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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김홍선 前 CEO

CEO 특강 '도전과 실패는 젊음의 과시'

 

지난 3 20일 안랩(안철수연구소) CEO인 김홍선 대표가 포스텍에 방문하여융합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강연의 주제는 이제 도래한 융합의 시대는 기존과 어떤 차이를 보이며, 청중인 공학도는 이에 어떤 자세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였다. 김홍선 대표는 지금까지 IT 업계에서 21, 보안 업계에서 17년을 보내며 대기업, 외국 기업, 창업 등을 거치며 많은 경험을 해보았는데, 이번 강연을 통해 지난 경험들을 공유해보자 한다.”라고 강연을 시작하였다. 다음은 주요 내용.

 강연을 시작하는 김홍선 대표

지금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

 

1990년 초반에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무렵 전자공학을 전공한 친구가 일하는 연구실에 놀러 간 적이 있다. 그때 친구에게 뭘 만들고 있는지 물어보니, “앞으론 사람들이 전화기를 하나씩 들고 다닐 것이라며 무선 전화 관련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는 현재 통신 관련 특허로 삼성전자를 굴복시킨 퀄컴의 부사장이다.

 

그런데 그 후 10년 뒤 거리엔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것이 힘들어졌다. 박사 학위를 받은 전공자조차 10년 뒤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힘든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융합의 시대에 변화는 그 정도로 빠르고 예측 불가하다.

 

기술은 원래의 용도 아닌 엉뚱한 곳에서 쓰이기도

강연 중인 김홍선 대표 3 강연 중인 김홍선 대표 2 강연 중인 김홍선 대표 1

비행기의 상용화 이래로 낮아지던 여객선의 건조량이 어느 순간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어떤 요인이 이러한 상황을 만들었을까? 어떻게 다시 여객선이 운송 수단이 된 것일까? 이는 여객선이 더 이상 기존 기능인 운송 수단이 아닌 레저의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기술이 존재할 때, 그 기술의 현재 사용처로 특정한 고정관념을 가져선 안 된다. 진보를 위해선 항상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보고 사고할 필요가 있다.

 

인텔(Intel)은 대표적인 기술 회사이다. 그리나 회사에 고용된 인류학자가 100명이 넘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각 국가가 갖춘 전력 인프라의 차이와, 이로 인한 문화의 차이 때문이다.

 

한 인도네시아 사람과 대화를 하는데, 그는 페이스북(facebook)이 뭔지 알고 잘 사용하지만, 인터넷이 무엇인지는 모른다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facebook이 무엇에 의해 작동되는지, 혹은 근간에 깔린 기술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아니라는 것. 진실로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기술과 서비스의 근간에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지 않을 정도로 직관적이며 인간친화적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전자 제품 기업이 세탁기 시장의 점유율을 중국 기업에 빼앗긴 일이 있다. 중국 농촌에서는 세탁기를 배추 등의 채소를 씻는 데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 기업이 이를 부정확한 사용법이라며 손 놓고 있는 동안 중국 기업은 자신의 제품을 채소도 씻을 수 있게 만들어 내수 점유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계가 있고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있고 기계가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인간을 알아야 한다.

 

기존 권위 무너지고 아이디어와 기술의 시대 온다

 

사회는 지금 탈권위적으로 변하고 있다. 국가가 탈권위적으로 변하는 데는 아래의 두 이유가 있다.

1. 국가가 돈이 없으며,

2. 개인이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국가가 돈이 없는 것은 유럽의 특정 국가에만 해당될지 모르지만, 개인이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가까운 미래다.

 

위키피디아를 필두로 한 흙뿌리와 같은 집단지성의 결정체가 인터넷에서 지식 클러스터를 만들고 아마추어의 프로페셔널한 지식을 퍼뜨린다. 이는 위키피디아뿐 아니라, 다양한 포털과 매체를 통해 이루어진다.

 

스탠포드는 이미 MIT의 일방적 교육 방식의 OCW를 넘어 학생과 교수의 양방 interaction을 가능케 하는 OCW 시스템을 구축해 지금까지 대학원생만 접근할 수 있던 교육 내용에 대중이 접근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이미 프로그래밍 커뮤니티는 아마추어와 오픈 소스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고 진보를 이룬다. 몇몇 탑 블로거들의 소식이 기성 언론보다 정확하고 빨라 종종 비공식적 레퍼런스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권위가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아이디어와 기술의 시대, 정말 실력 있는 자가 쟁취하게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세속적 동기 아닌 순수한 열정으로 움직여라 

 

 열정  35% 

 창의성

 25%

 추진력

 20%

 지성  15%
 근면  5%
 복종  0%

위의 도표는 기업에 공헌하는 인간의 능력이다. 중국이나 인도에 이미 밑의 세 가지 능력으로 무장한 인재가 굉장히 많다. 우리 나라 인재는 중국이나 인도의 인재와는 다른 곳에서 싸워야 한다. 그곳이 바로 위의 세 가지인 열정, 창의성, 추진력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폴 알렌(Paul Allen)은 이런 말을 했다.

