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짓는다’의 광고인 박웅현이 청춘에게 던지는 카피

“15초 안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보라!”
이런 미션이 주어진다면 과연 몇 명이나 성공할 수 있을까? 더구나 그 수단이 ‘광고’라면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여기, 15초를 넘어 수 년간 기억되는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바로 TBWA 박웅현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 이야기다. 

박웅현 ECD 명함의 뒷면엔 ‘진심이 짓는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2010년 ‘올해의 광고상’을 받기도 했던 아파트 광고의 카피다. 광고주를 위한 배려(?)냐고 장난스레 물었더니, “명함을 받는 사람이 2011년의 박웅현을 기억할 수 있도록 최근에 작업한 카피를 넣은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카피라이터에게 카피란 마치 또 다른 이름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웅현 ECD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사람을 향합니다(SK)’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KTF)’ ‘현대생활백서(SKT)’ 같은 카피들을 들으면 “아! 그 광고 만든 사람!”하고 무릎을 치곤 하지 않던가.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그를 만났다. 두 시간여의 인터뷰를 마친 뒤, 광고인이라기보다는 인생 선배를 만났다는 느낌이 더 진하게 와닿았다. 많은 이들이 왜 그를 인터뷰이로, 강연자로, 멘토로 만나고 싶어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불안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박웅현 ECD는 ‘가장 느려 보이는 길이 사실 가장 빠른 길이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확인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와, 그의 광고가 우리에게 많은 위안과 즐거움을 주길 기대하게 됐다. 그와 나눈 대화를 그의 카피들과 함께 정리해 보았다.

 

진심이 짓는다 - 브랜드 건축가 박웅현


본업인 광고 외에도 저술, 강연, 인터뷰 등으로 박웅현 ECD의 하루는 바쁘게 돌아간다. 이쯤 되면 그를 성공한 광고인이라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그러나 사실 광고인 박웅현의 출발은 ‘실패’에서 비롯되었다. 신문방송학과 동기들이 그랬듯 언론사 시험을 봤고, 전부 떨어졌다. 광고는 그에게 최선이 아닌 차선책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광고를 좋아하진 않았어요. 만약 방송국 시험에 붙었다면 PD가 됐을 거고, 신문사 기자가 됐을 수도 있고. 그런데 인생이라는 게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되는 것도 아니고. 대학생들에게도 많이 이야기를 하지만, 자기가 생각하는 직업군의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 놓아야 편하다고 생각해요. '나는 광고가 아니면 죽는다' 이건 말이 안 된다고 봐요. 저는 어떤 직종을 갔어도 행복했을 것 같아요.”

입사 초기의 자신을 ‘지진아’라고 회상할 만큼, 광고인으로서의 출발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기자가 되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계속 광고계에 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왜 광고를 못 놓느냐. 먹고 살려고 못 놓는 게 제일 크고요. 그렇다고 이 직업은 영 매력이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니에요. PD는 PD의 매력이, 작가는 작가의 매력이 있겠지요. 광고는 광고의 매력이 있는 거고 전 그 매력이 좋아요.”

그러고 보면 ‘진심이 짓는다’라는 카피는 박웅현 ECD 자신에게도 썩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남들보다 빠르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시작이었지만 따뜻함이 배어있는 그의 광고는 사람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그렇게 느리지만 정직하게, 박웅현은 ‘브랜드 건축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 나갔다.

 

사람을 향합니다 - 인문학 예찬론자 박웅현


세대를 넘어 모두가 공감하게 만드는 ‘박웅현 광고의 힘’은 인문학적 소양이다. 박웅현 ECD는 평소 강연과 인터뷰 등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해에는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라는 인터뷰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날 인터뷰에서도 그의 ‘인문학 예찬론’은 계속되었다.

“요즘 후배들을 보면 경쟁률이 워낙 높다 보니, 27살 때의 저보다 뛰어난 것 같아요. 영어도 잘하고 프리젠테이션도 잘하고. 다만, 요즘 청소년들이 체격은 커졌는데 체력은 떨어졌다고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조금만 길게 이야기를 해보면 깊이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자신을 포장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전 생각의 깊이가 있는 친구들이 좋아요. 그게 인문학적인 거죠.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 이런 것들은 어떤 책을 얼마나 읽고, 어떤 관심사를 가졌느냐에 달려 있어요.”

인문학의 중요성을 아는 그이기에, 유행의 첨단을 걷는 광고계에 종사하면서도, 박웅현 ECD는 ‘오래된 것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좋은 책이 왜 좋은지, 왜 그 음악이 좋은지, 피카소는 왜 위대한지. 그 궁금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왜 그걸 궁금해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불과 30년 전에 좋아하던 딥 퍼플은 거의 잊혀졌는데, 400년 된 비발디 음악은 사람들이 왜 계속 듣는 것일까? 난 되게 궁금해요.”
 

 

▲  SK ‘생각이 에너지다(2007)’ TV광고 캡쳐 화면. 박웅현 ECD는 8년 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인 ‘나는 하나의 사과로 파리를 놀라게 하리라’에서 영감을 얻어 이 광고를 제작했다. <출처: TVCF>
    
인문학적 감수성이 필요한 것이 어디 광고인뿐이랴. IT기업인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박웅현 ECD는 “(인문학적 감수성은) 직종에 관계없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유홍준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문화미와 예술미는 훈련을 통하지 않고는 습득할 수 없다.’ 맛있는 음식과 맛없는 음식은 태어나자마자 생득적으로 구별할 수 있어요. 하지만 피카소와 톨스토이가 왜 대단한지는 훈련을 해야 알지 않겠어요? 그런 훈련을 하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질 거라 생각합니다.”

▲ 청바지, 스니커즈, 귀걸이까지. 박웅현 ECD의 패션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트렌디한 ‘광고인’의 전형에 가깝다. 하지만 그의 광고는 유행보다는 인문학적 깊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출처: 다음 책>


이쯤 읽다 보면 문득 마음이 헛헛해지는 독자가 분명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힌 평범한 학생이나 직장인에게 ‘인문학적 감수성’이라는 말은 얼핏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본질적인 게 무엇인지 자꾸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지금은 힘들겠지만 본질적인 것을 잡고 있다보면 기회는 온다고 생각해요. 물론 허무하죠. 알아요. 허무한 거 진심으로 알겠는데, 그런데도 또 얘기하자면 좋은 책 읽고, 좋은 사람 만나서 대화해 놓아라. 그러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는 거예요.

 

지킬 것을 지켜가는 남자 - 상식적인 광고인이자 아빠 박웅현 

 
박웅현 ECD와의 인터뷰에서 유난히 많이 등장했던 단어는 ‘상식’이었다. 광고주와의 의견 충돌, 팀원 사이의 갈등, 자녀 교육 문제까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박웅현 ECD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의외로 간단히 답이 나온다”는 말로 정리했다. 반칙과 몰상식이 상식처럼 되어버린 세태에서 상식을 지키며 산다는 것이 과연 쉬울까.

“(우리 사회에는) 상식이 많이 없죠. 하지만 상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고요. 그리고 상식 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나까지 포기할 수는 없죠. 정치를 하고 법안을 바꾸는 것은 제 능력 밖이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주변에 이런(상식적인) 이야기를 퍼뜨리는 수밖에 없어요. 나의 긍정적인 생각에 동의를 구하고, 비상식적인 사람을 만나면 설득을 하고 싸울 것이 있으면 싸우고. 후배가 ‘우리 애가 유치원에서 누구한테 졌어’ 하면 ‘왜 경쟁 중심으로 생각하느냐’ 이런 식으로. 주변을 바꿔 나가는 수밖에 없어요. 트위터 RT(Retweet)하듯이.”


상식을 전파하는 박웅현의 또 다른 무기는 광고다.
“광고에 성 차별적이거나 성 역할을 왜곡하는 듯한 뉘앙스가 있으면 회의실에서 자르거든요. 그런 게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인 것 같아요. 맞춤법 틀린 광고, 물신주의 부추기는 광고도 만들고 싶지 않아요. 자꾸 그런 게 퍼지면 안 되니까. 나는 내 일을 올바르게, 잘하고 싶어요.

광고인 박웅현이 아닌 ‘아빠’ 박웅현 역시 상식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한때, 그의 딸 박연 양 역시 다른 아이들처럼 선행학습에 매달린 적이 있다. 몇 달 간 아내를 설득한 끝에 겨우 경쟁 위주의 교육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단다. 자녀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박웅현 ECD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내가 낳았지만 아이는 내가 아니라 다른 인격체일 뿐이지. 왜 아이의 직업을 부모가 선택해야 하나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 줄 수는 있지만, 판단은 아이가 해야지요. 지금 이 이야기, 상식적이지 않나요? 돈 많은 직업이 반드시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은 상식 아닌가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보람을 못 느끼면 얼마나 힘들어요. 그런데 그걸 왜 아이한테 강요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느 인터뷰에서 ‘부모님들께 한 마디 해주세요’ 라고 부탁하길래 저는 ‘자식들 좀 덜 사랑하세요’라고 했어요.”

