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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랩!안랩인!

한국 배낭여행 꿈인 일본법인장 만나보니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최근 부쩍 한국으로 여행오는 일본인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명동엘 나가보면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구별이 안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일본에 대한 태도는 특별합니다. 축구나 야구 경기에서 한국과 일본의 한일전이 벌어지는 날이면, 일본에게는 절대로 질 수 없다며 투혼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비즈니스로 눈을 돌려 보면, 일본은 중국과 함께 아시아의 가장 큰 매력적인 시장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개인 보안시장만 해도 3000억에 달하며, 자국 보안 업체가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격전지이기도 합니다. 안랩도 2000년부터 일본 시장에 첫 수출을 한 이후 2002년에 법인을 설립하여 자립경영 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부산에서 열린 안철수연구소의 시큐리티페어 행사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멀리 바다건너 일본에서 부산을 방문한 야마구치 이치로 안랩재팬 법인장이었습니다. 야마구치 법인장은 지난 2007년 12월 안랩 일본법인에 합류를 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잠깐 시간을 내어 야마구치 법인장과 최근 근황에 대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Q. 일본에서 이곳 부산까지 오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오는 7월 7일, 일본법인에서 안랩데이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한국 본사에서 하고 있는 행사와 비슷하게 일본 전 지역의 고객을 초청하여 최신 보안 동향과 안랩이 보유하고 있는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인데요. 그 행사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 지 벤치마킹 하려고 부산에 내려왔습니다. 

세미나가 끝난 후에는 네트워크 제품의 매니지웨어 툴을 개발하신 분과 미팅이 있는데, 이분과의 미팅이 잘 끝나서 일본에서도 사업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부산은 처음 방문하신 것인가요? 
제가 부산에 처음 온 것이니 제 개인적으로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부산이 과거부터 일본과의 교류의 관문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본의 오사카, 고베 등 항구도시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Q. 2007년에 안랩저팬 법인장을 맡으셨습니다. 보안기업에서의 잔뼈가 굵으신데요, 한국 기업을 경영하면서 일본 기업들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일본기업에서 근무해 본 적이 없어요. 안랩에 입사하기 전에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를 했기 때문입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면서 일본기업들을 고객으로 경험하면서 느낀 것인데요, 일본은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국민성 때문인지 안정성과 신뢰성을 제일로 추구합니다. 그에 반해 한국 기업들은 최첨단, 최신 기술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습니다. 인터넷 인프라나 보안에서 일본보다 한국이 훨씬 앞서있는 이유가 바로 이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만약 한국 직원들이 일본 법인에서 근무하게 된다면, 인터넷뱅킹 등 인터넷 인프라가 한국만큼 따라주지 못하니깐 불편하고 답답할 것 같아요.  

Q. 1년 반동안 일본법인을 이끌어 오시면서 한국이나 한국 기업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요?
제가 한국 기업에 입사하기 전에는 양국의 역사문제에 대해 표면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안랩 일본법인장을 맡으면서 한국인의 생각, 문화에 대해 깊이있게 이해하게 됐습니다. 한국 문화를 알기 위해서 한국 드라마, 한국 가수 등을 즐겨 보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법인의 한국 직원들이 한국 음식을 먹으러 갈때 저를 꼭 데리고 갑니다. 

한국 남자들이 군대를 가다 보니, 조직에서 선후배 관계라던지 상하 관계 등의 선후배 관계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런 것이 없거든요. 직원들도 저에게 사장님이라 하지 않고 "야마구치 상"(이 대목에서 '유상무상무상'이 생각났다) 이라고 부르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원들에게 저는 업무 지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을 같이하는 협업관계에 있는 것이죠. 이런 기업 문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감명받은 것은 한국인들은 정말 끈기가 있다는 것이이에. 올 초에 일본에 있는 고객사에 침해사고가 일어났는데, 본사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이 3일 밤을 꼬박 새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정말 이런 분들과 일하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Q. 그렇다면, 좋아하는 가수나 음식은 무엇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돼지국밥, 삼겹살, 곱창입니다. 일본에 있을 때에도 비빔밥, 국밥 등을 자주 먹는데, 이 음식들이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것이라 한국에서 먹는 것과는 맛이 달라요. 아, 그리고 한국 음식들이 술 한잔 생각나는 음식들이라 꼭 술과 곁들이게 되는데, 그것 때문에 술값이 너무 많이 나갑니다.

제가 가고시마 출신 인데, 이곳이 예전부터 한국의 문화가 많이 유입되었던 곳입니다. 제가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 음식을 잘 먹는 것이 아마도 제 선조들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고 어쩌면 한국인의 피도 섞여 있는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술자리에서 이러한 느낌이 많이 듭니다. 하하하.

배용준 씨가 일본에 한류를 전파한 이후, 지금까지도 일본에서는 한국문화가 인기있습니다. 최근에는 동방신기가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고요. 아마도 이렇게 한류 스타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으니 앞으로도 일본에서는 한류가 지속될 것 같습니다. 최근에 엔화가 강세라, 일본인들이 한국으로 여행을 많이 오는데요 엔화강세가 약화되더라도 한국과 일본의 교류는 활발해 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기업들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일본도 예외는 아닐 것 같은데요.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있고, 일본도 마찬가지로 IT에 대한 투자가 감소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안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보안에 대한 투자가 없으면 지금까지 지켜온 정보 자산이나 인터넷 서비스를 지킬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에게 보안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본 보안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안랩 법인이 일본에서는 아직 시장 점유율이 낮지만, 하나씩 성공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통신사업자와의 ASP 서비스 모델로 백신을 공급하는 방식이 그것인데요, 글로벌 기업들이 할 수 없는 틈새 전략으로 시장을 넓혀 나갈 계획입니다. 안랩의 강점이 PC보안에서부터 네트워크 보안, 서비스 등 통합보안에 있습니다. 충분히 일본에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일본법인을 어떻게 이끌어 갈 계획이신지요?
일본법인은 중소기업이 매우 강하고 또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그 기업들이 요구하는 제품들이 있는데, 이것은 대기업들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20여명의 일본 직원들이 안랩 본사의 500명과 같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의 협력도 중요합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중소기업들이 요구하고 있는 보안 서비스나 솔루션을 통해 일본시장에서 "안랩"의 인지도를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일본에서 안랩을 성공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Q.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
일본 법인장을 맡으면서 생긴 것인데,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로 혼자서 배낭여행을 하는 것입니다. 일본에는 나고야에서 도쿄까지 배낭여행자를 위한 길이 있는데, 우선 일본에서 먼저 완주한 후에 한국도 도전할 것입니다.



비비크림이 일본인들에게 무척 인기가 있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김과 비비크림을 가족들에게 선물로 줄 것이라는 야마구치 일본 법인장. 일본시장에서의 오랜 경험과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그가, 일본에서 성공한 "안철수연구소"를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해 봅니다. Ahn


[야마구치 이치로 (YAMAGUCHI Ichiro, 山口一郞) 일본법인장 약력]

- 1959년생
- 일본 立命館(리츠메이칸)대학 졸, 와세다대학 MBA
- 일본 Olivetti 주식회사 (1982~1991)
- Cisco Systems 주식회사 (1992~2001)
- Mirapoint Japan 주식회사 (2001~2003)
- NetContinuum, Inc. (2003~2007)
- 안철수연구소 일본법인장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