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대로’
‘현대생활백서’
티비를 자주 시청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광고 카피이다.
이것은 모두 광고인 박웅현의 결과물이다. 최근 각종 강연과 티비 출연으로 대중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그이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번뜩이는 생각을 해낼 수 있을까. 그의 창의성과 독창성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많은 사람이 그에게 묻는다.
“박웅현님의 그 크리에이티브한 카피들은 어떻게 창조해내나요?“
그는 대답한다. 자신은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는 단지 무심코 흘려버릴 수 있는 것들을 잡아다가 ‘좀 더 다르게, 좀 더 낫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가 광고를 만드는 과정의 일화를 통해 사소한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음을 잘 알 수 있다.
‘톱스타가 나옵니다. 그녀는 거기에 살지 않습니다. 멋진 드레스를 입고 다닙니다. 우리는 집에서 편안한 옷을 입습니다. 유럽의 성 그림이 나옵니다. 우리의 주소지는 대한민국입니다. 우리는 생각해봅니다. 멋있게만 보이면 되는 건지, 가장 높은 시세를 받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찾은 답은 진심입니다. 진심이 짓는다.’
그가 만든 유명한 광고이다. 아파트 광고는 그동안 톱클래스 여배우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그의 광고는 대중에게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을 것이다. 그가 이러한 광고를 만들 수 있게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그 어떤 유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아닌, 대학교 3학년 인턴이었다.
그는 많은 이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인턴까지도 회사의 중요 회의에 참여하도록 한다. 아파트 광고 회의에서 그 인턴은 그동안의 아파트 광고가 전혀 와 닿지 않았다고, 너무 다른 세상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원래 아파트 광고가 그러하였으므로 모두들 그냥 다음 의견을 들으려 할 때, 박웅현은 달랐다. 너무 당연하였기에 그냥 지나쳐버렸던 그것을 그는 잡아냈던 것이다. 그래서 ‘진심이 짓는다’라는 카피의 아파트 광고가 만들어졌고,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그는 또한 경험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경험에는 여행, 취미활동 등 많은 것들이 포함될 것이다. 그러한 경험을 하는 동안, 세상을 바라보는 눈,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는 사소한 것을 잡아낼 수 있는 시각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이 ‘시각’, ‘보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가 객원작가로 참여하였던 지식채널e에도 그의 이러한 광고 철학이 그대로 묻어난다.
단지 시청이 아닌, 견문. 그것이 크리에이티브의 비결이었다.
그는 특이하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는 디지털시대에서 그는 ‘아날로그’를 외친다.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하는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의 외침이라니.
그는 한 강연에서 가수 싸이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가수 싸이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10년 전이라면 이러한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가 말하는 10년 전은 인터넷보다 컴퓨터와 신문이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였던 시절이다. 오늘날 인터넷과 유튜브가 있었기에 그의 미국 진출과, 세계 가수로의 성공이 따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싸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유튜브(매체) 때문인가? 아니다. 바로 그의 뚝심(콘텐츠)이다. 그가 신인 때부터 지향해왔던 스타일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열정적으로 지켜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그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이 매체를 통해 퍼져나간 것이다. 매체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이다. 고로 매체가 변화한다고 해서 매체를 따라 본질을 흐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콘텐츠에 힘을 실으면 매체를 통해 자연히 퍼져나간다.
그렇다면 콘텐츠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그는 주로 책, 특히 인문학에서 나온다고 한다. 디지털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사람이 인문학과 책을 멀리한다. 하지만 정답은 그 안에 있다. 그 안에서 얻은 감동, 영감이 곧 컨텐츠의 힘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의 저자가 그임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가 처음부터 이렇게 유명한 광고 카피를 만들지는 못 했을 것이다. 물론 타고난 부분이 전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그는 일상 속에서 그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실패도 물론 했다. 하지만 그 실패 또한 그에게는 성공을 위한 발판이 되었을 것이며, 그 또한 또다른 영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앞서 보았던 그의 광고 카피들로 보아 그는 재미있는 광고보다는 감동의 광고를 만들고자 하는 것 같다. 실제로 그는 자극적인 요소, 재미있는 요소보다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소재로 사용한다고 한다.
‘같은 것을 보고 다른 것을 느낀다.’
그가 말하는 창의력, 독창성은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특별한 일을 해본 사람만이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이 보고 많이 들으며 많이 느끼며 생겨나는 것이다. 그는 바란다. 많은 사람이 모든 사물을 그냥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견문’하기를... Ahn
*관련 기사 ‘진심이 짓는다’의 광고인 박웅현이 청춘에게 던지는 카피
대학생기자 조아라 / 숙명여대 멀티미디어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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