박연 양은 선행학습 대신 책과 음악을 접하며 성장했다. 박웅현 ECD의 표현대로라면 ‘엽기적인 아이’가 된 딸은 이제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 지난 해에는 아버지의 책 제목을 패러디해 <인문학으로 콩갈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이 정도면 “네가 무엇을 하건 생각하는 힘을 길러라”라던 아버지의 잔소리(?)가 꽤 먹혀든 것 아닐까. Ahn

 

대학생기자 양정민 /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사진. 사내기자 황미경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부장


대학생기자 차승학 / 중앙대 사회학과

Don't bother just to be better than your contemporaries or predecessors. Try to be better than yourself. - William Faulkner의
 말처럼 '지금의 나'를 넘어서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는 안철수연구소 대학생기자 차승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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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별사탕 2011.04.04 10:40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평소에 관심있던 광고였는데 이 분이셨군요~
    가장 느려 보이는 길이 사실은 가장 빠른 길이다
    인터뷰 인상깊게 잘 읽고 갑니다^^

  2. 레진 2011.04.06 09:10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정말 멋있으신 분인것 같아요. 광고도 인상깊었구요...

  3. 써니블로그 2011.04.13 14:44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안녕하세요?
    SK텔레콤 대학생자원봉사단 Sunny 에디터그룹입니다.
    에디터그룹은
    대학생들이 관심가질만한 대학문화 및 사회이슈 컨텐츠를 블로그에 싣고 있는데요
    더불어,
    매주 다양한 주제로, 네이버 오픈캐스트를 발행하고 있어요.

    이번주 주제는 '보다 알찬 대학생활을 위한 지침서'인데
    이 컨텐츠가 주제와 부합하여
    저희 캐스트에 함께 실었답니다 :)

    써니 오픈캐스트에 많이 와주시고 구독도 해주세요!

    http://opencast.naver.com/SK031/32

안철수-박경철-김제동, 방송에서 못다한 이야기(5)

지난해 12월 21일 연말을 앞두고 안철수, 박경철, 김제동이 방배동의 한 카페에 모였다. 'MBC 스페셜'의 마지막 촬영을 하기 위해서다. 크지 않은 눈, 작지 않은 머리, 경상도 억양이 묻어나는 말투. 서로 닮은 세 사람의 이야기는 90분 간 멈출 줄을 몰랐다. 예술과 소통, 소녀시대와 이효리를 넘나든 그날의 전반부 대화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김제동(이하 김) : 어떻게 이효리 씨를 모를 수 있습니까?
안철수(이하 안) : 95년까진 잘 따라갔는데, 회사 만들면서 이후로는 문화생활 쪽엔 신경을 못 썼어요.
김 : 현빈 씨는 아십니까?
안 : 현..빈..? 영화배우 아닌가요? 
아, 원빈, 현빈... 누군지 모르겠어요. 영화에서 본 것 같은데.
김 : 둘이 다른 사람인 건 모르시죠?
안 : 전쟁 영화에 나온 건 누구죠?
김 : 원빈 씨요.
안 : 아, 그럼 그 사람은 알아요. 어떻게 생겼는지.
(정적)
김 : 이런 분에게 올 한 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웃음)
박경철(이하 박) : 안철수 교수님은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로는 칠순을 넘기신 분...김 : 팔순으로 정정하는 게...(일동 웃음)

세 사람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국민요정 이효리에, 까도남 현빈까지 모른다니. 안철수 교수는 대체 무슨 낙으로 사는 걸까? 마침 김제동도 궁금했던 모양이다.


김 : 취미생활은 무엇입니까? 일과 전혀 관련 없는 일 중에 가장 재미있는 일은?

안 : 영화 보는 일, 소설책 보는 일. 그런 게 제일 좋죠. 그런 계기를 통해서 지금 고민하던 문제를 잊어버리고, 다른 세상에 가서 간접경험을 하고 다시 돌아오면 그 전에 고민했던 문제가 이미 생각이 정리된 경우도 많더라고요. 다른 영화를 볼 때 제 무의식에서 계속 정리하고 작업을 하나 봐요. 그래서 오히려 더 좋은 결론을 얻기도 하고요.

김 : 근래에는 무슨 영화를 재밌게 보셨어요?

안 : 저는 밝은 영화 좋아하거든요. <헤어 스프레이> 같은 뮤지컬이라든지, <주노> 같은 그런. 복잡한 주제일 수도 있는데 가슴 따뜻하게 끝나잖아요. 끝날 때 청소년 둘이서 같이 엉성하게 노래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참 좋더라고요.

박 : 전 가끔 공연, 전시 정도. 그림 보러 가는 게 핵심이고요.

김 : 그림도 거의 전문가 수준이라고 하던데요.

박 : 전문가라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좋으면 되는 거죠. 사람들이 물으면 “나는 이래서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냥 좋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사실 똑같은 건데도 “이래서 좋아.”라고 말하는 사람을 더 우러러보고...(일동 웃음) 단지 그것일 뿐이죠. 저는 “이래서 좋은 것 같은데.”라고 말하다 보니 마치 미술에 전문가 수준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지만. 예전에 미술관에 갔는데 그림 앞에 어떤 분이 한 시간 정도 서 계시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진짜 예술을 훨씬 더 즐기는 거죠. 문화적 허영심이 아니고 그냥 봐서 좋으면 즐기는 거죠. 대중문화든 순수예술이든 내가 좋으면 아름답게 감상하는 거죠.

김 : 좋아하면 그 분야에 더 파고들어가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고등학생들 보면 좋아하는 가수가 생기면 외우라 하지 않아도 생일, 가족관계가 쭉 들어오듯이. 미술 작품도 한 작품이 좋아지면 이 작가는 어떻고 이런 것들이 쭉 들어오는 것 같아요.

박 : 아이들에게도 그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는데. 평소에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소녀시대 좋아하면 팬클럽 만들고, 생일 챙기고 하다보면 더 좋아하잖아요. 그림도 마찬가지로 작품이 마음에 들면 작가 이야기를 찾아보고, 만나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이렇게 하다보면 정말 깊이 이해할 수 있어요. 텍스트를 가지고 공부하는 게 아니라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고 접근하면 예술이든 학업이든 할 수 있어요. 소녀시대 팬클럽 하듯이. 결국 재미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 팬클럽 만드는 기분으로 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안 : 다만 자기가 좋아하는 의견에 동조하지 않거나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적대감을 갖고 배척하는 것은 안 좋은 것 같거든요.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이 영화를 굉장히 감명깊게 봤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은 또 별로일 수도 있잖아요. 그건 서로의 기호가 달라서 그런 거고, 그 사람이 영화 보기 전에 기분 나쁜 일이 있어 집중을 못 했다든지 여러 가지 상황이 있는데 그걸 이해를 못 하고 “왜 당신은 이걸 안 좋아하느냐. 난 도저히 당신의 사고 구조를 이해를 못 하겠다.”면서 싸우고 수준이 낮다고 하는 건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충분히 다를 수 있는 것에 관용이 없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많더라고요.

“자신에게만 매몰되지 않는 새해 되었으면”

김 : 사실은 제가 두 분 처음 뵈었을 땐 ‘미술 사조를 줄줄 꿰는’ 분들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강렬한 호기심, 존경하면서도 드는 약간의 반감 이런 느낌 있잖습니까. 두 분 만나뵈면서 느끼는 것은 선의를 가지고 집중해서 좋아하는 뭔가를 이루어냈다는 느낌을 강렬히 받았습니다. 보시는 분들도 똑같이 느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하는 것, 다른 사람의 사정을 들여다보는 것, 관심을 갖는 것. 올 한 해 우리나라 사회에서 외치던 ‘정의’가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안 : 힘들어서 그렇겠지만, 사람들이 너무 자기 자신에게만 매몰돼 있는 것 같거든요. '지금 이 세상에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같이 살고, 그 사람의 생각이 나의 생각만큼이나 소중한 것이다' 그런 생각이 제일 기본적인 건데요, 그런 생각이 부족하면 더 살기 힘들어지고 각박해지는 것 같아요. 새해부터라도 그런 생각이 널리 퍼졌으면 해요.

박 : 약점을 들키는 걸 두려워해서 그런 것 같아요. 생각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내 허점이 드러나잖아요. 끼리끼리 하면 편하고 반대를 배척해야 내가 가진 컴플렉스가 드러나지 않고. 이런 게 우리의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김 : 어떻게 하면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말 좀 잘 할 수 있을까요?

