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가 뭐래도 진정한 AhnLab Man이었다.”
2012년 2월 어느 날, 여기 저기 넣었던 대외활동 지원서가 탈락했다는 메시지를 수두룩하게 받고 있었다. 겨울방학이 시작될 무렵 겨울방학 동안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즈음 ‘안랩 대학생 기자단 8기’의 합격 발표가 있었다. 그 동안의 실패를 보상이나 하듯이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었고 그 시간부터 AhnLab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대학생 기자 생활을 하면서 한 5달 정도가 지났을까? 대학생 기자단을 담당하는 ‘커뮤니케이션팀’에서도 연수생을 선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학생 기자단의 기장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행사들에도 참여해보고 AhnLab의 기업문화를 몸으로 체험하면서 서포터즈의 신분이 아닌 직원으로 꼭 한 번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나에게는 천금 같은 기회라 생각했다. 6개월 간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대학생 기자 활동을 했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부족하지만 자신감도 있었다. 합격 결과와 함께 8월 23일 대학생 기자 기장이 아닌 AhnLab 커뮤니케이션팀 연수생으로, AhnLab Man으로 새로운 경험을 시작했다.
커뮤니케이션팀 연수생으로 내게 먼저 주어진 역할은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와 같은 SNS 채널 관리였다. AhnLab Man은 이 채널들을 대표하는 닉네임이자 가상의 인물이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소소한 대화부터 제품, 서비스와 관련된 질문에 답변하는 역할을 한다. 간혹 회사에 방문하는 방문객들이 AhnLab Man이 누구냐고 물어볼 때가 있는데 그만큼 가상 공간에서는 AhnLab을 대표하는 이미지이자 인물인 것이다. SNS 채널을 담당하게 되고, 고객과 나누는 대화 한 마디, 한 마디가 고객에게는 이미지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거웠다.
SNS 채널을 관리하면서 참 다양한 실수를 많이 했다. 마음과는 달리 실수를 할 때마다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했고 오히려 SNS 채널을 둘러보기도 싫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언제 내가 기업의 SNS 채널 담당자로 일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생각이 싹 달아났다. 처음에는 주어진 내용으로만 SNS채널을 관리했다면 ‘내가 SNS 채널 담당자다’라는 생각이 든 후에는 SNS 채널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새로운 이벤트들을 진행해보기도 하고, SNS 채널을 알리기 위한 기획과 진행도 해보면서 이를 위해서 다양한 컨텐츠와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고객과 더 가까운 SNS 채널을 만들기 위해서 새로운 컨텐츠들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페이스북, 트위터 친구들의 수가 6개월 전보다 20% 증가했다.
이런 이유에서 6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당당하게 “내가 지난 6개월 간 사이버 공간에서 AhnLab을 대표하는 진정한 AhnLab Man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회사에 가더라도 AhnLab을 대표하는 AhnLab Man이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고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또 하나의 가족”
하루는 24시간.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아침 8시. 퇴근하는 시간은 6시. 수면시간 6시간을 제외하면 18시간 중 10시간을 회사에서 보낸다. 하루에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거나 혼자 시간을 보내는 시간은 극히 적고 팀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이다. 하루, 하루가 즐겁기 위해서는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의 관계가 화목해야 하는 이유다.
커뮤니케이션팀은 내게 또 하나의 가족과 같았다. 업무 시간에는 팀장님, 부장님, 과장님, 대리님, 동희씨라는 호칭으로 불렀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이모, 삼촌, 누나, 형이었다. ‘회사 생활이 얼마나 편했으면 그렇게 편하게 생각했겠느냐?’라고 반문 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일이 편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작년 한 해, 커뮤니케이션 팀은 수 많은 이슈들 덕분에(?) 눈 코 뜰새 없이 바빴다. 팀장님을 비롯해 모든 팀원이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휴일에도 출근을 하면서 업무를 했고 업무가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업무가 생기는 나날들을 지냈다. 이렇게 힘든 상황을 웃으며 헤쳐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과 같은 분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팀에는 항상 서로를 먼저 생각하고 웃으면서 일하려는 노력이 언제나 함께 있었다.
대학교 동아리 생활, 대외활동 등 많은 활동을 하면서 여러 팀에 속해서 지내봤고 여러 기업들에서 짧지만 팀원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마다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이렇게 살얼음 판인 곳에서 지내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른 회사들과 비교하자는 뜻은 아니지만 나는 지난 6개월간 이 곳에 몸담으면서 팀원들을 단순한 직장의 선배들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모두를 인생 선배로 여기고 힘든 일이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항상 조언을 구하다 보니 어느새 이 사람들은 내가 살아가며 힘든 일이 있을 때 찾아 올 수 있는 든든한 안식처가 되어있었다. 나 또한 이들에게 한 명의 연수생이 아니라 한 명의 가족으로 남고 싶다.
