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웃음을 띠며 그녀가 들어왔다. 안랩인이 된 지 고작 6개월째라 인터뷰가 민망하다며 연신 고개를 떨어뜨리던 그녀에게는 놀라운 이력이 숨겨져 있었다. KTX 승무원, 교사를 거쳐 지금은 보안 컨설턴트로 활약하는 정효진(27) 씨. 그 숨겨진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정효진 씨는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면서 교사의 꿈을 품고 전자계산 교직 이수를 했다. 보람되고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 6개월 가량을 노량진에서 고군분투했지만 결과는 낙방. ‘한 번만 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던 그와는 달리 완강하셨던 어머니는 종이 한 장을 건네셨다. 바로 KTX 공개 채용 광고. 대한항공 승무원인 언니를 보며 승무원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품어왔던 그는 KTX 승무원에 도전장을 냈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레일 위의 꽃’이 되었다. 씨저널 충청권 잡지 표지 모델로 나왔던 효진씨.
“동대구에는 닭똥집이 유명하고요. 순대를 먹더라도 찍어먹는 게 지역마다 달라요. 구내식당도 지방 손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아! 특히 광주가 인심이 후했어요.” 음식 이야기가 나오자,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신나게 설명하는 그에게서 수줍던 웃음 대신 활기가 묻어났다.
KTX 승무원들이 ‘비정규직 파업’을 시작할 즈음 정효진 씨는 미련 없이 승무원 일을 그만뒀다. 대신 학창 시절 품었던 교사의 꿈이 그 자리를 메웠다. 사립 고등학교에 올린 그의 이력서를 보고 한 여고에서 기간제 교사 제의를 해온 것이다.
다른 곳도 취직이 됐지만 결국 교사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타오르는 열정을 가지고 반항심 많은 아이들까지 끌어안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보람을 느꼈다. 보람을 느끼는 만큼 그가 자신에게 느끼는 부족함도 커져갔다. 학생들 중에는 IT 분야에 대해 꿈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많아 여러 질문들을 하곤 했다. 프로그램 개발, 컨설팅 등 많은 것이 있었지만, 정작 속 시원히 말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속상했다. 그 중 하나라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어 ‘IT의 꽃’이라는 보안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KTX 승무원과 교사. 이 두 가지가 보안 컨설턴트와 연관되지 않는다? NO! 이 세 가지 직업의 공통점은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승무원은 외국인, 노인, 어린이 등 다양한 고객들에 대한 응대가 빈번하고 다양한 상황에 매끄럽게 대처해야 한다. 선생님도 사람을 대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섭다는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그는 두루두루 많은 사람을 겪어봤으니 보안 컨설턴트로서 고객을 대하는 일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이런 장점을 내세워 보안 컨설턴트에 입문했지만, 보안 컨설턴트가 사람 대하는 능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정효진 씨는 대학교 때의 전공을 살려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보안에 대한 기본 지식 습득과 관련 자격증은 필수!
보안 컨설턴트는 기업 IT 인프라의 보안 취약점을 진단해 더 안전한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진단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해킹 위협이나 취약점을 예방하고자 정보보호 전문 회사에 있는 보안 컨설턴트에게 컨설팅을 받는다.
보안 컨설턴트는 크게 기술 컨설턴트와 관리 컨설턴트로 나눠지는데 정효진 씨는 기술 부분을 중점적으로 맡고 있다. 그녀가 주로 하는 Penetration Test(모의 테스트)는 말 그대로 침투 테스트이며, 취약점을 찾아내고자 침투 테스트를 시도해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해킹 위협 및 내부 보안 사고를 예방하고 차단하기 위한 대응책을 제시하는 서비스이다.
“보안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계속 공부 중이에요.”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일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정효진 씨가 생각하는 보안 컨설턴트로서의 매력은 무엇일까?
“여러 기업체가 보안 컨설팅을 받기 때문에 의료, 교육 기관 등 많은 분야를 경험해요. 또 최소한 한 달 정도 의뢰한 곳에 머무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과 인맥을 쌓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중 최고의 매력은 자신과 팀이 보안 시스템을 분석한 뒤, 그로 인해 의뢰한 기업의 보안 시스템이 더 나아진 모습으로 변할 때라고 한다.
“저는 이 일을 즐기고 있어요.”라고 힘주어 말하는 정효진 씨. 지쳐서 한 박자 쉬어 가고 싶을 때, 그녀의 이 말에 담긴 열정을 기억해 내길 바란다. Ahn
봉긋한 꽃망울, 스쳐지나가는 바람에도 애정 갖기.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간직한 채 글로 소통하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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