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연구소 설립 원년부터 파란만장한 역사와 함께 해온 조시행 상무. 지금의 안철수연구소는 상당 부분 그의 노고에 힘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V3의 성공 신화를 이끌어낸 그와 안철수연구소의 인연은 1995년 6월 한글과컴퓨터에서 안철수연구소로 파견 나오면서 시작됐다. 그로부터 15년째. 당시 4명뿐이던 개발자가 250명을 훌쩍 넘기기까지 안철수연구소와 동고동락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철수연구소 전체 인력은 500여명인데 그 중 50% 이상이 개발자다.)
Q. 안철수연구소가 매년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인지요?
A. 좋은 느낌도 있고 나쁜 느낌도 있죠. 그런데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보니 '정'이라는 게 참 커졌습니다. 좋은 쪽으로 많이 생각하게 되죠. 그리고 사건이나 사고가 나면 더 깊이 빠져든다고 하면 맞을까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되더라고요.
Q. 오랜 시간 안철수연구소와 함께 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요?
A. 97년쯤이었던 것 같아요. 지인이 청와대에 들어가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대통령 취임사 파일이 든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걸린 겁니다. 청와대 안에서는 난리가 난거죠. 그래서 도와달라고 전화가 왔는데, 지금이야 원격제어가 있지만 그때는 그런 것도 없었잖아요. 그래서 전화를 붙들고 저도 컴퓨터에 일일이 확인해가면서 어셈블리 랭기지를 알려주던 기억이 납니다. 허허.
Q. 개발자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교육에도 신경을 많이 쓸 것 같습니다.
A. 저는 자기 스스로 배우러 오게끔 가만히 두는 스타일이에요. '배우고 싶은 사람은 오고, 아니면 말아라' 이런 거에요. 자기 스스로 자신을 개발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거죠. 처음에는 시험적으로 3-4개월 과정으로 운영했어요. 일을 통해서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지원해주는 자율적인 교육을 권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더니 오히려 반응이 좋네요.^^ 실제로 올해 안랩 스쿨은 자율적으로 진행했는데, 참가자가 예상 외로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곧 있을 교육에는 전보다 더 많이 신청했다는데, 기대 수준을 채우려니 조금 긴장이 되네요.^^
Q. 현 안철수연구소 인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세요?
A. 개개인의 능력은 매우 뛰어납니다. 그런데 모두 같이 힘을 모아 일하고 함께 결론을 내는 것은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느끼는 것도 많고 생각하는 것도 많은데, 그것을 꺼내서 실행하는 능력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Q. 기회가 주어지는 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계속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어떤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보고 싶으세요?
A. 고객이 썼을 때 행복한 제품? 그런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보고 싶습니다.^^
Q. V3가 21주년을 맞았습니다. 기념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A. 과거 14~15년 간 지녀왔던 마인드를 버리고,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시작했으면하는 바람입니다.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 맞게 스마트 디펜스 기술을 개발한 것이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장이', '장인정신'이라는 단어가 있잖습니까? 저는 그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끼가 있어야 하고 그 끼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작한 일은 끝을 본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냥 단순히 노력하는 것 외에도 남들과 차별되는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그게 곧 자신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지요. '아웃라이어'라는 책에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기억나네요. 무슨 일이든 1만 시간 정도를 훈련에 투자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미친 듯이 투자를 하라는 소립니다. 남들과 차별을 두고 열심히 시간을 투자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많고, 재치있고, 자상한 모습에 대화 중 인터뷰가 목적이라는 것도 잊을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조시행 상무가 있는 한 안철수연구소의 미래는 계속 빛날 것 같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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