Some people are motivated by a need for recognition, some by money, and some by a broad social goal. I start from a different place, from the love of ideas and the urge to put them into motion and see where they might lead.

(누군가는 인정받기 위해, 누군가는 돈을 위해, 다른 누군가는 어떠한 포괄적인 사회적 목적을 위해 동기부여가 된다. 나는 다른 곳에서 동기부여가 된다. 나를 움직이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애착과 그것을 실행시켜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 싶은 욕구다.)

그는 우리가 세속적인 동기로 움직여 무엇을 이루려 하기보다는 순수한 열정, 창의성, 추진력으로 뜻을 높이 하라고 말한다동영상을 보여주겠다.

위에서처럼 승부를 봐야 하며, 꿈을 꾸기라도 해야 한다. 또한 무엇을 하든, 막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실행하고 쟁취해야 한다. 

삶은 자기에게 기회를 주는 것

 

또한 자기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은 아마 의사나 한의사 혹은 변호사일 것이다. 또한 부모님도 이러한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직업을 추천하실 것이다. 그런데 평균수명 늘어나는 와중에 정년 이후엔 어떻게 한단 말인가? 정년까지 산 만큼 앞으로 또 살아야 할 텐데..

 

따라서 앞으로 무엇을 할지 생각할 때, 효율, 안정성 등을 따지기보단 자기 스스로의 일, 혹은 자기가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을 가져야 한다. 시대의 변화를 알고 자기가 선택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삶은 자기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돈은 순수한 열정을 따라 온다

 

엔지니어는 수동적으로 일해선 안 된다.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동기를 부여받으며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야 한다. 세계 최초 개인용 컴퓨터인 알테어가 나오고 집적회로와 CPU를 처음 접한 후 이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그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실행으로 옮긴 사람 중 세 명은 현재 세상을 바꾼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바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그리고 손정의이다.

 

이들은 모두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였다. 엔지니어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다. 따라서 자신이 만든 걸 누가 쓸 때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은 엔지니어만의 특권이다. 자신의 순수한 열정을 따라 돈은 따라온다.

 

또한 엔지니어가 영어를 못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실제 스킬 있는 사람은 대체로 영어도 잘한다. 공학계에서 참고할 문서가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어서 지속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를 50, 60대까지만 하고 그만둔다는 것은 편견의 산물이다. 언어는 그냥 툴일 뿐 중요한 건 로직이다. 또한 시대의 트렌드가 되는 언어는 항상 바뀐다. 계속 유지되는 것은 바로 로직이다. 그런데 로직은 오래 연구를 한, 개발을 하며 실력을 쌓은 개발자가 더 철저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엔지니어는 항상 코딩을 하며 손끝에 감각 유지해야 한다. 백발이 되어도 스킬을 가지고 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랩은 이렇게 능력 있는 개발자가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손정의는 2018년을 기점으로 컴퓨팅 능력이 인간의 뇌를 앞지를 것으로 예측한다. 그리고 컴퓨팅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데, 이에 따른 기회는 정말로 크다. 기회가 매우 많고, 할 게 매우 많은데 왜 공학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직업보다 경력과 가치를 우선으로

 

앞으로 뭘 할지 생각할 때, 직업(Job)보다는 경력(Career), 가치(Value)를 생각하라. 이는 어디서 어떤 직업을 갖느냐보단 무엇을 하며 이를 통해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갑이면 나중엔 스스로 뭔가를 할 수가 없다. 항상 을에게 시키기만 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에 있으면 시각이 좁아질 수가 있다. 항상 하는 것만 하며, 시키는 것만 계속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일만 계속 하기 때문에, 고용된 내내 그것만 알게 된다. 나 역시 예전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중, 다른 부서에 가고 싶어 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선 기업의 프로세스가 다 보여 배울 것이 많다. 문제 혹은 진짜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하지만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으며,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언지와, 이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이다. 이것이 바로 직업(Job)보다는 경력(Career), 가치(Value)를 생각하라는 의미이다.

 

소통 능력 역시 매우 중요하다. 내가 아는 교수는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게 설명해준다. 이것이 바로 진짜 실력이다.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도전과 실패는 젊음의 과시

 

과거 사업을 하여 폭삭 망한 경험이 있다. 그땐 부양할 가족과 사람이 있어 빚이 큰 부담이 되었다. 이때처럼 실패할 때의 경험은 엄청나다. 특히 실패를 하고 나면 사람, 사물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도전을 한 사람만이 이런 실패를 할 수 있으며, 이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40대에 부양할 것이 있을 때는 정말 힘들다. 젊을 때 이것을 해야 한다. 젊은이는 패기를 부려야 하며, 편하게 살아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실리콘밸리에선 이런 말을 한다.

 

Fail Nicely. Ahn

대학생기자 김성환 /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
justifyan@gmail.com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할 일이 있다면 하는 게 좋다는 말이 있다. 사실 고민 따윌 할 때,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결론도 이미 낸 상태다. 그냥 끌리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게 맞는 것 같다. 아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