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 연수생으로 보낸 6개월을 돌아보니

안랩人side/안랩!안랩인! 2013. 2. 27. 08:47

연수생 선발의 최종 면접 심사가 있던 날의 떨림을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왼쪽 끝자리에 앉은 면접관은 자꾸만 명치로 손을 가져가던 나에게 혹시 몸이 좋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게 아니었다. 극도로 떨렸을 뿐이다. 면접장을 나와 정오의 햇살이 쏟아지는 안랩 계단에 앉아 이곳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상상했다

면접에서의 모든 긴장이 사라지고, 소파에 엎드려 TV를 보던 어느 오후 합격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그렇게 나의 6월은 시작되었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때, 문과를 택했다가 수능 이후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할 성적을 받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탈문과되어 컴퓨터를 다루는 학과에 진학했다. 처음부터 기계류 따위를 좋아하지 않았고, 복잡한 소스코드 같은 것들은 보기만 해도 진절머리가 났다. 세미콜론 하나만 잘못 입력해도 곧잘 삐져서 에러를 띄우는 컴파일러가 야속하기까지 했다. 철저하게 잘못된 만남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전공에 등을 돌리고 앉아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찔끔찔끔 전공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조금씩 흥미를 갖게 되었다. 향후, 큰 이변이 발생하지 않아 나의 진로가 IT 분야로 결정이 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이 분야의 업무에 대한 맷집이 필요했다. ‘좀더 IT와 친해지고자 은 나의 연수 첫째 목표였다. 

나는 소프트웨어QA팀의 TrusZone(트러스존) 제품 테스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TrusZone은 가상화기술을 이용한 안랩의 망분리 솔루션인데, 내가 중점적으로 맡은 VTN이라는 장비는 그 중에서도 실질적 망분리 기능을 수행하는 장비로 TrusZone 핵심이 되는 것이었다

어느 때보다 진지한 자세로 인수인계 기간을 지냈다. 사명감도 있었지만 부담감도 있었다. 처음으로 겪는 회사 생활의 긴장감이 풀릴 새도 없이 한 달이 지나갔다. 담당한 제품에 대한 기초적 지식과 테스트 방법을 하나하나 깨치며 두 달째를 지낼 무렵, 자연스럽게 소속된 팀의 역할과 제품 테스트의 큰 흐름이 눈에 들어왔다

글로 익힌 것들을 체험하며 이해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실수가 있었고, 거기서 많은 것을 배웠다. 주변 선배 직원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스스로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길지 않은 나의 생에서 가장 빠른 템포로 진행되던 날들이었다. 

연수기간 동안 그날 그날 느끼는 감정들, 새로운 경험들에 대해서 틈틈이 메모를 했다. 연수 말미가 되어 읽어보니, 기록 자체도 그렇고 적힌 감정들도 그렇고 모두가 새삼 소중하게 여겨진다. 메모들 중에 하나를 소개한다. 

연수생으로 지낸 지 두 달이 넘었다.

새벽과 아침, 점심과 저녁. . 다시 새벽.

꼭 마치, 내 방 형광등 스위치를 바통 삼아 이어달리기를 하는 것 같다.

달리기 주자는 시간이지 내가 아닌데, 딸리는 건 내 체력이다.’

게으르고 합리화하기 좋아하는 나는, 연수 전 굉장히 나태한 생활을 했다. 늦잠을 자기 일쑤였고,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일에 착수하는 패턴이 잦았다. 규칙적인 생활 리듬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하루 아침에 규칙적으로 변한다는 것은 많은 체력 소모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

늦지 않게 출근하는 것,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내 최소한의 책임감이었다. 주중에 고갈된 체력을 주말 동안 보충해야 했기 때문에 다른 자기계발에 다소 열정이 식었던 것은 아쉽지만, 돌이켜보건대 후회 없는 시간이었다. 

사내의 연수 프로그램 가운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애착을 갖고 참여했던 것이 있다. 자신만의 주제를 가지고 15분 동안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사유리(사소하지만 유익한 이야기)’가 그것이다. 평소에 말과 글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사유리에 큰 열정을 쏟았다

지식과 교양의 깊이가 나보다도 훨씬 깊은 안랩직원과 동료 연수생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가슴 벅찼다. 주제 선정과 발표 기획 등을 혼자서 오랫동안 고심해서 준비했고, 발표에 곁들일 짧은 영상클립도 따로 제작해 준비했다

세계적인 지식공유 컨퍼런스인 TED에서 보았던 유명한 연사처럼 멋지게 발표해보고 싶었다. 사유리의 기회를 제공받은 것에 마음 깊이 감사함을 느꼈고, 사유리의 취지에 모범적인 사례로 남고 싶어 PPT 슬라이드를 수없이 고쳤다. 입사 면접일 때처럼 떨렸지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발표를 했다고 생각해 큰 보람을 느꼈다. 

 

지난 6개월, 안랩서 쌓은 경험은 스스로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학교생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부분들을 느낄 수 있었고, 실무를 통해 글로 배우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배웠다. 또 선배직원을 대하고, 동료와 조화롭게 일하는 법에 대해서도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연수 생활의 둘째 목표는 사람을 대하는 데 기존의 좋지 않은 성격, 실수를 개선하는 것이었다. 둘째 목표를 완전하게 성취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 이전보다 나아진 모습을 스스로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다. 나 자신의 노력보다는 동료 연수생과 주변의 선배직원의 공이 컸다고 생각한다.

감사할 많은 사람 가운데서도 함께 TrusZone 제품에 배정받은 염승범, 주슬기 연수생이 기억에 남는다. 누구보다도 의지하고,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면서 함께 달려준 그들에게 정이 담뿍 들어 버렸다. 추운 날씨에 연수생활 마지막을 맞게 될 터이지만 의미있는 경험과 새로 맺은 소중한 인연으로 가득 찬 내면만은 든든하다.

끝으로 다소 겸연쩍지만, 17기의 바통을 이어받을 18기 연수생에게 조언 한 마디 하자면,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Ahn


이근용 / 안랩 소프트웨어QA팀 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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