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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랩!안랩인!

프레젠테이션 잘하는 직장 동료, 무엇이 특별할까

뛰어난 커뮤니케이터는 생소하거나 일상적인 것에서 의미를 창조하는 능력을 지녔다. 

‘스타벅스(Starbucks)’의 CEO 하워드 슐츠는 커피를 팔지 않는다. 그는 집과 직장 사이에 존재하는 ‘제3의 공간’을 판매한다. 마찬가지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컴퓨터를 팔지 않는다. 그는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한 도구를 판다. 그 상품이 어떻게 생활을 개선하는지 보여주지 못 하면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잡스를 세계 최고의 프레젠터라 평한다.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있자면 두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쾌감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스티브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추운 날씨에도 밤을 새워 기다린다.

따분한 것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청중의 상상력을 자극해야만 뛰어난 아이디어도 빛을 본다. 말과 시각 자료로 그 자리의 모든 청중을 매혹하는 스티브 잡스처럼 멋지게 발표하고 설득할 수 있다면 더욱 뛰어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안랩에도 그런 이가 있다. '안랩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김재열 책임연구원, 정관진 책임연구원, 김진국 주임연구원을 만나 청중을 사로잡는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세 연구원은 안랩이 주최하는 개발자 행사인 '안랩 코어(AhnLab CORE)'와 보안 컨퍼러스인 '안랩 시큐리티 페어'에 스피커로 참여하여 청중의 큰 호응을 받았다.

소프트웨어개발실 김재열 책임연구원

-'안랩 코어'나 ISF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가장 염두에 둔 요소는 무엇인가요?

김재열 PM(이하 열) :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청중이겠죠? 청중과의 상호작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같은 주제이지만 청중에 따라, 취지에 따라 프레젠테이션도 다르게 하는 편이에요.

정관진 책임(이하 진) : 전 이번 발표 때 특히 시연에 중점을 뒀어요. 시연을 직접 하면서 청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어요. 상황에 따라 음악을 쓰거나 Prezi(웹 기반의 PT 도구)를 쓰는 등 스토리 형식을 사용하기도 하고요.

김진국 주임(이하 국) : 저는 평소에 말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그래서 발표의 속도를 늦춰서 청중의 이해를 도우려고 노력해요.

-이번 발표 준비 기간은 어느 정도 소요됐나요?

: '안랩 코어' 때 처가 쪽에 상을 당하여 리허설에 참여하지 못 했어요. 혼자서 발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PPT를 휴대폰에 저장해놓고 대본을 다 외웠죠. 단어를 하나 하나 외우기보다는 키워드 위주로 외우는 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한 번은 발표 도중에 스크린이 꺼져버린 일이 있었는데, 다들 그 상황이 되면 당황하기 마련이지만 저는 키워드가 머리 속에 확실히 박혀있었기에 별 문제가 없었어요. 

 '안랩 코어' 같은 중요한 발표인 경우 1주~2주 정도 준비기간을 가져요. 다른 일이 많아서 급하게 준비할 때는 하루 전에 준비했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그 전부터 계속 머릿속으로 스토리나 발표내용을 그려보면서 내용에 익숙해지려 합니다. 

-발표를 준비하는 데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 특별히 중점을 두는 건 아무래도 스크립트예요. 결론을 먼저 써놓고, 거기서부터 풀어나가는 귀납법의 방식을 주로 써요. Top-down 방식은 먼저 큰 주제를 정하고 갈수록 잘게 쪼개서 문서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죠. 그리고 PPT는 한 슬라이드당 세 가지 주제를 넘지 않도록 해서 간결하게 전달하고 산만한 애니메이션보다는 이미지를 넣거나 숫자나 통계자료를 활용하여 객관적인 정보에 기반한 내용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 전 이번에는 음악을 활용해봤어요. 음악의 느낌에 따라 발표를 하면서 분위기가 동적으로 바뀌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상품을 따로 준비해서 분위기 전환도 신경을 썼어요. 저는 스크립트는 딱히 준비하지 않고 스토리를 생각해요. 이미지 트레이닝이라고 할까요. 

PPT를 만들 때는 글은 거의 쓰지 않고 중요한 포인트만 쓰려고 노력해요. 청중을 집중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간결함에서 비롯된 전달력이거든요. 하지만 세미나 참가자에게 공유되는 외부용 자료는 읽는 사람이 자료만 보고도 해당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내용을 담아내려고 하죠. 발표자료가 활용될 목적에 따라 그 내용전달 방식이 달라진답니다.

-이번 발표 때 걱정되었거나 염려했던 사항이 있었나요?

: 열심히 준비하기는 했지만 청중의 반응이 좋을지가 걱정되었어요. 이런 경우는 보통 제가 고객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나 목표가 되는 고객을 잘못 선정했을 때입니다. 그래서 발표를 준비할 때마다, 항상 행사의 청중을 분석하는 작업을 꼼꼼히 합니다. 관객층에 따라 궁금해하는 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청중맞춤형 내용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보호 솔루션 관련 발표를 할 때, IT 관리자가 청중이라면 이에 맞게 어떤 기술적 부분에 유의해야 법에 저촉되지 않는지를 알려주는 데 중점을 둡니다. 한편 '안랩 코어'와 같이 학생, 개발자를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이면 코딩할 때 유용한 API 함수 등을 소개하면서 관중의 집중을 높이고자 합니다.

