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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랩!안랩인!

B천득의 "이력서 한 장" 취업에 성공하려면...

"누구, 이 능력있고 열정있는 젊은이 써주실 분 없나요? 
누구, 이 탁월한 유머 감각과 불꽃 같은 센스를 가진 저를 써주실 분 없나요?" 

물론 없다.
올 초, 서울 대학교(서울에 위치한 학교)를 졸업한 방년 27세 A군. 패기 넘치게 취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오늘로 99번째 면접 실패.
"하...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주위는 온통 어둠. 그리고 어둠. A군은 담배 한 개비를 물면서 절규했다.
"아니, 날 안 뽑으면 대체 누굴 뽑는단 말이야."

"일어나세요 젊은이!!!"

어디선가 어둠을 뚫고 퍼지는 부드러운 호통소리. 이윽고 그 빛은 점점 A군 쪽으로 다가온다. 훗날 A군이 회고하기를 그 얼굴은 마치 부처와 같이 인자했으며 눈웃음은 남자의 마음조차 녹일 기세였다고 한다.

"젊은이! 지금은 정말 힘들 때입니다. 오랜 경기 침체로 취업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누가 책임지겠습니까? 포기하지 마세요. 그리고 일어나세요. 제가 지금부터 하는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자, 준비됐나요?" 



스텝 1. 이력서는 백지수표다.

나는 이력서를 백지수표라고 표현하고 싶다. 면접 시에는 묻는 질문에만 대답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감점이 된다. 하지만 이력서는 쓸수록 도움이 된다. 그래서 백지수표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력서를 요새 학생들은 수십 통씩 그대로 복사해서 사용한다. 노력이 없는것이다. 이력서를 얼마나 많이 보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력서에 얼마나 많은 회사에서 관심을 갖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사랑받는 이력서를 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바로 스스로 면접관의 입장에서 자신의 이력서에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인사철이 다가오면 책상을 덮을 정도로 이력서가 쌓인다. '수많은 이력서 중에 하나.'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이력서들은 그런 식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개중에는 눈에 띄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이 사람 한 번 만나보고 싶다.'
그렇지 못한 이력서들은 그 순간 이면지로 돌변한다. 면접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력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이력서에 뭘 담아야 하는 것일까? 이런 동요가 있다.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세 번이나 물어보다니 정말 궁금한가 보다. 나도 마찬가지다.
"너 우리 회사에 왜 왔니?"


우리는 학생들이 찔러보는 수많은 회사 중에 하나이길 원한지 않는다. 그 학생에게 우리 회사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어떠한 애정이 있길 바란다. 어떤 회사든 그 회사의 문화와 색채, 원하는 인재상이 있게 마련이다. 조금만 노력한다면 충분히 회사 홈페이지에서 파악할 수 있고 또한 그런 관점에서 이력서를 쓸 수 있다.

또 방법론 적인 측면도 중요하다. 똑같은 내용도 기술 방법에 따라 값이 있느냐 없느냐가 판가름난다. 때문에 띄어쓰기 맞춤법 등도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력서는 수없이 많기 때문에 길어야 몇 분이다. 이런 사소한 실수들로 감점 받아선 안 된다.

그리고 장점과 강점을 구체적으로 강조하자. '나는 그림을 잘 그립니다' 하는 것보다 '나는 고흐의 해바라기를 잘 그립니다'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

A. 나는 안철수연구소에 들어오기 위해 보안 공부를 했습니다.
B. 나는 안철수연구소에 들어오기 위해 보안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보안', '누드 교과서(보안편)'를 보면서 공부했습니다. 공부하다보니 보안 관련 자격증이 있는 걸 알게 됐고 보안 자격증 A,B,C,D 4개를 모두 취득했습니다. 또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을 파악하기 위해 안철수연구소에서 현재 일하고 계신 분께 인터뷰를 부탁한 후 그것을 바탕으로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자, A와 B. 누구에게 더 눈길이 가는가? 




스텝 2. 면접은 여유다.  


소녀시대의 꽃이 태연이라면 면접의 꽃은 바로 자기소개이다. 보통 자기소개로 주어지는 시간은 3분. 이 3분 동안 많은 것이 결정된다. 따라서 불필요한 신변잡기에 시간을 소비할 수 없다. 자신이 뭘 할 수 있고, 회사에 뭘 기여할 수 있는지 이 2가지면 충분하다.

면접 올 때 보통 예상 질문을 많이 연습해온다. 하지만 면접 장소에서는 압박을 받게 마련이라 조금만 자신이 준비한 질문과 어긋나도 당황하게 된다. 그럴 때 자기도 모르게 본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면접관들은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면접장에 들어올 때는 누구나 자신을 예쁘게 포장하지만 과연 그 포장이 벗겨졌을 때도 예쁠 수 있을까? 

그렇기에 면접에 앞서 조금은 다른, 좀 더 확실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바로 표정 연습이다. 사람은 55%로의 시각과 38%의 청각, 7% 말로 타인을 인식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실상 면접관에게 7%밖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것보다는 여유있는 표정과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중요하다.          

 
나는 짐짓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 준비해서 언제 취업하란 말입니까?"

"회사는 자선단체가 아닙니다. 그만큼 경쟁력을 키우지 않는 한 취업하기는 정말 하늘의 별따기일 것입니다. 때문에 확실한 준비가 필요한 것입니다. 회사에 대해서 많이 연구하세요.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 또 그 일을 위해선 뭘 준비해야 하는지, 철저히 공부하세요. 그 과정을 회사에 보여준다면 회사는 분명 당신에게 흥미를 가질 것입니다. 할 수 있나요?"

그 인자한 미소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알겠습니다. 해봐야지요. 조급한 마음 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하나하나 준비해 가겠어요."
"그거면 됐습니다. 당신에게도 곧 기회가 올 거에요." 
"감사합니다 어르신, 저 근데 아직 어르신 성함도 모르는..."

털썩!
지구가 역전되는 듯한 느낌에 눈이 번쩍 뜨였다.
눈 앞에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는 어머니가 계셨다.

"저 놈은 그냥 아주 자면서도 XX발광이야. 어휴 내가 저걸 낳고 미역국을 먹었으니.... 빨리 밥이나 먹어."

방을 나가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이게 꿈인지 생신지 알 수가 없었다.
"꿈?"
아니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하다. 그래. 지금 자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근데 나, 침대에서 떨어진 거야?

- 3개월 후 -

안철수연구소 공채 6기 면접실.
"25번부터 30번 들어오세요."
떨린다. 손까지 떨고 있다. 옆에 사람이 날 보고 킥 하고 비웃는다. 들어가기 전에 한 번 빙그레 웃어 보았다. 조금 편안해졌다. 그 날 이후로 매일 같이 거울을 보면서 웃는 연습을 했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어?
"안녕하세요. 저는 안철수연구소 인사팀장 성백민이라고 합니다."
어? 
그 분은 꿈에서와 마찬가지로 인자한 미소로 날 바라보고 계셨다.
......꿈인가?

왠지 눈물이 날 것 같다. 그 분은 고개를 갸웃하시더니 나에게 물어보신다.
"A군, 저희 예전에 만난 적 있나요?"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웃어버렸다.
"아니오...... 오늘 처음 뵙습니다. 성백민 팀장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겨울의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던 어느 날이었다. Ahn


* 이 글은 실제 인사팀장을 만나 취업에 성공하기 위한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인터뷰 후 가상의 이야기로 만든 것입니다.

- B천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