“진정한 리더란 무엇이며, 팀원은 무엇인가”
커뮤니케이션팀의 팀원들은 각자 개성이 강하다. 전공부터 AhnLab에 근무하게 된 배경까지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한 명씩 떼어놓고 보면 전혀 상상 할 수 없는 조합이랄까? 내가 받은 첫 인상은 그랬다. 그렇지만 지금은 커뮤니케이션 팀의 팀웍은 그 어느 팀보다 뛰어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팀에서 6개월의 연수기간을 보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
단순히 팀웍이 좋아서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6개월이라는 짧은 연수기간 동안 연수생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 기업에서 인턴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인턴 혹은 연수생 생활은 전문성을 갖추기 쉽지 않다. 기간이 짧기 때문에 업무적으로 깊이를 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연수생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긴다는 것이 팀의 입장에서는 위험이 크다. 그런 생각을 나 역시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팀장님을 비롯한 모든 팀원들이 일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고 연수생 신분이지만 회사의 입장에서 중요한 일들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팀장님과 팀원들에게는 연수생이라는 신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가진 역량과 열정이 중요했던 것 같다. 어느 때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팀원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 때마다 믿고 일을 맡겨준 팀원들에게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나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신분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역량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리더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앞으로 어떤 조직에서도 사람의 자리가 아니라 역량을 보고 판단할 줄 아는 진정한 리더, 팀원이 되고 싶다.
“자신감, 사명감, 겸손함, 열정, 폭넓은 시각”
위에 쓴 5개의 단어는 6개월 동안 연수생으로 있으면서 내가 얻은 것들이다. 지난 9월 찬 바람이 불어올 때쯤 AhnLab의 창업자 안철수 전 의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는 환송회가 있었다. 이슈가 이슈인지라 많은 인파가 몰렸고 나는 그 안에서 오후 내내 열린 행사에서 사진 촬영을 담당했다. 안철수 의장을 보기 위해 수백 명의 직원과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직원, 취재진에게 사진 촬영을 진행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취재진도, 직원들도 아닌 나였다. 과장님은 “네가 안랩 대표로 사진 찍는 거니까 네가 현장 컨트롤해라”라고 말했고 자신감을 갖고 사진 촬영에 임했다. 자신감과 사명감을 갖고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그 어떤 취재진도, 경호원도 보이지 않았다. 업무에 자신감과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그 순간 얻을 수 있었다.
[안철수 의장 퇴임식 때 회사를 대표해서 사진을 찍던 모습]
나는 처음부터 연수생 기간 동안 나를 단순히 연수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 팀의 막내 사원 이라 생각하고 6개월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연수생’이라고 생각하면 ‘연수생’이라는 틀에 갇혀서 능동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태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만약 내가 신입사원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의사결정을 했고 다른 팀의 선배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할 상황에도 단순한 업무 처리가 아니라 ‘신입사원’의 마음가짐으로 선배들을 대했다. 이것은 AhnLab에 대한 내 열정의 표현이었고 노력이었다.
6개월을 뒤돌아보면 초등, 중학교 시절 축구부 생활을 하면서 몸에 익혔던 엄격한 예절이 많은 도움이 됐다. 나 스스로 내가 겸손하다고 말한다면 오히려 겸손하지 않아 보이겠지만 겸손해지려고 항상 노력했고, 6개월 동안 그래왔다고 생각한다. 연수생 생활을 3일여 남기고 다른 팀의 차장님께 “겸손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라는 말을 듣고 나서 내 6개월 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고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겸손하려 노력했고 겸손했다”
내가 6개월 간 가장 재미있게 보냈던 시간 중 하나는 아침마다, 혹은 시간 날 때마다 팀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만큼은 업무 외적으로 내가 팀원들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경력과 관련된 혹은 삶과 관련된 교훈들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생 기자단에 지원할 때 지원 동기에 “100년의 경험을 전달하고 싶다”고 적었었다. 내가 1년의 경험을 글로, 말로 잘 전달하여 100명에게 전달한다면 100년의 경험을 전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팀원들과 이야기하면서 내가 아직 살아보지 못한 40대, 30대의 다양한 경험들을 귀로 듣는 것은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만 이를 통해 내가 하루하루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인생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 또, 이를 내가 글로, 말로 사람들에게 잘 전달한다면 그 경험의 양은 무궁무진하게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팀원들과의 ‘티 타임’은 내게 ‘새로운 눈’을 하나 더 만들어 주었고 이 눈을 남들과 공유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선물해주었다.
“6개월, 결코 고민할 시간이 아니다.”
새로운 연수생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올라오고 나서 나는 아는 지인들에게 이 소식을 모두 전했다. 기업의 문화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어김없이 날아오는 대답은 “6개월? 너무 길어.”였다. 6개월이라는 시간은 한 학기를 마치고 방학까지 포함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대학생에게는 정말 긴 시간일 수 있다. 나 또한 처음에는 6개월이란 기간이 너무 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내가 하는 업무를 완벽하게 해내고, 회사의 문화는 어떤지, 회사가 업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등 회사의 모든 것을 알기에는 너무나도 촉박한 시간이다. 시간은 6개월이지만 위에서 적은 내용처럼 내가 얻은 경험은 시간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값어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연수생 지원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고민할 시간에 연수생 지원서를 어떻게 쓰고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 고민하라고 꼭 전하고 싶다. AhnLab을 알고, 기업이 무엇인지 알고, 나를 알아가는 데 6개월이라는 시간은 결코 아까운 시간이 아니다. Ahn
유남열/ 안랩 커뮤니케이션팀 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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