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민겨?"
이 말처럼 혼자 사는 삶보다는 남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 좀더 따뜻하고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나눔은 상대방뿐 아니라 자신조차 행복해질 수 있는 묘약이 아닐까. 사람은 태어나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끊임없이 타인과 접촉하며, 함께 웃고 함께 아파하며 살아간다. 알게 모르게 서로 의지하고 서로를 보듬으며, 생활의 소소한 재미와, 함께 살아가며 겪는 갖가지 추억과 따뜻함을 안고 살아간다. 힘들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우리는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또한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도움의 정도는 중요하지 않다. 따뜻한 정(情)이 담긴 손길을 내밀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따뜻한 정(情)이 담긴 손길을,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오직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자 모두에게 내밀어주는 안랩인 3인을 만났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6년째 '활동천사'로 일하는 ASEC 정관진 선임, 다양한 나눔 활동을 거쳐 지금은 각국 어린이 네 명의 후원자인 재무팀 김소라 팀장, 외국인에게 컴퓨터 교육을 하는 보안기술팀 오주현 주임이 그들.
영혼이 있는 기업 안철수연구소. 이는 정보보안 제품과 서비스, 다양한 사회책임활동으로도 나타나지만 무엇보다 안랩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자가 만난 3인은 따뜻한 영혼을 지닌 이들이었다.
평일에 직장에서 업무를 하고, 주말마다 봉사를 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 선임은 주말의 달콤한 휴식들 뒤로 한 채 사람들과의 따뜻한 정과, 자연스레 일상에 스며든 책임감을 동력 삼아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름다운 가게를 향한다.
"어느 날 한 분이 기증을 하러 오셨어요. 트럭을 몰고 오셨는데, 그 안에 상당히 많은 물건이 있었어요. 그것을 운반하려고 몇십 번 왔다갔다했죠. 짐을 옮기느라 제 몸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 아저씨를 지켜보는 제 마음 한 켠이 뻐근해졌어요. 세상엔 아직 좋은 사람이 많다고 느꼈어요. 그런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매력인 거 같아요.^^"
이렇게 기증된 물품의 판매 수익금은 매년 두 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인다. 정 선임은 올 초 설날 전에도 가족끼리 함께 아름다운 배달 천사로 변신해 쌀, 과자 등을 묶어서 어려운 분들에게 전한다.
"지역 내 소년소녀 가장, 장애우, 저소득층 가정을 직접 방문해서 보니 생각보다 어렵게 사는 분들이 우리 주변에 상당히 많더군요.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서 뿌듯했고 왠지 모를 책임감을 느꼈어요."
① 근처 매장에 직접 기증한다. (문이 닫혔을 때는 가게 앞에 있는 통에 쏘옥~!)
② 근처에 매장이 없을 경우, 물품을 택배에 담아 아름다운 가게로 배송한다.
(무료 택배 이용 가능)
③ 기증할 물품이 너무 많으면 아름다운 가게 트럭이 직접 가서 물건을 받아간다.
재무팀 김소라 부장은 한국 컴페션이 주관하는 해외 결연 아동돕기에 참여해 4명의 어린이를 후원한다. 우리나라 남녀 어린이 각 1명과 태국 남자아이 1명, 방글라데시의 여자아이 1명이다. 아직 이 아이들을 만나지는 못하고 편지와 사진만 주고받지만, 이 아이들의 사진을 책상에 붙여놓고 항상 기도를 한다.
한두 명도 아닌 4명이나 후원하는 계기를 물어보니 무덤덤하기까지 한 대답이 돌아온다. “이 아이들을 돕기 전에 고아원이나 독거노인들을 1주일에 한 번씩 방문해서 도와주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깐 시간 내기가 힘들고, 지속적으로 할 수가 없어서 고아원의 아이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죄송한 마음이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활동에 참여해야겠다 생각한 시점에 한국컴페션을 알게 됐어요. 그 기회에 이 아이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녀의 나눔 활동 경력은 20년이 넘는다. 고등학교 때는 맹인학교에서,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고아원과 장애시설에 찾아가 활동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시간 때문에 힘들지만 한두 번 방문해서 아이들과 정이 쌓이면 육체적으로 힘든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겁고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라 연속성 측면에서 갈등을 느끼기도 하나 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방문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갖게 되고, 또 바빠지면서 시간 나는 날만 찾아가니 아이들이 많이 서운해해요.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고아원 방문하는 것을 그만두었죠. 너무 가슴이 아팠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머니는 식당에 입주해 일하고, 아버지는 어디 계신지 모르는 상태로 고아원에서 1학년 동생과 함께 지내는 아이였어요. 몸이 아파서 수술을 받던 날 병원에 찾아갔는데, 그날 본 그 아이의 표정은 아주 해맑고 순수했어요. 어린 나이에도 엄마에 대한 이해심 또한 남달랐어요. 아직도 그 표정과 마음을 잊을 수가 없어요."
장애시설에서 활동할 때는 장애우 목욕을 시키는 일이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일인데도 막상 하려니 잘 되지 않아 무척 속상했다. 그녀는 “장애우는 우리보다 몸은 조금 불편하지만 우리랑 똑같은, 어쩌면 우리보다 더 밝은 분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봉사란 같이 함께 나누는 것. 시간을 나눌 수도 있고 작은 물질을 나눌 수도 있고, 마음을 나눌 수도 있는 것”이라고 정의해주었다.
웹 보안 서비스인 '사이트가드'를 개발하는 오주현 주임은 2007년부터 구로구에 위치한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에서 컴퓨터 교사로 활동한다. 일하는 것과는 다른 활동으로 무언가를 느껴보고 삶의 가치를 좀더 찾아보기 위해 시작했다. 그가 담당하는 것은 컴퓨터 기초 교육으로서 컴퓨터 켜고 끄기, 운영체제 사용법 등을 가르친다. 1년에 2개 학기의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보통 한 반에 15명이 수강한다.
오 주임은 수강생들이 우리나라를 더 많이 알고, 우리나라 사람들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분들에게 우리나라를 잘 알리고 따뜻한 인정을 베푸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는 외국인들의 성실함에크게 감동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을 받으러 오는 분들이 대부분 저희 어머니 세대이고, 또 정말 어렵게 생활하는 분들입니다. 먼 타국에서 힘든 일을 하는 동안에도 수업에 참여하는 걸 보면서 그 분들이 정말 열심히 살고 많이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큰 감동을 얻고, 저도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도움을 드리러 간 제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니 고마운 일이지요.”
나눔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이에게 그는 어떤 말을 할까.
“정말 마음에서 우러난다면 생각과 함께 곧바로 실천으로 옮겨질 것 같아요.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 채 계속해서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하는 것은 의지가 없다는 뜻이거든요. 일종의 자기위안이지요.”
덧붙여 그는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봉사라고 생각하기보다 스스로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며 본인도 그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에서 순수한 열정을 배우고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어서 더 애착을 갖게 돼요. 꾸준한 활동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애정을 가질 수 있고 좀더 많은 것을 베풀고자 하는 마음이 만들어진다면 힘들지 않을 것 같아요.” Ahn
대학생기자 한병욱 /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사진. 사내기자 하동주 / 시큐리티대응센터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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