안 : 카이스트에서 학생들 가르칠 때 하는 게임이 있거든요. 간단하지만 혼동스러운 산수 문제를 풀라고 해요. 3분만 줘요. 다들 시간이 부족해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제가 3분을 더 줄 테니 자기 답이 맞는지 확인할 기회를 주겠다고 해요. 그럼 열심히 다른 사람과 맞춰보는데요, 같은 답을 얻은 사람끼리는 열심히 맞춰보는데 한 명도 다른 답을 얻은 사람과 맞춰보는 적을 못 봤어요. 아시겠지만 내 답이 맞는지 틀렸는지는 다른 답을 얻은 사람과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거든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게, 자기가 맞다는 증거만 수집을 해요. 그러다 보니 이게 점점 맞다는 확신이 드는 거죠. 틀린 답인데도 자기 중심적인 생각 때문에. 그런 태도를 불식하고, 나와 다른 답을 가진 사람을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그 사람 나름대로 접근 방식도 들어보면서 ‘나도 틀릴 수 있구나’ 그런 걸 항상 열어두는 게 바람직한데, 우리 사회에서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김 : 이미 답은 정해두고 그 집단 안에서 투닥투닥하지, 전혀 다른 답 두 개를 가지고 가는 경우는 못 본 것 같아요.

박 : 사람의 중요성을 차별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문화가 생긴 것 같아요. 더 중요한 사람은 없거든요. 사실 인간의 가치는 모두가 중요하죠. 언젠가부터 우리는 더 중요한 사람, 중요한 역할을 구분짓기 시작한 것 같아요. 더 중요한 사람과 중요하지 않다고 평가되는 사람 사이에서 괴리가 생길 수 있어요. 전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더 중요한 사람은 없다, 가장 기본적인 천부인권의 관점에서 기본만 생각하면 돼요. 우린 다 같은 사람이잖아요. 그 생각을 참 펼치기가 쉽지 않고. 말은 이렇게 하면서 더 중요한 사람으로 취급받고 싶고. 이런 모습들이 인간이라는 공통 가치를 자꾸 차별화하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거죠. 아이들에게도 모두가 중요하다고 말해주어야 할 것 같아요. 진심을 다해서.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

김 : 좋은 얘기만 하고 살기에는 녹록지 않은 세상입니다. 올 한해도 만만치 않을 것 같고. 그럴 때마다 아무에게나 찾아가서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지 않습니까. 어두운 길을 쭉 걷다가 제일 위로가 될 때가 “앞에 사람 지나갔거든요. 빨리 좇아가면 만날 수 있을 거에요.” 할 때 느껴지는 근본적인 안도감이 있지 않습니까. 혼자 걷는데도 덜 외롭거나 덜 무서울 때. 그런 의미에서 여쭤보는 겁니다. 올 한 해 어떻게 살아야 됩니까?

안 : 실리콘밸리에서 굉장히 성공한 기업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회사를 만들 때 어떻게 사람을 모으고 팀을 구성하느냐, 어떤 사람이 나와 같이 일을 하기에 적합한 사람인가, 그게 항상 고민이 많이 돼서 물어봤어요. 어떻게 사람을 뽑냐고. 그랬더니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 다른 건 안 본다.” 그러더라구요. 그러면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말이 대체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그 말이 굉장히 깊은 뜻을 가지고 있대요. 그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있는 사람이래요. 자신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자기가 틀렸다는 말을 못 한대요. 그게 참 역설적이지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처음에는 같은 선상에 서있을지러도 10년, 20년 지나면 완전히 달라진대요. 자기가 틀린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만이 게속 발전할 수 있고요. 다른 사람과 인간관계도 원만할 수 있어서 나중에는 반드시 성공한다는군요. 그러니 “지금 젊은 사람들 중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벌써 앞날이 보장된 사람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반대로 책을 읽을 때 자기가 맞다는 증거만 수집하는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어떤 친구가 책을 보는데 무릎을 탁 쳤대요. 바로 일주일 전에 다른 친구를 만났는데 말싸움을 하다가 결론이 안 났는데, 이 책을 보니 “이 말만 했으면 말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는데!” 하고. 그러면서 ‘나중에 만나면 이거 써먹어서 싸워서 이겨봐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요. 그렇게 책을 읽는 경우가 오히려 책을 안 읽는 경우보다도 더 나쁘게 되는 거죠. 평지에 있던 사람이 자기가 맞다는 증거만 수집하면서 주위로 벽돌을 쌓아서 어느 순간 자기가 만든 성 속에 갇혀서, 그 벽돌 틈 사이로만 세상을 보는 사람이 되거든요. 그게 어쩌면 한 사람의 문제일 수 있지만, 지금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 아닌가 싶어요.

비관적인 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사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은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에서 시작되거든요. 우리가 지금 이런 상태라는 것을 인식하고 공감대 형성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벽돌을 깨부수고 성을 허물 수 있는 동인이 생기는 거죠. 그런 작업이 필요한 한 해가 아닌가 싶어요.

안철수, 박경철, 김제동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하다

김 : 작년 한 해는 ‘정의’가 화두였습니다. 정의, 잘은 모르지만, 자기에게 필요한 정의만 갖다가 쓰면 안 되는 거죠. 공감된 정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말씀이신 거죠.

박 : 의사라는 직업의 전제는 인간의 생명이 존엄하기 때문입니다. 금융가가 존재하기 위한 전제는 사회가 공정하다는 것입니다. 공정하지 않으면 금융이 필요 없거든요. 반대로 구호는 그 전제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컴플렉스에서 출발하죠. 우리가 정의를 외치는 것은 사회정의에 대한 결핍을 느끼고 있다는 것의 반영이죠. 얼마 전에 법륜 스님이 저한테 이런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사시는데 스케줄의 주인이 누구에요?” 말문이 막혀버렸어요. 그 말이 머릿속에 빙빙 돌아서 생각해봤어요. 내가 주인이라는 것을 암암리에 사회가 은밀하게 잊게 만들었던 건 아닌가. 그것을 잊게 하고 직원으로서, 국민으로서, 가장으로서 이런 것만 자꾸 부여받으면서.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다 부족하고 아쉬움이 남거든요.

내가 주인되는 사람으로서 생각하면, 앞으로 내가 엄청난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사람으로 바뀌는 거니까. 우리 청년들도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결핍감이 있지만 '앞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입장을 바꾸는 순간 희망적이지요. 지금 가진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주인이라는 것을 인정해줘야 하는데, 그것을 덮어버리고 의무, 죄의식, 책임만 강조하는 것이 현재 우리 모습의 한계라는 생각이 들어요. 주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 : 영화배우 황정민씨, 뮤지컬배우 박건형씨 이렇게 셋이 ‘놀러와’라는 프로그램 촬영을 마치고 소주를 마셨는데요. 옆 테이블에 취하신 분이 시비를 걸었어요. “연예인 별 거 아니네. 연예인도 못 생겼네.” 그랬더니 황정민씨가 벌떡 일어나더니 “우리 제동이 욕하지 마세요!”하는 거에요. 셋 중에 누구라고 콕 집어서 말하지 않았는데! (웃음) 저는 이런 암묵적인 컴플렉스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박 : 과잉된 배려를 가장해서 약점을 들춰내는 이런...(웃음)

김 : 정의, 서민, 이런 얘기를 하면서 정의롭지 않거나 서민을 생각하지 않거나 이런 것도 과잉 배려죠. 예를 들어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하면, 제가 안구검사 할 때 의사나 간호사가 “이 검사 (눈이 작아서) 힘드시죠?” 합니다. 이렇게 아무런 대책이 없을 때 “원하는 걸 해주든가, 말로만 왜 이래!”하는 느낌이 들어요.

박 :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컴플렉스를 기정사실화하는 순간 진짜 나의 결함으로 바뀌는 거죠.

조직의 운명, 의사결정구조에 달렸다

김 : 주인의식도 그런 것 같아요. 진짜 주인으로서 대우해 주는.

박 : “우리가 알아서 해줄게, 따라와.” 이렇게 말하지 말고 “어떻게 할까요?” 이래야 하는데. “생각하기 힘드시죠, 우리가 결정할게요.” 하는 게 과잉 배려죠.

김 : 회사도 마찬가지죠.

