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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컬처리뷰

발레를 처음 보는 이에게 백조의 호수란


 

 

  

  

예술의 전당에서

 

차이코프스키의 우아하면서도 비극적 '백조의 호수'는 대중에게 익숙한 음악이지만, 당시에는 난해한 작품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 작품으로 차이코프스키는 단순히 춤곡 반주에 불과했던 발레음악의 위치를 격상시킨 한편, 오래도록 관객의 사랑을 받는 작품의 작곡자로 기억되었다


지난 310, 한 번도 발레를 본 적 없는 필자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를 보고 나와 마찬가지로 발레를 접해본 적 없는 독자들에게 달빛이 비치는 호수 아래 백조와 인간의 사랑을 그린 신비하고도 낭만적인 작품을 들려주고 싶었다.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의 호수는 러시아의 민담을 바탕으로 한다. 여인으로 변해 호수에서 목욕하는 백조의 옷을 어느 사냥꾼이 숨겨 결혼했으나, 몇 년 후에 백조는 옷을 찾아 날아갔다는 이야기이다. 구전문학이 그러하듯이, 우리 나라의 선녀와 나무꾼 민담과 흡사하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 매우 호의적인 자세를 취하였다. 관객은 공연 시작 전에 문훈숙 단장으로부터 발레 동작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듣게 되고, 백조의 다양한 감정을 무용수들의 손짓과 몸동작을 통해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 백조가 깃털을 정리하기 위해 목을 돌리는 움직임, 양쪽으로 팔을 굽히며 날개를 접는 동작, 물방울을 털어내는 다리의 떨림 등 새의 동작을 딴 표현이 관객을 홀린다. 또한 백조는 말 그대로 '백조'이기 때문에 모든 동작이 대부분 등 뒤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또한 특징이다.

백조의 호수는 '발레'하면 흔히 떠올리는 작품인 만큼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러나 그만큼 무용수에게는 어려운 작품이다. 순수한 오데트와 요염한 오딜이라는 두 개의 상반되는 역할을 한 명의 무용수가 온전히 소화해내야 하기에 이 작품은 무용수의 '프리마 발레리나'의 입문작으로 제격이다. 필자는 6회의 공연 중 첫 번째 작품을 감상했다. 첫 회라 배우들의 회전동작이 다소 경직되어 있다는 후기가 많으나 처음 발레를 감상하는 입문자에게는 그냥 모든 것이 아름답고 신선했다. 이 작품은 볼쇼이 발레단과 로열 발레단의 안무가 대표적이고 결말 또한 다르다. 로열 발레단은 왕자와 오데트 공주가 함께 죽는 비극적 결말이나, 볼쇼이는 사랑의 힘으로 악마를 물리치고 오데트에 마법에서 풀려나 인간으로 돌아오는 행복한 결말을 취하고 있다. 어느 결말이 마음에 들 것인지는 앞으로 백조의 호수를 보는 사람들의 몫일 것이다 

 

발레의 호수에서

영화나 뮤지컬, 연극 등 스토리가 뚜렷하고 그 스토리가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전달되는 장르에만 익숙해져서 그런지 발레는 약간 지루하거나 모호한 점이 있었다. 비록 '광대'라는 인물이 무성의 발레 속에서 유머를 발휘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장르보다는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말 한마디 없이 한 무리의 발레리나들이 군무를 할 때면 백 마디의 대사가 담지 못한 감동이 느껴졌다. 이러한 감동과 전율은 결말 부분의 단 한 명의 발레리나의 춤으로도 극대화 된다. 개인적으로 발레의 매력을 하나에서 여러개가 되고 여러개에서 소수가 되어가는 군무, 그리고 끝까지 끌고 갔던 감정이 한번에 터지는 결말에서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발레를 접하는 나에게 '백조의 호수' '발레'라는 '호수'에 깊게 발을 담그게 해주었다. 음악과 춤을 사랑한다면 누구나 나와 같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Ahn

 

 

 

대학생기자 노현탁 / 건국대 기술경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