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안철수 후보가 9월 20일 오후 4시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을 방문해 700여 직원들이 마련한 환송회에 참석했다.
안랩은 안철수 후보가 1995년 3월 창업해 2005년 3월까지 CEO로 재직했으며, CEO 퇴임 후 대선 출마 선언 전까지 이사회 의장으로 몸 담은 기업이다. 안랩은 안 후보가 1988년 개발한 보안 소프트웨어인 V3를 계승 발전시켜왔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안 후보는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것을 계기로 18년 간 이어왔던 인연을 정리하게 되었으며, 이날 직원들이 마련한 환송회에서 애틋한 마음을 나누었다.
안 후보는 안랩 사옥에 4시경 도착해 1층 로비 안랩 계단에서 회사를 창업해 CEO로서 보낸 10년과 이사회 의장으로 보낸 8년의 소회를 담담하게 밝히고, 직원들에게 “저는 안랩 여러분들과 그리고 또 변함없이 내려온 안랩 정신을 믿습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서 2층으로 이동해 직원들이 손수 준비한 메시지 보드에 적힌 응원 메시지를 하나하나 읽었다. 메시지에는 “당신은 우리에겐 영원한 의장님이십니다”를 비롯해 “의장님의 진심을 믿기에 결단과 용기를 열렬히 응원합니다” “의장님과 함께 변화를 이루어내는 ‘국민’이 되겠습니다”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공개 일정을 마친 안 후보는 직원들의 연구 개발 업무 공간으로 이동해 김홍선 대표와 티타임을 갖고 층별로 직원 자리에 직접 찾아가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눈 후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회사가 걸어온 18년 역사에 비해서는 아주 짧은 시간의 행사였지만 그 행사 안에서 묻어났던 안랩인의 아쉬움은 시간에 빗대기 어려울 만큼 진했다.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안랩 판교 사옥 앞에는 안랩인 외에 여러 대의 카메라와 취재진, 그리고 인근 회사의 직원들로 북적였다.
안랩 판교 사옥 로비에는 '안랩 계단'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 안랩계단은 평상시에 회사의 행사가 있을 때 직원들이 모여 앉아 행사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다. 300석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의장님이 오신 날은 300석이 모두 들어차고 옆쪽 계단까지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의장님도 직원들이 안랩계단에 이렇게 많이 모여있는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 ^^ 직원들의 모습을 보니 그 동안 의장님을 이 곳에서 얼마나 뵙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곳에서 안랩인들을 위한 소회의 말씀이 있었다. 이 자리를 비뤄 안랩의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신 다는 말씀을 전할 때는 모든 이들의 눈에서 진한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그 동안 안랩을 위해 고생하신 의장님을 위해 준비한 케익과 꽃 전달식이 있었다. 저 꽃과 케익은 큰 뜻을 위해 안랩을 떠나는 의장님에게 전하는 직원들의 마음이었다.
잠시 후에는 안랩계단에 모인 직원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이 때 한 가지 재밌었던 것은 의장님 주변에 위치한 직원들이 셀카를 요청하자 카메라 하나하나를 보면서 사진 촬영에 임해주신 것이었다. 직원들은 이러한 소소한 배려에 더 깊은 감동을 받았다. ^^
단체 사진 촬영이 있은 뒤에는 매년 시무식에 찍어오고 있는 안랩인 단체사진을 관람하고 직원들이 준비한 응원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기회를 가졌다. 첫 번째로는 직원들이 의장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간단하게 적은 메세지 보드, 두 번째로는 직원들과의 담소가 있었다. 응원 메세지 보드에는 의장님의 케리커처부터 사랑을 듬뿍 담은 메세지들이 적혀 있었다. 또 직원들과의 담소 시간에는 40대를 살아가는데 있어서의 조언을 구하는 개인적인 질문부터 공적인 질문까지 다양한 질문들이 오고 갔다.
이후에는 10층 부터 6층까지 모든 층을 돌면서 직원들을 만나 한 명 한 명 악수와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직원들의 자리까지 찾아와 인사를 전하는 의장님의 모습에 모든 직원이 감사함을 표했다. 또 어떤 이들은 야구공, 아이패드등을 가져와 의장님의 사인을 받기도 했다.
보안이 철저하게 유지되는 SOC룸에서는 의장님 또한 예외없이 자신의 서명과 함께 연락처를 기재하고 나왔다. 이런 철저한 보안 유지가 있기 때문에 현재의 안랩이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
티셔츠에 사인을 부탁해서 의장님을 놀라게 한 직원도 있었다. ^^
회사를 꾸려오면서 오랫동안 보았던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자 의장님과 직원들은 스스럼없이 포옹을 나누며 그 간의 아쉬움을 달랬다.
