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새 교복을 입고 낯선 등굣길 풍경에 두근두근 설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정체성을 찾아 저만치 먼 앞길을 내다보며 마음속에서 춤추던 꿈의 현실화를 위해 한 뼘 더 나아갔던, 나의 17살은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나이였다.
안랩이 올해로 17살이 되었다. 작년 판교로 사옥을 옮긴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창립 기념식에 17살을 축하하기 위해 안랩으로 향했다.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신분당선을 타고 판교 사옥으로 향하던 와중에 불현듯 걱정이 나를 찾아왔다. 내가 겪은 기념식들을 꺼내어 보니 지루하기 짝이 없던 기억뿐이다. ‘안랩 또한 여느 기념식처럼 하품이 나오고 허벅지를 손으로 꾹꾹 누르며 참아야할 만큼 딱딱하고 지루할까? 그럼 기사는 어떻게 쓰지?’ 나는 즐길 수 있을 것인가 혹은 견뎌야만 할 것인가?
판교역 1번 출구로 나가자 저만치 우뚝 선 건물 하나가 보였다. 판교에 새둥지를 튼 안랩 사옥이다. 밖에서 바라만 보아도 보안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임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물론 건물 한 모퉁이에 ‘AhnLab’이라 쓰여 있기도 했지만, 야무지게 지어진 건물 외관 스스로가 철통보안을 표방하는 듯했다. 안랩 안으로 발을 디디자 로비엔 작은 공연장 같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높이 솟은 관객석을 바라보며 이곳에서 어떤 행사가 펼쳐질지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다.
행사 시작 시간이 다다르자 로비가 북적이고 자리가 하나둘씩 채워졌다. 나는 직원들이 지루한 아침조회를 기다리는 학생들처럼 따분함을 잔뜩 담은 얼굴을 하고 있으리라 상상했었다. 나의 어리석은 그 생각은 사람들의 가벼운 걸음걸이와 웃음이 담긴 얼굴에 의해 기분 좋게 조각났다. 안랩은 유쾌한 공기로 채워져 가고 있었다. 자유로운 복장만큼이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풍기며 내려오는 직원들을 보자 기념식에 대한 기대는 커져만 갔다. 아니나 다를까 기념식은 내가 걱정했던 지루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걱정은 시작과 함께 흔적도 없이 마치 연기처럼 사라졌다.
행사가 시작되자 안랩인 모두가 또랑또랑한 눈으로 창립 기념식을 바라봤다. 기념식 속엔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안랩의 역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자리에서든 모두가 잘 볼 수 있는 공연장. 그보다 더 공연장스러운 곳에서 모두가 안랩의 17주년을 축하했다.
# 이벤트 속 이벤트, 공채 8기 축하공연
안랩인들이 마음껏 웃고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단연 공채 8기들의 축하공연 공이 컸다. 축하공연은 댄스팀, 개그팀, 노래팀으로 나뉘어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다.
주말은 물론이거니와 평일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을 했다는 댄스팀의 군무는 아이돌의 그것과 비추어 손색이 없었다. 파란 티셔츠와 청바지로 옷을 맞춰 입은 덕분에 그들의 춤사위는 더욱 하나처럼 보였다. 누구하나 빠짐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연습하는 모습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그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알 수 있던 무대였다. 공채 8기들의 그런 노력의 시간을 아는 듯 직원들도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춤을 추는 내내 웃음을 잃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안랩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안랩을 가장 뜨겁게 달군 축하공연은 개그팀의 모 방송국 인기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콩트 <짝 in 안랩>이었다. 개그맨 지망생이었던 남자 4호는 5초 만에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웃게 만들 수 있다고 소리쳤다.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그다지 큰 기대를 품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사람들이 5,4,3,2,1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고 숫자가 1에 다다름과 동시에 웃음은 밀어서 잠금 해제되었다. 순간 나는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 초원이가 내 눈앞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었다. 졔스쳐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던 그의 성대모사는 하나의 완전체였다. 이어 그는 연속타를 날렸다. 홍두깨 성대모사를 하자 객석에선 더욱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쏟아진 환호는 그를 안랩 공식 개그맨으로 임명하는 암묵적 동의였다.
다양한 색깔의 모습을 보여준 그들의 공연은 그냥 만들어진 것은 절대 아니었다. 3주 동안 콘티를 다섯 차례나 엎었다고 한다. 이렇듯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는 그들의 모습에서 안랩은 역시 믿고 맡겨도 좋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함 이름’임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축하공연의 마지막은 노래팀이 장식했다. 사회자 설명에 따르면 노래팀은 동남아도 아닌 저 먼 유럽에서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들의 실력 역시 유럽에 진출한 K-Pop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기타와 젬베 소리, 노래가 안랩 안에 울려 퍼졌다. 손뼉과 발 그리고 눈빛만으로 호흡을 척척 맞추며 노래를 이어 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앞으로 안랩에서의 나날들 역시 조화롭게 채워가리란 기대를 품게끔 했다.
안랩인들은 그들의 노래를 마음속에 담는 한편 그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 팬클럽이라도 된 양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내가 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면 어느 경쟁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도 부럽지 않을 것 같았다. 노래를 듣는 사람, 부르는 사람 모두 자신을 그곳에 던진 채 즐기고 있었다.
못하는 게 없는 A자형 인재들이 꾸민 무대는 역시 남달랐다. 흘린 땀과 노력 그리고 열정이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곳에 쓰였다는 것에 축하공연을 준비한 공채 8기들 역시 몹시 뿌듯했을 것이다. 제3자인 나마저도 그 속에 흠뻑 빠져들어 웃고 즐길 수 있는 안랩 창립 기념식은 그렇게 하나의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 이미 넌 고마운 사람, 근속상 수상 5년 근속상 명단을 올려다 보는 김홍선 대표.
