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어느 날, 주간 경제지를 읽다가 인물 인터뷰 기사 한 꼭지에 문득 눈길이 갔다.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소장 안철수’라는 제목과 함께 호빵맨을 닮은 어떤 신사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의사로서 V3라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여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라는 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를 미국의 어떤 큰 회사에서 매각하라고 했는데 그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다, 그로 인해 큰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도 버리고 V3라는 백신을 무료로 배포해서 우리나라 공익에 매우 큰 기여를 했다. ...”
컴퓨터에 대해 큰 지식이 없던 내가 그 글을 읽으며 기억했던 내용은 이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소장이라는 분의 소신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판단을 할 때 돈을 빼놓고 생각한단다. 많은 사람이 살면서 얻기 위해 열중하는 그것을 중요한 결정에 있어서 배제하고 생각한다니 ‘참 특별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런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날 저녁 귀가한 남편이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에 면접을 보러 간다고 한다. 너무 신기해서 “나 그 회사 알아요! 오늘 잡지에서 읽었어요! 그런 회사 다니는 사람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라고 했다.
정작 남편의 반응은 덤덤했다. 매출 규모가 너무 작다고. 그런데 1차 면접을 하고 돌아온 저녁 남편의 반응은 180도 달라져 있었다. 잠자리에 누워서 조심스레 물어봤다.
“그 회사 가고 싶어요?”
그러자 망설임 없이
“응!”
하고 대답한다.
“그럼 우리 기도하고 자요!”
오랜 시절 한 교회에서 성장해 결혼까지 했는데도 처음으로 침대에 무릎 꿇고 앉아 두 손 맞잡고 기도를 했다. 그리곤 몇 번의 면접을 더 거쳐서 현재 안철수연구소의 한 가족이 되었다.
당시 30명 내외의 직원이 근무하는 회사였는데도 사람들은 안철수연구소에 다닌다고 이야기하면 대기업에 다닌다고 대답한 것보다 더 과한 반응을 보이며
“좋은 회사 다니네~!”
하고 이야기했다.
부모님께서는 일간지에 안철수연구소 관련 기사만 나오면 챙겨서 가지고 오신다. 컴퓨터 세대인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아빠가 안철수연구소 다닌다고 하면 자기 컴퓨터도 V3를 쓰고 있다며 “너희 아빠 되~게 좋은 회사 다닌다!!!”라고 했다고 우쭐해한다. 무슨 백신 프로그램이 잘못 유포되었다는 기사가 났을 때는 마치 자기 자존심이 손상을 받은 듯 울그락불그락하기도 했다. 이렇듯 회사는 남편 한 사람이 다니고 있는데 온 집안 식구들이 모두 직원이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그 긴 시간이 속도 빠른 IT 회사를 다녀서 그런지 엊그제만 같다. 강남으로, 삼성동으로, 수서로, 다시 여의도로. 집은 직장과 가까워야 한다는 생각에 회사 이전에 따라 이사도 여러 번 하게 되었다.
그 세월 동안 깨끗한 기업의 이미지 덕분에 주위로부터 회사의 칭찬을 들을 때마다 뿌듯하고 행복했다. 회사의 매출이 달성되어서 성과급이 나왔을 때는 주머니가 두둑해서 더없이 흐뭇하기도 하고 자랑하며 밥 사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매출 많이 올려 주세요~^^*)
이제 2년 뒤 판교에 사옥이 완공되어 입주를 하면 다시 이사할 일은 없을 것 같아 새롭게 열릴 ‘안철수연구소의 판교 시대’가 더욱 기대된다. 안철수연구소가 20년 30년 더욱 성장해서 세계적으로 기업 규모와 더불어 공익을 함께 실현해 나가는 선한 영향력 1위의 회사로 우뚝 설 수 있길 소망해 본다.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회사, 그래서 아이들이 부모의 뒤를 이어 입사해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품을 수 있는 회사, 규모 면에서만 커지는 회사가 아니라 좋은 기업 정신을 뿌리 깊게 내려서 커가는 대한민국의 대표 회사가 되길 바란다. 영속하는 기업을 꿈꾸는 안철수연구소이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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