안 : 회사도 사실은 의사결정구조가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굉장히 중요한데요. 안 좋은 것 중 하나가 혼자서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거에요. 처음에 작은 회사일 때 각자가 120%씩 능력을 발휘해도 모자랄 판에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다음에 급한 마음에 빨리 따라오라고 할 경우에 사람 관계는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한 사람만 앞으로 가고 나머지는 능력있는 사람인데도 80%밖에 발휘하지 못 하게 만드는 거죠. 그런 의사결정 구조가 조직의 힘을 약화시키는 거고요. 반대로, 무조건적인 다수결. 그렇게 되면 일관된 결정을 못 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결정을 해서 우왕좌왕하게 돼요. 모든 사람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서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고 전체가 합의해서 한 방향으로 가면, 설령 다른 방향으로 가더라도 의견 냈던 사람들은 충분히 자기 의견이 반영된 상태에서 결론이 났기 때문에 자기 일처럼 120%의 능력을 발휘해요. Ahn

대학생기자 양정민 /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사진. 사내기자 황미경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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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맹 정치외교학도의 IT 대학생기자 활동기

안랩人side/안랩컬처 2011.01.09 06:00
대학생 대상 기업 활동 중 ‘레알’이고 ‘티오피’라고


컴퓨터가 이상하다 싶으면 Ctrl+Alt+Del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대는 컴맹 문과생이 대한민국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의 사보를 만든다니! 생각해보면 참 우습고 무모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무릎팍 도사’를 보고 안철수란 이름 석 자에 속된 말로 ‘꽂혀서’ 지원했다. ‘V3 만드는 회사’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회사’라는 막연한 이미지 외에는 안철수연구소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이제 나에게 안철수연구소는 ‘사람이 중심에 놓인 회사’로 기억된다. 컴퓨터 괴짜들만 모였을 것 같았던 이 곳은 사실 따뜻하고 유쾌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일터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넘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이런 안철수연구소의 분위기는 대학생기자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대학생기자를 외부인이나 홍보 수단이 아니라, 또 하나의 ‘안랩인’으로 여기고 동등하게 존중해준다는 느낌이었다.

한겨레 임지선 기자를 인터뷰한 후

‘사람이 중심에 놓인 회사’답게 취재를 하다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안철수연구소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어도 좋고, 꼭 유명한 사람이 아니어도 좋았다. “나 외에는 모두가 스승이다”라는 옛 말처럼,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듣고 있으면 언제나 배울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CEO든 기자든 드라마 작가든 안철수연구소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안철수연구소 대학생기자가 아닌, 평범한 대학생이었다면 평생 이들 중 몇 명이나 만날 수 있었을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나면, 항상 뿌듯함이라는 답이 돌아오곤 했다.

그래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각종 기업 주최 대외활동 중에서도, 안철수연구소 대학생기자는 ‘레알’이고 ‘티오피’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고 싶다. 초반에 우려했던 나의 ‘컴맹’ 기질도 생각만큼 큰 문제는 아니었다. “내가 모르면 독자도 모른다”라고 생각하며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쓰면 되는 거였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언제든 SOS 외칠 수 있는 든든한 이공계 친구들을 알게 된 것도 안철수연구소 대학생기자 덕이고.

“참 좋은데,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네”

세간을 뒤흔든(?) 산수유 광고 카피. 이 카피 앞에 주어만 ‘안철수연구소 대학생기자’로 바꿔 끼워 넣어도 썩 그럴싸한 문장이 될 것 같다. 안철수연구소 대학생기자 6기라는 이름으로 보낸 지난 1년의 시간을 글로써 온전히 전달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것뿐. 해보니, 참 좋더라. 여러분도 해 보시라.

대학생기자 양정민 /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컴퓨터 아닌 사람으로 다가온 IT 기업


혼자서 음악 파일 하나 제대로 다운받지 못하는, 모두가 아이폰 기능에 관심을 보일 때 한-미 무역장벽에 더 관심을 가지던, 모태 정치외교학도인 내게 안철수연구소는 소위 '신세계'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나보다 두 배 이상 인생을 살아온 안랩인들은 엄청난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였.

 

어쩌다보니 서두를 미래의 대학생기자 7기에게 겁을 줄 수도 있는 내용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모든 글은 '반전'이 생명이 아닌가. 물론 벌써 10살을 훌쩍 넘어버린 영화 '식스센스'나 2000년대 전세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댄 브라운의 여러 소설만큼 가슴을 뒤흔드는 반전은 아니지만^^

 

보안1 (保安) [보ː안]


1.
안전을 유지함.
2.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함.

세상1 (世上) [세ː상]


1.
사람이 살고 있는 모든 사회를 통틀어 이르는 말.
2.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기간. 또는 그 기간의 삶
.
3.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

 

내가 발견한 반전 첫째는 바로 <보안세상>의 숨겨진 모토는 '보안의 세상(The World of security)'이 아닌 '세상의 보안(Security on the world)'라는 점이다. 이 약간의 말장난을 풀어 얘기하자면, <보안세상>은 보안이야기만으로 가득 찬 세상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이 세상 구석구석의 안녕(安寧)을 나누는 곳이다. IT 보안뿐 아니라 대학생의 우선 순위인 취업, 세미나, 강연; 그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여행이나 맛집; 새로운 제품 이야기; 그리고 우리나라 정보의 안전지기인 안철수연구소의 하루까지. 그러니 혹시 IT에 약하다는 이유로 대학생기자 지원서 작성을 고민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 고민은 이 자리에서 바로 없애버리자.

 

둘째 반전은 내가 지금껏 만날 수 있던 사람들에 대한 부분이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안철수 교수님. 안철수 교수님의 청렴함은 보안세상 블로그 외에도 무릎팍도사, 내가 녹취했던 차정인 기자의 뉴스풀이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해져왔다.

안철수 교수와 나눈 대화

그러나 직접 눈 앞에서 보지 않고서는 물이 100°C에서 끓는다는 사실도 믿지 않는 나는 의심 많은 여대생! 안철수 교수님과의 만남이 있던 날 과연 어떤 분일지, 보고 들은 모습 그대로일지기대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고, 안 교수님은 모두가 눈치채기도 전에 하얀색 회사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숨죽여 들어오셨다. 화면에서 비추어지는 안 교수님의 모습은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읽은 물의 끓는점 온도에 버금가는 진리임을 확신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셋째 반전은 얼마 전 서희태 감독님 자택에서 한 인터뷰이다
서희태 감독님은 인기리에 종영된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음악감독으로 활약한 분이다. 직접 만나뵈어 여러 이야기도 나누고, 교훈도 듣고저서에 사인도 받고! ‘삼한사온(
三寒四溫)이라는 오랜 고사성어가 무색하게 추위가 계속되던 날, 마음까지 녹아내리던 만남이었다. (이에는 인터뷰 끝나고 함께 인터뷰한 기자들과 마신 커피도 한 몫 했다.) 안철수연구소 대학생기자를 하는데 왜 서희태 감독님을 만나냐고 물으신다면, 앞서 말하지 않았는가. <보안세상>은 IT 보안만 다루는 폐쇄적 공간이 아니라 이 세상을 다루는 개방적 이야기장이라고.

넷째 반전은, 내가 이 이상으로는 반전을 느끼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사회대생의 <보안세상> 기자 활동이 마치 반전의 연속인 것처럼 서술했으니 뜬구름 잡는 듯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앞서의 반전에 곧 익숙해진 것일까. 우리 대학생기자들과 함께 해준 안랩인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컴퓨터만 다루는 '기계'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점은 매우 당연하게만 다가온다.

물론 사무실을 돌아다니다 보면 밤낮없이 인터넷 보안을 위해 모니터 앞에서 힘쓰시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 그렇지만 군 시절부터 돈독한 우애를 자랑하는 선후임 동료나, 함께 안철수연구소로 이적한 동료, 함께 헬스장도 다니고 마라톤에도 참가하는 동료까지 사내 인터뷰를 하며 느낀 IT 보안 대가들의 엄청난 동료애와 인간미는 더 이상 내게 반전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다음 학기에 교환학생을 가게 되어 추가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못내 아쉬워 자판을 계속 두드리게 되는데
, 너무 길어지면 읽는 사람도 지칠 테니 여기서 마칠까 한다. 그럼 이만 Happy New Year! Ahn

대학생기자 오정현 /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夜深星逾輝(야심성유휘) : 밤이 깊을수록 별은 빛난다.
주위가 어두워질수록 별빛은 거세게 흔들립니다. 그러나 그 만큼 더욱 밝게 빛나죠. 여러 기사와 소식이 당신의 세상을 어둡게 비출지라도 더욱 밝게 빛나고, 그리고 그 빛들로 그 세상을 더욱 밝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철수연구소가 1월 21일까지 대학생기자를 모집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바로 가기 =>
[대학생기자 모집] 안철수연구소 사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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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rownw 2011.01.09 14:17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훈훈 돋네요 ㅋ

드라마 작가가 파헤친 안철수연구소 진짜 모습

“꿈이 뭐예요?”

갑자기 날아든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대학교 4학년, 친구들 사이에서 어느새이란 단어는 하나의 금기처럼 여겨진 지 오래였다. “네 꿈은 뭐야?”가 아니라공채 어디 썼어?”를 묻는 것에 익숙해져 가던 때에, 다시이라는 단어를 듣자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꿈? 내 꿈이 뭐였더라? 대기업에 가서 높은 연봉을 받는 것? 아니면 공무원이 돼서 안정적으로 사는 것? 어렸을 때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인터뷰를 하러 왔다가 오히려 인터뷰를 당하는 것으로 박지영 작가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소설가, 번역가, 드라마 작가, 텍스트 디렉터출판과 영상 넘나드는 팔방미인. 사실작가라는 이름만으로 박지영 작가를 규정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0여 년 간 그녀는 때로는 소설가로, 때로는 번역가로, 또 때로는 드라마 작가로 다방면을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 - 안철수연구소>의 초판에 이어 개정판 작업에도 텍스트 디렉터로 힘을 보탰다.

