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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세미나

미래 IT 리더들이 카이스트에 모인 이유

인류는 유토피아로 나아가고 있는가, 디스토피아로 나아가고 있는가? 급격한 기술 발전은 미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다양한 분야, 특히 IT 분야의 새로운 기술은 인류에게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 냈다. 또한 변화는 지속되며, 그 속도는 더 빨라지리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IT 혁명이라도 표현해도 손색이 없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이 변화가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쳤는가는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IT 발전이 새로운 문제점을 야기했거나, 기존 문제를 심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된다. 애초 기대와 달리 엄청난 변화 속도로 정보 격차가 더 심화한 현상 또한 문제다
.

문제점을 고쳐나가고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런저런 논의의 장이 적지 않다. 하지만 미래의 인재인 대학생이 주축이 된 장은 별로 없다. 그 흔하지 않은 행사로 대학생이 한데 모여 강연을 듣고 토론하며 발전을 모색하는회의가 있다. ICISTS-KAIST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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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ISTS-KAIST
는 카이스트 내 동아리인 ICISTS(International Conference for the Integration of Scinece & Technology into Society;과학기술과 사회의 통합을 위한 국제 회의)가 주최하는 행사다. 2005년에 시작하여 올해 일곱 번째 회의가 대전컨벤션센터와 카이스트를 무대로 5일 동안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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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나 세미나를 어른들이 모여 어려운 이야기하다가 헤어지는 모임으로 치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ICISTS-KAIST 또한 참가자가 대학생이란 점을 제외하면 대동소이할까? 첫 날 참석해 목격한 바로는 여느 컨퍼런스나 세미나와는 확연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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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식장인 대전컨벤션센터로 참가자가 속속 도착해서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ICISTS에는 9개국에서 대학생 350여 명이 참가하였고, 국내외에서 40여 명이 연사로 초청되었다. 국제회의인만큼 공식 언어는 영어이다. 유창하게 영어로 대화하는 참가자의 모습에서부터 ICISTS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었다.
대회의실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 좀처럼 보기 힘든 저명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기 때문인지 언론의 취재 열기 또한 뜨거웠다. 
고해신 조직위원장(KAIST)이 ICISTS-KAIST 2011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ICICSTS의 테마는 Digital Metamorphosis(디지털 변이)이다. 애벌레가 점차 나비로 변이해가듯이, IT 기술을 통해 사회가 변화함을 뜻한다. 급속하게 발전하는 정보화 시대에서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 인류는 이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색하고자 이러한 테마를 정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구체적인 소주제로는 Digital Sensibility(디지털 지각능력), Social Web Revolution(소셜 웹 혁명) 그리고 IT Society(IT 사회)가 채택되었다. 

고 위원장은 진지하고 열성적인 강연, 토의 참여 못지않게 참가자 간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를 당부했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대학생 국제 회의인 만큼, 폭넓은 교류와 인맥 형성으로 상호 발전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에서 일반 학술회의와 다른 ICISTS만의 개성을 느낄 수 있었다.

"컴퓨터는 장애인에게 신의 선물"
-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서남표 KAIST 총장과 박상덕 대전 행정부시장이 축사를 한 뒤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첫 기조연설자는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다. 지구환경 교수가 왜 IT 회의 기조연설자로, 그것도 첫 기조연설자로 등장했을까?

이상묵 교수는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6년 캘리포니아에서 지질 탐사를 진행하던 중 차가 전복되는 사고로 목 아래를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 되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서울대로 돌아와 지금까지 왕성한 연구활동과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비결은 바로 IT이다. 전동 휠체어, 볼로 움직이는 마우스, 음성인식 SW가 이 교수를 돕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첨단 기술 덕분에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작업 대부분을 할 수 있다고 그는 밝혔다.

"컴퓨터는 장애인들에게 신의 선물과 같습니다. 컴퓨터로 모든 걸 할 수 있으니 전 잃은 게 별로 많지 않습니다...현대 정보기술의 혁명은 제게 큰 행운입니다."

이 교수는 한국을 "지식경제를 껴안은 대표적 국가"라고 정의하며 우리 사회와 이번 컨퍼런스가 지식경제의 중심이 되길 기원한다고 밝히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IT는 선물이 될 수도, 독약이 될 수도"
- Donald Norman 전 Apple 부사장


둘째 기조연설자는 Donald Norman 전 애플 부사장이다. 제이콥 닐슨과 함께 Nielson Norman Group을 설립하였으며, 현재 KAIST 겸임교수로도 재직 중인 그는 기술과 감성의 조화를 역설하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Norman은 에너지 문제를 예로 들며, 참가자들이 시야를 넓혀 다양한 분야를 고려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IT 산업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한 산업논리에 휘둘린 소비자가 6개월에 한 번씩 핸드폰을 바꾸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환경오염에 일조하고 있다. 전기 에너지 폭증 현상은 원자력 발전을 부추겼고, 후쿠시마 사태까지 이어졌다고 그는 진단했다.

물론 IT가 선물이 되기도 한다고 Norman은 밝혔다. 본업과 교수를 겸하며 가정도 챙기는 본인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일부에선 IT기술 발전 때문에 24시간 내내 일을 해야한다고 불만을 토로하지만, 사용하기에 따라 전보다 인간다운 삶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 자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술보다 사람과 사회가 중요합니다. 기술의 긍정적 활용 혹은 부정적 활용은 전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자원 낭비가 아닌,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술 활용"을 원한다면 적극적인 사람이 되라고 그는 주문했다. 사회를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은 이미 충분하니 생각을 통해 그 힘을 행동으로 옮겨간다면 기술이 사회를 행복하고 윤택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하며 연설을 마무리지었다.

'teacher'가 아니라 'helper'랍니다

기조연설이 끝난 뒤, 무대가 KAIST 창의학습관으로 옮겨졌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뒤 Parallel Session이 시작되었다. 세션은 4개 강의실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본인이 듣고 싶은 강연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소주제에 맞춰 조원들이 함께 강연을 듣는 조가 있는가 하면, 휴식시간에 정리하기로 하고 뿔뿔히 흩어진 조도 있었다.

보통 강연이라면 무대에서 연사가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몇 가지 질문이 오고간 뒤 마무리되곤 한다. 하지만 ICISTS에서는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활발했다.


ICISTS에서 패널 세션은 사실 핵심 프로그램이 아니다. ICISTS의 핵심은, 소주제에 맞춰 자신들의 문제 해결책을 구체화한 뒤 한 장의 도표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공개하는 Poster Fair이다. 패널 세션은 각 소주제에 관련된 현안이나 기술, 경험담을 통해 참가자들을 돕는 과정이다.

사전에 이를 충분히 인지한 연사들은 일반 학술대회보다 난이도는 낮추되, 참가자들과 대화 시간을 늘려 '도우미'가 되고자 노력했다. 참가자 또한 서슴없이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연사와 혹은 다른 참가자들과 격렬한 토의를 펼치며 활발한 패널 세션이 진행되었다.

쉬는 시간에도 곳곳에 모여 Poster Fair에 대비한 이야기를 나누는 참가자들은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양적인 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지금까지의 접한 학술대회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증명했다. Ahn
 

대학생기자 임종헌 / 충남대 경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