IT계의 선두기업답게 태블릿 PC를 통해 사인을 받는 안랩인의 모습 ^^
안랩 사옥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마무리하고 나오는 직원들이 나와 배웅해주는 모습.
직원들의 응원 메시지를 담은 메세지 보드를 전달하는 행사를 마지막으로 안랩에서의 공식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안랩을 떠나는 의장님을 위해 안랩인은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기보다는 축하와 함께 박수로 환송했다.
<안철수 의장이 안랩인에게 남긴 마지막 이야기>
여기 이렇게 많이 모인 것 처음 봤는데 행사할 때 이렇게 불러도 이렇게 차지 않는다는데 이렇게 많이 모인 것 처음인 것 같습니다. 추억이 많은데요. 회사 단체사진 전통이 언제부터인지 아세요? 99년부터입니다.
그러니까 95년 창립하고 세 해 정도를 안 찍고 99년부터 찍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전통이 되었는데요. 처음에 안 찍게 된 이유가 뭐냐면, 1년뒤에 회사가 살아있을지에 대한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차마 찍고 싶지 않아서 직원들에게 이야기는 안 했어요. 99년이 돼서 최소한 1년은 버틸 수 있겠다 생각해서 그때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이 여태까지 이어오게 되었구요.
또 97년 98년 이럴 때 같은데, 남부터미널 쪽에 이렇게 조그만 사무실을 얻어서 안랩이 있었어요. 그때 아마 30명 됐을 땐데 어떤 보험 파는 아주머니가 굉장히 친절해 보여서 거기에 직원들이 거의 다 가입을 해버렸어요. 나중에 보니까 저만 보험 가입을 안 했더라고요. 그것도 왜 그랬냐면 직원들은 조건이 좋아서 다 가입을 하는데 저는 1년 뒤에 보험료를 낼 수 있을지에 자신이 없어서 가입을 못 했어요. 근데 말도 못 하고 보험 가입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그때가 그랬던 시절입니다. 그랬던 시절을 벗어나서 지금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한 식구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컴퓨터 바이러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저밖에 없었는데 이제 지금은 이 가족까지 합쳐서 생활터전이 되었습니다. 지금 보니 감개가 무량한 것 같습니다. 안랩은 정말로 제 열정의 뿌리였고 또, 임직원 여러분은 제 가족 같은 그런 분들입니다.
어제 중계를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앞으로 더 큰 소명을 위해서 이제 떠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처음 안랩이 생긴 것도 사실은 제가 의사로서 대학교수로서 그 일을 계속 할 생각이었는데 처음에 그랬어요, 처음에 이제 의대 전임강사가 됐을 때 그때 제 느낌이 어땠냐면, 저는 세상에서 재주라고는 공부밖에 없는데 공부만 하는데 월급을 주는 거에요. 그래서 세상에 나한테 이런 직업이 있을까 그래서 저한테는 대학교수가 소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더 큰 소명, 우리나라에서 컴퓨터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기술 가지고 계속 하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잖아요. 그래서 저한테는 정말로 맞는 직업을 버리고 소명을 따라 만든 회사가 안랩이고요. 근데 지금 또 아이러니하게 소명 때문에 안랩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오늘 서울대 교수 사직서를 내고 그 다음에 또 수원에 있는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가서 직원 학생들이랑 인사를 하고 오늘 여기서는 안랩 이사회 의장을 사퇴하러 왔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온 셈인데요. 오늘자로 안랩의 이사회 의장뿐만 아니라 제가 가졌던 모든 추억, 마음까지도 정리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이제 제가 사직서를 내면 저한테 안랩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좋은 기업들 중에 하나가 될 겁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리고 만약에 대통령이 만약에 제가 된다면 아마도 굉장히 엄중한 사회의 감시 속에서 세계 수준의 경영 투명성을 지키셔야 될 거예요. 절대로 어떤 특권이나 반칙 없이. 모든 사회가 지금보다 엄중하게 더 엄중하게 지켜볼 거예요. 정말 그런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아마도 제가 이런 말씀드리면 굉장히 야속하다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수 있는데요,
저는 안랩 여러분과 그리고 또 변함없이 내려온 안랩 정신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Ahn
유남열 / 안랩 커뮤니케이션팀 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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