“텍스트 디렉터라고 하면 굉장히 낯선 직업인 것 같지만 사실 새로운 일은 아니에요. 자료를 수집하고 취재하고 정리하는, 그러니까 말 그대로 감독(director) 역할을 하는 거죠. 물론 책 지은이는안철수연구소 사람들이고, 저는 방대한 자료들을 교통 정리를 하는 사람이에요.”

겸손하게 이야기했지만 안철수연구소 15년의 이야기를 글로 엮어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 터다. 2007년부터 현대자동차 등 기업 관련 책을 집필해 왔던 박 작가였지만, 출판사의 추천을 받고도 한참을 고심했단다.

사실 IT 분야는 그전까지 저에게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었거든요. (웃음)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호기심 반, 안철수 박사님에 대한 호기심 반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안철수연구소는 나를 긴장시키는 기업이다


기억에 남는 안랩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박 작가의 눈망울이 어린 아이처럼 빛났다. 한 명 한 명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박 작가의 들뜬 목소리에서, 취재원과 작가 이상의 끈끈한 애정이 느껴졌다.

“안랩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을 만난 것 같아요.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은 권진욱 차장님이에요. 우리가 흔히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지요? 제게는블링블링’(박 작가는 꼭 이 표현을 써달라고 당부했다)하게 느껴지는 그런 분이고요. 이호웅 차장님은 정말 내 편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조동수 전무님은 첫인상만 보고 잔뜩 기가 죽었는데, 인터뷰를 자청해서 더 길게 하실 정도로 적극적이고 친근한 분이어서 기억에 남네요.”

실제로 박 작가에게 안철수연구소와의 만남은 단순한 일 이상의 의미를 주었다. “당시에 드라마 메인 작가를 맡으면서 마음 고생이 심했던 시기였어요. 제작자와 배우, 작가라는 세 주체를 조율해야 하다 보니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엄청났죠. 그런데 안철수연구소 사람들을 만난 뒤로는 예전보다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한 것 같아요. 새로운 분야에 과감히 도전하도록 만드는 긍정적인 의미의 압력을 받은 거죠.” 
 

안정적인 삶? 그런 건 없다


이후 박 작가는 기업가 정신과 관련한 벤처에 참여하고, 새로운 원고와 드라마를 준비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면서 남들처럼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안 박사님 말씀처럼 안정적인 삶라는 건... 죽어야 안정적인 거죠(웃음). 저는 항상 오늘만 있지 내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삶은 언제나 도전이잖아요.
사실 전 스타 작가는 아니에요. 남들보다 빼어나지 않은 만큼 더 열심히 살아야 그나마 티가팍팍나겠죠. (웃음) 적어도 제 삶에서만큼은 주인공으로 살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제 삶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기가 아닌 투자로 생각하고 있어요.

꿈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에 이어서, 다시 한번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저 막연하게 안정적인 직장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은 어쩌면 이미죽어있는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텍스트 디렉터의 작업은 기자와도 유사하다. 다양한 자료를 모아 정리하고, 취재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면 먼저 해당 분야에 관한 준 전문가급 지식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집필하는 동안에는 온전한 몰입이 필요하다. 박 작가 역시 한의학에 관한 책을 쓰면서 한의사로부터침만 놓을 줄 모르지 반은 한의사나 다름없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단다.

인터뷰를 마치고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도 최근 준비 중이라는 유전자에 관한 책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다음에는 요리에 관한 책을 쓸 예정이라고 하니, 몇 주 뒤 그녀를 다시 만난다면 이번엔 요리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 터다.

“안철수연구소 사람들의 공통점이요? 개성이 강하지만, 한 편으로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거예요. 각자가 자신만의 비전을 가지고 있어서, 타성에 젖지 않는 사람들이에요
.”

그러고 보면 박 작가와 안철수연구소 사람들, 많이 닮았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 - 안철수연구소>의 지은이인안철수연구소 사람들이란 이름 속에는 이미 그녀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책이 나오는 대로 꼭 보내주겠다며 끝까지 배려를 잊지 않는 박 작가의 모습에서, 그녀가 안철수연구소에게 감염됐다는행복 바이러스가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앞으로 책과 브라운관에서 만나게 될 그녀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Ahn

 

대학생기자 양정민 /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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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시 2010.10.19 22:22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ㅎㅎㅎ 잘보고 갑니다.

  2. tomais7 2010.10.20 14:43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태그에 "권진옥" 눈에 띄네요...^^

  3. 이나래 2010.10.22 15:24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우왕작가님 너무예쁘세요^^ 계속좋은 글부탁 드립니다^^*

  4. 황훈선 2010.10.27 09:18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사진이 왜이리 예쁘게 나왔나요. 역시 잘 보고 갑니다. 쭈~~욱 잘 나가세요

  5. niki 2010.10.27 11:50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인터뷰 하신 분이나 인터뷰에 응하신 분이나..
    어쩌면 이리도 말씀을 잘하실까요. 놀래부렸네요.
    달인의 만남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

  6. 이용섭 2012.02.10 03:49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너무 멋지세요..^^ 그런 삶을 동경만 해왔지 그렇게 살지 못한 제가 느끼는 건 바로 허탈감?이 아닌 기대감이 있다는 건 내가 느낀 그리움이 기쁨이 돼어 돌아온다는 것. 그 이상의 기쁨을 전해주신 작가님께 고맙고 감사합니다..^^

  7. ㅋㅋㅋ 2013.04.17 20:15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ㅎㅎㅎ 남자면 이렇게 못하져 마누라 먹여 살려야지 자식 챙겨야지~ ㅋㅋ 여자들은 굳이 결혼 안해도 된다는 인식도 있고 여자들이 꿈찾기에는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600명이 지켜가는 안철수스러움의 실체는?

문화산책/서평 2010.10.07 07:57

지난 2008 V3 출시 20주년을 맞아 출간된 경영에세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 - 안철수연구소>가 개정판을 통해 올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서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안철수연구소(이하 안랩)의 모습과 2009 7 DDoS 대란 당시의 긴박한 상황이 생생하게 묘사되었다.

안랩 대학생기자로 활동하다 보면 재미있는 상황을 겪게 된다. Ahn 로고가 새겨진 명함이나 수첩을 꺼낼 때마다 부러움 반, 놀라움 반 섞인 시선을 받는 것이다. “너 원래 바이러스 같은 데 관심이 많았니?” 혹은 “안철수 만난 적 있어?”라는 물음도 자연히 따라온다. 이처럼 일반인에게 안랩은 “어렵고 복잡한 일을 하지만, 그래도 뭔가 좋은 일을 하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안철수'연구소? 안철수'연구소' 

 

▲ 안철수 교수가 직접 패키지 모델로 등장한 'V3 365 클리닉'

 

회사 이름에서부터 그러하듯, 안랩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안철수 교수다. 지난해 6 <무릎팍 도사> 출연 이후로 안 교수가 청년들의 멘토로 떠오른 것도 한몫 했다. 아직도 안 교수를 안철수연구소 경영자(CEO)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을 만큼, 안랩의 이미지에서 안 교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대학생기자로 활동하면서 “안랩의 이미지가 안철수 개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을 지우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 - 안철수연구소>를 읽으며 그 걱정이 기우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2000년 통합보안기업으로의 변신을 준비하면서, 회사 이름을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원들이‘안철수연구소(이전 이름은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라는 이름을 유지하기를 원했다. 왜일까? 아래 안랩의 핵심 가치와 비전을 살펴보자.


-
우리 모두는 자신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
우리는 존중과 신뢰로 서로와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
-
우리는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96)

그동안 ‘인간 안철수’에게 느꼈던 이미지와 별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 든다. 이처럼 안랩 사람들에게 ‘안철수’라는 이름은 단순한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 안랩의 핵심 가치를 포괄하는 이름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 - 안철수연구소>의 지은이는 안철수 교수도, 김홍선 대표도 아닌 ‘안철수연구소 사람들’이다. 노력, 존중, 정직과 신뢰라는 ‘안철수스러움’을 꼿꼿이 지켜내는 안랩인들이 아니었다면 안랩의 지금과 같은 발전은 없었을 터다. 책장을 덮으며 안랩의 대표 브랜드는 사실 안철수가 아니라, 안철수연구소의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0만 달러를 줘도 팔지 않는다는 ‘이상한 회사’


일반인들에게 안랩은 ‘착한 회사’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한 회사'이기도 하다. 유료 제품만큼이나 무료 백신에도 계속해서 신경을 쓰고, 그 자신이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면서도 벤처 거품으로 덕을 보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시각장애인 고객 1명의 요청 때문에 직원들이 밤을 새워가며 시각장애인용 제품을 개발한다. 이 ‘이상한 회사’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 - 안철수연구소>에서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서버용 백신 만드는 게 어디 쉬운 일이라야 말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야 어느 세월에… 요트 한 번 제대로 타보겠느냐고요. V3…파시죠! 인수하는 조건으로 1,000만 달러를 지불하겠습니다.