A-FIRST 정관진 책임연구원

-청중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 발표 앞부분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이번 '안랩 코어'의 경우는 전산 쪽 관계자가 많이 오셔서 이에 맞춰서 질문을 던지는 방법을 썼습니다. 10분 간격으로 가벼운 질문을 던지면 청중의 집중도가 높아지죠. 한 번은 6대 도시 로드쇼로 전주에 간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분위기가 딱딱했지만 전주와 관련된 이야기와 농담을 했더니 청중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Ice Breaking의 중요함을 깨달았죠.

: 분위기를 부드럽게 할 장치를 구상합니다. 예를 들어 음악을 넣는 경우도 있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른 기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 저도 선물을 꼭 준비해요. 학생을 대상으로 한 발표에서는 과하게(?) 하는 편이죠. 질문을 많이 던진다든지 일부러 졸고 있는 학생에게 참여를 하게 하면 흥미도 이끌고 집중도 높일 수 있어요.

-대중 앞에서 긴장을 푸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 발표를 시작하기 전 돌발 상황에 대한 철저한 대처가 필요해요. 기계 사고에 대한 철저한 확인은 필수예요. 발표 직전에 긴장이 많이 되죠. 그럴 땐 조금 일찍 발표 장소로 가서 긴장을 풀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발표를 코엑스하게 되면 코엑스에 있는 카페에서 1시간이나 1시간 30정도 일찍 와서 아이패드로 발표자료들을 검토하면서 리허설 하듯 두 세 번 연습하다 보면 긴장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 전 긴장 또한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응이 없을 때는 당황하지 않고 유머나 흥미 있는 에피소드를 던져서 긴장을 풀어요. 혹시나 내용을 까먹었을 경우 이를 인정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간 후 나중에 생각나면 다시 말하는 방법을 씁니다.

A-FIRST 김진국 주임연구원

-지금까지 했던 자신의 PT 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적은 언제인가요?

: 작년 안랩 CORE에 프로세서에 대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1시간 40분짜리 강연을 시간관계상 40분만에 해냈던 기억이 있네요. 분량은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발표분량을 줄이기보다는 빨리 말하려고 했었어요. 그만큼 많은걸 전달해주고 싶은 발표자의 심정이었겠죠. 완벽한 발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가 발표 중에서 녹화해서 꼭 남기고 싶은 발표였습니다.

: 저에게는 1990년대 후반에 열렸던 제1회 리눅스 컨퍼런스가 가장 큰 발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처음으로 400-500명 정도 되는 대중의 앞에서 펼쳤던 발표였고 그 규모만큼이나 뜻 깊었던 경험이었어요. 사회의 첫발 내딛는 기분이 이런 것이구나 느꼈어요.

: 전국 대학교 PT대회에서 수상했던 것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유비쿼터스에 대해 발표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어려운 기술을 쉽게 설명해야 했죠. 하지만 발표가 끝나고 관계자가 찾아와서 PT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주더군요. 그때의 자신감으로 매번 발표 할 때마다 그 경험을 생각하고 자신감 얻습니다. 사회에 진출하고 나서는 그때보다 발표를 잘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준비 많이 해서 최고의 PT를 해보고 싶습니다.

-자신만의 PT 스타일과 노하우가 있을 텐데, 독자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 첫째, 발표하는 도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항상 대비하세요. PC, 레이저포인터, 프로젝터까지 모두 점검하세요. 5분전에는 최적의 조건으로 장비체크를 마쳐야 합니다. 둘째, 시계를 꼭 준비하세요. 손목시계는 발표도중에 잘 보지 못하므로 단상에 올려 쉽게 볼 수 있는 시계가 좋아요. 셋째, 무대시설 점검도 중요해요. 뒤에서도 음향이 잘 들리는지, 울리지는 않는지, 볼륨조절이 가능한지도 점검하세요.

: 앞에서 다 말씀해주셨네요. 제 경우는 행사장 정보를 미리 알아봐요. 마이크는 어떤 걸 쓰는지, 청중으로는 누가 오시는지, 발표하는 동안 시간은 어떻게 알려주는지 등 사소한 것 까지도 체크를 하죠. 그리고 그 날의 발표는 청중에 따라 달라지는데, 항상 청중과 함께 즐기는 자세로 임하세요.

: 먼저 청중을 파악하세요. 간혹 발표를 요청한 요청자와 청중의 목적이 다를 수도 있는데요, 요청자의 목적을 파악하고 청중의 요구 또한 고려해야겠죠. 그리고 Story를 만드세요.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재미있거나 중요하더라도 스토리의 흐름과 어긋난다면 과감하게 버리세요. 마지막으로 연습만이 살 길입니다.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고 시간이 없을 경우에도 짬짬이 시간을 내서 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인터뷰 시간 내내 왜 이분들이 안랩의 대표 발표자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청중의 대한 분석, 스토리 만들기, 발표와 관련된 소소한 부분이라도 꼼꼼하게 체크하고 계속되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하는 것. 발표의 진정한 달인이 되는 비결은 이처럼 프레젠테이션의 모든 과정을 세밀히 파악하고 준비하는 자세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Ahn

 

사내기자 방지희 / 안랩 세일즈마케팅팀

대학생기자 허건 / 고려대 공공행정학부/경영학부

대학생기자 김다은 / 한국외대 태국어과/방송영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