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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다큐3일 속 KBS 공개홀, 인생이 오가는 플랫폼

<다큐멘터리 3일>은 얼마 전 KBS 공개홀을 조명했다. 3일 동안 조명된 KBS 공개홀은 수많은 인생의 열차고 오가는 플랫폼이었다. 

콘서트나 영화는 결제만 하면 볼 수 있지만 공개홀에서의 무대는 사연 신청이라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야 볼 수 있기에 그만큼 애틋한 사연들이 녹아 있다. 매주 7000명의 사람들이 저마다 사연을 들고 이곳을 찾는다. 여기는 ‘공개홀’. 사람과 시간을 소통하는 마법과는 같은 인생 무대이다.

제 1막 <1대 100> in KBS 신관

100인에게 1인 1조명을 주어야 해서 조명을 100대 이상 설치해야한다. 그래서 촬영 전날 밤새워 조명, 전기, SET팀이 무대를 완성한다. 장비도 많고 촬영에 임하는 출연자도 많아 특히 안전에 신경을 쓴다.오늘의 촬영은 추석특집으로 100명의 며느리들과 시어머니의 대결로 펼쳐진다. 그 중 결혼 전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와 남편이 함께 추억거리를 만들러 왔다. 또 한명의 참가자는 나이를 먹으면서 남들 앞에 무언가를 내세우는 일을 하고 싶어 예전에 퀴즈에 도전했었는데, 예심도 붙고 출연하게 되어 그 기회가 좋은 기폭제로 나이가 꽤 있지만 직장을 얻었다고 한다. 이렇게 퀴즈 프로그램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오늘도 그 때의 기억을 살려 또 한번 기를 받으러 도전한다. 한 도전자는 친구 따라 왔다가 빈자리가 생겨 출연하였는데 친구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최후의 3인이 되었는데, 이런 감정은 자신이 살면서 고등학교를 검정고시 합격으로 졸업하고 방송통신대학교를 들어갈 때 세상이 환해보였다면서 그때와 같은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집에 가서 자랑거리 생겼다며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하였다. 이렇게 저마다 의미가 있기에 승패는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제 2막 <안녕하세요> in KBS 별관 공개홀

일반인 출연자들이 고민을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원로 가수 현인을 좋아하는 15살 중학생이 있는데 어머니는 옷이나 행동까지 노인 흉내 내는 것이 혹여나 따돌림 당하지는 않을까? 많은 걱정을 하시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프로그램 MC들과 객석의 방청객들과 함께 고민을 하고 녹화가 끝나고도 MC들이 진심어린 조언도 해준다. 출연자들은 함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부분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또 하나의 추억거리를 얻었다.


제 3막 <가요무대> in KBS 별관 공개홀

<가요무대> 음향팀은 악기 하나하나에 마이크를 설치하는데 그 수가 80개나 된다. 가요무대는 원로가수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유일한 가요 프로그램이다. 오늘 무대에는 팔순을 넘긴 우리나라 1세대 가수 명국환 씨가 출연한다. 옛 가수들의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이 가수가 된 것은 자신의 팔자라고 한다. 무대에 올라서면 오직 노래밖에 없다며 그 열정만은 20대 청춘이었다. 그는 지금도 공연 전에 설레고 긴장된다는 천생 가수이다. 

또 한 명의 가수 문희옥씨는 <가요무대>와 사연이 엮어져 있다. 고등학교 시절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 문을 두드렸지만 진행을 맡은 김동건 아나운서가 대학 들어가서 오너라며 여고생을 쫓았다. 그 여고생이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다시 찾아와 <가요무대>에 서면서 가수 문희옥이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20년 동안 진행해오는 김동건 아나운서는 수많은 가수들의 탄생과 이별을 겪었다고 한다. 탄생하기까지는 얼마나 힘들고 이별하기는 왜 이렇게 금방인지 가수들의 인생의 장인 것 같았다. 녹화 2,3시간 전에 방청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사연을 적어 방청을 신청하고 채택이 되어야 볼 수 있는 그래서 이 자리는 모두에게 선물이다. 

<가요무대>의 방청객 중 나이가 여든넷으로 제일 많아 보이는 할머니와 마흔이 넘은 막내아들이 함께 왔다. 3년 전 할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낸 할머니를 위해 어머니에게 드리는 막내아들의 위로인 것이다. 할머니는 자신의 인생 같은 노래를 들으시면 눈물이 난다고 한다. 그 눈물은 예전을 돌이켜보면 인생이 너무 허망하여 생긴 것이다. 지금 청춘들이 누리는 편안한 세상이 할머니 때에는 없었고, 할머니가 되어서야 느낄 수 있기에 나 또한 숙연해졌다. 

<가요무대>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한 아주머니께 물었다. <가요무대>는 옛사람들을 떠오르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돌아가신 언니, 먼저 간 친구들... 많은 추억을 남김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이 많은 프로그램이라고 하신다. 무대에 막이 오르고 객석에서 누군가는 푸른 젊음을 회상하고, 또 누군가는 그리운 사람을 추억하기도 할 것이다. 무대는 그들에게 시간을 되돌려주는 통로이자 타임머신이다. 

나 또한 너무나 공감이 많이 된다. 그분들에 비하면 짧은 인생이지만 노래를 들으면서 초, 중 , 고등학교 또 군대에 있었을 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노래가 담긴 음반을 앨범이라 하듯 추억이 녹아있는 사진 속 앨범과 같은 단어인 이유라고 나만의 의미해석을 해보았다.


제 4막 <콘서트 7080> in KBS 별관

통기타로 상징되는 70,80년대 젊은이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는 무대이다. 당시의 가수들에게도 대중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이 곳 관객들은 <유희열의 스케치북>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30년 된 여고동창생 모임에서, 결혼 20주년을 맞아 결혼 전 노래로 결혼에 골인한 부부까지 나이는 들었지만 마음만은 이 노래를 들었던 그 젊은 때로 돌아간 듯하다. 통기타를 들으면 왠지 70,80년대의 거의 모든 학교가 똑같았던 교복이 떠오른다. 그 교복을 벗고 어느덧 중년이 된 사람들의 청춘 무대 ‘콘서트 7080’이 30년의 세월을 역주행하는 중이다.


제 5막 <유희열의 스케치북> in KBS 신관공개홀

이른 새벽, 방송국 정문에 많은 사람들이 줄서있다. 1등으로 서있는 분은 저녁 8시부터 줄을 서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도 일찍 줄을 서는 이유가 좋아하는 사람과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이렇게 방송국 앞은 청춘들의 애틋한 사랑이 담긴 사연이 넘쳤다. 마침내 다음날이 되자 1등으로 줄 서있던 청년이 선착순 입장권을 받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무대가 시작되고 관객들이 함께 탄 이 청춘열차는 빠른 속도로 질주중이다. 모두들 음악의 마법에 걸려 즐거워한다. 그 마법이 영원히 풀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KBS 공개홀의 막을 내린다.

KBS 공개홀에 찾는 수많은 방청객들의 각각의 사연들은 슬프고, 그립고, 사랑스럽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라는 열차를 탔던 청춘들이 시간이 흘러 콘서트 7080이라는 열차에 갈아탈 것이고, 또, 시간이 더 흘러 가요무대라는 열차를 끝으로 인생의 종점을 향해 달려갈지도 모른다. 각 무대를 열차에 비유하다보니 KBS 공개홀은 매 무대마다 갈아타는 역이 된 셈이다. 매번 TV로만 보았던 이 무대들을 올해는 꼭 한번 찾아가봐야겠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Ahn



대학생기자 김재현 / 충남대 전자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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