(
중략) 짧은 긴장감이 흐른 뒤, 안철수의 입에서는 단호한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노!

(중략)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갸웃하는 M사 회장과 그의 직원들을 향해 안철수는 혼잣말처럼 나지막하게 되뇌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충분히 희망이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셨네요. 하지만 대한민국의 희망을, 우리 회사의 영혼을 단순히 돈으로 계산할 순 없지 않겠습니까? (54~55)

안 교수의 저서 제목 <영혼이 있는 승부>처럼, 안랩 사람들은‘영혼’을 강조한다. 애당초 회사 설립 초기부터 공익과 이윤 추구의 공존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었다는 것, 그래서 사람의 얼굴을 한 기업이라는 것은 안랩만이 가질 수 있는‘영혼’의 핵심이다 

1995 3 18일자 동아일보 기사. 개인 사용자를 위한 무료 서비스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랩이 7년 연속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선정되는 배경에는 바로 이 ‘영혼’이 있다. 이윤에 흔들리지 않는 ‘영혼’이야말로 어떤 떠들썩한 광고보다도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까닭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장수 브랜드를 마치 사람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가까이 지내던 친구가 갑자기 태도가 변하면 당황하듯이, 브랜드가 가지는 이미지가 바뀌면 소비자 역시 불쾌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안철수연구소’ 역시 1995년 창사 이래 원칙과 신뢰라는 이미지를 일관되게 전달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자, 향후 지속해 나가야할 과제일 것이다 

 

최근 ‘윤리경영’‘상생’ 등의 화두가 기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의 근본적인 가치관을 바꾸는 작업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안철수연구소가 달려온 지난 16년간의 기록을 통해 이들의 성공 비결을 엿보는 것도 한 방법일 터다.Ahn 

대학생기자 양정민 /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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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별 2010.10.07 10:23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여백이...좀 이상한데요?...
    글 복사를 다른 프로그램에서 (양식 형태까지) 그대로 복사된 듯...
    (아니면...html 폰트 지정해주셨나요?...)
    ...
    사진이...다른 좋은 사진 없나요...지못미ㅜㅜ...

  2. Sonagi™ 2010.10.07 11:48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 이라? .. 휴
    안철수교수님의 이름을 들으면 편안해져요~~

  3. 율무 2010.10.08 10:51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열정과 영혼, 올바른 윤리는 안철수연구소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가야할 3대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있는 곳이 안철수연구소라고 생각하니 정말 훈훈해져요~

우루과이 16강전, 박지성 골인에 세븐이 운다?

보안라이프/IT트렌드 2010.06.26 06:30

2010 남아공 월드컵을 맞아 인터넷 공간의 열기도 뜨겁다. 차두리 선수가 사실은 차범근 해설위원이 제작한 로봇이라는차두리 로봇설을 필두로 네티즌은 월드컵을 소재로 수많은 패러디물과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스의 카추라니스 선수는 경기 도중 자신의 발에 파헤쳐진 잔디를 다시 심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지중해 매너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곱게 잔디를 정돈하는 그의 모습은 수많은 패러디물을 낳았다.


▲ 명화 '이삭줍기'가 '잔디심기'로 재탄생했다.

                            
이어 17일 아르헨티나전에서 한국이 1:4로 패하자, 네티즌의 분노는 엉뚱하게도 디시인사이드의 과학 갤러리와 수학 갤러리로 옮겨갔다. 이날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과인(HIGUAIN) 선수의 이름이 마치 '이과인(理科人)'처럼 들린다는 이유에서였다.

경기가 끝나자 수학 갤러리 게시판은 분을 삭이지 못한 네티즌의여기가 이과인이 거주한다는 수학갤인가요?” “골의 각도와 방향을 벡터로 해석해주세요등의 장난 섞인 글로 도배되었다. “정부는 뭐하냐. 이과인 무시하니까 지잖냐와 같이 이공계 홀대와 아르헨티나전 패배를 엮은 기발한 글도 있었다.

 

▲ 아르헨전 경기 직후 수학 갤러리의 모습

                                         

나이지리아전이 끝나자 이번에는 가전 갤러리가 때아닌 뭇매를 맞았다. 교체 투입 직후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허용한 김남일 선수의 별명이 진공청소기이기 때문이다. 가전 갤러리에는진공청소기가 고장나서 반품하러 왔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가전 갤러리가 갑자기 뜨거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E-스포츠 빅매치인 리쌍록(이영호-이제동 대결)이 온풍기 과열로 인한 정전 때문에 심판진 판정으로 승부가 갈리자, 네티즌은 온풍기를 최고의 프로게이머로 추대하자는 글로 가전 갤러리를 도배한 바 있다.

나이지리아전 종료 직후 다른 한 편에서는 16강 진출을 자축하기 위해 1 더하기 6 7이라는 이유로 가수 세븐의 갤러리에 도배글을 올리는 네티즌도 있었다. 세븐 갤러리는 앞서 그리스전에서도 전반 7, 후반 7분에 한국의 골이 터졌다는 이유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 나이지리아전 직후 가전 갤러리의 모습

 

이렇게 갤러리의 주제와 전혀 다른 성격의 글이 도배되는 것을 네티즌은 '갤러리가 털렸다'고 표현한다. 대상으로 정해진 갤러리는 순간적으로 수많은 네티즌의 울분이나 기쁨을 분출하는 해방구가 된다. 우천으로 야구 경기가 취소되는 날에는 가수 비(정지훈)의 갤러리가 분풀이 대상이다. 가수 세븐 갤러리는 숫자 7과 관련된 사건만 생기면 단골 공격 대상이다. 베이징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이탈리아 마지막 선수가 7점을 쏘아 한국의 금메달이 확정되던 날도 몸살을 앓았다.

 

물론 해당 갤러리에 오랫동안 정을 붙이고 활동하던 이에게는 네티즌의 '털기'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례도 있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장미란 선수가 금메달을 따자 장미꽃을 떠올린 네티즌은 식물 갤러리에 도배를 시작했다. 식물 갤러리 이용자들은 대부분 텃밭 가꾸기, 산행, 꽃 사진 찍기가 취미인 40~50대 어르신들. 젊은 네티즌의 장난에 어르신들이 오히려 장미꽃 사진을 올리며 화답하자, 네티즌 역시 도배를 멈추고 어르신들의 넓은 마음 씀씀이에 감화되었다는 이야기는 디시인사이드의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다.

 

오늘 열릴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는 부디 분노의 글로 '털리는' 갤러리가 없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한국 대표팀의 8강 진출에 대비해 가수 세븐의 팬들에게 다시 한번 너그러이 갤러리를 내어주시길 부탁드린다. 우리 대표팀이 7골을 넣거나, 7번인 박지성 선수가 골을 넣거나, 그것도 아니면 7 더하기 1 8이니까. Ahn 

대학생기자 양정민 /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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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RFID, 유비쿼터스 시대 적자 되나

보안라이프/IT트렌드 2010.06.21 09:59

직장인 A씨의 퇴근길은 조금 특별하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진입하자 A씨의 주차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주차를 마친 A씨가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자동으로 A씨가 사는 6층으로 움직인다. 현관문 역시 간단한 리모콘 조작으로 열린다.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이미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이러한 '원패스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러한 '원패스 시스템’은 바로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기술 덕에 가능하다. RFID는 기존의 바코드처럼 RFID 태그가 부착된 대상의 정보를 제공한다. 빛을 이용하는 바코드와 달리, RFID는 무선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거리가 멀거나 장애물이 있어도 인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RFID 시스템은 용도에 따라 다양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데, 주파수 대역이 높을수록 인식 거리도 높다.

RFID 시스템은 태그, 안테나, 리더, 호스트로 구성된다. 태그는 정보가 저장된 IC칩과 안테나를 포함하고 있다. 이 안테나에서 전송된 정보를 읽어들이는 기계가 리더이며, 여러 대의 리더에서 읽어들인 데이터를 처리하는 장치가 호스트이다.

