기술팀 인턴)씨는 4개월이 지나자 '내가 진짜 이 길이 맞나?' 하는 의문도 들기 시작했다. 매일 생각이 많아지면서 지금껏 해 놓은 전공 공부와 쌓아놓은 경험이 아까워 결국 '맞겠지' 하고 회피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기반기술팀의 박희안 책임으로부터 “하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덜컥 말문이 막혔다. 막상 배치된 부서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몰랐던 게 사실이었다. “여기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나가야 한다” 는 조언에 혼란스러웠지만, 이 안에서 해야할 일을 새로이 찾아가면서 의욕을 되살렸다.

아름씨는 처음에 무작정, 아무것도 모른 채 들어온 것 같다고 말한다. 컴퓨터도 좋아하고 나름 공부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모르는 게 더 많아졌다.

인턴 경험에서 얻은 수확은?



설문조사 결과 1위는 기대하기 전과 비슷하게 '실무경험'이었다고 대답했다.
대신 응답수가 골고루 분포된 결과가 나왔다.  “시야가 넓어졌다”
조민아(분석1팀 인턴)씨는 컴퓨터공학을 전공 하면서 진로로는 오직 프로그래머, 전산 분야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인턴십을 하면서 다양한 길이 있음을 알았다고 한다. 보안 업계에 개발자 뿐 아니라 분석가 등, 세부적인 직업들을 찾게 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정지현(품질보증팀 인턴)씨의 가장 큰 수확은 학교에서 배우던 전공지식들이 실무에서 어떻게 이루어 지고 수행되는지는 익힐 수 있었던 점이라고 말했다. 가령, 소프트웨어공학시간에 배우던 폭포수 모델이라는 방법론이 V3 365/lite라는 제품을 개발할 때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를 실제로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업무후 틈틈이 남아 공부하면서 OCP 10g,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취득 할 수 있었던 것도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품질보증팀은 퇴근 시간 이후 같은 업무를 하는 인턴들이 회사에 남아 두 세시간 씩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큐리티대응센터 인턴들도 자발적으로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씩 일찍 나와 공부하거나, 일주일에 한번 씩 모여 스터디를 한다. 분석1팀의 업무자체는 공부의 연속이다. 나날이 변화하는 보안 동향, 하루에도 몇 백 개씩 생기는 악성코드들의 종류를 따라잡기 위해 자연스럽게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강민철(ASEC대응팀 인턴)씨는 너무 진지한 얘기 같다며 머뭇거리다 “여기에서 생활하면서, 목표를 넘어 일하는 목적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을 꺼낸다. “저는 119구조대가 꿈이었어요. 사명감을 갖고 일하길 원했는데 여기 와서 많이 보았죠. 연구원들을 보면서 디도스 대응, 보안 1등 업체 자부심과 사명감을 경험했어요. 목표는 계속 바뀔 수 있어요. 제가 가야 할 길,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 확신이 들어요."라고 하며 전공도, 스펙도, 나이도 다 다르지만 누가 손해고 누가 득이고 할 게 없이 각자 모르는 만큼 배우고 관심이 있는 만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민근씨(기반기술팀 인턴)는 오히려 안철수연구소 인턴 생활을 하면서 대학 이후 가지지 못했던 “여유”를 찾았다고 말했다. 민근씨는 현재 안철수연구소 사내 농구 동아리 ABC 멤버이기도 한데, 키 큰 민근씨에게 직원 분이 제안하여 매주 수요일마다 참여하게 됐다. 민근씨가 말하는 ‘여유’란 노는 것과는 다르다. 민근씨의 가치관은 할 땐 하고 쉴 때는 쉬자는 주의였지만, 해야 할 일을 쫒다보니 대학 때 제대로 쉬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해야 할 일에 밀려 못했던 '하고 싶은 것'들을 하게끔 도와준 셈이 됐다. 안랩의 '할땐 하고, 쉴 때 쉬는' 전문가 집단의 조직문화를 체험하면서, 회사나 업무로인해 여유를 포기하지 않는 것을 가르쳐줘 감사하다고 말한다. 매주 1번 농구동아리에 안 빠지고 참여하기 위해서 일을 마무리 짓고 열심히 더 한다고.


인턴경험의 만족도는?


안철수연구소에서의 인턴 경험은 어땠을까? 40%는 80-90점, 30%는 90-100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주었다. 안철수연구소에 입사 희망에 대해서는 74%의 인턴이 '지원 할 의사가 있다'고 대답했다. 질문은 회사에 대한 만족도이기도 하지만, 열심히 임했던 본인에 대한 점수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인턴십, 맨 처음 이곳에 지원 했을 때, 사실은 단지 한 줄의 스펙을 쌓기 위해서 였을 수도 있다. 6개월 간의 인턴 생활을 하며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혹은 학교 친구들이 방학을 맞아 취업준비를 시작 할 때도 조바심이 났다. 인턴십을 통해 진짜 가져가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6개월이라는 같은 시간 동안 업무도, 팀 분위기도 각자 달랐던 인턴들이 배운 것들은 서로 다를 것이다. 마지막 한 달을 남겨두며 생각했던 것보다 아쉬움이 남는 점도 많을 것이다. 다만 한 줄의 스펙으로는 그치지 않을 다양한 경험들 속에서 하나의 색이 아닌 다채로운 내일을 그려본다. 
Ahn

사내기자 이하늬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