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일, SBS에서는 ‘리더의 조건’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진정한 리더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을까? 이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방영 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세계 각국의 현명하고, 소신 있는 리더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리더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검소한, 단지 한 마을의 주민일 뿐인 우루과이 대통령
호세 무히카, 그는 우루과이의 한 작은 마을에 살고 있다. 그의 하루는 집 앞의 논과 밭을 일구는 것으로 시작되며, 한쪽다리가 다친 작은 강아지와 마을의 작은 길들을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난 여름, 그는 자연재해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작은 마을의 지붕수리공 역할을 자처했다. 이것은 그냥 우루과이의 일반 시민의 이야기가 아니다. 호세 무히카, 그는 현 우루과이의 대통령이다.
언뜻 그를 보면 날카로운 눈매가 그의 냉철함과 권위를 나타내는 듯하다. 하지만, ‘냉철’, ‘권위’ 이런 단어들은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 방송에 비춰진 그의 일상생활만 보고는 그가 진짜!? 정말!? 한 나라의 대통령 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살았던 한 작은 마을에 계속 살아가고 있다. 작은 시골마을 그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작고, 아담한 집이다. 그의 전 재산은 낡은 차고 안에 주차되어 있는 낡은 중고차 한 대가 전부. 그가 일하고, 산책하는 매 시간 그는 혼자이다. 그 어떤 경호원이나 보좌관도 없다. 누구보다 국민들의 생활 속 고충과 아픔들을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을 위한 복지를 아끼지 않는다. 그의 월급의 90%는 국민복지에 보태 쓰여 진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런 대통령은 이전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호세 무히카는 말한다. “단지, 대통령이 되기 전과 똑같은 생활을 하는 것뿐이라고.”
미국 내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 SAS
SAS는 1976년에 설립된 ‘분석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1만2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세계 최대 비상장 소프트웨어 회사이다. SAS는 헬스클럽과 수영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 뿐 아니라 6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보육원까지 구비돼 있어 직원들이 아이와 함께 마음 편히 근무 할 수 있다. 실제 한 직장인맘의 사례가 비춰져 많은 한국여성들의 부러움을 자극했다. 이 여성은 아이가 셋이지만 일과 가정 두 마리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이것은 모두 SAS의 복지체제 때문이다. 아이들은 모두 엄마의 출근과 동시에 사내 보육원에 맡겨지며, 보육원에서 120여명의 교사들이 그들을 체계적으로 지도, 관리해준다. 점심시간, 그녀는 보육원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와 사내식당에서 아들과 오붓한 점심식사를 한다.
임신을 하거나, 아이를 낳게 되면 아이 양육문제로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 직장인 여성과는 매우 상반된 모습이다.
SAS를 이끄는 ‘짐 굿나잇’은 자신의 임무는 직원들이 아침에 다시 회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직원들을 위한 복지를 위해 예산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 회사의 모습을 보고 부러워 했을 것이다. 한국기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한국에도 SAS를 롤모델로 운영되는 회사가 있었다.
놀면서 일한다, 제니퍼소프트
제니퍼소프트는 국내 IT회사로, 미국의 SAS를 롤모델로 삼고 직원을 위한 복지를 해나가는 회사이다. 이 프로그램이 끝난 후 제니퍼소프트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회사가 국내에 있을 줄은 몰랐다.’ ‘채용정보가 궁금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체 어떤 회사이길래 방송 후 행복한 후폭풍을 맞은 것일까?
평일 오후, 일반 회사라면 한참 업무에 집중하고 있을 시간. 하지만 제니퍼소프트는 다르다. 직원들의 자리가 많이 비어있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다. 어떤 직원은 한쪽구석에서 악보를 보며 기타를 치고 있고, 한 무리 직원들은 신나게 사내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다. 점심시간, 직원들은 호텔출신 쉐프가 만든 맛있는 점심을 함께 한다. 모두가 즐겁게 점심을 하는 그 시각, 문을 열고 출근하는 직원들이 눈에 보인다.
이 회사의 방침을 들어보니, 하루에 7시간, 일주일에 35시간만 언제든 일해서 채우면 된단다. 그것이 오전이 되었건, 오후가 되었건 상관없다.. 물론 7시간 안에는 수영시간도 포함되어있다고 한다. 이 장면들을 보고 있자니, 참 기가 막힌다. 이게 소설인지, 웹툰인지, 실제 상황이 맞긴 한지, 얼떨떨하지 않을 수 없다. 놀란 취재진이 이원영 대표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그의 첫마디가 더 놀라웠다.
"좀 놀면 안되나요?” 그는 구성원들과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면, 이윤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라 한다. 이러한 열린 사고가 오늘의 제니퍼소프트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이 외에도 스웨덴 국회부의장, 핀란드 여성대통령의 모습이 소개되었다. 이 방송을 시청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방송이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입을 쩍 하니 벌리고 있었을 것이다. 문화나 관념의 차이 때문인지, 사뭇 다른 우리나라와의 모습들에 놀랐을 것이고, 이제 그러한 문화나 사고들이 우리나라에도 조금씩 흡수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을 것이다.
여기 소개된 리더들이 이렇게 현명하게, 그리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신뢰’ 때문이다. 이들은 말한다. 그들이 국민들에게, 회사 직원들에게 신뢰를 보여주면 그들 또한 믿음으로 답하는 것이라고. 그 신뢰는 물론 거짓된 것이 아니다. 진심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리더’라 불리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많이 부족하다. 많은 일들에 앞서, 서로간의 신뢰가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리더’를 지지해주며, ‘리더’는 자신을 지지해주는 많은 사람들의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하루빨리 우리나라에도 이런 문화와 사고가 정착되어 이러한 프로그램을 보고서도 놀라지 않고, 그냥 우리나라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한다.
'리더의 첫걸음은 국민과 같은 눈높이에서 같은 생각을 하며 구성원들과 하나가 되는 것,
리더는 그때 비로소 물질적 특권 대신 국민의 신뢰라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Ahn
대학생기자 조아라 / 숙명여대 멀티미디어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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