      

잃어버린 강아지 찾아주고, 짝퉁 잡아내고


RFID 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교통카드나 하이패스, 대형 할인마트의 도난방지 시스템이 가장 대표적인 RFID 기술이다. RFID는 개발 초기의 목적이었던 재고 관리, 물류 분야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가장 도입이 활발한 곳은 공공 분야다. 2008년 1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각 지자체는 반려동물 등록제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반려견의 몸에 주인의 정보가 입력된 RFID칩을 주입하거나, 전자목걸이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환경부는 2012년부터 RFID 태그가 부착된 용기를 사용한 음식쓰레기 종량제를 전국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올 10월부터 RFID 태그로 승용차 요일제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요일제 준수자에게 다양한 인센티브(우선 주차권, 통행료 감면, 스포츠 관람료 할인 등)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부산시는 작년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미아 방지 RFID 팔찌가 큰 호응을 얻음에 따라, 올해 휴가철에도 팔찌를 무료로 대여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와 인천시는 장애인 주차 공간에 주차하는 '얌체족'을 막기 위해 올 12월부터 RFID 기술을 활용한 장애인 전용 주차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조달청의 물품 관리, 서울시 공공 자전거 시범 사업에서도 RFID 기술을 활용한다.

기업 역시 RFID 도입에 적극적이다. 한 대형 할인마트는 쇼핑 카트에 RFID 태그를 부착하여 고객의 동선, 구매액, 방문율, 좋아하는 품목 등을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보들이 누적되면 고객이 많이 몰리는 곳은 매대 간의 간격을 넓게 하거나, 쇼핑 도우미가 고객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 주는 것도 가능해진다.


최근 RFID 시스템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일도 있었다. 천안함 침몰 당시 일각에서는 RFID 구명조끼가 있었다면 실종 장병 수색에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는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해군은 올해 초 해양경찰청이 개발한 RFID 구명 조끼 도입을 검토했으나 예산 문제로 도입을 하지 않은 바 있다. RFID 구명 조끼에는 조난자가 조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송신기가 부착되어 있다. 수신 시스템은 조난자의 인적사항, 위치를 파악하여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배를 출동시킬 수 있다.


늘어나는 아동 성범죄와 관련해서도 RFID 기술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국내의 한 경비업체는 학교에 RFID 안테나를 설치하여 성범죄자가 착용한 전자 발찌에서 나오는 신호를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신호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경보음을 울리고 위치 정보가 경찰이나 경비업체에 전송된다. 현행 법률로 인해 실제로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RFID 기술이 범죄 예방에도 이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모바일 RFID도 상용화 눈 앞에


RFID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러나 사실 RFID 기술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자국 전투기 식별을 위해 최초로 도입하였다. 이후 가축 관리, 철도 분야에 사용되다가 1980년대 이후 바코드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10여 년 전 월마트가 바코드 대신 RFID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며 잠시 주목받았으나, 기술적 문제와 높은 가격 때문에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그러나 인식거리, 인식률 등이 크게 개선되고 RFID 칩 가격이 낮아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유비쿼터스 시대를 이끌 핵심 기술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세계 시장은 연 평균 30%, 국내 시장은 연 평균 4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RFID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산학연구팀이 기존 대비 20%의 비용으로 RFID 태그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국산 RFID 기술이 잇따라 국제표준(ISO)으로 채택되는 등 한국의 RFID 기술은 경쟁력이 매우 높다.

▲ 병원에서 팔찌형 RFID 태그와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리더기를 사용해 환자 정보를 관리하는 모습. 향후 모바일 RFID가 본격화하면 이 같은 리더기조차 필요 없어질 것이다.   

스마트폰과 RFID가 결합된 '모바일 RFID'는 향후 스마트폰 시장의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아이폰 4G의 출시를 앞두고 RFID 기술이 적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현재까지 RFID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은 없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컨소시엄이 세계 최초로 USIM 카드 안에 RFID 리더를 장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기 때문에, 모바일 RFID가 빠르면 올 하반기에 상용화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소비자가 RFID에 담긴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매장에 구비된 리더기를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모바일 RFID 기술이 상용화하면 누구나 정품 여부, 유통 이력, 사용 방법 등의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그 자리에서 결제까지 할 수 있다.

보안과 사생활 보호 문제 해결해야

 
RFID가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RFID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안과 사생활 보호 문제다. RFID는 비용과 무선환경의 제약으로 인해 높은 수준의 보안이 어렵다. 따라서 불법 데이터 수집, 서비스 거부 공격(DoS) 등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RFID가 개인 성향 파악이나 위치 추적에 오남용될 가능성도 있어 RFID를 동물이나 사물이 아닌, 사람에 적용하는 문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실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브리탄 초등학교(Brittan Elementary)는 학업 평가와 교내 안전 강화 목적으로 7, 8학년 학생들에게 전자배지를 지급했다. 그러나 학부모와 시민들은 전자배지에 대해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결국 캘리포니아주 의회 상원 법사위는 신분증에 RFID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 브리탄 초등학교 학생들이 실제로 착용했던 전자배지 (출처 ABC NEWS)

국내의 경우, 아직 RFID의 특성에 맞는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무선인식(RFID) 프라이버시 보호 가이드라인'이 2007년 이후 개정이 되지 않아 시대에 뒤쳐지고 있다. 현행 가이드라인에는 정보 수집자와 이용자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모바일 RFID 시대에는 정보 수집자와 이용자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RFID를 악용한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또한 분야에 따라 RFID 정보의 취급 기준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 역시 RFID 태그가 부착된 제품의 경우, RFID 태그가 부착되어 있다는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수집된 정보를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Ahn

대학생기자 양정민 /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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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악랄가츠 2010.06.21 15:37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장단점이 뚜렷하네요! ㄷㄷㄷ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더욱 부각시킨다면,
    전방위적으로 유용하게 활용되겠네요! ㅎㅎㅎ
    기대해봅니다! ^^/

한일 사이버 전쟁, 놀이인가 범죄인가

‘경인대첩’을 아시나요?

살수대첩, 행주대첩도 아니고 경인대첩이라니? 하지만 ‘경인대첩’은 실제로 일어난 전쟁이다. 바로 2010 3.1 한일 네티즌이 벌인 사이버 전쟁을 일컫는 말. 그리고 이들이 무기로 내세운 것은 인터넷과 키보드. 양국 네티즌의 사소한 장난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 사건은 10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참여해 MBC 9시 뉴스데스크를 비롯한 각종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김연아 심판 매수설? 더는 못참아… 10만 명 모여 사이버 공격


- 발단 : 3.1절 사이버 전쟁의 발단은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월 중순 러시아에서 한인 유학생이 구타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일본 사이트 2ch에는 이 사건과 관련해 한국인을 비하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2ch는 일본의 대표적인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로 영화 <전차남>의 소재로 사용된 곳이기도 하다.) 이 게시물들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퍼지면서 한국 네티즌 사이에서 반일 감정이 높아졌다.

- 전개 : 반일 감정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것은 밴쿠버 동계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경기였다. 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 점수를 놓고 2ch 네티즌은 심판 매수설 등 근거없는 루머를 퍼뜨렸다. 디시인사이드, 특히 ‘화력(네티즌들의 수와 세를 이르는 말)’이 가장 강한 코미디 프로그램 갤러리를 중심으로 한국 네티즌이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네이버에 ‘테러 대응 연합 카페’를 개설하고 웃긴대학, 오늘의유머, 엽기혹은진실 등의 커뮤니티에 ‘지원군’을 요청했다.

- 위기, 절정 : 2ch 네티즌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2 28일과 3 1일 오전에 디시인사이드를 공격했으나 큰 피해는 없었다. 이에 닉네임 ‘안관이’를 주축으로 한 소수의 한국 네티즌이 ‘선봉대’로 3 1일 오전 11시경부터 2ch 네임 서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테러대응연합 카페’에서 공격 시각으로 정한 3 1일 오후 1. 한국 네티즌은 F5(웹페이지 새로고침) 키 연타와 각종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2ch를 공격했고, 4시간 만인 오후 5시에 모든 서버를 다운시켰다
                      

▲ 3월 1일 오후 5시 닉네임 '안관이'가 올린 게시물. 2ch 서버가 모두 다운됐다.


2ch 네티즌도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와 청와대 홈페이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반크는 라우터 4개 중 2개가 망가지는 피해가 있었으나, 청와대는 잠시 사이트가 느려지는 것 외에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 상대편 웹사이트에 첩자를 파견하거나, ‘지휘부’가 인터넷 방송으로 지시를 내리는 등 실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첩보전이 벌어졌다
                                      

▲ 일본 2ch 네티즌의 공격을 받은 반크(VANK) 홈페이지


-
결말 : 오후 8 43분 일본 측이 공격 중지를 선언하고, 이어 오후 9 38분 한국 측이 승리 선언을 함으로써 사이버 전쟁은 끝이 났다. 다음날인 3 2일까지 양국 네티즌의 공격은 3~4차례 계속되었으나, 우려할 만한 큰 충돌은 없었다. 

