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2일 이노근 의원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하 정보통신망법)’과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저작권법)’을 발의하였다. 두 법안 모두 ‘자신’의 저작물을 삭제할 권한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여 정보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관련 항목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잊혀질 권리’라는 단어로 개념화하여 화두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자신의 정보와 자료가 무분별하게 온라인 상에 공개되고 확산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일명 ‘개똥녀’ 사건이나, ‘지하철 막말남’ 사건은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사례이다.
이들의 행위가 담긴 동영상으로 인해 당사자는 소위 ‘신상털기’를 당하였다. 하지만 반사회적 행위를 한 사람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도 역시 무분별한 신상털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무고한 사람과 그 가족까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수많은 사례가 증명한다. 인터넷과 SNS,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개방성과 신속성은 삶을 편리하게 하지만, 한 편으론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보호라는 측면에서 그 심각성으로 인해 사회적 조치로 반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는 우리나라에서는 시작에 불과하다. 유럽에서는 이미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지난 2012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잊혀질 권리’를 명문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보호법(data protection) 개정안을 확정한 바가 있다. 현재의 규정안은 유럽 의회를 통과할 경우 2년간의 유예 기간을 거치고 2014년 발효하게 된다. 그럼에도 법안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유럽네트워크정보보호원(이하 ENISA)에 따르면 잊혀질 권리 제도와 관련해서 필요한 기술적, 포괄적 솔루션을 개방된 인터넷 환경에 적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정보를 삭제하더라도 한번 사용된 정보는 다양한 형태로 통합⋅파생되기 때문에 이러한 상관관계를 파악해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특히, 이 부분은 저널리즘에서 강한 쟁점을 형성한다. 잊혀지기 위한 권한 행사가 남용되면 자칫 언론의 역할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에서는 잊혀질 권리의 대상에서 언론을 제외한 바 있다.
정보의 자기결정권 확대로 사생활 침해 예방
이 같은 쟁점은 우리나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유럽 정보보호법안과 큰 차이는 적용 범위에 있다. 유럽법안은 타인이 게재한 게시물이라 해도 자신과 관련한 게시물이라면 삭제 요청을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자신’의 저작물로 제한한다.
각종 포털 사이트는 사용자 자신이 등록한 저작물의 경우 사용 중인 아이디와 함께 일정한 양식의 ‘게시글 삭제 요청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바로 삭제 가능하다. 조선일보나 한겨레신문 등의 언론사도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삭제 요청할 경우, 온라인 상의 내용은 삭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보도물이 갖는 기록성과 보존성을 위해 오프라인 출판물 등의 정정은 최소화하고 있다.
사실 자신의 저작물뿐 아니라 타인의 게시물도 삭제 요청을 할 수 있어야 실질적으로 잊혀질 권리 보장이 신장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발의된 법안만으로는 실효성이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법적으로도 정보화 시대라는 현실과 문제점을 바로 인식하고, 국민의 정보통제권을 명시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
텍스트, 사진, 음성,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의 발전과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은 방대한 자료의 저장을 가능케 한다. 얼마 전부터 IT 이슈로 떠오르는 키워드가 ‘클라우드’, ‘빅데이터’이다. 어느덧 망각이 망각되는 사회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망각의 미덕을 기억하며 다시 잊어버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이 앞으로의 망각과 기억의 균형을 맞추는 새로운 시작점이 되길 기대해본다. Ahn
대학생기자 김서광 / 성균관대 사학과
감성을 가지되 환상을 품지 말고 냉정하되 냉혹하지는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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