상과 함께 받은 꽃은 화이트데이 선물로 재활용하겠다고 해 직원들의 웃음을 자아낸 품질보증팀 김상우 책임연구원, 인생의 소중한 순간이 모두 안랩과 함께했다는 소프트웨어 개발실 김재열 책임연구원, 공채들의 축하공연을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은 게 바람이라며 오래 머물렀음 하는 마음을 담아 “아브라카다브라”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운 전략제품개발실 김태성 책임연구원,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안랩 사옥도 변했는데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며 “그것은 일에 대한 열정,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며 근속깔때기를 댄 권혁성 책임연구원 등이 화려한 수상소감 퍼레이드를 펼쳤다.
창립 기념식이 더욱 반짝반짝 빛날 수 있었던 건 이 분들 덕분이 아니었을까. 말 그대로 산증인, 15주년 근속상 수상자들에게는 뭔가 모를 아우라 같은 것이 느껴졌다. 우리는 숱한 반복학습을 통해 잘 알고 있다시피 그 사소한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초심을 잃지 않기란 쉽지가 않다. 한결같이 무언가를 15년 이상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존재만으로도 ‘내가 15주년 근속상 수상자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연구할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던 연구지원팀 이현성 수석연구원, 모두가 장기 근속할 수 있는 곳이길 바란다며 자신도 그를 위해 힘쓰겠다던 UX/TW팀 김연희 책임연구원,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 그리고 멋있는 안랩인이 되겠다는 커뮤니케이션팀 황미경 부장이 15년 근속상을 수상했다. 특히 사내 커플인 황미경 부장은 핑크빛 풍선꽃다발을 받아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수상자 모두가 안랩에서 보낸 고맙고 소중한 시간들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안랩에서의 시간들이 재밌고 행복했다 말하는 이들을 보며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하기에 가능한 말들이라 생각했다. 고인 물이 되지 않겠다던 한 수상자의 말처럼 그들은 안랩과 함께 보낼 또 다른 시간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 “17주년을 축하합니다” 김홍선 대표의 기념사
이어 김홍선 대표의 기념사가 이어졌다. 김홍선 대표는 “어젯밤 5년 근속인 나에겐 누가 수상을 할지를 고민”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쓸데없는 고민이었다”며 “10년 근속도 그냥 넘어갈 것 같아 걱정”이라 말해 직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런 현상은 직원들로 인한 회사의 성장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10년 근속, 그거 안랩에선 누구나 하는 거잖아요”라고 행복전도사가 말하는 날이 멀지 않을 듯하다.
김홍선 대표는 직원들에게 ‘즐거운 인생 in 안랩’을 강조했다. 모두가 안랩에서 재밌게 일하길 바랐다. 사실 일을 한다는 것이 재밌기는 쉽지 않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속에 누군가는 오직 생존을 위해 꾸역꾸역 억지로 일을 한다. ‘즐기기’보단 ‘버텨내기’인 것이다. 근속상 수상소감만을 듣고서 감히 판단하건대 안랩인들은 분명 즐겁게, 재밌게 일하고 있다. 그들에게선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만이 뿜을 수 있는 에너지가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
김홍선 대표의 기념사는 무엇보다도 직원들의 ‘기살리기’가 제1의 목표인 것처럼 들렸다. 직원들의 기를 살리기에 앞서 스스로가 동원할 수 있는 자신감이란 자신감을 풀가동한 채 말을 이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홍선 대표는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확고한 포부를 밝혔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안랩의 해외사업 초읽기에 대해 RSA Conference서 있었던 짤막한 일화를 소개했다. 미국의 작가이자 유명 블로거가 RSA Conference 전날 김홍선 대표를 찾아와 말하길, 보안전문가들이 눈여겨 볼만한 회사로 안랩을 꼽았다고 한다. 행사 내 안랩 부스에선 한 미국인이 안랩의 포용과 따듯함, 그리고 진정성에 감동했다며 심지어 한국에 가서 살고 싶다는 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어 그는 세계시장으로의 도약에 힘쓰기 위해 핵심가치에 더욱 매진하겠다며 직원들도 그 마인드를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안랩은 17년의 역사 동안 만든 작품이고 만들어가고 있는 작품이다”며 그 역사로 빚어진 모든 것들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잃지 말 것을 강조했다. 김홍선 대표는 무엇보다 안랩이 진정성이 머무는 기업이길 원했다. 이어 직원들에게 그들이 하는 모든 것 모두가 안랩의 일이자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무언가가 되는 것임을 인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창립 기념을 계기로 해서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에 확신을 가지고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하여 날로 번창하는 안랩을 이뤄가자”고 말하며 기념사를 마쳤다.
# 안랩의 또 다른 시작
안랩의 17주년 창립 기념식은 안랩의 내일이 더욱 궁금해지는 또 하나의 만남이었다. 17년의 역사의 강물이 흐르며 안랩에도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고 있다. 그 모두가 어우러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
나의 17살이 앞으로 나아갈 일을 생각하며 운동화 끈을 조여 매며 달려갈 준비를 했듯, 17년 동안 쌓아온 것들을 짊어지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내밀었던 것처럼, 안랩의 17주년이 새롭고 신선한 변화의 시작이길 기대해본다.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17, 안랩의 또 다른 시작의 알리는 17주년을 축하하며 안랩이 가는 모든 길을 응원한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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