총성없는 사이버 전쟁, 어떻게 이루어졌나

 

▲ '7.7 DDoS 대란' 당시의 공격 개요도. 출처 :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일 네티즌이 사용한 방식은 분산서비스거부공격(DDoS, Distributed Denial of Service)의 일종이다. DDoS는 다수의 PC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동시에 전송하여 정상적인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태를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DDoS 하면 작년 7월 초 정부 주요기관 및 각종 포털과 은행 웹사이트를 마비시켰던 이른바 ‘7.7 DDoS 대란’을 떠올리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한일 네티즌이 사용한 방식은 7.7 DDoS 대란 때와는 조금 다르다. 7.7 DDoS 대란의 원인은 해킹된 웹하드 사이트에서 퍼져나간 악성코드 때문이었다. 이용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악성코드에 감염된 좀비 PC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특정 사이트를 공격한 것이다. 반면 3.1절 한일 사이버 전쟁에서는 10만 여명의 네티즌이 동시에 F5 키를 연타하거나, 공격용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설치, 사용하는 방식으로 DDoS 공격이 이루어졌다.

어쨌든 이겼으면 된 거 아니냐고? 글쎄…


3.1
절에 벌어진 한일 사이버 전쟁은 한국 네티즌의 판정승으로 끝이 났다. 이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는 “일본 네티즌의 모욕적인 글에 대한 정당한 대응” “통쾌하다”는 긍정적 반응과 “그러라고 있는 삼일절이 아닐 텐데?”라는 부정적 반응이 엇갈렸다 


문제는 한일 사이버 전쟁이 가져온 후폭풍이다. F5를 연타하는 ‘고전적인 방식’ 외에도 한국 네티즌은 UDP Flooder라는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사용했다. 이것은 서버 테스트에 사용되는 프로그램. 하지만 이것이 사이트 공격 도구로 변조, 악용된 것이다. 이 외에도 사이트 공격용으로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들이 네티즌 사이에 급속도로 퍼졌다. 결국 이용자 신고로 현재 네이버에 개설된 ’테러대응연합‘ 카페는 접근이 제한된 상태다
                                        

▲ 한국 네티즌이 사용한 사이버 테러용 프로그램

사이버 전쟁 당시 2ch가 한국 IP를 차단하자, 한국 네티즌은 미국 서버를 경유하는 방식으로 2ch 공격을 계속 했다. 2ch를 관리하는 미국 IT 기업 PIE(Pacific Internet Exchange)사는 이를 미국 기업에 대한 사이버 테러로 간주하여 FBI 샌프란시스코 지국에 관련 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이들이 추산한 피해액은 250만 달러(한화 약 28억 원)에 이른다.

3.1절 사이버 전쟁에 참가한 네티즌이 실제로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 PIE사는 공식 발표문에서 “공격을 한 사람들에 대한 보복이 아닌, 이러한 행위가 인터넷 세계에서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FBI에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그러나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NETAN)에 따르면, 사이트 마비를 목적으로 특정 홈페이지를 공격하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까지도 가능한 명백한 범죄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약칭 정보통신망법) [전문개정 2008.6.13]  

48(정보통신망 침해행위 등의 금지)

②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하 “악성프로그램”이라 한다)을 전달 또는 유포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거나 부정한 명령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71(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9. 48조제2항을 위반하여 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한 자
10.
48조제3항을 위반하여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게 한 자


물론 사이버 전쟁의 빌미를 제공한 일본 2ch 네티즌의 책임도 크다. 피살 유학생이나 김연아 선수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3 15 일본 최고재판소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허위 사실을 포함한 내용으로 라면 프랜차이즈 기업을 비방한 남성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 최고재판소는 판결문에서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은 다른 매체에 비해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01 3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2004 1월 독도 영유권 문제, 2005 8월 구글의 동해 표기로 인한 ‘반크(VANK)' 공격 등 한일 사이버 전쟁은 연례행사처럼 반복된다. 2010 3.1절 사이버 전쟁은 끝났지만, 양국 네티즌은 8 15일 광복절에 ‘리턴 매치’를 다짐하는 터라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결국 3.1절 사이버 전쟁은 양국 네티즌 사이의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건인 동시에, 사이버 문화의 성숙이 아직까지 요원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현실 세계의 명예훼손과 업무방해가 불법이듯, 사이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과 사이버 테러 역시 불법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현실에서 나쁜 일은 사이버 공간에서도 나쁜 일이다Ahn

대학생기자 양정민 /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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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이너스 2010.04.14 08:59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정말 예삿일이 아니네요.
    예전에 책에서 볼떄는 게임처럼 두근두근했지만..
    사실은 범죄죠...^^;
    잘보고갑니다. 날씨가 살짝 춥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따뜻한 봄날되시길^^

  2. 나참;; 2010.04.14 10:52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아니 뜬금없이 한달전 이야기를 지금 이슈화 시키는건 대체;;;;

  3. 쿨캣7 2010.04.14 11:20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헉.. 이 내용 제가 다음 칼럼에 쓰려고했는데... 방향을 좀 달리하거나... 참조에 넣어야겠네요 ~ TT 하긴 3월 1일에 발생한거라 시간 좀 지나긴 했죠...

  4. xenerdo 2010.04.14 11:57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잘 읽고 갑니다.. 어쨌든 양국의 앙금이 해결되서 서로를 사이버 상에서 테러하는 일이 사라졌으면 좋겠네요~~ㅜ,ㅜ

    • 하프물범 2010.04.15 16:34 신고  Address |  Modify / Delete

      기사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도 양국의 앙금이 해결되길 바랍니다만, 역사,외교적인 문제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참 어려운 것 같아요^^;

  5. 지나가던이 2010.04.14 15:22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제가 알고 있는 발생원인이랑은 조금 다른 것 같네요. 처음엔 저도 글쓴 분 처럼 악플 때문에 일어난 거라고 알았는데, 자세히 알아보니 일본쪽에서 그 전에도 선제 공격했고 그에 대응하기 위에 네티즌이 만든게 바로 '정당한 테러대응 카페'였더군요. 이름을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일본쪽에서 공격해오는 테러에 '정당하게 대응'하려는 목적이었구요. 그 사이버전이 일어날 당시에도 일본쪽에서 선공격하는 걸 감지해서 그 지휘부만 공격한 걸로 알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디씨나 다른 커뮤니티가 악플 달린거 때문에 연합해서 도와준 거 라더군요. 어느 얘기가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심이 좋을 듯 싶네요

    • 하프물범 2010.04.15 16:35 신고  Address |  Modify / Delete

      '지나가던이'님, 혹시 이미 지나가버리신건 아니죠?^^;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경인대첩 이전의 상황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는데 댓글 보고 새롭게 알게 된 면이 있네요~

  6. 사자 2010.04.14 21:15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전 그런 일이 있는 줄도 몰랐네요;

  7. 에이 뭘 그정도 갖고.. 2010.04.14 21:58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예전에도 치고 박고 했습니다.

    이번엔 김연아 선수의 악플로 인해

    서로 투닥투닥 거렸던 디시와 웃대가 연합할 정도에 이르렸죠..

    뭐 어쨋든 아마 8월 15일에 뉴스뜰 확률이 좀 있습니다.

    일본에서 공격해올 확률이 좀 높거든요..

    [전 7월에 입대예정인지라..]

    • 하프물범 2010.04.15 16:38 신고  Address |  Modify / Delete

      기사 본문에도 있듯이 이게 몇년째 계속되고 있는건데, 이번 경인대첩은 유난히 규모가 컸던 것 같아요. 한국 네티즌이 이겨서 그런지(ㅋㅋ) 언론에서 좀 더 주목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광복절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저도 궁금합니다.

  8. 하나뿐인지구도용아닌mbti 2010.04.15 10:20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잘 모르는...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국가별 해킹은...아시아쪽은 중국이 문제죠...일본하고, 한국은 하위(?)쯤? ^^;...
    그리고...우던,좌던,민족주의던...뭐든지, 너무 심하면(탈선하면), 좋지 않은...
    ...
    ps>특히...역사왜곡에, 교과서 왜곡까지...반성은 못 해도, 저렇게까지 막 나가면, 안 되죠~

  9. 잡선생 2010.05.16 13:19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3.1때 참전한 용사(?)입니다...
    광복절에는 2ch쪽에서 먼저 공격하면, 우리가 그걸 이유로 반격할거라고 알고있습니다.
    정당한 이유인가요?

    • 보안세상 2010.05.17 11:13 신고  Address |  Modify / Delete

      방어를 하면 정당 할 것 같습니다. 그 방어가 상대의 무력화이고 그 무력와 방법이 상대와 똑같은 수단이라는 것이 매우 아쉬울 따름입니다. 혹여나 광복절에 2ch이 선공을 해와 반격을 하게 된다면, 반격이라는 표현보다는 방어전이라는 표현을 하는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당성을 담보하느냐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점과 개인의 신념 등 논의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10. 승리의 디씨인 2010.05.30 10:15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승리의 디씨!!!! 2초는 디씨의 적!

  11. asdf 2010.07.28 14:04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오늘 이 전쟁이 끝난 뒤로는 지금 마시는 술이 너무나도 달콤합니다~
    X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